946화. 만고의 전쟁
대문을 건넌 목진은 순간 강력한 공간 파동이 느껴졌지만 반항하지 않고 파동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둠이 가시고 황량한 대지가 나타났다.
목진은 현재 황원의 자그마한 언덕 위에 서 있었는데 주위는 창망하고 오래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주위를 쓰윽 살폈는데 그곳의 공간은 일그러진 상태로 여러 개의 작은 구역으로 나뉜 것 같았다. 그리고 주위에서 난폭한 영력 파동이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쟁탈전이 벌써 시작됐단 말인가?”
위잉!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앞쪽 멀지 않은 곳의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누군가 나타나 목진을 노려봤는데 목진의 정체를 알아보고는 바로 도망갔다.
상대방은 중년 사내로 영급 중기 천지존이지만 역시나 영급 중기인 목진의 전투력이 엄청나단 걸 알고 도주를 결정한 것이다.
“왔으면 그냥 가지 마시게.”
그때 그의 앞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목진이 귀신처럼 나타나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만고탑에 들어온 사람들은 입장만 다를 뿐 전부 경쟁자라 그냥 보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목 부주에 대해 들은 바 있는데 직접 상대하긴 오늘이 처음이군!”
중년 사내는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발을 굴러 지존법신을 소환했다. 그러자 뒤쪽에 금광이 모이더니 신비로운 자금색 빛을 발하는 거대한 지존법신이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불후금신이었다.
목진은 익숙한 황금색 허상을 보며 감탄했다. 그는 다른 누군가가 불후금신을 소환하는 건 처음 보았다.
“불후신문!”
중년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불후금신에서 금광이 요동치더니 거대한 이무기 같은 신문이 300개도 넘게 만들어졌다.
“뭉치거라!”
300개도 넘는 불후신문은 한데 모여 자금색 광검을 이루더니 공간마저 자를 법한 예리한 기운을 실은 채 목진을 공격했다.
아래쪽 황원마저 그의 공격에 길쭉한 흔적이 생겨났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 수정 부도탑으로 체내의 영력을 전부 웅장한 수정 영력으로 전환하자 옷깃이 자연스레 펄럭였다.
잇따라 그가 합장하자 수정 영력이 밀물 쏟아지듯 휘몰아쳐 수정 홍류를 이뤘고 이는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자금색 광검과 부딪쳤다.
탕!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영력 돌풍이 휘몰아쳤고 수정 홍류는 억만 갈래의 수정 광사가 되어 광검을 둘러쌌다.
광검에 깃든 웅장한 영력은 바로 사그라들더니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공격하라.”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억만 갈래의 수정 광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방의 불후금신의 앞쪽에 나타났다.
“봉인의 힘이라니!”
중년 사내도 수정 광사에 깃든 신비로운 힘을 발견하고 황급히 불후금신으로 단단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억만 갈래의 수정 광사는 사정없이 날아가 불후금신을 완전히 감쌌다.
목진은 영광이 번쩍이는 눈으로 수정 광사에 묶인 상대방의 불후금신을 쳐다봤다. 그는 곧 영급 후기에 이를 거라 체내의 수정 영력으로 선급 초기를 상대해도 무방했는데 상대방이 불후금신을 수련했다고 해도 영급 중기를 제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잠시 후,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수정 광사가 부서져 수많은 수정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 갇혔던 거대한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앉아있던 중년 사내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상대방의 불후금신에 균열이 일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고 중년 사내의 몸에 수정 광사가 나타나 그의 체내의 영력을 잠시 봉인했다.
“목 부주는 역시 명불허전이군. 내가 졌네.”
중년 사내가 쓸쓸하게 웃으며 한 말에 하늘에서 한 갈래 빛줄기를 내리쬐어 그를 감쌌다. 만고탑이 그를 쫓아내려는 것이었다.
“고생했네.”
목진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을 건넸다.
공간의 빛이 번쩍이자 중년 사내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미간에서 자금색 빛 한 갈래가 스며져 나와 목진한테 날아갔다.
이에 목진은 손을 내밀어 자금색 빛을 잡았는데 그 속에 불후와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이건…… 불후금신의 불후의 기운이잖아.”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불후금신의 본원이나 다름없었다. 불후의 기운이 그윽할수록 불후금신도 강력한 법이었다.
“만고탑은 대결에서 패배한 사람한테서 불후의 기운을 뽑아 승자한테 주는군.”
목진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불후의 기운을 쳐다봤다. 이는 불후금신의 본원이나 다름없어 일단 빼앗기면 불후금신의 위력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실패의 대가였다.
만고탑은 역시 잔인한 곳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경쟁자를 동정할 만큼 마음이 여린 사람이 아니었다. 절세의 강자가 되려면 수많은 대결을 치러야 하는데 굳건한 마음 하나 없이 어찌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단 말인가?
하여 마음을 가라앉힌 목진이 불후금신을 소환해 불후의 기운을 건네자 자금색 허상이 발하는 빛은 훨씬 그윽해졌고 신비로운 기운은 더 강력해졌다.
목진이 서서히 눈을 뜨자 뒤쪽에 나타났던 불후금신은 천천히 사라졌고 그는 녀석한테 일어난 미세한 변화를 확인한 뒤, 돌아서서 일그러진 공간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도 목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쿵!
황원에서 눈부신 불후금신이 폭발해 수많은 황금색 광점이 되었다.
풉.
누군가 맥없이 추락해 바닥에 깊숙한 흔적을 남기더니 미친 듯이 피를 토했다. 영력이 다 닳은 그는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
잇따라 만고탑이 바로 눈치채고 녀석을 내쫓자 그의 미간에서 자금색 빛 한 갈래가 스며져 나왔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서서히 내려앉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자 자금색 빛은 수중에 내려앉았고 뒤쪽에 자금색 그림자가 나타나 이를 흡수했다.
불후의 기운을 흡수한 자금색 허상이 발하는 빛은 훨씬 그윽해졌고 짙은 불후의 기운 덕분에 형성한 위압감도 더 강력해졌다.
“네 번째 불후의 기운이군…….”
그는 목진으로 불후금신의 주위를 맴도는 불후의 기운이 점차 그윽해지는 것을 느끼고 감탄했다. 그는 지금까지 네 명의 경쟁자를 제압해 불후 본원 네 갈래를 획득했고 이를 흡수한 불후금신은 2할 정도 강해졌다.
2할은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불후금신의 수련을 거의 마친 목진이 실력을 향상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2각밖에 안 되는 사이에 그 정도로 강해지는 건 훨씬 어려웠다.
더구나 이는 아직 시작일 뿐이었다. 만약 만고탑에 들어온 모든 사람의 불후 본원을 빼앗을 수 있으면 목진의 불후금신의 위력은 무서울 정도로 폭등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순간 눈빛이 이글거려졌다.
위잉.
바로 그때, 목진은 주위의 공간 파동이 난폭해지다가 눈앞의 광경이 흐릿해지며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이미 절반이나 탈락했단 말인가?”
목진은 당황하지 않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그것은 만고탑에 들어온 108명의 불후금신 수련자 중 절반 정도가 탈락해 생긴 현상이었다.
하여 목진이 끝까지 살아남으면 만고불후신이 있는 곳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주위의 공간이 부단히 일그러지다가 다시 안정을 되찾았는데 황원은 어느새 산맥이 겹겹이 쌓인 새로운 장소로 변했다.
목진은 그중 한 산봉우리에 내려앉아 앞쪽을 쳐다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 놓인 두 산봉우리에 두 명이 나타난 것이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은 영급 후기의 실력자로 평범해 보였다. 목진은 자연스레 나머지 한 사람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는 파란색 도포를 입은 오만해 보이는 사내로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닌 것 같았다. 녀석의 체내에서 내뿜는 웅장한 영력 파동으로 보아 선급 중기에 이른 듯했다.
이와 동시에, 상대방도 목진 쪽을 바라보더니 그 정체를 알아채고 멈칫했다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여기서 그 유명한 목 부주와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군.”
“자넨 누군가?”
목진이 태연하게 서서 물었고 파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목진을 자세히 살피며 답했다.
“난 진동해로 아주 평범한 사람이지만 순위권 6위로 마침 5위인 자네 뒤에 있다네.”
“그렇군.”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영급 후기의 사내가 몰래 도망갔다.
이에 목진은 녀석을 힐끗 보기만 하고 쫓아가지 않았다. 그는 진동해가 이대로 자신을 떠나보내지 않을 거라는 걸 눈치챘다.
“나와 싸우려는 건가?”
목진의 질문에 진동해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자네가 5위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뿐이네. 설마 겁먹은 건 아니겠지?”
“난 자네가 도망갈까 봐 걱정이네. 자네 같은 대어를 마주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말이야.”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진동해가 내뿜는 불후 본원은 다른 사람들보다 그윽했는데 녀석도 경쟁자를 여러 명 제압하고 저들의 불후 본원을 차지한 모양이었다.
하여 진동해가 나서지 않아도 목진 역시 녀석을 이대로 떠나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진동해 한 사람만 쓰러뜨리면 다른 사람을 여러 명 제압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고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도 목진과 진동해가 마주친 것을 발견하고 바로 눈길을 돌렸다.
“진동해와 목진이라니…… 진동해는 유명 인사가 된 지 오래되었고 이룬 성과도 목진 못지않지.”
“그러게 말이야. 진동해는 선급 중기 천지존일 뿐만 아니라 불후금신까지 있어 지금까지 같은 등급의 강자를 수도 없이 쓰러뜨리지 않았나?”
“두 사람이 싸우면 과연 누가 이길까?”
구경꾼들은 수십 개의 영력 광경 중, 실력이 막강한 두 사람의 대치에 자연스레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의 싸움은 다른 곳보다 흥미로웠다.
“녀석이 드디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를 만났군. 진동해는 쓰러뜨리기 쉬운 상대가 아니란다.”
부도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영력 광경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청연정은 피식 웃었다.
“진동해 따위는 목진의 상대가 아니에요.”
“네 아들을 너무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 아니냐?”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부도현이 피식거리며 한 말에 청연정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럼 어디 보자꾸나. 여긴 호위 영진이 없으니까 말이야.”
부도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는 아직도 목진이 호위 대진으로 부도신족의 장로들을 쓰러뜨린 일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 * *
쿵!
강력한 영력은 돌풍을 이뤄 진동해의 주위를 맴돌았고 그의 강력한 영력 때문에 주위의 공간은 일그러졌으며 아래쪽 산맥들은 부단히 무너졌다.
선급 중기의 강자가 실력을 완전히 드러내면 이처럼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목진은 기세등등한 진동해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진동해는 선급 중기인 귀체보다 훨씬 강했다.
“내가 4위권까지는 건드리지 못하겠지만 나머지는 절대 내 상대가 아닐 것이네!”
진동해의 목소리가 뇌명처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난 자네와 다르네. 아무리 4위권에 든 녀석들이라도 절대 내 앞길을 막지는 못할 것이네.”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진동해는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목진의 말은 진동해가 감히 4위권을 상대할 실력이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자네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말을 마친 진동해가 두 손으로 신속하게 결인하자 펄럭이던 소매에서 영력 바다가 솟구쳐 주위의 공간이 바로 무너졌다.
“수동해(袖東海)!”
진동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파란색 영력 바다는 사정없이 목진을 향해 날아가 그의 퇴로를 완전히 봉쇄했다.
난폭한 암류가 깃든 영력 바다에 휘말리면 빠르게 영력이 닳을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서서 깊게 숨을 들이켜며 입을 쩍 벌렸다.
“탄령 자염!”
활활!
보라색 화염이 나타나 웅장한 화환을 이루자 영력 바다는 닿자마자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 광경에 진동해는 바로 또 결인했다.
“해룡술(海龍術)!”
크으으으!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천하가 쏟아져 내리며 머리가 여덟 개나 달린 거대한 용의 형태를 이뤘다.
“수연주(水湮珠)!”
진동해의 손에 모인 천지는 빠르게 압축되어 푸른색 영주를 이뤘는데 드넓은 바다가 깃든 것 같은 영주에서 파도가 거세게 들썩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