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9화. 6,800만
쿠쿠쿵!
1각도 안 되는 사이, 두 채의 자금 거인은 수백 차례의 공격을 주고받았는데 이들이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싸웠다면 땅 전체가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한편, 목진은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서서 상황을 살피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석라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몇 달 전, 그는 팔부부도로 황현지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석라와의 대결에서는 겨우 무승부로 끝냈다.
역시 대결에서 이기려면 더 강력한 수단을 써야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이와 비슷한 대결이 세 군데 정도 더 있을 텐데 마하유, 엽경, 탁발창이 서로 마주치지 않았다면 분명 대결을 신속하게 끝낼 것이다.
하여 목진도 최대한 빨리 대결을 마쳐야 했다. 안 그럼 대전 쌍방의 영력 소모가 엄청나 다음 단계에서의 대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목진은 반드시 대결을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했다.
생각을 마친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불후금신이 뒤로 물러났고 그의 반지에서 어두운 빛이 번쩍이더니 홍류가 휘몰아쳐 뒤쪽에 놀라운 전의를 자랑하는 군대 현룡군이 나타났다.
갑자기 군대가 나타나자 구경꾼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이 전진사였단 말인가? 설마 전의의 힘으로 석라를 상대하려 한단 말인가?
마하천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목진이 소환한 부대를 살폈고 뒤쪽에 서 있는 마하고족의 장로들도 이내 감탄했다. 목진은 자신의 전투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전진사 방면의 조예도 상당했다.
그가 소환한 군대는 살벌한 기운을 내뿜었다.
“듣기로 목진이 장악한 현룡군의 옛 주인은 현룡전제로 상고 시기, 상당히 유명했다고 들었단다. 현룡전제는 현룡군과 함께 마제를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모른다지.”
마하천은 태연하게 서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현룡군은 전처럼 강하지 않은 것 같구나. 녀석들은 겨우 선급 후기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이니 대결에서 이기는 건 상당히 어려울 것 같구나. 그러니 목진이 현룡군으로 석라를 이기는 건 불가능해.”
마하천의 말에 마하고족의 장로들은 동의하듯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 부주가 거느린 군대의 기세가 상당하군. 그런데 과연 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석라는 갑자기 나타난 군대의 모습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말을 건넸다.
“당신의 상대는 계속해서 강해지는군요. 현룡군이 전성기 때였으면 선급 후기 정도를 쓰러뜨리는 것이 식은 죽 먹기였을 텐데 지금은 어려울 것 같네요.”
목진 뒤에 서 있던 강룡도 석라를 쓰윽 살피더니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도 현룡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 녀석들만으로는 석라를 이길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요.”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에 강룡이 다시 돌아가 수중의 깃발을 휘두르자 15,000명 전사가 나지막하게 포효하며 도천의 전의를 내뿜어 위쪽에 전의의 바다를 이뤘다.
잇따라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불후금신은 상대방에게 향했고 석라도 바로 불후금신을 움직였다.
두 거물의 혈전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목진이 전의의 바다 위에 올라가 한 손으로 결인하자 전의의 바다가 요동치며 거대한 전의의 용을 이뤘는데 녀석의 방대한 육신에 전문이 무려 5,000만 개나 새겨진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이 정도 수량이면 일반 선급 후기를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석라는 여전히 태연하게 서 있기만 했다. 5,000만 전문이 일반 선급 후기한테는 위협적일 수 있겠지만 석라는 대수롭지 않았다.
“괜히 힘만 빼는군. 5,000만 전문의 힘은 팔부부도보다도 못할 텐데…….”
구경꾼들은 목진이 왜 이러는지 너무 궁금했다.
목진은 거대한 전의의 용의 몸에 새겨진 5,000만 전문을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마음을 움직였다.
잠시 후, 그의 체내에서 흑백 두 갈래 빛이 솟구쳐 양측에 흑백 목진의 형태를 이뤘고 목진의 본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세 사람은 기묘한 진법을 이뤘다.
“삼령 전진.”
목진은 두 손으로 신속하게 결인하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쿵!
진법을 이룬 목진이 온몸을 파르르 떨자 웅장한 전의가 홍류를 이뤄 하늘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이렇게 웅장한 전의가 솟구치더니 목진의 의지에 따라 거대한 전의의 용에 스며들었다.
크으으으!
고함을 지르는 거대한 전의의 용은 육신이 빠르게 팽창했고 피부 표면에서 번쩍이던 전문도 무서운 속도로 폭등했다.
5,600만…… 6,000만…….
“아직 부족해!”
목진은 머리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도 한계치에 다다라 눈에서 피눈물을 주르르 흘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미친 듯이 요동치는 전의를 거대한 전의의 용한테 송출했다.
이렇게 전문은 계속 늘어났다.
6,300만…… 6,500만…… 전문의 수량은 결국 6,800만 개에서 더는 늘어나지 않았고 거대한 용의 몸집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커져 꼭 멸세의 용 같았다!
석라는 고개를 들고 몸에 수많은 전문이 아른거리는 거대한 용을 발견하더니 깜짝 놀랐다.
쿠쿵!
하늘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거대하기 그지없는 전의의 용이 6,800개의 전문을 자랑하며 높은 하늘을 날아다녔다. 눈부시게 빛나는 전문에서 내뿜는 전의에 주위의 공간마저 마세하게 떨렸다.
전문이 6,800만 개라니!
만고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다들 목진이 이렇게까지 해낼 줄 몰랐다.
“녀석…….”
마하천마저 흠칫 놀랐다. 전문 6,800만 개로 이뤄진 전의는 선급 후기의 강자도 감히 정면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마하유도 마찬가지였다.
목진은 현재 마하유를 위협할 자격까지 갖췄다.
“이런 수단을 숨기고 있었다니!”
부도현도 적잖게 놀랐다. 그 역시 목진이 이번 대결에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여겼었다.
“녀석이 한계치를 초과한 모양이군. 녀석은 석라 때문에 이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야.”
부도현은 목진이 계속해서 피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말했다. 이는 전의가 너무 난폭하고 웅장한 데다 목진이 완벽히 장악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목진이 전진사 방면의 조예가 상당해서 다행이지, 안 그럼 그는 이미 한계치를 뛰어넘은 전의 때문에 머리가 폭발했을 것이다.
옆에 서 있던 청연정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목진이 자신을 되찾기 전까지 자신의 한계치에 도전하는 대결을 계속해서 펼쳤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목진은 그런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 덕분에 실력이 빨리 오른 것이 분명했다.
* * *
들썩이는 바다 위에 서 있던 석라는 고개를 들고 파멸의 힘이 깃든 거대한 용이 형성한 위압감에 피부가 찌릿했다.
이와 동시에 엄청난 압력이 휘몰아쳤다.
“목 부주가 이렇게까지 해낼 수 있다니…….”
석라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 말에 멀리 떨어져 있던 목진이 피식 웃었는데 얼굴에 맺힌 피눈물 때문에 더 무서워 보였다.
“상대가 막강하니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네.”
이는 목진이 마하유를 위해 준비한 수단이었는데 강적인 석라를 만나 어쩔 수 없었다.
“영광이군.”
석라는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이내 정색했다. 비록 상대방이 형성한 위압감이 상당하지만 그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럼 6,800만 전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봅시다.”
이에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으며 두 손으로 결인했다.
크으으으!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던 거대한 전의의 용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커다란 눈으로 석라를 노려보더니 꼬리를 힘껏 휘둘러 전의 홍류로 변한 뒤, 파멸의 힘을 싣고 석라에게 향했다.
전의 홍류가 지나간 곳은 공간마저 와르르 무너졌고 아래쪽 바다는 무서운 힘에 깊숙한 구멍이 생겨났지만 바닷물은 감히 그 속에 스며들지도 못했다.
그 중심에 석라가 서 있었다.
“대금강술(大金剛術)!”
위잉!
석라가 고개를 들고 자신에게 향하는 전의 홍류를 바라보다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중얼거리자 체내의 혈액이 비등하며 육신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했다. 그의 육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장 정도로 폭등했으며 몸 표면에 오래된 황금색 무늬가 새겨졌고 황금색 혈액마저 스며져 나왔다.
그의 체내에서 황망하고도 사악한 기운이 폭발했다.
“저건 대령산의 최정예급 신통으로 36가지 절세의 신통 못지않은 위력을 지녔다고 들었네!”
황금색 거인의 출현에 구경꾼들은 깜짝 놀랐다. 다들 석라가 대령산의 최강 신통을 수련하는 데 성공했을 줄은 몰랐다.
이 또한 석라의 최강 필살기였지만 목진 때문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으!
황금색 거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두 손에서 금광이 폭발해 거대한 황금색 광륜을 이뤘고 이는 회전하며 무서운 위력을 방출했다. 황금색 광륜은 최강 방패와도 같았다.
쿵!
전의 홍류도 마침내 내려앉아 황금색 광륜 같은 방패와 부딪쳤다.
순간, 경천의 소리가 들리더니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비록 금광이 확산되어 시야를 가렸지만 구경꾼들은 양자의 공격이 맞닿아 얼마나 무서운 충격파를 형성했는지 실감이 났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선급 후기의 실력자도 죽일 수 있었다.
“누가 이겼을까?”
눈부신 금광은 1각 정도가 지나서야 서서히 사라졌다. 다들 두 눈을 부릅뜬 채 영력 광경을 쳐다봤다.
바다는 움푹 파였고 커다란 구멍은 여전히 메꿔지지 않았으며 바닷물은 폭포처럼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또한, 움푹 파인 커다란 구멍에는 누군가 피범벅이 된 채 누워있었는데 민머리인 것을 봐서는 석라였다.
그는 영력이 한껏 사그라들었고 크게 다친 듯 보였다.
허공에 떠 있는 전의의 바다 역시 약해졌지만 그 위쪽에 앉아있는 청년은 끄떡없었다.
대전 결과가 드러나자 구경꾼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전의의 바다 위쪽에 앉아있던 목진도 크게 다쳐 쓰러진 석라를 보더니 어느새 사색이 되어 피를 토했다.
“목왕, 현룡군 전사 중 만 명이 크게 다쳐 쓰러졌으니 적어도 몇 개월은 휴양해야 할 것 같아요.”
강룡 통령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상대방도 안색이 창백해졌고 입가에 핏자국이 선명했다.
목진은 석라와의 대결에서 이기긴 했지만 현룡군도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이건 지존영액 3억 방울이니 전사들한테 나눠주세요. 아마 도움이 될 거예요.”
목진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옥병 하나를 강룡한테 건넸다.
“네!”
강룡 통령은 순간 화색이 되었다. 지존영액 3억 방울이면 현룡군 전사들은 보다 빨리 실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잇따라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현룡군 전사들은 전부 반지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에 떠 있는 석라를 바라봤다.
녀석은 역시 보통 상대가 아니었지만 다행히 목진이 승리했다.
그때 석라의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그는 조금씩 사라져갔고 그의 불후금신은 부서져 거대한 이무기처럼 굵직한 자금색 빛을 뿜어냈다.
크으으으!
목진의 불후금신은 탐욕스럽게 고함을 지르더니 커다란 입을 쩍 벌려 굵직한 자금색 빛을 흡입했다.
이번은 전과 완전히 달랐는데 불후금신의 미간에 황금색 광점이 나타나자 녀석은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는 듯했다.
그 광경에 목진은 왠지 황홀해졌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불후금신이 자폭해 이곳과 아우러지려는 의지를 읽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목진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불후금신을 바라봤는데 녀석의 방대한 몸에 아른거리는 황금색 신문은 황금색 갑옷처럼 단단해 보였다.
불후금신의 변화를 확인한 목진은 미소를 짓더니 옷깃을 휘날려 녀석을 거뒀다.
잠시 후, 주위의 공간이 다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는 목진이 이번 탈락전을 통과하고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걸 의미했다. 그는 드디어 진정한 만고불후신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변했고 온몸에는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애타게 갈망했다.
만고불후신!
오늘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고생했는가?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그 날부터 그는 오늘만을 기대하며 열심히 수련해왔다. 아기 새가 성장해 드디어 구천을 날아다니는 독수리가 된 것이다.
진정한 대천세계의 정예급 강자로 거듭난 목진은 드디어 원하던 바를 이룰 자격이 생겼다.
“만고불후신, 내가 간다.”
목진이 일그러진 공간에 몸을 맡기고 서서히 눈을 감자 점차 모습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