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953화 (952/1,000)

953화. 신비로운 암금색 허상

“이럴 수가!”

청연정도 금세 안색이 어두워졌다. 암금색 허상은 목진 등보다 훨씬 강력했다.

“마하천, 마하고족에서 도대체 뭘 한 건가?”

청연정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마하천 쪽을 쳐다봤다.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네. 암금색 허상은 여태껏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네!”

마하천도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청연정을 힐끗 쳐다보며 답했다.

그도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왜 만고탑에 갑자기 암금색 허상이 나타났는지 알지 못했고 녀석이 진정한 만고불후신인 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설마 이것이 만고불후신이 주인을 가리는 방식인가요?”

뒤에 서 있던 마하고족 장로의 질문에 마하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했다.

“암금색 허상의 공격에는 엄청난 살기가 깃들었고 상대방을 봐줄 마음이 전혀 없지 않는가? 아무리 마하유라도 녀석의 상대가 안 된다네. 그러니 녀석은 주인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죽이려고 하고 있네.”

이에 기타 장로들은 어쩔 바를 몰랐다. 만고탑이 닫히면 아무리 성급 천지존이라도 들어갈 수 없는지라 이들은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마하유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는 경계어린 눈빛으로 암금색 허상을 쳐다봤다. 일전에 그가 빨리 반응하지만 않았으면 녀석의 공격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

“젠장, 저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마하유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암금색 허상이 나타나 그들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녀석은 이곳에 온 사람을 전부 죽이기 전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 서 있는 암금색 허상은 주위를 쓰윽 훑더니 다시 공격을 개시하려 했다.

“여러분, 혼자서는 절대 저 수상한 녀석의 상대가 안 될 것이네. 우리가 함께 녀석을 상대하는 것이 어떤가?”

마하유가 눈가를 파르르 떨며 한 말에 엽경과 탁발창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암금색 허상이 일전에 선보인 전투력은 막강했다.

그들은 혼자서는 절대 녀석의 상대가 안 된다.

목진 역시 마하유 등과 함께 나서도 녀석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여겼는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슉!

그때 암금색 허상이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하며 그들에게 향했다.

“마하무량겁!”

마하유가 이내 정색하며 최강수를 두자 흑백 소용돌이가 다시 나타났다.

“팔부부도!”

목진도 바로 팔부부도를 소환했다.

“천수라!”

“사명발도술(死冥拔刀術)!”

엽경과 탁발창도 역시 최강수를 뒀으니, 그들의 공격에 하늘마저 어두워졌다. 천지존들마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공격은 엄청난 기세로 적에게 향했다.

쿠쿠쿠쿵!

암금색 허상은 공격을 피하지 않고 연이어 주먹을 네 번 휘둘렀다. 그러자 불후의 빛이 깃든 암금색 권광이 휘몰아쳤다.

태양처럼 빛나는 네 갈래의 권광이 목진 등의 공격과 부딪히자 경천의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흑백 돌풍과 부도사광을 비롯한 목진 등의 공격은 사정없이 무너졌다.

만고탑 외부는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목진과 마하유 등의 합동 공격의 위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는데 암금색 허상은 역시나 대수롭지 않게 이를 부쉈다.

대전 쌍방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아마 진정한 성급 천지존이라야 암금색 허상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목진, 마하유 등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상대방을 쳐다봤다. 그들의 합동 공격이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한 것만 봐도 암금색 허상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젠장!”

마하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네 사람이 함께 나서도 녀석의 상대가 아닌데 어떡한단 말인가?

목진도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암금색 허상을 쳐다봤다. 정녕 녀석을 쓰러뜨려야 만고불후신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성급이 아니고서야 녀석을 쓰러뜨릴 사람은 없을 텐데 이를 어떡한단 말인가?

크으으으!

그때 암금색 허상이 갑자기 나지막하게 외치며 손으로 앞쪽 공간을 헤치자 쩍 하고 갈라지더니 도천의 자금색 광점이 나타났다.

잇따라 녀석은 입을 쩍 벌려 자금색 광점을 흡입하려 했는데 자금색 광점은 잠시 반항하더니 결국 녀석의 힘을 못 이겨 먹히고 말았다.

목진은 자금색 광점을 보고는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자금색 광점에서 익숙한 파동을 읽었다. 그것은 불후 본원이었다.

“불후 본원은 만고탑이 모은 것 같은데 암금색 허상은 왜 약탈의 방식으로 이를 집어삼키려 한단 말인가?”

목진은 어리둥절해 중얼거렸다. 암금색 허상이 만고불후신이라면 만고탑은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녀석한테 불후 본원을 기꺼이 제공해야 정상이었다.

설마 이토록 강대한 암금색 허상이 진정한 만고불후신이 아니란 말인가?

그럼 도대체 뭐란 말인가? 목진은 암금색 허상에서 지극히 강력한 불후의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다지 순수하지 않았다.

한편, 암금색 허상은 자금색 광점을 빨아들이자 발하는 빛이 훨씬 더 짙어졌고 형성한 위압감도 더 강력해졌다.

녀석은 서서히 고개를 들고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목진 등을 쏘아보더니 본색을 드러냈다.

“난…… 너희를 집어삼킬 것이다…….”

쿵!

목진 등과 암금색 허상의 대결로 계속해서 난폭한 영력 파동이 일어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했으며 하늘마저 찢어질 것 같았다.

사실 그들은 대결을 펼친 것이 아니라 네 명은 도망만 다니고 암금색 허상은 빠르게 뒤를 쫓았다.

앞에서 달리는 네 사람은 다름 아닌 목진, 마하유, 엽경과 탁발창이었다.

그들은 신비로운 암금색 허상과 2각 정도 싸웠는데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그들은 도망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일전에 마하유가 너무 화가 나 반격을 시도하다가 한쪽 팔을 잃었다.

그 뒤로 목진 등은 녀석을 정면으로 상대할 생각을 접고 최선을 다해 도망갔다. 다행히 암금색 허상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멈춰 서서 만고탑에서 불후 본원을 흡수했고, 이에 목진 등은 숨 돌릴 시간을 얻곤 했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아무도 만고불후신을 획득하지 못할 것이다.

암금색 허상이 만고탑의 불후 본원을 빼앗을 때마다 체내에서 내뿜는 파동도 점차 강력해졌다.

녀석은 부단히 강해졌다.

그 광경에 목진 등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고, 당장 만고탑을 떠나면 그만이었지만 그리하면 만고불후신을 획득할 기회를 완전히 잃게 되는 거라 아무도 먼저 떠나려 하지 않았다.

크으으으!

대량의 불후 본원을 흡입한 암금색 허상의 눈빛은 더 사나워졌고 형성한 압박감에 주위의 공간이 유리가 부서지는 것처럼 와장창 깨졌다.

그때 녀석은 나지막하게 울부짖으며 목진 등을 바라봤다.

“이곳에 남거라. 이곳 천지와 아우러지거라!”

녀석의 살기 어린 말에 마하유 등은 빠르게 철수했는데 목진은 멈칫했다. 암금색 허상은 불후 본원을 흡수하고 나면 늘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는 분명 목진 등한테 하는 말이었는데 목진은 왠지 녀석이 이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 천지와 아우러지다니…… 이곳 천지라면 만고탑을 말하는 건가?”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생각했다.

쿵!

그런데 그때, 뒤쪽에 폭발음이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암금색 빛 한 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

“녀석의 속도가 또 빨라졌군!”

깜짝 놀란 목진은 등 쪽의 진정한 봉황의 날개를 힘껏 떨쳐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잇따라 암금색 손은 목진이 남긴 잔영의 가슴팍을 뚫었고 무서운 영력 파동으로 인해 잔영은 바로 부서졌다.

공격에 실패한 암금색 허상은 화가 난 듯 울부짖으며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진이 아니라 네 사람 중 속도가 가장 느린 탁발창을 목표로 삼았다.

“불후금련!”

암금색 허상이 다가온 것을 발견한 탁발창은 화들짝 놀라더니 다시 수많은 불후 신문으로 거대한 연꽃을 만들었다.

치익!

그런데 그의 불후금련은 더는 암금색 허상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녀석이 엄청난 힘이 깃든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불후금련은 사정없이 찢어졌다.

퍽!

불후금련이 폭발해 탁발창은 바로 도망가려 했는데 어디선가 암금색 손이 나타나 그의 머리를 잡아챘다.

“난 만고탑에서 나가겠네!”

탁발창은 너무 놀라 바로 외쳤다.

만고탑의 규칙에 따라 참가자가 나가겠다고 하면 만고탑은 즉시 그를 내쫓았다. 탁발창은 안타깝긴 했지만 목숨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에 만고불후신을 포기하기로 했다.

말을 마친 탁발창은 안심했다. 그는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져 만고탑이 자신을 쫓아내기만을 기다렸는데 암금색 허상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 모습에 그는 왠지 불안해졌다.

역시나 만고탑은 그를 내쫓지 않았다. 탁발창은 바로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려 한 순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난폭한 영력이 사정없이 체내에 스며들더니 그의 머리가 순식간에 폭발했다.

퍼퍽!

연이어 탁발창의 육신도 폭발해 혈무가 되었고 뒤쪽에 서 있던 불후금신마저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폭발해 수많은 자금색 광점이 되었다.

이에 암금색 허상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자금색 광점을 전부 집어삼켰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과 마하유, 엽경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더 이상 탁발창의 영력 파동을 느낄 수 없었다. 녀석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만고탑은 어찌 탁발창을 내쫓지 않았단 말인가?”

엽경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물었다. 그는 분명 탁발창이 이곳을 떠나겠다고 외치는 것을 들었는데 만고탑은 그리하지 않았다.

마하유도 조금은 두려운 듯한 눈빛으로 암금색 허상을 바라봤다.

“만고탑에…… 문제가 생긴 것 같군.”

목진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암금색 허상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녀석 때문에 만고탑이 더는 사람들을 내쫓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목진의 말에 마하유와 엽경은 깜짝 놀랐다. 만약 정말 만고탑에서 나갈 수 없다면 그들은 영원히 이곳에 갇혀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에 마하유와 엽경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이와 동시에, 만고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탁발창이 죽는 모습을 바라봤다.

선급 후기의 정예급 강자가 이렇게 쉽게 죽다니!

청연정도 만고탑이 바로 탁발창을 내쫓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금세 안색이 어두워졌다.

“만고탑에 문제가 생긴 건가?”

청연정이 노려보며 한 말에 마하천은 표정이 일그러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한 짓이 아니네. 우리 마하고족도 만고탑은 장악할 수 없으니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네.”

상대방의 답변에 청연정은 주먹을 꽉 쥔 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암금색 허상을 바라봤다. 목진은 절대 괴이하고도 강력한 암금색 허상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목진도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럼 만고탑을 부숩시다!”

“안 되네!”

청연정이 이내 정색하며 말했고 마하천은 바로 반기를 들었다.

“만고탑을 부수면 만고불후신도 타격을 입을 텐데 그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만고불후신이 그리 취약한 물건이었으면 5대 원시 법신으로 선정되었을까?”

“그래도 안 되네! 우리 마하고족은 만고탑을 수호한지 수만 년도 넘었네. 우리는 절대 만고탑 훼손을 용납할 수 없네!”

청연정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마하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럼 내가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겠군!”

“흥, 여긴 부도신족이 아니라 마하고족이네!”

“어디 해보든지!”

양대 성급 강자의 대치로 인해 무서운 위압감이 형성되어 하늘이 어두워졌고 다들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청연정과 마하천이 정말 싸우기 시작하면 주위 백만 리 범위의 땅이 폐허가 될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