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6화. 다시 모습을 드러내다
만고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도 마하유가 암금색 허상을 장악한 것을 발견하고 적잖게 놀랐다.
아무도 녀석이 그것을 해낼 줄 몰랐다.
사람들은 마하유가 괴이한 암금색 허상을 상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잘도 숨겼군.”
“독한 녀석. 목진, 엽경, 탁발창이 중상을 입을 때까지 어떻게 참았을까?”
“허허, 마하고족이 만고불후신을 수만 년 동안 지켰는데 어찌 다른 사람한테 넘길 수 있을까? 녀석이 독하긴 하지만 이해는 되지 않나?”
“마하고족이 만고불후신의 주인이 되면 명성은 더 말할 것도 없네. 그들은 분명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이 될 것이네.”
* * *
사람들은 부러운 듯 마하유를 보며 수군댔다. 하긴, 만고불후신은 대천세계의 5대 원시 법신 중 하나로 마하고족에서 그 주인이 되었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반면, 청연정과 부도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서로를 마주 봤다. 마하고족은 지금도 5대 고족 중 제일이라고 할 정도로 충분히 강한데 마하유가 만고불후신까지 획득해 성급 천지존경에 이르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하!”
마하천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껄껄 웃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경축드립니다, 족장님!”
뒤쪽에 서 있던 마하고족의 장로들도 이내 화색이 되어 축하 인사를 올렸다. 만고불후신을 여태껏 보관만 했던 마하고족이 드디어 그 주인이 되었다.
마하천은 더없이 후련했다. 이제 마하고족이 만고불후신의 주인이 되었으니 불후대제가 되살아난들 절대 그것을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마하고족을 오래도록 괴롭혔던 우환이 드디어 해결되었다.
* * *
만고탑 속 마하유는 한참 지나서야 웃음을 거두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암금색 허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녀석의 몸에 새겨진 선홍색 무늬가 부단히 번쩍이는 것으로 보아 녀석은 아직도 반항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흥,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냐?”
마하유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성문부 한 장으로 암금색 허상을 완전히 제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건 알지만 녀석을 만고탑에서 데리고 나가면 마하고족의 성급 천지존이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다.
하여 그는 암금색 허상을 뒤로한 채 음산한 눈빛으로 주위를 쓰윽 훑었다.
그는 일전에 불후금신을 폭발시켜 크게 다치긴 했지만 아직 죽지 않은 목진을 찾아내 진정한 폐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제 만고불후신을 획득했으니 이제 더는 전처럼 부도신족을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우쭐거리더니, 이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일전에 목진과의 대결로 체면을 잃은 마하유는 오늘은 절대 그를 쉽게 풀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에 그는 목진을 찾아내려고 암금색 허상과 함께 하늘 높이 날아올라 차가운 눈빛으로 만 장 정도로 깊숙이 파인 구멍들을 자세히 살폈다.
한편, 구경꾼들은 바로 마하유의 속내를 파악하고 목진을 위해 마음 속으로 빌었다.
청연정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마하유를 바라보는 눈빛에 무서운 한기가 깃들었다.
정작 마하천은 무덤덤하게 서 있기만 했다. 마하유가 목진을 죽이지만 않으면 청연정은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마하고족은 만고불후신까지 획득했으니 더는 부도신족을 꺼릴 필요가 없었다.
“드디어 찾았군.”
마하유는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을 찾아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잇따라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만 장의 권광이 내려앉아 목진이 있는 곳을 공격했는데 그 무서운 위력에 지면이 와르르 무너져 커다란 구멍이 형성되었다.
이에 마하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커다란 구멍을 쳐다봤는데 목진이 영광을 발하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피투성이가 된 목진은 상당히 초라해 보였는데 그것은 그가 일전에 불후금신을 폭발시키면서 생긴 상처였다.
“쯧쯧, 목 부주의 꼴이 이렇게 초라해도 될까?”
마하유가 히쭉거리며 묻는 말에 목진은 녀석의 뒤에 서 있는 암금색 허상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자네가 저 녀석을 장악했단 말인가?”
“마하고족에서 불후금신을 차지하기 위해 수만 년 동안 애를 썼는데 그 정도 준비도 하지 않았을까?”
마하유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피식 웃었다.
“내가 역시 자네를 너무 쉽게 생각했군…… 그럼 한 가지만 부탁하겠네.”
“나한테 말인가?”
마하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녀석이 자신의 불후금신을 부수다가 머리를 다치기라도 한 건가?
“저 녀석을 나한테 넘기게.”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마하유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설마 정말 머리를 다친 건가?”
목진은 현재 불후금신이 없을 뿐 아니라 전투력이 폭락했고 마하유는 전력이 그대로인데다가 암금색 허상까지 장악했다. 양자의 실력 차이가 엄청난데 어찌 감히 녀석을 넘기라고 한단 말인가?
목진이 정녕 미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정녕 원하는가?”
마하유는 씨익 웃으며 목진을 노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마하유가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뒤쪽에 서 있던 암금색 허상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목진의 목덜미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목진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고 그윽한 눈빛으로 녀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 광경에 구경꾼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어느새 암금색 허상의 손이 목진의 목덜미와 한 촌 정도 떨어졌을 때, 갑자기 유리로 만든 것 같은 손이 나타나 녀석의 팔을 덥석 잡았다.
이에 마하유는 표정이 확 굳었고 눈가를 파르르 떨며 목진 옆을 바라봤다. 그곳에 갑자기 투명하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는 존재는 타인에게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압박감을 뿜어냈다.
크으으으!
암금색 허상이 나지막하게 외치며 미친 듯이 발버둥쳤다. 녀석은 신비로운 존재한테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 같았다.
퍽!
그러다 신비로운 존재가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암금색 허상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맥없이 추락하더니 바닥에 수만 장 정도의 커다란 구멍을 내며 내리꽂혔다.
스읍!
만고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그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의 옆에 나타난 신비로운 존재를 쳐다봤다. 무적이었던 암금색 허상이 쓰레기 버려지듯 던져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저…… 저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투명한 그림자가 어찌 저토록 대단하단 말인가? 암금색 허상은 성급 이하 무적이나 마찬가진데…….”
“목진한테 이런 수단이 있었다니, 그럼 일전에 왜 불후금신을 부쉈단 말인가?”
* * *
다들 화들짝 놀라 수군대기 시작했고 청연정과 부도현도 깜짝 놀랐다. 그들도 목진 옆에 있는 강한 존재가 누구인지 몰랐다.
반면, 득의양양했던 마하천은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목진 옆에 나타난 신비로운 존재를 쳐다봤다.
“저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 * *
마하유 역시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너무 화가 나 당장 목진을 죽이고 싶었다.
“저 녀석을 죽이거라!”
마하유가 나지막하게 외치며 한 손으로 결인하자 대지 깊숙이 박혔던 암금색 허상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현재, 녀석의 몸에 새겨진 혈문은 눈에까지 스며들어 눈동자마저 핏빛이 되었다.
성문의 강제 소환으로 인해 녀석은 두려움을 억제한 채 목진 곁에 나타난 신비로운 존재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반면, 목진은 고개를 돌려 신비로운 존재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가서 너의 불후 본원을 되찾거라.”
“이제 사람들도 수만 년 동안 깊은 잠에 빠졌던 만고불후신이 깨어났다는 걸 알아야지.”
크으으으!
암금색 허상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몸에 새겨진 혈문이 꿈틀거렸고 눈에 혈광이 모였다. 또 주위에서 무서운 암금색 파동이 요동쳐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녀석이 형성한 무서운 위압감에 성급 이하 누구든 그 상대가 안 될 것이다.
한편, 마하유는 암금색 허상이 형성한 위압감을 확인하더니 이내 정색했다. 그는 암금색 허상이 차마 준비를 못해 당했던 거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성문부로 녀석의 모든 힘을 끌어올려 전투력이 상당히 무서울 정도로 강해졌다.
“자네 곁에 있는 것이 뭔지는 몰라도 내 오늘 반드시 자네를 폐인으로 만들 것이네!”
말을 마친 마하유가 씨익 웃으며 마음을 움직이자 암금색 허상은 잔영만 남긴 채 빠르게 상대방을 향해 달려갔다.
그 광경에 다들 흠칫 놀랐다. 암금색 허상을 장악한 마하유가 살기를 품은 이상, 진정한 성급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그 상대가 아닐 것이다.
“마하유가 목진 때문에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군…….”
정작 목진은 태연하게 서 있었는데 암금색 허상이 형성한 위압감에 조금 놀란 듯했다.
“변이체가 만고불후신의 불후 본원을 도대체 얼마나 흡입했으면 이토록 강해졌단 말인가?”
다만, 목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옆에 서 있는 신비로운 허상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신비로운 허상이 천천히 걸어 나와 목진의 앞에 멈춰 섰다.
크으으으!
암금색 허상이 포효하며 주먹을 휘두르자 암금색 홍류가 휘몰아쳤는데 그 속에 불후 본원의 힘이 깃든 오래된 부적이 깃들어 위력이 상당했다. 아무리 마하유 같은 선급 후기 정상에 이른 강자라도 이 공격에 적중하면 큰 타격을 입거나 바로 사망할 것이다.
그런데 투명한 허상은 경천의 기세로 자신에게 향하는 암금색 홍류에도 꿈쩍 않고 서 있더니 닿기 직전, 투명한 손을 내밀어 가볍게 휘둘렀다.
휘익.
파멸의 파동이 깃든 암금색 홍류는 순식간에 사악한 짐승에서 온순한 양이 되더니 신비로운 허상 주위를 맴돌며 신속하게 작아졌고 결국 한 갈래 금광이 되어 그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뭐지!”
마하유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신비로운 허상이 암금색 허상의 공격을 이토록 쉽게 막아낼 줄 몰랐다.
“이럴 수가!”
마하유가 이를 악물며 다시 암금색 허상을 움직이자 녀석은 또 소리를 지르며 수많은 암금색 기의 회오리로 상대방을 공격했다.
그러나 신비로운 허상은 이 정도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암금색 홍류는 그와 한 장 정도로 가까워지면 갑자기 온순해져 순순히 먹히곤 했기 때문이었다.
괴이한 현상이었다. 암금색 허상이 아무리 무서운 공격을 한들, 신비로운 허상의 주위만 가면 순식간에 사그라들어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놀라운 광경에 목진은 피식 웃었다. 암금색 허상은 변이체일 뿐이고 그의 힘의 원천은 만고불후신한테서 빼앗은 불후 본원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불후 본원의 진정한 주인이 나타났으니 그 힘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리기란 절대 불가능했다.
크으으으! 크으으으!
만고불후신이 불후 본원이 깃든 기의 회오리를 삼키자 암금색 허상이 발하는 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이를 발견한 암금색 허상은 화가 난 듯 포효하며 시뻘건 눈으로 만고불후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녀석은 만고불후신이 두려웠지만 이를 집어삼키는 데 성공하면 환골탈태해 진정한 생명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슉!
몇 차례의 실패를 거친 암금색 허상은 더는 불후 본원으로 공격하지 않고 몸을 부풀려 암금색 거인이 되었는데 가벼운 움직임만으로도 천지를 부술 것 같았다.
잇따라 암금색 거인은 귀신처럼 만고불후신 앞에 나타나 파멸의 힘이 깃든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절대적인 힘이 깃든 그의 공격에 천지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쿵!
암금색 주먹이 만고불후신에 닿기 직전, 유리로 만든 것 같은 손이 나타나 녀석의 주먹을 가볍게 막아냈다.
탕!
양자의 손이 닿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공간은 미친 듯이 무너졌다. 큰 타격을 입은 듯 뒤로 수만 장 정도 튕겨 나간 암금색 허상과 달리 투명한 허상은 제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