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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58화 (957/1,000)

958화. 육신의 불후

“선물이요?”

만고탑의 말에 목진은 순간 흥미진진해졌다.

이에 창로한 허상이 가볍게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주위의 환경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오래된 황금색 공간으로 변했다.

한편, 공간에 가득 찬 암금색 안개는 신비롭고도 오묘한 불후의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불후 본원으로 이뤄진 모양이었다.

“넌 만고불후신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지만 아직 그 진정한 힘을 선보이지는 못한단다.”

창로한 허상이 한 말에 목진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그는 만고불후신으로 마하유를 쓰러뜨리긴 했지만 그와 융합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지휘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목진은 불후금신과는 완벽한 융합을 이뤄 훨씬 강력한 전투력을 형성할 수 있었다.

만고불후신은 아마 혼자서도 성급 초기 천지존을 상대할 수 있을 테지만 최정예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여 목진은 불후금신을 장악했던 것처럼 만고불후신을 완벽히 장악하려 했는데 왠지 만고불후신과는 완전히 아우러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 육신이 아직 평범하여 만고불후신과 완전히 마음을 나눌 수 없는 거란다. 그러니 당연히 그 힘을 완전히 끌어낼 수 없지 않을까?”

“아직 중요한 절차가 빠졌단다.”

“그게 뭔가요?”

창로한 허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물었다.

“불후의 몸을 만들어야 한단다. 불후의 힘으로 육신을 가꿔야 만고불후신과 완벽하게 아우러질 수 있단다.”

창로한 허상의 말에 목진은 깜짝 놀랐다. 육신의 수련을 한 적이 있는 그는 불후의 몸이 얼마나 강대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일반 성급 천지존도 수련해내기 힘들다.

목진이 불후의 몸을 이루면 앞으로 성급의 공격도 육신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선배님, 불후의 몸은 어떻게 수련해야 하나요?”

목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간단하단다. 불후의 몸을 이루려면 불후 본원의 힘이 필요한데 수만 년 동안 이곳에 모아둔 불후 본원이 있지 않느냐? 이건 만고불후신의 새로운 주인을 위해 남겨둔 거란다.”

창로한 허상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러나 말만 들으면 불후 본원을 모으는 게 쉬운 것 같지만 목진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불후금신을 수련한 사람은 미세한 양의 불후 본원을 형성할 수 있는데 만고탑이 모은 양을 갖추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불후금신에서 취해야 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만고탑이 수만 년 동안 불후 본원을 열심히 수집하지 않았더라면 목진이 불후의 몸을 수련해내기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불후의 몸을 만든다는 건 육신을 새로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라 아주 괴롭단다. 끝까지 견지하지 못하면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다시 수련해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창로한 허상의 말에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잠시 생각하다가 질문을 던졌다.

“불후의 몸을 수련해내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가요?”

“적어도 5년은 필요할 거다.”

창로한 허상이 다섯 손가락을 내밀며 답했고 목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럼 앞으로 5년 동안 만고탑에 있어야 한단 말인가? 다른 곳이면 모를까 마하고족에 오래 머물렀다가 녀석들이 무슨 짓을 벌일 줄 알고…….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시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단다. 이곳이 외부 세계와 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느냐?”

창로한 허상의 말에 목진은 흠칫 놀라 자금색 공간을 살폈는데 한참 지나서야 이내 정색하며 대답했다.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 같군요.”

“대신통술로 이곳의 시간 흐름을 늦췄단다. 그러니 이곳의 5년은 바깥세상의 반년 정도밖에 안 된단다.”

창로한 허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목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도 이 정도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공간의 시간 흐름을 강제로 늦추다니, 역시 대천세계의 제일 강자는 엄청났다.

“그럼 제가 불후의 몸을 수련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목진은 창로한 허상한테 정중하게 부탁했다.

이건 그한테 엄청난 기회였다. 불후의 몸은 대부분 성급 천지존들마저 이를 수 없는 경지로 다른 건 몰라도 단단한 정도로는 대천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였다.

이에 창로한 허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옷깃을 휘날렸는데 웅장한 황금빛이 휘몰아쳐 자금색 가마를 이뤘다.

후우.

잇따라 창로한 허상이 입을 쩍 벌리자 자금색 화염이 활활 타올랐고 그 엄청난 고온에 주위의 공간마저 바로 일그러졌다.

“들어가거라.”

창로한 허상이 무덤덤하게 말했고,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정로마저 빨갛게 달군 고온에, 아직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벌써 피부가 찌릿했는데, 들어가면 얼마나 더 괴로울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

그러나 목진은 이내 마음을 다스리고 바로 가마에 뛰어들었다.

치익!

목진의 옷과 머리는 순식간에 불에 타 없어졌고 피부는 빨갛게 달아올랐으며 피와 살이 녹아내릴 것 같은 기미가 보였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고통이 휘몰아치자 목진은 몸을 미친 듯이 떨었지만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일단 정신을 잃으면 실패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북창령원을 떠난 뒤로 목진은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수도 없이 많이 겪으면서 지금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고 지금은 꿈에도 바라던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까지 이겨낼 것이다.

목진은 마음을 굳게 먹고 피가 주르륵 흐르는 눈을 서서히 감았다.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창로한 허상은 서서히 녹아내리는 목진의 육신을 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목진의 결연한 의지가 만고불후신의 인정을 받은 중요한 이유라고 여겼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단계이니 부디 견뎌내려무나.”

창로한 허상이 중얼거리며 옷깃을 휘날리자 주위에서 자금색 본원이 가마에 들어가 목진의 육신이 녹아내린 틈을 타 그의 피와 살에 스며들었다.

* * *

만고탑 밖 분위기는 여전히 숨이 막혔다.

마하고족의 장로들은 끄떡없는 만고탑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그 녀석은 왜 아직도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설마 죽을 때까지 만고탑에 숨어있으려는 것인가?”

“녀석이 언제까지 숨어있든 우리는 녀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앞쪽에 눈을 감은 채 서 있는 마하천은 가볍게 말했고, 마하고족의 장로들은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언제까지 숨을 수 있을지 보고 싶구나. 일단 만고탑에서 나오면 만고불후신을 우리한테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하천과 청연정도 조용히 서서 목진이 나오기만 기다렸다. 두 성급 강자의 대치 상황에 다른 강자들도 감히 물러나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놀라운 속도로 대천세계에 알려졌다.

양대 고족의 대치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다들 마하대륙에 관심을 기울였다.

* * *

눈 깜짝할 사이에 3개월이 지나갔다.

그 사이, 만고성에 모인 사람은 적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차 많아졌다.

양대 고족의 대치란 말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마하고족을 상대했던 세력은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이 된 무한의 화역이었다.

대신 마하천은 염제와의 대결에서 패배해 욕심을 버려야만 했는데 이번에는 과연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다들 궁금했다.

어쨌든 양자가 싸우면 대천세계 전체가 들썩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 * *

바깥세상과 달리, 만고탑의 자금색 세상은 엄청난 고온으로 인해 주위의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어느새 목진이 불가마에 들어간 지도 3년이 지났는데 그사이, 자금색 가마는 쉼없이 목진의 육신을 제련했다.

내부를 자세히 보면 자금색 화염에 휩싸인 목진은 뼈만 남은 채 조용히 앉아있었다.

대신, 자금색 화염의 세례를 3년 동안 받은 창백했던 그의 뼈는 은은한 황금빛이 되었고 불후의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정로 밖에 서 있던 창로한 허상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 백골이 된 목진을 한참 살폈다. 백골에서 미세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면 아마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법이군.”

창로한 허상은 흐뭇하게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목진의 강인한 의지력에 제법 놀랐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미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이제 육신을 다시 만들어 불후의 몸을 이룰 때가 되었구나.”

자금색 세상에 있는 가마는 활활 타오르는 황금색 화염 때문에 엄청난 고온을 방출했다. 그 속에 깃든 황금색 뼈는 자금 신철로 빚은 듯 상당히 견고해 보였고 짙은 불후의 기운을 방출했다.

또한, 황금색 뼈의 표면에 지극히 오래된 무늬가 새겨졌는데 이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존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었으니, 깊숙한 곳에서 지극히 미약한 생기가 느껴졌다.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창로한 허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옷깃을 휘날렸는데 주위에서 무한의 자금색 안개가 몰려들었다. 이는 대량의 불후 본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순수하기 그지없었다.

가마에 들어간 자금색 안개는 황금색 해골을 감싸더니 상당히 느린 속도로 경맥과 육신을 만들었다.

성장 속도는 상당히 느렸는데, 며칠 동안 육신을 한 점 정도 이룰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 만들어진 육신은 범상치 않았다. 자금색 빛을 발하는 육신은 상당히 신비로워 보였다.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창로한 허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육신이 완전히 형성되면 목진은 진정한 불후의 몸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영생불멸의 몸이 아니라 경지가 엄청 높은 육신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었다. 대천세계에서 이 정도 육신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창로한 허상은 다시 눈을 비스듬히 감고 목진의 육신이 완전히 형성되길 기다렸다.

이렇게 또 1년이 지나 창로한 허상이 다시 눈을 떴을 때, 황금색 해골의 육신은 대부분 만들어졌고 표면에 껍질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새로 만들어진 목진의 육신에서 은은하고도 강력한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이는 목진의 불후의 몸이 9할 정도 이뤄졌다는 것으로 이제 껍질까지 만들어지면 완전히 새롭고 강대한 육신이 될 것이다.

* * *

목진이 만고탑에 들어간 지도 벌써 4개월 정도가 되었다. 그사이, 마하대륙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이곳은 대천세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고탑 밖 분위기는 점차 살벌해졌고 현장에 있는 천지존들은 숨쉬기조차 어려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하유는 무덤덤하게 서 있었지만, 뒤에 서 있는 그의 부하들의 체내에서 내뿜은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에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전부 천지존이었다!

서른 명이나 되는 천지존이라니!

이것이 바로 마하고족의 실력으로 정예급 세력들은 그 모습에 적잖게 놀랐다. 천지존이 한 사람만 있어도 일반 정예급 세력을 이룰 수 있는데 마하고족은 무려 서른 명이나 있었다!

그보다 마하천 뒤에 서 있는 흑백 도포를 입은 두 백발노인이야말로 실로 놀라웠다.

각각 흑과 백 지팡이를 들고 있는 창로한 두 노인은 눈빛이 그윽하기 그지없었고 이들이 형성한 위압감에 대지마저 괴로운 듯 울부짖었다.

그들도 무려 성급 천지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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