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9화. 5년의 피나는 노력을 거쳐 불후의 몸을 이루다
마하천을 포함해 성급 천지존 세 명에 일반 천지존 서른 명은 마하고족의 최강 전력이었는데 목진과 부도신족을 상대하기 위해 전부 나섰다.
그 상대편에도 스무 명 조금 넘을 정도의 무리가 서 있었다. 가장 앞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바로 청연정과 부도현이었고 바로 뒤에 현맥 맥수 현광과 묵맥 맥수 묵동, 청맥 맥수 청천이 서 있었으며 기타 부도신족의 천지존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마하천은 청연정과 보름 정도 대치하다가 겁을 주려고 마하고족 전체를 동원했고, 청연정도 바로 대장로의 권한으로 부도신족의 최강 전력을 움직였다.
쌍방이 형성한 무서운 위압감에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다.
만고성은 현재 텅 비었고 다들 도성 밖으로 나가 상황을 살폈다. 사람들은 양자가 형성한 위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다른 세력의 강자들도 전부 양대 고족과 멀리 떨어진 채 상황을 살폈다. 정말 그들이 싸우기라도 하면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곧 반년이 되는군…….”
마하천은 무덤덤하게 만고탑을 노려보더니 조금 화가 난 듯 중얼거렸다.
“이 녀석은 도대체 만고탑에 숨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목진이 기껏해야 한 달 정도 숨어있다가 나올 줄 알았는데 반년이 되도록 그림자조차 비추지 않자 잔뜩 언짢았다.
“진정하세요.”
마하천 뒤에 서 있던 검은색 지팡이를 든 백발노인이 달래며 말했다.
“우리가 이 구역을 철저히 봉쇄하였으니 녀석은 절대 도망가지 못할 겁니다. 또한, 녀석이 평생 만고탑에 숨어 있겠다면 우리도 끝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으면 그만이지 않나요?”
“그럼요. 마하고족이 수만 년 동안 지켜온 만고불후신을 이렇게 빼앗길 수는 없죠!”
하얀색 지팡이를 든 노인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
이에 마하천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부도신족 사람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부도신족은 우리 마하고족과 제대로 한번 싸워보려는 것 같구나.”
“무시하세요. 부도신족이 끝까지 주제를 모르고 덤비려 하면 5대 고족의 수장인 마하고족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면 그만이죠!”
두 성급 천지존은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 * *
“대장로님, 우리가 정녕 마하고족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부도신족의 실력은 저들보다 훨씬 뒤처지지 않나요?”
현맥 맥수 현광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기세등등한 마하고족을 보며 물었다.
“그리고 여긴 마하고족의 땅인지라…….”
묵맥 맥수 묵동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
그들은 목진과 원한이 있었기에 그가 마하고족을 상대로 일을 벌이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이의가 있으면 당장 떠나도 좋네.”
청연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며 대꾸하자 현광과 묵동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들은 목진과 관계가 좋지 않지만 부도신족 사람이라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부도신족은 비록 청맥, 묵맥, 현맥 등으로 나눴지만 결국 한 종족 사람들이었다. 이번 일로 부도신족이 잘못되면 누구도 운 좋게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따위 말은 그만하거라. 목진이 우리 부도신족의 신임 족장이 된 이상,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그를 지켜내야 한단다!”
옆에 서 있던 부도현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현광과 묵동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들은 부도신족의 족장 자리를 탐낸 지 오래됐지만 성급에 이르지 못해 끝까지 소원을 성취하지 못했다. 그런데 목진이 갑자기 나타나 그 자리를 빼앗아 기분 나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도 별다른 수는 없었다. 목진이 정말 만고불후신의 주인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들은 원시 법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누구든 원시 법신을 획득하면 성급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실력으로만 보면 목진은 족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했다.
현광과 묵동은 서로 마주 보더니 쓸쓸하게 웃다가 이내 정색했다.
“이걸 무슨 수로 해결한담……”
* * *
활활!
황금색 화염이 활활 타올랐고 웅장한 자금색 안개가 부단히 휘몰아치며 가마에 스며들었다.
한편, 자금색 안개가 맴도는 가마의 내부에 형성된 자금색 고치 속 존재는 갑자기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5년 동안 감고 있었던 눈을 서서히 떴다.
치익!
순간, 그의 두 눈에서 자금색 빛줄기가 솟구쳤다. 빛줄기는 가마를 뚫고 나가 수십만 장 정도의 거리를 달려서야 서서히 사라졌다.
잇따라 그가 입을 쩍 벌려 자금색 안개를 전부 흡입하자 온전한 형태가 드러났다. 늘씬한 청년의 새하얀 피부에서 은은한 자금색 빛과 함께 불후의 기운을 내뿜는 것이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목진은 고개를 숙여 금광을 발하는 자신의 육신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는 처음 가져보는 강대한 힘을 느끼며 고함을 질렀는데 자금색 세상 전체가 격렬하게 떨렸다.
쿠쿵!
옆에 서서 상황을 살피던 창로한 허상은 드디어 만족하듯 미소를 지었다.
목진은 5년 동안의 피나는 노력을 거쳐 드디어 불후의 몸을 만들었다.
* * *
만고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마하천, 청연정 등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고개를 번쩍 들어 만고탑을 바라봤다. 내부에서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나오는 건가!”
강자들은 이내 정색하더니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도성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강자들도 그 광경에 무서워 침을 꼴깍 삼켰다. 오늘 드디어 반년 동안의 대치를 끝내게 되었다.
만고탑에서 전해진 뇌명 같은 고함에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만고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흠칫 놀랐는데 마하고족과 부도신족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변했다.
“목진이 드디어 만고탑에서 나오려나 보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반년 동안 숨어 지냈는데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지. 보아하니 마하고족은 절대 이 일을 쉽게 넘기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자신이 일단 모습을 드러내면 얼마나 큰 전쟁이 일어날지 몰라서 그러는 것 같네. 부도신족이 아무리 강해도 이곳은 마하고족의 땅이라 정말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네. 그러다 마하고족에서 정말 녀석의 만고불후신을 빼앗아 갈 수도 있네.”
* * *
도성 밖에 모인 각 세력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대부분 목진이 반년 동안 마하고족이 두려워 일부러 만고탑에 피신 중이라 여겼다.
정작 마하고족과 부도신족 사람들은 이를 무시한 채 만고탑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위잉!
그때 만고탑이 파르르 떨리더니 오묘한 광권을 내뿜다가 한 갈래 빛줄기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에 마하천이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고 탑의 끝자락을 쳐다봤다. 잠시 후, 그윽한 빛기둥에 늘씬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 보였다.
늘씬한 청년의 훤칠한 얼굴에서 은은한 옥광이 발했고 그윽한 두 눈에서는 금광을 발하는 것이 신비롭기 그지없어 보였다.
그는 다름 아닌 만고탑에서 5년 동안 수련하고 이제야 나온 목진이었다.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주위를 쓰윽 훑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바로 알아챘다.
만고탑에 들어가기 전이었으면 당황했겠지만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일전의 목진은 상대방의 실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지만 5년 동안 열심히 수련한 덕분에 실력이 부쩍 향상되었다.
“마하고족에서 나를 위해 이렇게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했다니! 내가 비록 운 좋게 만고불후신의 주인이 되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네.”
목진은 마하고족 사람들을 쓰윽 훑더니 마하천과 그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백발노인을 지그시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목진의 말에 도성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각 정예 세력의 강자들은 피식 웃었다. 마하고족의 태도가 뻔히 보이는데도 이리 말했다는 것은 목진이 일부러 마하고족의 체면을 구기려고 한 짓이 분명했다.
“자네가 과연 만고불후신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마하천이 입을 열기도 전에 마하유가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외쳤다.
그는 만고탑 쟁탈전에서 목진한테 엄청난 기회를 빼앗겨 만고불후신을 잃었다. 하여 그는 반년 동안 상당히 괴롭게 지냈다. 마하천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대역 죄인으로 몰려 험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마하유는 목진을 보니 저절로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런데 그때, 마하천이 녀석의 앞에 나서더니 미소를 지은 채 목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넌 정말 천부적 재능이 뛰어난 아이구나. 무려 만고불후신의 인정을 받았다니, 참으로 놀랍구나.”
“과찬이세요. 마하유가 조금만 신중했어도 분명 암금색 허상이 가짜라는 걸 발견했을 거예요. 그럼 제가 만고불후신의 주인이 되지는 않았겠죠?”
목진의 말에 마하유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그는 당장이라도 목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마하고족에서 수만 년 동안 만고불후신을 잘 지켜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니, 이렇게 쉽게 가져가는 건 옳지 않은 것 같구나.”
마하천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눈을 축 드리웠다.
“그거야 말로 아닌 것 같네요. 불후대제께서는 만고불후신을 마하고족에 잠시 맡겼을 뿐, 언젠가 적당한 주인이 나타나면 당연히 그 사람한테 내줘야죠. 그리고 불후대제께서 대일불멸신과 불후금신의 완전한 수련법을 마하고족에 넘겼다는 것자체가 마하고족한테 더 많은 기회를 준 것 아닌가요?”
“그것이야말로 불후대제께서 마하고족에 준 보상이겠죠. 아쉽게도 마하고족은 수만 년 동안 만고불후신의 주인이 되지 못했으니 누굴 탓할 일도 아니죠.”
목진이 태연하게 서서 한 말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하고족은 만고불후신의 수호자란 핑계로 수만 년 동안 엄청난 우세를 차지했다. 사실, 그들이 만고불후신을 차지할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니 그들의 실패는 결국 자신들의 문제였다.
목진의 말을 들은 마하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바로 정색했다.
“불필요한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 대신 제안을 하나 하고 싶구나. 네가 만고불후신을 마하고족에 백 년만 더 맡기면 그 뒤로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다, 어떠냐?”
마하천의 말에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는 무려 성급 천지존인 마하천이 이따위 소리나 지껄일 줄은 몰랐다.
만고불후신을 마하고족에 백 년간 더 맡긴다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하고족의 족장이란 사람이 이제 체면도 차리지 않는 건가요?”
청연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피식거리며 말하자 목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은 그만하시죠. 만고불후신이 나를 주인으로 인정했으니 당신들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예요. 그러니 주인인 제가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이렇게 현장은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럼 우리 마하고족의 제안을 들어주지 않겠단 말이냐?”
마하천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쿵!
잇따라 성급의 위압감이 돌풍처럼 휘몰아치며 목진에게 향했는데 위압감이 형성된 공간은 바로 봉인되었고 공기는 물론이고 영력마저 호박에 갇힌 벌레처럼 꼼짝 못 했다.
이 엄청난 성급의 위압감은 당연히 목진한테 내려앉았는데 그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피식 웃었다.
만고탑에 들어가기 전이었다면 성급 천지존이 형성한 위압감에 꼼짝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5년 동안의 수련을 거쳐 불후 본원으로 육신을 다시 가꾼 그는 이미 불후의 몸을 이뤘다. 육신만 비교하면 일반 성급 강자도 그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