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화. 흑천고족(黑天古族)
위잉!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몸에서 금광을 발했고 피와 살이 요동치더니 육신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이와 동시에, 목진한테서 상대방과 비슷한 정도의 힘이 폭발하자 주위의 봉인되었던 공간은 유리처럼 와장창 깨졌다.
마하천이 이룬 무서운 위압감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졌다.
“뭐지?”
그 광경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고 수많은 천지존들마저 적잖게 놀랐다. 그들은 성급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았다. 아무리 선급 후기의 강자라도 꼼짝 못 해야 정상인데 목진은 어찌 이토록 쉽게 상대방이 형성한 위압감을 떨쳐낸단 말인가?
마하고족의 장로들도 표정이 일그러진 채 목진을 바라봤고 마하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반면, 마하천과 그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백발노인은 바로 눈치를 채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신비로운 금광을 발하는 목진의 육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청연정과 부도현은 목진을 도와주려 나서려다가 멈춰서서 멍하니 그를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건…… 성급 육신이 아닌가!”
마하천, 청연정 등이 한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성급 육신이라니!”
청연정, 마하천 등 성급 천지존들이 한 말에 사람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진 채 탑 꼭대기에 서 있는 늘씬한 청년을 쳐다봤다.
대천세계에서 성급은 최정예급 강자로 모든 생명의 찬양을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성급 강자는 상당히 적었고 성급 육신은 그보다 훨씬 희귀했다.
육신의 수련이 워낙 어려운 데다가 이를 성급에 이를 정도로 만든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태껏 대천세계에서 성급 육신을 지닌 사람은 열 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현장에 있는 다섯 명의 성급 천지존, 심지어 마하천도 성급 육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여 다들 목진이 성급 육신을 수련해냈단 말에 이토록 놀랐던 것이다.
“목…… 목진이 성급 육신을 수련해냈다니!”
청연정 뒤에 서 있던 현광과 묵동도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린 채 서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부러운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성급 육신은 모든 수련자들이 꿈에도 바라는 일이었다.
그들은 그제야 목진에 대한 불만이 완전히 사라졌다. 목진이 성급 육신을 수련해냈다는 것은 성급 강자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란 걸 의미했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묵동과 현광을 초월했다.
이 정도 실력을 갖췄다면 목진은 이미 부도신족의 족장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묵동과 현광은 마음이 복잡미묘해졌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목진은 부도신족의 호위 영진의 힘으로 이들을 상대해야만 했는데 지금은 뭘 해도 그의 육신 방어를 뚫지 못할 것이다.
성급 육신은 아무나 수련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법이군, 제법이야.”
부도현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고지식한 그도 목진의 성급 육신에 적잖게 놀랐다.
“목진이 만고탑에서 엄청난 기회를 획득해 반년 동안 성급 육신을 수련했나 보군.”
청연정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녀석, 만고불후신의 주인이 되었다고 우쭐거리지 않고 만고탑에 숨어 실력을 키울 줄도 알다니, 제법이군.”
부도현은 이내 감탄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만고불후신 같은 강대한 지존법신을 획득해 바로 안하무인이 되어 유아독존을 외쳤을 것이다. 목진이 이런 마음가짐을 가졌었다면 엄청난 재앙이 닥쳤을 것이다.
부도현의 칭찬에 청연정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반면, 마하고족 측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장로들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반년 만에 마하유도 홀로 상대하기 어려워하던 목진이 성급 육신을 수련해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리되면 목진의 실력이 엄청날 정도로 폭등해 진정한 성급도 상대할 수 있었다.
마하유는 혈안이 되어 목진을 쏘아봤다. 그는 당장이라도 목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누려야 했던 것들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목진만 아니었으면 그는 마하고족에서 유일하게 성급 육신을 수련해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또 언젠가 성급에 이르면 전투력이 마하천을 능가해 마하고족의 최강자가 될 수도 있었다.
마하유는 천라대륙에서 목진을 죽이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되었다. 그러면 목진은 만고회에마저 참석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아쉽게도 이 세상에 시간을 거스르는 법은 없었고 마하유는 완전히 탈바꿈한 목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았다.
마하천도 지극히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네가 성급 육신을 수련해냈을 줄은 몰랐구나. 그래서 우리 마하고족의 호의를 무시했던 것이냐?”
“호의라니요?”
탑 꼭대기에 서 있는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마하 족장님의 제안을 호의라고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마하천이 마하고족의 족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실력뿐만 아니라 뻔뻔함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속내 덕분이었다. 그가 한 말은 아무나 내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일을 좋게 끝내려고 하였는데 네가 성급 육신을 수련해냈다고 너무 우쭐거리는구나. 넌 결국 만고불후신을 우리 마하고족에 돌려줘야 할 것이다!”
“허허, 웃기지도 않는군. 마하고족에서 과연 무슨 수로 만고불후신을 가져가려는 건지 보겠네!”
마하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청연정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도신족에서 정녕 우리 마하고족과 싸우려는 건가?”
마하천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청연정을 노려보며 물었다.
“당신이 조금만 물러섰어도 우리 부도신족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네.”
부도현의 말에 마하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당신들이 이럴 줄 알았네. 역시 그 사람을 불러내야 한단 말인가?”
잇따라 마하천이 앞쪽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흑천, 그만 나오게.”
마하천의 말과 함께 밝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는데 바로 코앞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 같았다.
다행히 하늘은 금세 다시 밝아졌고 마하천의 옆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두 사람의 눈은 온통 까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목진은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을 살피고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상대방한테서 지극히 무서운 파동이 느껴졌다. 그들도 성급 천지존이었다!
“흑천고족의 흑천(黑天), 흑지(黑地), 당신들도 이 일에 끼어들려 한단 말인가?”
청연정, 부도현 등은 두 사람의 출현에 흠칫 놀라 물었다.
“흑천고족?”
목진은 순간 멈칫했다. 그는 이제야 상대방이 누군지 알았다. 저들은 5대 고족중 하나인 흑천고족 출신이었다!
도성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도 적잖게 놀랐다. 마하고족에서 흑천고족의 성급 천지존 두 명을 데리고 왔을 줄 몰랐다.
흑천고족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반인은 물론 성급 천지존은 정말 보기 어려운 존재였다.
청연정의 말에 반보 정도 앞쪽에 서 있던 사내가 고개를 가볍게 들었는데 창백한 얼굴을 보니 평생 햇볕이 없는 곳에서 생활한 듯했다.
“흑천고족은 마하고족에 진 빚이 있어 어쩔 수 없네. 부디 양해해주길 바라네.”
사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청연정과 부도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흑천고족 때문에 쌍방의 실력이 엄청난 차이가 생겼다. 성급 천지존 다섯 명을 상대해야 한다니 부도신족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청연정 등의 뒤에 서 있는 부도신족의 천지존들도 불안한 듯 안절부절못했다.
마하고족은 만고불후신을 지켜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작정인 것 같았다.
“네가 만고불후신을 가져가지 못할 거라고 하지 않았더냐?”
마하천은 흑천과 흑지한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돌아서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싸워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말했다.
그는 비록 흑천과 흑지의 출현에 조금 놀랐지만 절대 만고불후신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참 주제도 모르는구나. 성급 육신을 획득했다고 네가 천하무적이 된 줄 아느냐?”
마하천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흑천과 흑지한테 말을 건넸다.
“두 사람은 부도신족을 맡아주게.”
“만고불후신은 우리 마하고족에서 알아서 할 것이네.”
이에 흑천과 흑지는 서로 마주 보더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양대 고족의 대결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진 빚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
마하천 뒤에 서 있던 마하유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제아무리 성급 육신을 수련했어도 결국 마하고족에 잡힐 것이다.
“누가 감히!”
청연정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뒤쪽에 거대하기 그지없는 영진이 형성되었는데 따로 세상을 이룬 듯한 영진에서 무서운 위압감이 느껴졌다.
또한, 흑광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흑천과 흑지는 그 앞을 막아 나섰는데 뒤쪽에 어둠이 드리운 것이 어둠의 세계를 방불케 했다.
이와 동시에 마하천이 뒤에 서 있던 흑백 지팡이를 든 두 노인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하며 곧장 목진에게 향했다.
목진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보더니 이내 정색하며 주먹을 꽉 쥐자 몸에서 다시 금광을 발했다.
위잉!
그런데 그때, 오래된 영력 광막이 나타나 마하고족의 성급 천지존 두 명의 앞길을 막았고 창로한 목소리가 덩달아 울려 퍼졌다.
“허허, 참 떠들썩하군. 그런데 우리 성녀가 목진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하여 태령고족에서는 그 명을 따를 수밖에 없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는데 내리쬐는 빛기둥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 것이 보였다.
상대방도 고개를 숙여 목진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는데 목진의 마음이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오래된 빛기둥이 내려앉자 지극히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쳤다. 만고성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강자들은 흠칫 놀랐다.
“태령고족까지 오다니!”
“쯧쯧, 5대 고족 중 네 곳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한 일이 아닌가?”
“목진은 정말 대단하군. 염제, 무조와 사이가 좋을 뿐만 아니라 태령고족과도 연관이 있다니 말이네. 참 무서운 녀석일세…….”
“그러게 말이야. 무한의 화역과 무경에서 오지 못해 다행이지 그들까지 왔으면 마하고족은 상당히 난감해졌을 것이네.”
* * *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를 들은 마하고족 장로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마하천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태령고족이 갑자기 나타나 그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부도신족과 태령고족은 그렇게까지 가까운 사이가 아닌데 어찌 5대 고족 중 최강자인 마하고족을 상대하면서까지 부도신족의 편을 들려 한단 말인가?
“태명노조(太冥老祖)군. 당신이 갑자기 마하고족에 올 줄은 몰랐네.”
마하고족의 족장인 마하천은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대방한테 말을 건넸다.
어느새 영력 빛기둥이 사라지자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한 명은 하얀색 도포를 입은 노인으로 창로하게 생겼지만 피부는 갓난아이처럼 매끄러웠고 인자하게 웃고 있어 신비롭고 지혜로운 사람처럼 보였다.
대부분 그 노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태령고족의 대장로인 태명노조였다.
사람들은 그 옆에 서 있는 여인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늘씬한 여인의 은하수 같은 머리카락은 눈부시게 빛났고 그녀가 입은 검은색 치마에 박힌 별들은 반짝반짝 빛났다.
아름다운 여인의 새하얀 피부에 은은한 옥광이 돌았고 앵두 같은 작은 입은 매우 탐스러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리알같이 맑은 눈동자였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듯한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면 다들 저도 모르게 빠져들 것만 같았다.
또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갖춘 여인은 그야말로 절세의 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