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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61화 (960/1,000)

961화. 마하천과의 대결

“허허, 별말씀을…… 부르지도 않았는데 왔다고 탓하지나 말게나.”

태명노조는 생긋 웃으며 말했고 마하천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물었다.

“마하고족과 태령고족은 원한 관계가 아닌데 왜 이 일에 끼어드는 건가?”

이에 태명노조도 한숨을 쉬더니 옆에 서 있는 경국지색의 여인을 가리키며 답했다.

“이건 절대 내 탓이 아니라네. 이 아이가 정인을 구해야 한다며 기어코 오려고 하니 나도 어쩔 수 없었네.”

마하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옆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

“저는 낙리라고 합니다. 태령고족 장로들 덕분에 지금은 태령고족의 성녀가 되었죠.”

성급 천지존 마하천의 물음에 태명노조의 옆에 서 있던 여인은 미소를 짓더니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답했다.

“태령고족의 성녀?”

마하천은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태령고족에는 족장이 없는 대신 성녀가 존재했다. 즉 태령고족에서 성녀가 곧 족장이라는 소리였다.

태령고족의 성녀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해서 지금까지 자리를 비워뒀는데 이 여인이 그 자리를 꿰찼다니, 그녀가 정녕 그토록 훌륭하단 말인가?

“네가 태령고족의 성녀라면 태령고족을 위해서라도 이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다 태령고족에 불똥이라도 튀면 어떡한단 말이냐?”

마하천은 협박 아닌 협박을 했는데 낙리는 미소를 짓더니 그리움 가득한 눈빛으로 만고탑 정상에 서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답했다.

“전 저 사람을 위해 태령고족의 성녀가 된 겁니다. 그러니 저 사람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성녀의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겠죠.”

이에 다들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더니 한이 맺힌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녀석은 운이 좋을 뿐만 아니라 정인까지 훌륭했다. 낙리는 마하천의 협박에도 끄떡없었다. 그 모습에 다들 목진이 이 세상 최고의 행운아라 여겼다.

“낙리야, 내 마음도 좀 헤아려주면 안 되겠니?”

옆에 서 있던 태명노조가 시무룩하게 한 말에 낙리는 왠지 미안한 듯 답했다.

“대장로께서도 이미 알고 계셨잖아요.”

낙리의 말에 태명노조는 이내 한숨을 쉬더니 언짢은 듯 만고탑 정상에 서 있는 목진을 쏘아봤다. 녀석만 아니었으면 낙리는 태령고족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태령고족의 성녀와 목진이 무슨 사이란 말이냐?”

부도현이 흠칫 놀라 묻자 청연정은 흐뭇하게 웃으며 낙리를 바라봤다. 청연정은 북창대륙에서 낙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인상이 깊게 남아있었다. 낙리는 천부적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강인한 의지를 가진 좋은 아이였다.

“저 아이는 내 며느리랍니다.”

청연정이 으쓱하여 답했다.

그녀는 아들이 대단하면서도 기특했다.

부도현은 멈칫하더니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녀석, 제법이구나. 태령고족의 성녀마저 정인으로 두다니 말이야.”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마하천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낙리와 태명노조를 노려봤다.

“오늘, 기어코 이 일에 끼어들겠단 말인가? 그런데 성급 한 명이 늘었다고 뭐가 달라질까?”

낙리와 태명노조 중, 태명노조만 성급에 이르렀고 낙리는 실력이 폭등했지만 아직 영급이었다. 대전 결과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마하 족장, 우리 태령고족의 성녀를 너무 무시하는군.”

태명노조가 피식 웃다가 득의양양하여 한 말에 낙리는 눈을 깜빡이며 결인했다.

위잉!

낙리의 머리 위에서 오래된 영광이 솟구치더니 오래된 족자가 서서히 펼쳐졌다.

족자는 지극히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더니 거대한 그림자들이 아른거리기 시작했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압박감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성급 못지않았다!

오래된 족자를 살피던 마하천은 순간 표정이 확 일그러졌고 청연정, 부도현 등도 깜짝 놀랐다.

“이건…… 태령고족의 진족 보물인 태령고도(太靈古圖)가 아닌가?”

그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태령고도는 태령고족의 진족 보물이었다. 소문으로 태령고족의 성급 천지존은 죽기 전에 자신의 영력을 전부 태령고도에 봉인했다. 그래서 이 진족 보물은 엄청난 위력을 지니게 되었다.

태령고도의 힘만으로도 성급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태령고도는 상당히 까다로워 여태껏 태령고족에서 이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세 명밖에 없었다.

하여 마하천 등은 낙리가 태령고도를 소환한 것을 보고 놀랐던 것이었다.

그들은 이제야 태명노조가 왜 낙리를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지 깨달았다. 낙리는 실력이 영급일 뿐이지만 성급조차 감히 그녀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한편, 목진은 낙리의 실력 향상에 기분이 좋은 한편, 마음이 아팠다. 낙리는 이를 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때 목진의 시선이 느껴진 낙리도 고개를 돌려 가볍게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꼭 자신이 곧 목진을 따라잡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인의 미소에 목진도 방긋 웃더니 고개를 숙여 마하천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마하천, 만고불후신을 되찾고 싶거든 직접 나서세요. 마하고족 족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겪어보고 싶군요!”

목진이 껄껄 웃으며 한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목진이 감히 마하천을 상대하려 한단 말인가!

목진의 말에 사람들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사람들은 목진이 먼저 마하천한테 도전장을 내밀 줄 몰랐다.

마하천은 무려 염제와 싸운 적이 있던 존재로 대천세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목진은 참 겁도 없군. 마하천은 무려 성급 중기에 이른 강자로 대천세계에서 그를 쓰러뜨릴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러게 말이네. 목진의 육신이 아무리 성급이라도 어찌 마하천의 상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역시 너무 건방지군. 정인 앞에서 센 척하려는 것 같네.”

* * *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목진이 패배할 거라 여겼다.

“허허, 네 정인은 정말로 담대하구나.”

태명노조도 흠칫 놀라 목진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낙리한테 말을 건넸다.

그 역시 마하천을 상대로 필승의 확신이 서지 않는데 목진이 먼저 도전장을 내밀다니, 이는 담대하다기보다 주제를 모른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았다.

정작 낙리는 태명노조가 히쭉거리며 한 말에 미소를 지은 채 서 있기만 했다. 목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낙리는 그가 절대 무모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목진이 먼저 마하천을 상대하려는 데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면, 마하천은 목진의 말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피식 웃더니 무한의 압력을 실은 채 입을 열었다.

“허허, 나 마하천을 무시하다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무려 5대 고족 중 최강자인 마하고족의 족장인 마하천한테 도전장을 내밀다니, 이 일이 알려지면 그는 분명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설마 두려운 건 아니죠?”

목진은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

정말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경천의 대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목진도 부도신족과 태령고족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여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마하천을 제압해야 적은 대가로 오늘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마하천도 목진의 속내를 바로 알아챘고 동의했다. 4대 고족 사이에 정말 싸움이 벌어지면 아무리 마하고족이라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목진과의 대결로 이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마하천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한 손을 뒤로한 채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네가 굳이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겠다면 그 소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겠구나.”

꽈르릉!

마하천이 말을 마친 순간, 엄청난 뇌명과 함께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어 천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럼 이번 기회에 마하고족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해봐야겠네요!”

말을 마친 목진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자 몸에서 불후의 기운과 함께 금광을 발했는데 그의 몸이 황금으로 빚은 것처럼 보였다.

잇따라 목진 주위의 공간이 강력하기 그지없는 그의 육신의 힘을 견디지 못하듯 와장창 무너졌다.

구경꾼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상황을 살폈다. 염제를 상대했던 최정예급 강자와 성급 육신을 수련해낸 젊은 강자의 대결은 그야말로 흥미로웠다.

그때 목진은 매의 눈으로 먼 곳에 뒷짐을 쥔 채 서 있는 마하천을 쏘아보더니 발을 가볍게 구르며 상대방에게 향했다.

쿵!

목진이 나선 순간, 앞쪽 공기가 모조리 폭발했다. 그의 속도가 너무 빨라 공기마저 견디지 못할 정도였는데 지나간 곳마다 바로 진공 상태가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하천 바로 앞에 나타난 목진은 불후의 기운이 깃든 황금색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성급 육신 덕분에 파멸의 위력을 지닌 목진의 공격에 선급 후기 정상에 이른 강자도 즉사할 정도였다.

“성급 육신은 역시 남다르군.”

앞쪽에서 휘몰아치는 무서운 힘을 느낀 마하천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이내 감탄하며 옷깃을 휘날렸다.

슉!

흑백 두 갈래 빛줄기는 거대한 두 마리 용처럼 서로 얽히고설키며 나타나더니 울부짖으며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쿵!

양자가 부딪친 순간, 경천의 소리가 났고 그 주위의 공간은 와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엄청난 충격파가 수만 장까지 퍼져나갔다.

이와 동시에,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육신의 힘이 폭발하자 흑백 빛줄기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듯 부서져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치익!

그런데 흑백 광점은 바로 다시 뭉쳐지더니 훨씬 단단해졌고 무섭고도 놀라운 속도로 공격을 개시했다.

쿠쿠쿵!

흑백 빛줄기는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의 주먹을 수백 차례 공격했는데 양자가 매부딪칠 때마다 무서운 충격파를 형성했다. 이렇게 목진의 권광은 빠르게 어두워지더니 결국 부서졌고 흑백 빛줄기는 목진의 방어벽을 뚫고 그의 가슴팍을 때렸다.

퍽!

목진은 멀리 튕겨 나가더니 아래쪽 만고성에 추락했는데 주위의 건물들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폐허에서 나온 목진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더니 움푹 파인 가슴을 대수롭지 않게 쳐다봤다. 그의 가슴팍에 난 상처는 육안으로 보기엔 상당히 엄중한 것처럼 보였다.

잇따라 목진의 몸에 금광이 번쩍이더니 움푹 파였던 그의 가슴팍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성급 육신이 이토록 단단하단 말인가? 성급 중기의 공격에도 끄떡없군.”

사람들은 몰래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마하천이 일전에 한 공격은 성급 초기에 이른 강자라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인데 목진은 육신만으로 견뎌냈다. 성급 육신이 얼마나 강대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허공에 서 있는 마하천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도 성급 육신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역시 성급 중기의 강자는 남다르군.”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가슴팍을 만지작거렸다. 그가 성급 육신을 수련해내지 않았더라면 아마 상대방의 공격에 즉사했을 것이다.

역시 마하천 정도의 강자를 상대하려면 전력을 다해야 했다.

이에 목진은 길게 숨을 내뱉더니 눈에서 영광이 번쩍였고 체내의 웅장한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쳐 영력 빛기둥이 솟구쳤는데 영력 파동이 무서운 속도로 폭등해 선급 중기에 이르렀다.

“선급 중기라니!”

마하유는 목진의 체내에서 폭발한 영력 파동을 느끼고는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만고탑에서 그를 상대했을 때까지만 해도 목진은 막 영급 후기에 이르렀었다. 그런데 반년 사이 선급 중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적잖게 놀랐고 질투로 가득 찬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그가 얻은 기회는 실로 엄청났다. 목진은 성급 육신을 수련해냈을 뿐만 아니라 만고불후신까지 획득했고 영력마저 폭등해 선급 중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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