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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64화 (963/1,000)

964화. 고탑으로 옥병을 제압

휘익!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흑백의 기운은 음양이 아우러지듯 오묘하기 그지없었고 이 구역을 온전히 흑과 백 두 가지 색깔로 물들였다.

구경꾼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떠 있는 흑백 빛기둥에 깃든 흑백 옥병을 쳐다봤다. 천지존들도 옥병이 형성한 엄청난 위압감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청연정, 부도현, 태명노조 등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잔뜩 경계하며 허공에 떠 있는 흑백 옥병을 쳐다봤다.

마하음양병은 마하고족의 진족 성물로 위력이 상당해 일반 성급 천지존은 절대 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한 번 사용하면 본연의 힘을 소모하게 되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하여 다들 마하천이 마하음양병을 꺼내자 깜짝 놀랐던 것이다.

“마하천, 저 미친놈.”

태명노조가 중얼대자 낙리도 주먹을 꽉 쥐었는데 머리 위에 떠 있는 족자에서 영광이 번쩍였다.

“낙리야, 침착하거라. ”

낙리는 이를 악물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마하천을 노려봤다. 그는 목진을 궁지에 몰아넣는 마하천이 너무 미웠다.

“걱정 말거라. 목진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절대 저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란다.”

태명노조는 황급히 낙리를 달랬다. 그는 낙리가 홧김에 자신의 정혈로 태령고도를 사용할까 봐 두려웠다. 그리하면 낙리한테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에 낙리는 주먹을 꽉 쥐고 서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안정을 되찾고 손에 힘을 풀었다. 그녀는 자신이 강제로 나섰어도 아무런 소용도 없을 걸 잘 알았다. 그런데 마하천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으면 그녀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목진의 곁을 지키리라 마음먹었다.

한편, 목진도 흑백 옥병의 등장에 눈가를 파르르 떨었는데 옥병이 방출한 위력에 위협감을 느꼈다.

“역시 고족은 남다르군.”

목진이 중얼거렸다.

흑백 옥병의 위력은 아마 대천세계에서 10위권에 들 것이다.

그때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던 마하천이 고함을 지르며 한 손으로 결인하자 조용히 떠 있던 마하음양병에서 흑백의 빛을 방출했다.

그것은 지극히 순수한 영력으로 이뤄진 것으로 차가운 음과 뜨거운 양이 아우러지면서 여러 가지 오묘한 현상을 이뤘는데 이에 닿은 천지의 영력은 바로 흑백의 색상으로 변했다.

잠시 후, 영력은 미친 듯이 들썩이는 흑백의 바다를 이뤄 거대한 만고진인구를 공격했다.

치익!

흑백의 빛과 투명한 빛이 맞닿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무서운 두 갈래 힘이 서로를 사정없이 집어삼키려 애썼다. 이번에는 만고진인구가 발하던 투명한 빛이 점차 희미해졌다.

만고진인구의 힘이 사라지고 있었다.

잠시 후, 마하천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마하무량신이 한 갈래 흑백 빛기둥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만고진인구를 공격했다.

흑백 빛기둥의 공격에 만고진인구에 균열이 일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그 광경에 다들 소름이 쫙 돋았다. 마하음양병 덕분에 마하천은 성급 후기 천지존도 상대할 자격이 생겼다.

아무리 목진한테 만고불후신이 있다고 한들 마하음양병을 쥔 마하천을 이기기란 어려울 것이다. 현재, 목진은 겨우 선급 중기일 뿐이니 말이다.

그때 마하무량신의 어깨 위에 서 있던 마하천은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마하음양병을 수중에 넣으며 말을 건넸다.

“아직도 만고불후신을 내놓지 않을 것이냐?”

마하천의 질문에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저를 쓰러뜨리기 위해 참 애쓰네요.”

“너를 이긴다고 해도 전혀 기쁠 일은 아니지만 만고불후신만 획득할 수 있다면 뭐가 대수일까?”

마하천은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조금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지금이라도 만고불후신을 나한테 넘기면 백 년 뒤에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만고불후신은 이미 나를 주인으로 인정했으니 절대 건네주지 않을 겁니다.”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자 마하천은 이내 살기를 품었다.

“그럼 내가 직접 나서 빼앗는 수밖에 없겠구나!”

“마하 족장님, 마하고족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저를 쓰러뜨리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허허.”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말했고 마하천은 피식 웃었다. 그는 목진이 센 척한다고만 여겼다.

“그럼 너한테 또 무슨 수단이 있는지 봐야겠구나!”

말을 마친 마하천이 손을 번쩍 들자 마하음양병이 서서히 떠오르며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마하천,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닌가?”

청연정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보는 앞에서 내 아들한테 무슨 짓인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건가?”

청연정은 마하음양병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하천은 이것으로 염제, 무조 정도의 실력자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 곧 마하천의 낭패한 꼴을 보게 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갑자기 들리는 목진의 목소리에 다들 흠칫 놀랐다. 설마 목진은 마하음양병을 든 마하천마저 쓰러뜨릴 수단이 있단 말인가?

어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마하천은 현재 성급 후기 천지존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목진한테는 성급 육신과 만고불후신이 있긴 하지만 성급 후기에 이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청연정도 어리둥절해졌지만 목진에 대한 믿음으로 잠시 고민하다가 뒤로 물러섰다.

“녀석한테 따로 방법이 있단 말인가? 그럴 리가…….”

태명노조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목진은 빠져나갈 구멍이 더는 없어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하천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씨익 웃더니 두 손으로 결인했는데 마하음양병의 주둥이에서 흑백의 빛이 번쩍이며 흑백 홍류가 쏟아져나와 목진에게 향했다.

이 정도 위력의 흑백 홍류라면 성급 육신도 금세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정작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고개를 들고 자신을 향한 흑백 홍류를 쳐다보았다. 그는 주위 백 장 범위에 들어섰을 때 가볍게 한숨을 쉬며 돌아서 만고탑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마하천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네요. 선배님, 이만 나서주세요.”

위잉!

바로 그때, 석탑이 갑자기 파르르 떨리더니 정상에서 억만 갈래의 빛이 솟구쳐 흑백 홍류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쿵!

이와 동시에, 석탑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마하음양병의 위쪽에 나타나 이를 가둔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쿠쿵!

만고탑에 엄청난 충격이 일더니 금세 조용해졌고 하늘에서 휘몰아치던 흑백의 기운은 마하음양병과 함께 사라졌다.

석탑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갔을 뿐인데 이 구역은 어느새 안정을 되찾았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다들 넋이 나갔다.

텅 빈 하늘을 바라보더니 소름이 쫙 돋았다.

“뭐지!”

마하천과 마하고족의 장로들도 멍하니 만고탑을 쳐다봤다.

“어떻게 된 일이지?”

청연정, 태명노조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석탑을 바라봤다. 그들은 석탑에서 신비롭고도 강대한 힘을 느꼈다.

그 힘에 그들마저 두려움을 느꼈다.

“이 힘은…….”

청연정, 부도현 등은 서로 마주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불후대제군!”

성급 천지존경을 훌쩍 뛰어넘은 사람이 불후대제를 제외하고 또 누가 있단 말인가?

마하천도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혈안이 되어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 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우리 종족의 마하음양병은 어디 숨긴 것이냐?”

“불후대제께서 만고불후신을 마하고족에 맡기긴 했지만 당신들이 타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를 차지하려는 것에 대비해 일정한 수단을 남기셨답니다.”

목진은 상대방을 힐끗 쳐다보며 답했다.

일전에 목진이 만고탑에서 나오기 전, 창로한 허상은 마하고족에서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만고탑에 남은 힘을 사용해도 된다고 알렸다.

그 힘은 불후대제께서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까 봐 남긴 것이었다.

목진은 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하천이 진족 성물까지 꺼내 어쩔 수 없었다.

“만고탑의 힘은 1년 동안 유지될 될 테니, 1년 뒤 만고탑이 사라지면 마하음양병도 함께 풀려날 거예요.”

목진은 마하천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제 어떡할 예정인가요?”

마하천은 잔뜩 화가 나 얼굴에 경련이 일었고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불후대제는 처음부터 마하고족을 온전히 믿고 만고불후신을 맡긴 것이 아니었다.

이를 생각하자 너무 화가 나 어쩔 바를 몰랐다.

“너 따위 어린놈이 감히 마하고족의 족장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

마하천은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죽은 지 오래된 불후대제 따위가 어떻게 마하고족을 제압하려는지 똑똑히 보자꾸나!”

“네가 진정 만고불후신을 가져가려 한다면 마하고족과 싸워야 할 것이다!”

마하천은 나지막하게 외치며 마하고족 사람들을 쳐다봤다.

“마하고족, 싸울 준비를 하거라!”

이에 마하고족 장로들은 도천의 영력을 끌어올리며 싸울 준비를 마쳤다.

그 광경에 청연정, 태명노조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하천은 정말 미친 것 같았다!

“그럼 부도신족도 끝까지 상대해주겠네!”

청연정도 깊게 숨을 들이켜며 외쳤다.

“그럼 태령고족도 동참하는 수밖에…….”

태명노조는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네. 어디 한 번 제대로 싸워봅시다. 당신들이 과연 우리 마하고족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마하천이 껄껄 웃으며 한 말에 구경꾼들은 깜짝 놀랐다. 3대 고족이 정녕 대결을 펼칠 거란 말인가? 이리되면 대천세계는 발칵 뒤집힐 것이다.

목진도 어느새 안색이 어두워졌다.

쿵!

그때 멀리서 갑자기 오래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하천, 청연정, 태명노조 등 성급 강자들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건…… 대천궁의 대천종(大千鐘)이 아닌가?”

잇따라 허무한 곳에서 한 갈래 빛기둥이 나타나더니 튼실한 사내가 허공을 가르며 모습을 드러냈는데 엄청난 위압감에 천지가 파르르 떨렸다.

이와 동시에, 웅장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오늘의 대결은 대천궁을 봐서 그만 멈추게.”

마하천, 청연정 등은 상대방의 출현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들 그가 이곳에 올 줄 몰랐다.

상대방은 바로 주마왕 진천이었다!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다들 흠칫 놀라 빛기둥을 쳐다봤다. 빛기둥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온몸에서 별빛이 빛나는 듯했는데 그의 옷에는 산과 호수가 새겨져 있었고 그윽한 눈은 눈부시게 빛났다. 가만히 서 있었는데도 경천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대천궁의 주마왕 진천이라…….”

사람들은 깜짝 놀라 외쳤다.

대천세계에 최정예급 세력은 많지만 그중 최강 세력은 대천궁 뿐이었다. 그 세력은 대천세계 전체를 보듬기 때문이었다.

대천궁은 사실 대천세계의 연맹이나 다름없었다.

역외사족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진 연맹 말이다.

이러한 대천궁을 세운 사람이 다름 아닌 불후대제였다.

상고 시기, 대천세계의 세력들은 대천궁으로 인해 하나로 뭉쳤고 함께 역외사족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여 대천세계가 역외사족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대천궁의 공로가 상당히 컸다. 이에 다들 아직도 대천궁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염제, 무조 같은 최정예급 강자도 대천궁의 장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한편, 대천궁에서 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려면 주마점이 필요한데 천마제를 한 명 죽여야 주마왕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흔했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주마왕은 더없이 희귀한 존재였다.

지금 천마제를 죽이려면 역외사족의 지역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성급 천지존경에 이른 사람도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수천 년 동안, 대천궁에 주마왕은 한 명뿐이었다. 그는 역외사족의 지역에 들어갔다가 녀석들의 시체를 밟고 돌아온 절세의 강자였는데 그가 바로 지금 사람들 앞에 나타난 진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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