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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69화 (968/1,000)

969화. 강자들이 한데 모이다

수많은 산맥을 거닐며 1각 정도가 지나서야 점차 속도를 줄였다.

잠시 후, 아래쪽에 상당히 큰 검은색 광장이 나타났는데 그 위에 굵직하고 얼룩진 검은색 기둥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검은색 기둥이 아니라 세로로 놓인 커다란 관이었다.

동으로 만들어진 관들에 뾰족한 못이 가득 박혔지만 여전히 괴이하기 그지없는 파동이 스며져 나왔다.

이에 목진이 머릿속에서 관들의 위치를 연결했는데 엄청난 위력이 깃든 영진이 서서히 형성되었다.

그는 그제야 동으로 만들어진 관들이 곧 불후대제가 남긴 봉인 영진이란 것을 발견하고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천사신은 검은색 광장의 깊숙한 곳에 봉인된 모양이었다.

검은색 광장은 수많은 무덤 중간에 덩그러니 놓인 채 묵직한 기운을 방출했고 검은색 관이 그 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

목진 등은 이내 정색한 채 광장을 살폈다. 특히, 청연정은 성급 대종사라 영진 방면의 조예가 깊어 광장에 놓인 동관이 얼마나 무서운 영진을 이뤘는지 누구보다 잘 느낄 수 있었다.

이 영진의 등급은 성급을 초월했다.

“이 정도 위력의 영진이 움직이면 성급도 즉사할 것 같군.”

청연정은 이내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천사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네요. 이런 봉인 영진으로도 4만 9천 년 동안 봉인해야 비로소 녀석의 생명 흔적을 완전히 없앨 수 있으니 말이에요.”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에 청연정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불후대체 역시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을 끌어모아 대천세계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불후대제는 참 대단한 존재였다.

“그러니 절대 멸세의 악마를 살려둬서는 안 된단다.”

어느새 그들은 회색 도포를 입은 사람들을 따라 검은색 광장 옆에 놓인 산맥으로 향했는데 정상에 홍황의 맹수처럼 생긴 검은색 궁전이 나타났다.

목진 등이 고개를 들어보니 궁전 앞에 커다란 글 석 자가 적혀 있었다.

대천궁.

대천궁을 살펴보던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대천궁에서 위협감을 느꼈는데 꼭 살아 숨 쉬는 존재 같았다.

“이는 성급 절세의 성물로 대천궁의 진궁 보물이란다. 여러 곳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데다 위력으로 따지면 대천세계에서 10위권에는 들 정도로 강력하단다. 우리 부도신족의 조탑 못지않단다.”

청연정의 말에 목진은 몰래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부도신족의 조탑과 마하고족의 마하음양병의 위력을 직접 본 적이 있어 잘 알았다. 그건 성급이라도 상당히 꺼릴 정도로 무서운 존재였다.

보아하니 대천궁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하게 한 모양이었다.

그때 대천궁 대문이 열렸다. 목진은 청연정과 서로 마주 보더니 함께 들어갔는데 눈앞의 모습이 순간 확 변했다. 대전 내부는 매우 컸고 앞쪽에 환형을 이룬 석좌가 층을 나눈 채 놓여 있었다.

아래로 어느 정도 내려가니 석좌의 색상이 회색에서 은색으로 바뀌었고 더 내려가니 황금색으로 변했다. 이것만 봐도 각 자리의 대우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아래쪽에 앉아있는 사람일수록 신분이 높았다.

석좌에는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사람들이 제법 앉아있었는데 누구 하나 천지존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대천세계에서 대륙의 패주가 되고도 남을 천지존들도 대천궁에서는 더없이 평범해 보였다.

목진은 다른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장 아래쪽에 놓인 황금색 석좌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곳에 낯익은 사람이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는 바로 대천궁의 주마왕 진천이었다.

“허허, 청연정 대장로, 목왕, 낙리 성녀, 멀리 나가지 못해 미안하네.”

목진 등을 바로 알아본 진천은 고개를 들고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이에 목진과 청연정, 낙리도 대천궁의 주마왕과 인사를 나눴다.

“세 분은 화금석에 앉게.”

진천은 미소를 지으며 황금색 좌석을 가리켰는데 다들 수군대며 목진을 쳐다봤다. 석좌의 색상은 대천세계에서의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는 거라 자리 배치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규칙에 따르면 일반 석좌는 영급 천지존들의 자리이고 은색 석좌는 선급, 그리고 성급에 이르거나 최정예급 세력의 주인이라야 황금색 석좌에 앉을 자격이 있었다.

청연정은 성급 대종사면서 부도신족의 대장로라 황금 석좌에 앉을 자격이 충분했고 낙리 역시 태령고족의 성녀로 족장이나 다름없어 자격이 충분했다.

그런데 목진은 천라대륙의 패주가 되어 목부를 거느리고 있긴 하지만 조금전에 제시한 조건에는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 목진이 마하고족에서 벌인 일이 대천세계에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수련실에 숨어 다년간 수련만 한 사람들이라 목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다들 의아하겠지만 목진은 황금 석좌에 앉을 자격이 충분하네. 그는 목부의 주인일 뿐만 아니라 대천궁의 주마왕이고 실력으로 따지면 성급 중기나 다름없네. 더구나…… 그는 만고불후신의 두 번째 주인이라네.”

진천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수련을 마치자마자 한걸음에 북황의 언덕에 달려온 천지존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쳐다봤다.

“백 년 사이, 대천세계에 이런 인물이 나타나다니, 정말 대단하군…….”

나이가 많은 일부 천지존들은 이내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정작 목진은 이를 무시한 채 청연정을 모시고 황금 석좌로 향했다.

황금 석좌의 가장 외곽에 이른 그는 낯익은 사람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고 상대방도 목진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허허, 서천전황, 오랜만이군요. 안 본 사이, 성급에 이르렀군요. 여태껏 무사했나요?”

상대방은 몇 년 전, 목진과 원한 관계를 맺은 서천전황이었다.

그때 서천전황은 낙리를 성녀의 자리에 올리려고 목진과 다툼을 벌였었다. 선급 후기에 이른지 오래되었던 서천전황은 어느새 성급 초기에 이르렀다.

목진의 말에 서천전황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때만 해도 목진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는데 이제 녀석은 성급의 실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대천세계의 상당한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도 성급 초기에 이르렀지만 이제 더는 목진의 상대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역시 마하고족에서 벌어진 일을 잘 알고 있었다.

마하천도 목진한테 꼼짝 못 하는데 성급 초기밖에 안 되는 그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하여 서천전황은 그날 맺은 원한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다.

“우리 사이에 불쾌한 일이 생기긴 하였지만 잘 해결되었고 그 뒤로 당신이 더는 낙신족을 건드리지 않았으니 나도 당연히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건네더니 진천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에 서천전황은 이를 악물고 목진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은 더 이상 과거의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하여 그날의 일은 서로 내려놓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은 목진은 눈을 비스듬히 감고 잠시 쉬었다.

잇따라 천지존들이 속속 찾아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태령고족, 흑천고족과 마하고족 사람들도 도착했다.

마하고족에서 온 사람은 당연히 마하천이었는데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목진을 쳐다봤지만 지금은 사적인 감정에 연연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진천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목진도 마하천을 무시한 채 흥미진진한 얼굴로 튼실한 팔을 가진 사내를 관찰했다. 그는 노란 피부에 힘줄이 계속 불끈거렸는데 온몸에서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엄청난 강자였다.

그는 다섯 번째 고족인 황고족(荒古族) 족장 황규(荒虬)였다.

듣기로 황고족은 육신 수련에 능통한데 보아하니 사실인 것 같았다. 황규의 육신도 목진처럼 성급에 이르러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전에 모인 사람이 점차 많아졌는데 그 엄청난 기세에 목진마저 흠칫 놀랐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천세계의 패주들이라 그런지 내뿜는 기세가 상당했다.

휘익!

그런데 그때, 한 갈래 흑풍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진천 바로 옆에 놓인 황금 석좌에 내려앉았다.

흑풍이 가시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백발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눈을 비스듬히 감은 것이 꼭 잠든 것 같았다.

목진은 상대방이 형성한 위압감에 흠칫 놀랐다.

“불사 선배님을 뵙습니다.”

주마왕 진천이 숙연하게 인사를 올리자 사람들은 바로 경외의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그가 바로 북황의 언덕을 지켜온 수호 부대의 수장인 불사의 주인이었다.

위잉!

그때 갑자기 맑은 검음이 울려 퍼지더니 청색 검광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 옆에 놓인 황금색 좌석에 내려앉았다.

그러다 청색 검광이 사라지자 청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고 자리에 앉아있는 그의 무릎에 청색 장검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검역의 청삼이네. 늦어서 미안하네.”

사람들은 다시 흠칫 놀라더니 훨씬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름 아닌 대천세계에서 염제, 무조, 주마왕, 불사의 주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정예급 강자인 검역의 청삼검성이었다.

“청삼검성이라…….”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불사의 주인 옆에 앉아있는 청색 도포를 입은 사내를 보고는 이내 정색했다. 그 역시 최정예급 강자인 염제와 무조 못지않은 존재였다.

대전에는 성급 후기에 이른 존재가 세 명 있었다. 5대 고족의 족장이나 대장로는 성급 중기지만 종족의 진족 성물을 들고 있으면 성급 후기 못지않은 실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역량이 모인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청삼, 자네까지 왔으니 이제 대천 맹약을 시작해도 되겠군.”

진천은 청삼검성까지 오자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더니 주위를 쓰윽 훑었다.

“염제와 무조도 온다고 하였는데 역외사족이 갑자기 무한의 화역과 무경에 들이닥쳐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연락이 왔네.”

그의 말에 천지존들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역외사족이 정말 북황의 언덕에 손을 대려는 것 같군. 그러지 않고서야 필사적으로 염제와 무조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네.”

청삼검성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하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봤다. 옆에 앉아있던 불사의 주인도 살기를 품은 채 입을 열었다.

“우리가 북황의 언덕을 지킨 지도 어느새 4만8천 년이 지났으니 이번 대천 맹약만 마치면 녀석들이 더는 기회가 없을 것이네. 만약 역외사족 녀석들이 허튼수작을 부리려 한다면 우리가 나서서 녀석들을 물리칠 것이네.”

불사의 주인은 정말 화가 난 듯 주위의 공간마저 격렬하게 떨렸고 그가 방출한 살기에 다들 흠칫 놀랐다.

불사의 주인은 여태껏 북황의 언덕을 지키는 데만 집중했고 다른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그의 일을 방해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에 진천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외사족에서 정말 북황의 땅에 쳐들어오면 우리 역시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봉인 영진을 한 번만 더 가동하면 천사신의 생명 흔적이 완벽히 사라지니 대천세계는 더는 역외사족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네.”

“당연한 소리!”

대전에 모인 천지존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여러 고적에 적힌 것으로 보아 천사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녀석이 풀려나면 대천세계에 파멸의 겁난이 닥칠 것이고 그 누구도 무사히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역외사족은 절대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루지 못할 것이네. 불후대제께서 북황의 언덕에 대천화마진(大千化魔陣)을 쳤으니 역외사족이 일단 접근하면 자연스레 튕겨낼 것이네. 천지존 성급 후기의 실력자도 이를 파괴하기는 어려울 것이네.”

“우리는 그 사이, 봉인으로 천사신을 철저히 죽이면 되네.”

진천의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다들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진왕의 명에 따르겠네.”

진천은 대천궁의 주마왕일 뿐만 아니라 대천궁의 궁주였다. 대천궁의 존재의 목적은 대천세계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모든 힘을 모아 함께 적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그럼 잘 부탁하네.”

진천은 숙연해진 얼굴로 사람들한테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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