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1화. 지원군
어느새 북황의 언덕은 점차 조용해졌고 천지존들은 동관에 영력을 주입하는 데만 집중했다. 이곳을 감싼 대천화마진만은 엄청난 위력을 발하며 2각에 한 번씩 얼룩진 장창을 만들어 대지의 깊숙한 곳을 공격했다.
오래된 장창의 공격에 악마의 포효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 광경에 천지존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지만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은 점차 진지해졌다.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역외사족은 아직도 나서지 않는단 말인가?”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중얼거리자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이 영광이 번쩍이는 눈으로 어딘가를 쏘아봤다.
목진도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번쩍 들었고 기타 천지존들도 북황의 언덕 외부의 허무한 공간을 바라보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허공에 거대한 공간 균열이 서서히 형성되더니 그 속에서 무궁무진한 마의 기운이 스며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왔군…….”
청삼검성은 청색 장검을 꽉 쥔 채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역외사족이 하위면을 차지해 그곳 공간 접점을 북황의 언덕 밖으로 옮겨놓았을 줄이야…… 제법이군.”
어느새 공간 균열은 신속하게 커져 무한의 마의 기운을 방출했고 마영이 밀물 쏟아지듯 솟구쳤다.
“대천세계의 미천한 존재들이여, 오늘 너희가 천사신을 풀어주지 않으면 역외사족은 대천세계를 마역으로 만들 것이다!”
그때 악마의 포효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악마의 포효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며 마의 기운을 부단히 방출하자 북황의 언덕은 어느새 마역의 된 것 같았다.
한편, 강력하기 그지없는 마영이 사악한 눈빛으로 사냥감 노려보듯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을 노려봤다.
이에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은 빠짝 긴장했다. 오랜 시간 수련해온 그들도 이토록 방대한 규모를 갖춘 역외사족은 처음 보았다. 이곳에 온 역외사족은 전부 실력이 막강한 자들일 것이다.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도 차가운 눈빛으로 녀석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역외사족에서 감히 대천세계에 이토록 깊게 들어오다니, 우리가 너희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 것이냐?”
그때 요동치던 마의 기운이 빠르게 모여 검은색 도포를 입은 존재가 되었다. 무한의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녀석은 악마들의 패주인 것 같았지만 얼굴만 보면 더없이 인자해 보였다. 특히, 그와 눈을 마주치면 미워하기는커녕 저도 모르게 경외의 마음이 들게 했다.
“허허, 우리는 북황의 언덕이 완전히 봉쇄된 것을 확인한 뒤에 나타났으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절대 외부에 소식이 새어나가지 않을 것이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존재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더니 신성한 빛이 깃든 눈으로 진천 등을 바라봤다.
“당신들이 천사신을 풀어주면 역외사족은 대천세계와 절대 싸우지 않을 것이네.”
“성천마제라…….”
진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검은색 도포를 입은 존재를 쳐다보더니 바로 그 정체를 알아챘다. 상대방은 역외사족의 패주로 지위가 천사신 다음으로 높은 성천마제였다. 이번에 역외사족에서는 천사신을 구하기 위해 전부 출동한 모양이었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역외사족이 우리 대처세계의 생명을 어찌 생각하는지 모를 것 같나? 당신들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낯 뜨겁지도 않나?”
불사의 주인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한 말에 성천마제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약육강식은 불변의 진리이지 않나? 우리 역외사족도 살아가려면 대천세계를 차지하는 수밖에 없네. 이곳의 역겨운 천지의 영기를 사악한 기운으로 바꾸면 얼마나 좋겠는가? 당신들만 원하면 내가 직접 당신들의 육신을 우리와 같은 몸으로 바꿔줄 수 있네. 그럼 새로운 대천세계에 바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네.”
“사악한 녀석들, 감히 우리 대천세계의 영기를 더럽히려 하다니!”
천지존들은 버럭 화를 내며 외쳤다. 천지의 영기는 대천세계의 수련의 근본이었다. 일단 오염되면 아무리 천지존이라도 영력이 모자라 오랜 시간 열심히 수련한 성과를 점차 잃어갈 것이다.
역외사족은 대천세계의 영기의 근본을 없애려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만 꿈 깨고 돌아가게나. 우리는 절대 당신들 같은 존재가 대천세계를 차지하지 못하게 막을 것이네.”
청색 장검을 들고 잇는 청삼검성이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성천마제를 바라봤다.
“내 제안이 별로인가 보군. 그럼…….”
성천마제는 아쉬운 듯 말하더니 눈빛이 금세 차가워졌다.
“그럼 당신들을 전부 없애는 수밖에…….”
“허허, 성마, 처음부터 그리 결정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천의 토박이들과 뭘 더 말할 것이 있다고 그러나? 바로 제압해 노예로 만들면 언제든지 식량으로 쓸 수 있고 얼마나 좋은가?”
성천마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위에 마의 기운이 모이더니 경천의 마의 위압감을 내뿜는 마영들이 나타났는데 그 우두머리는 눈동자가 소용돌이 같은 천마족 족장이었다.
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을 바라보더니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이 꼭 굶주린 늑대가 토끼를 보는 것 같았다.
“오만하기는, 당신들이 정녕 이 영진을 뚫고 들어올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건가?”
마하천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역외사족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오긴 했지만 여태껏 함부로 나서지 못했던 이유는 불후대제께서 남기신 대천화마진 때문이었다. 해당 영진에 무한의 위력이 깃들어 역외사족이 발을 들이면 즉사할 것이다.
“하긴, 우리도 대천세계에 불후대제 같은 인물이 나타날 줄 몰랐네…….”
성천마제는 고개를 숙여 북황의 언덕을 감싼 웅장한 영진을 한참 바라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영진은 아무리 대단해 봐야 지능이 없으니 이것으로 평생 대천세계를 지킬 수는 없지 않겠나?”
성천마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옷깃을 휘날리며 말을 이어갔다.
“식마족(蝕魔族), 이제 나오너라.”
그가 말을 마치자 공간 균열에서 마의 기운이 요동치더니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마영들이 부단히 진득한 검은색 액체를 떨궜는데 주위의 공간이 바로 부식되었다.
식마족은 지극히 강력한 부식의 힘을 갖고 태어나 무슨 힘이든 일단 닿으면 점차 사그라들었다.
크으으으!
수많은 마영이 나지막하게 포효하자 체내에서 마광이 예리한 검처럼 솟구쳤다.
퍽!
잇따라 마영들이 부단히 폭발하자 진득하기 그지없는 검은색 액체가 서서히 떠올랐다.
검은색 액체는 천천히 흘러내렸는데 지난 곳마다 공간이 녹아내렸다. 그 속에 세상 만물을 부식할 것 같은 무서운 힘이 깃든 것 같았다.
쏴아아!
식마족 강자들이 자폭해 형성한 식마액(蝕魔液)은 결국 한데 모여 검은색 하천을 이룬 뒤, 대천화마진이 이룬 광막을 공격했다.
치익!
양자가 닿자 안개가 피어올랐고 엄청난 힘이 깃든 광막은 빛을 발하며 신비로운 힘을 방출해 검은색 하천을 빠르게 정화했다.
후우.
그 광경에 천지존들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천화마진의 방어력은 역시나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다.
“계속하거라!”
그런데 성천마제는 대수롭지 않게 서서 하명했다.
“역외사족을 위하여!”
이에 수많은 식마족 강자들은 이내 포효하며 자폭했고 대량의 검은색 액체가 솟구쳐 하천을 이룬 뒤, 부단히 대천화마진으로 향했다.
치익!
검은색 액체의 부식력이 아무리 강해도 대천화마진한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성천마제는 이를 못 본 듯 식마족 강자들에게 계속 자폭하라 명했다.
“저들은 영진의 힘을 소모하여 장창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연장하고 있네!”
미간을 찌푸린 채 상황을 살피던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외쳤다. 그 소리에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 등이 흠칫 놀란 채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얼룩진 장창이 형성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2각 정도면 형성되었던 장창이 지금은 3각은 되어야 겨우 형성되었다.
역외사족은 검은색 액체로 대천화마진을 뚫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소모해 시간을 확보하고자 했다.
“다들 전력을 다해 영력을 주입하게!”
진천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천지존들은 바로 자리에 앉아 동관에 영력을 주입했다.
“역외사족은 제정신이 아니군. 봉인을 뚫기 위해 한 종족의 목숨을 희생하다니 말이야.”
불사의 주인은 영진 밖에 요동치는 웅장한 마의 기운을 살피며 말했다.
보아하니 식마족은 희생양일 뿐이었다. 불사의 주인은 녀석들의 잔인한 수단에 소름이 끼쳤다.
“이대로라면 소모전을 펼쳐야 할 텐데 대천세계보다 실력이 강한 역외사족에 비해 북황의 언덕에는 대천세계의 최강 전력이 전부 모이지 않았네.”
청삼검성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언젠가 변고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네.”
“우리는 어떻게든 99번째 장창이 공격을 마칠 때까지 버텨야 하네. 천사신만 완전히 죽으면 역외사족은 더는 가망이 없을 것이네.”
진천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녀석들은 영진의 힘을 소모해 장창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늘리려고 하니 우리 셋이 나서서 시간을 벌어봅시다.”
“그럽시다.”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슉!
말을 마친 이들은 바로 세 갈래 빛줄기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쿵!
“세 명이서 역외사족을 상대하려는 건가?”
성천마제가 피식 웃으며 손을 휘익 젓자 뒤쪽에서 요동치던 마의 기운에서 악마의 신처럼 생긴 여섯 명의 악마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녀석들이 방출한 마의 기운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강력했다.
북황의 언덕에 서 있던 목진 등은 녀석들의 출현에 흠칫 놀랐다. 그들은 성급 후기에 이른 최정예급 천마제였다.
“우리도 도우러 갑시다!”
마하천이 청연정 등 4대 고족의 족장 및 대장로들한테 말을 건넸다.
“그건 안 돼요. 지금 중요한 건 대천화마진에 영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거예요. 그래야 99번째 장창이 공격을 마칠 수 있어요!”
“함부로 나서지 말게!”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한 말에 청연정도 고개를 끄덕이자 태령고족의 태명노조와 흑천고족의 흑천 족장, 황고족의 황규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천사신을 죽이는 것이었다.
마하천도 무엇이 우선인지 잘 알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하, 오늘은 일단 당신들의 목숨으로 천사신을 맞이하겠네!”
거대한 여섯 마영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무궁무진한 위압감을 형성했고 뒤쪽에 마영 여럿이 음산한 눈빛으로 진천 등을 노려봤다.
“공격하라!”
진천,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들을 노려보더니 미친 듯이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때 여섯 마영이 고함을 지르며 진천 등에게 향했다.
크으으으!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귀청을 찢는 듯한 용음과 함께 금광이 묵직한 마의 기운을 뚫고 나오더니 거대한 자금색 용이 되어 용의 위압감을 형성했다.
“하하, 진천, 우리 신수 종족도 대천세계의 생명인데 어찌 오늘 같은 일에 우리를 부르지 않은 건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거대한 자금색 용 뒤편에 다채로운 빛이 번쩍이더니 커다란 존재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다. 그들은 대천세계에서 유명한 엄청난 신수들이었다.
북황의 언덕에 서 있던 목진과 기타 천지존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대천세계의 신수 종족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