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973화 (972/1,000)

973화. 사령족(邪靈族)

퍽!

흑백염갑이 형성되자마자 커다란 청광검이 닿았고 회흑색 영주도 폭발해 무한의 회흑색 뇌광을 미친 듯이 방출했다.

성천마제를 중심으로 주위 수만 장 범위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며 수많은 공간 파편이 휘몰아쳤다.

그 광경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 두 명이 동시에 나섰으니 그 효과는 파멸적이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선 성천마제는 과연 무사할까?

잠시 후, 무너진 공간이 회복되자 사람들은 바로 성천마제 쪽에 눈길을 돌렸다. 흑백의 화염이 피어오른 곳에는 마영이 조용히 서 있었고 흑백염갑은 조금 어두워졌을 뿐,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

스읍.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성천마제가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이 동시에 나섰는데도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하다니…….

“당신들도 제법 강하지만 염제나 무조와 비교하면 아직 멀었네.”

성천마제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곧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을 테니 조용히 서서 상황이나 살피게.”

말을 마친 성천마제의 눈에서 두 갈래 흑백 화환이 솟구쳤는데 하나는 휘청이며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한테 날아가 불기둥처럼 두 사람을 가뒀다.

“심마, 이제 나서게. 진천한테 내가 오늘을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했는지 보여주게.”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을 잠시나마 가둔 성천마제는 심마족 족장한테 말을 건넸다.

“자네가 죽인 마영은 내가 열심히 수련해 얻은 심마의 씨였네. 자네 때문에 내 수련에 방해가 되긴 했지만 해당 심마의 씨는 자네 마음속에 지금까지 숨어 자네의 몸과 아우러졌다네. 그래서 자네가 성급 후기에 이르렀는데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네.”

심마족 족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괴이하게 웃으며 진천을 바라봤다.

“자네가 마역에서 엄청난 살육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여겼겠지만, 이 또한 역외사족의 계획 중 하나였네. 그런데 자네가 대천궁의 궁주가 될 줄이야, 하하하!”

“이제 자네도 우리 역외사족에 저지른 죄를 갚을 때가 되었네.”

말을 마친 심마가 두 손으로 결인하자 체내에서 억만 갈래의 검은색 광선이 솟구쳤다.

이는 바로 주위의 공간에 스며들어 어딘가로 사라졌다.

잇따라 진천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는데 마음속에서 괴이한 힘이 서서히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괴이한 힘이 지나간 곳은 체내의 영력마저 억제되었다.

진천은 나지막하게 외치며 미친 듯이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반항할수록 육신의 제어권을 더 빨리 잃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하, 나의 심마의 씨여, 대천화마진을 열거라!”

심마가 괴이한 목소리로 아우성치자 진천은 두 손을 들더니 파르르 떨며 결인했고 북황의 언덕을 감쌌던 광막은 격렬하게 떨리더니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목진, 청연정 등은 소름이 쫙 돋았다. 역외사족의 꼼수에 넘어가 대천궁 신임 궁주의 몸에 심마의 씨가 깃들어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렇게 대천화마진이 이룬 광막은 외곽부터 서서히 사라졌다.

1각도 안 된 사이, 광막은 수십 층이나 사라졌다.

성천마제 등 천마제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얇아지는 광막을 노려봤다. 마지막 층이 열리면 그들은 북황의 언덕을 상대로 서슴없는 공격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으악!

진천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너무 화가 났다.

사라져가는 수호 광막을 바라보자 진천은 깊은 자책감에 당장 자폭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두 손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결인하고 있었다. 그건 광막의 마지막 층을 여는 인법이었다.

그런데 그때, 진천은 체내에 갑자기 현란하고도 신비로운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화염은 곧장 진천의 육신을 감쌌는데 상당히 특이했다. 잇따라 사람들은 허공에 있던 괴이한 검은색 광선이 부서진 것을 발견했고 심마족 족장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토했다. 순간, 그는 진천의 체내에 심은 심마의 씨가 불에 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흠칫 놀란 성천마제는 진천 체내에 피어오른 신비로운 화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제염이라니! 빌어먹을 염제가 감히 역외사족 일을 망쳐?”

진천의 체내에서 현란한 화염이 활활 타오르더니 그의 육신을 감쌌다. 그 화염은 신비로우면서 군림의 위엄을 뽐내는 것이 화염의 제왕 같았다.

“저건 제염이네. 그런데 염제의 화염이 어찌 진천의 몸에 깃들었단 말인가?”

진천 때문에 사색이 되었던 천지존들은 갑자기 나타난 현란한 화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 후, 진천은 다시 육신의 제어권을 돌려받은 것을 발견했다. 그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활활 타오르는 화염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소천은 역시 대단하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수백 년 전, 마역에서 돌아온 그는 대천궁에 도착하자마자 염제와 마주쳤는데 그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를 한참 보더니 화주 한 알을 주면서 늘 몸에 지니라고 당부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염제가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염제는 아마 그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제염 화주를 건넨 것이었다. 염제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넨 화주가 아니었다면 진천은 대천세계의 대역죄인이 될 뻔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을 감쌌던 불기둥도 어느새 사라졌다. 두 사람은 성천마제의 구속에서 벗어나 손에 땀을 쥔 채 진천을 바라봤는데 그의 몸을 둘러싼 현란한 화염에 멈칫했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천화마진은 현재 마지막 한 층의 방어막밖에 남지 않아 이것까지 사라지면 역외사족은 북황의 언덕을 서슴없이 공격할 것이다. 그러다 천사신이 풀려나기라도 하면 대천세계에 파멸의 재앙이 닥칠 것이다.

“젠장!”

성천마제는 음산한 눈빛으로 진천을 바라봤다. 그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가 내뿜는 살기가 실체가 된 듯 주위를 감쌌다.

“진천, 당장 방어막을 다시 형성하게!”

불사의 주인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진천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인법을 바꿨고, 화마진은 다시 파르르 떨리며 방어막을 형성했다.

“공격하라! 영진을 뚫어라!”

성천마제는 옷깃을 휘날리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대천세계의 강자들을 쏘아보며 외쳤다.

쿵!

그가 말을 마치기 바쁘게 도천의 마의 기운을 내뿜는 수많은 마영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황의 언덕을 감싼 광막을 공격했다.

“다들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대천화마진을 가동하게!”

진천도 한껏 어두워진 안색으로 고함을 질렀다.

현장에 있는 천지존들은 악마들의 공격에 바로 기합을 넣으며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뒤쪽에 거대한 지존법상이 나타나 영력 홍류를 내뿜어 동관에 주입했다.

슈슉!

북황의 언덕 밖에 마의 안개가 휘몰아치자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은 서로 마주 보더니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광막에 주입했다.

위잉!

광막은 억만 갈래의 빛을 발하며 자신에게 향하는 마영들과 부딪쳤다.

치익!

양자가 부딪치자 마영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대천화마진은 불후대제가 목숨을 대가로 친 영진이라 사악한 기운에 유난히 민감했다. 일단 이를 발견하면 바로 없애려 했다. 오직 영력을 수련한 사람만이 만마진을 종횡무진할 수 있었다.

“계속하라!”

성천마제는 휘하의 수많은 전사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외쳤다.

대기하고 있던 마영들도 죽을 걸 알면서도 서슴없이 나섰다.

“참 냉철한 녀석이군. 대천화마진은 역외의 사악한 기운에 상당히 예민해 더 많은 전사를 파견한들 방어막을 뚫을 수 없을 텐데 말이야.”

진천의 말에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도 동의한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긴장을 풀면 안 되네. 역외사족이 오늘을 위해 수만 년 동안 계획하였으니 절대 이렇게 쉽게 끝내지 않을 것이네.”

불사의 주인이 어두워진 안색으로 말했다.

한편, 성천마제는 차가운 시선으로 휘하 전사들의 희생을 지켜보기만 했는데 1각도 안 되는 사이, 역외사족은 마제만 해도 백 명 가까이 희생되었다. 또 기타 강자들은 인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얇은 광막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불후대제가 친 영진은 역시 역외사족을 유난히 배척하는군!”

성천마제 뒤쪽에 서 있던 32개 종족 족장들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성천마제는 무덤덤하게 서서 죽어 나가는 역외사족 군사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잠시 후, 그는 괴이한 표정을 지으며 몰래 하명했는데 수십 명의 악마가 깃든 웅장한 마의 안개가 휘몰아치며 빠르게 대천화마진으로 향했다.

“성천마제가 미치기라도 한 건가? 이대로라면 대천화마진을 뚫기도 전에 저들이 전부 죽어 나갈 텐데 말이야!”

진천은 계속해서 죽어 나가는 역외사족의 강자들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도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은 성천마제가 왜 이러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다시 화마광에 적중한 역외사족의 강자들은 안개가 되어 사라졌지만 또 한 무리가 광막이 가장 얇은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이에 화마진은 화마광을 발사해 녀석들을 없애려 했는데 그들은 다른 사족의 강자들처럼 안개가 되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광막으로 향했다.

“뭐지!”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은 화들짝 놀랐다. 녀석들은 어찌 화마광을 이겨냈단 말인가?

“저들을 막게!”

순간 불안해진 진천 등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서려 했다.

쿠쿵!

그런데 그때, 10명 가까이 되는 역외사족 족장들이 동시에 나서며 진천 등을 상대로 웅장한 마의 기운이 깃든 강력한 공격을 개시했다.

퍼퍽!

진천 등은 잠시 발목이 잡혔지만 금세 녀석들을 떨쳐내고 괴이한 마영들을 막으려 했는데 때는 이미 늦었다.

녀석들은 결국 마지막 방어막을 향해 돌진했다.

“당황할 것 없네. 대천화마진은 마의 기운을 배척하기 마련이니 녀석들이 일단 광막에 닿으면 바로 사라…….”

불사의 주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수십 명의 마영이 광막에 닿았다.

이와 동시에, 녀석들의 몸을 감쌌던 짙은 마의 기운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웅장한 영광이 폭발했다.

“영력이라니, 이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진천 등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마의 기운을 미친 듯이 방출하던 수십 명의 마영은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보아하니 전부 천지존경에 이르렀다!

“역외사족이 어찌 영력을 수련할 수 있단 말인가?”

북황의 언덕에 서 있던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마의 기운을 방출하는 것으로 보아 녀석들은 분명 역외사족인데 갑자기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뿜어져 나오다니, 심지어 그 영력의 강도는 대천세계의 천지존 못지않았다.

수십 명의 마영이 영력을 끌어올리자 영진이 이룬 광막은 녀석들을 튕겨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무사히 북황의 언덕으로 들여보냈다.

“하하하, 진천, 역외사족은 오늘을 위해 수만 년 동안 계획했는데 자네가 어찌 그걸 전부 파악할 수 있을까?”

성천마제는 껄껄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영력을 수련해낸 것이 의아한가? 별거 없네. 저들은 온전한 역외사족이 아니라 역외사족과 대천세계 생명체의 결합물로 사령족이라 하네. 저들은 역외사기와 영력을 동시에 수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네, 하하하.”

북황의 언덕은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다들 사색이 되었다.

역외사족은 대천세계의 땅의 절반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하위면까지 점령해 양자의 결합을 시도할 조건이 충분했다. 어차피 녀석들은 이 일을 이루기 위해 대천세계 사람이 얼마나 죽어 나가든 전혀 상관없었다.

녀석들의 시도는 마침내 성공했다.

목진 등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들고 광막을 뚫고 들어온 수십 명의 사령족 강자들을 쳐다봤는데 녀석들은 어느새 사람 모양을 이뤘다.

녀석들의 생김새는 대천세계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손바닥에 생긴 사악한 눈은 상당히 괴이해 보였다.

잠시 후, 저들의 손바닥에 생긴 눈이 서서히 떠지자 도천의 강력한 영력이 휘몰아쳤다.

저들이 바로 사령족이란 말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