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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74화 (973/1,000)

974화. 강애(姜崖)

허공에 떠 있는 수십 명의 사령족에게서 회흑색 영력이 휘몰아치며 극강의 영력 위압감이 형성됐다.

특히, 녀석들의 손바닥에 생긴 눈에서 괴이한 파동이 느껴졌다.

“사령족이라…….”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북황의 언덕에 뛰어든 수십 명의 사령족 전사들을 쳐다봤다. 아무도 역외사족이 대천세계의 생명체와 결합해 새로운 종족을 배양해냈을 줄 몰랐다.

그들은 역외사기를 수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천세계의 영력까지 겸비한 종족이었다.

다들 그들의 존재를 믿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이여, 당장 침입자를 격살하라!”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는데 역외사족의 공격을 막아내야 해서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우리는 자리를 비우면 안 되네. 지금은 대천화마진으로 천사신을 죽이는 게 가장 중요하네.”

청연정, 마하천 등이 서로 마주 보며 말했다.

그들은 사령족 중 실력 최강자는 성급 중기이고 나머지는 그보다 낮은 단계의 천지존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사령족은 우리한테 맡기고 여러분은 봉인에 집중하세요.”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 갈래 영광이 날아와 그의 옆에 내려앉았는데 그는 다름 아닌 낙리였다.

“나도 함께 가.”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령고도의 힘까지 더하면 낙리는 성급 초기를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슈슉!

이와 동시에, 다른 천지존들도 목진한테 다가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우리도 목왕과 함께 역외사족을 물리치겠네!”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과 함께 사령족한테 달려갔다.

“여러분, 조용히 돌아가게. 당신들 체내에도 대천세계의 피가 흐르니 부디 생각 잘하게.”

목진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령족 사람들을 쓰윽 훑었는데 그 우두머리인 회백색 머리를 한 사내의 기품이 남달라 보였다.

“대천세계의 피라…….”

목진의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우리 사령족이 짐승 같은 취급을 받을 때, 대천세계 사람들은 어디서 뭘 했단 말인가?”

녀석의 말에 목진은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사령족은 역외사족에서 지위가 높지 않았고 말 못 할 사연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목진은 지금 저들의 말을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그는 최대한 빨리 사령족을 북황의 언덕에서 쫓아내야 했다.

“역외사족이 포악하기 그지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왜 아직도 저들을 위해 애쓴단 말인가?”

“그럼 대천세계의 편을 든단 말인가? 그럼 사령족 백성들은 당장 죽을 텐데 당신들이 가서 구해줄 건가?”

회백색 머리를 한 사내가 씨익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고개를 축 드리웠다.

“그럼 더 말할 필요도 없겠군.”

말을 마친 목진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아래쪽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난 사령족 족장 강애네. 오늘, 대천세계의 생명체들이 얼마나 나약한지 직접 확인해볼 것이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자기 땅도 지키지 못하고 역외사족의 도살을 방치할까?”

회백색 머리를 한 사내가 한이 맺힌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목진의 뒤쪽에 서 있던 천지존들은 왠지 사령족에 미안함을 느꼈다. 역외사족이 대천세계의 땅을 절반 차지한 탓에 사령족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적을 물리칩시다!”

목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령족이 가엽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그들이 역외사족의 편을 들기로 한 이상, 대천세계의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면 대천세계 전체가 마역으로 변하게 될 것이고 무의미한 자비는 포기해야만 한다.

“공격하라!”

그때 강애가 소리를 지르자 뒤쪽에 서 있던 수십 명의 전사가 하늘을 가릴 정도의 막강한 회흑색 영력을 끌어올렸다. 이는 영력이기는 하나 상당히 괴이했다. 녀석들의 영력은 지극히 강력한 부식성이 있는 것이 역외사기와 비슷했다.

이에 목진은 이내 정색한 채 손을 휘익 저엇고 뒤쪽에 서 있던 천지존들은 뿔뿔이 흩어져 사령족 강자들에게 공격을 개시했다. 목진 역시 바로 강애한테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

쿵!

목진이 휘두른 주먹은 성급 육신에서 비롯된 힘으로 일반 성급이라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실력이 선급 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힘이 왜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강애는 주위의 공간을 부수며 다가오는 상대방의 공격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목진의 주먹에 깃든 힘이 어느 정도인지 눈치채고 바로 손을 펼쳤는데 손바닥에 박힌 검은색 눈에 보랏빛이 맴돌았다.

위잉!

그의 손바닥에 박힌 눈이 흑자색 빛을 내뿜더니 손을 휘감으며 흑자색 각질층을 이뤘다.

흑철처럼 단단하고 뾰족한 가시가 난 각질층은 상당히 무서워 보였는데 살육에 용이한 병기 같았다.

쿵!

목진의 주먹과 괴이한 각질층이 생긴 강애의 주먹이 부딪치자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힘의 파문이 일어 주위의 공간은 와르르 무너졌다. 두 사람은 각자 뒤로 몇 보 물러났다.

“탄령자염!”

목진의 눈에서 보랏빛이 번쩍이더니 입을 쩍 벌려 탄령자염을 내뿜었는데 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강애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영력 때문에 강애는 활활 타오르는 보라색 화염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질 것 같았고 엄청난 고온에 주위의 공간은 한껏 일그러졌다.

퍽!

그런데 흑자색 거인이 그 속에서 빠져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 앞쪽에 나타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흑자색 각질층이 덮인 주먹이 강력한 흑자색 빛을 발하며 두 팔로 가슴을 막은 목진한테 공격을 개시했다.

쿵!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수천 장 정도 튕겨 나갔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들었는데 흑자색 각질층이 온몸에 덮인 거인이 허공에 서 있었다.

녀석의 사령력은 실체 같은 갑옷을 이뤄 육신을 완벽히 감쌌고 예리한 흑자색 가시에서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한광이 아른거렸다.

강애는 살육의 맹수로 변신한 듯 온몸에서 놀라운 살기를 뿜어냈다.

“역외사기와 영력의 결합이라…… 흥미롭군.”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도천의 살기를 내뿜는 강애를 쳐다봤다.

“선급 따위가 나를 물리치려 하다니, 대천세계에는 정녕 이렇게도 사람이 없단 말인가?”

“나를 무시하다니.”

강애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은 피식 웃으며 한 손으로 결인하자 뒤쪽에 투명한 빛이 번쩍였다.

잇따라 오래된 허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일전의 대결로 사령족 족장의 극강의 전투력을 확인한 목진은 바로 만고불후신을 소환했다.

“만고불후수(萬古不朽手!”

투명한 허상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앞쪽을 향해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투명한 빛이 번쩍이더니 오래된 광문이 아른거리는 거수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강애한테 공격을 개시했다.

만고불후신의 공격에 불후의 힘이 깃든 만고의 하천이 나타난 것 같았다.

상대방의 공격에 강애는 지극히 위험한 기운을 느끼고 흠칫 놀라 신속하게 뒤로 물러났는데 육안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그러나 제아무리 애써 피하려 해도 오래된 거수는 여전히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오래된 거수는 나타난 순간부터 강애를 공격했고 성공해야 사라질 것만 같았다.

쿵!

오래된 거수가 드디어 내려앉아 강애의 육신을 힘껏 때렸는데 무서운 힘이 폭발해 녀석은 맥없이 추락했고 아래쪽 거대한 산맥은 와르르 무너졌다.

허공에 서 있던 목진은 고개를 숙여 폐허가 된 산맥을 자세히 살폈다.

“당신들이 역외사족의 편을 들기로 했다면 난 오늘, 대천세계의 생명체들을 위해 당신들을 모조리 없앨 것이네.”

쿵!

그런데 그때, 흑자색 빛 한 갈래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폭등하더니 만 장 정도의 마영이 되어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다. 그 모습에 성급 강자들마저 흠칫 놀랐다.

이와 동시에, 강애의 살기 가득한 포효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내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내 반드시 자네 목숨으로 천사신의 강림을 환영할 것이네!”

쿠쿵!

만 장의 마영이 나타나 무서운 마의 위압감을 형성하자 하늘마저 어두워졌고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대천세계의 천지존들은 이에 놀라 안색이 어두워졌다.

성급 천지존들마저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상황을 살폈다. 강애는 성급 중기 중에서도 정예급이라 할 수 있었다.

마하천도 마하음양병이 없으면 강애와의 대결에서 우세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허공에 떠 있는 목진도 상대방한테서 위협감을 느끼고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쿵!

강애가 이룬 마영이 포효하며 커다란 주먹을 휘두르자 엄청난 살기가 깃든 흑자색 권광이 유성처럼 신속하게 목진을 향해 날아갔다.

해당 권광은 성급 초기의 강자한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러한 상황에 목진이 나지막하게 울부짖자 만고불후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래된 손을 들었는데 투명한 빛이 솟구쳐 상대방의 권광과 부딪쳤다.

퍼퍼퍽!

양자의 공격이 부딪치자 주위의 공간은 계속 무너져 공간 파편이 난무하며 난류를 이뤘다. 주위에 있던 천지존들은 휘말릴까 봐 황급히 물러났다.

두 사람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수천 번의 공격을 주고받았는데 살기 가득한 양자의 위력은 막상막하였다.

크으으으!

승패가 쉽게 갈리지 않자 강애는 화가 난 듯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흑자색 각질층 사이로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잇따라 그가 손을 들자 손바닥에 박힌 번쩍 뜬 흑자색 눈은 지극히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목진은 순간 엄청난 위협감을 느끼며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강애는 이 상황을 빨리 끝내려고 했다.

“이제 죽게나!”

강애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손을 들자 흑자색 눈은 목진을 쏘아보며 미친 듯이 흑자색 빛을 모았는데 주위의 공간이 어느새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령목(邪靈目), 참신현마광(斬神玄魔光)!”

녀석이 고함을 지르자 살기가 깃든 흑자색 눈이 파르르 떨리더니 흑자색 현광이 솟구쳤다.

현광은 나타난 순간 어딘가로 사라졌는데 목진은 피부가 찌릿찌릿해짐을 느꼈다. 이는 잠재적인 위기를 알려주는 현상이었다. 그는 영광이 번쩍이는 눈으로 주위를 자세히 살폈다.

지금은 아무런 일도 이어나지 않았지만 목진은 수많은 현광이 몰래 숨어 목진을 노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목진이 일단 빈틈을 보이면 현광은 바로 나타나 그한테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살수군.”

목진은 이내 숙연해졌다. 사령족은 역외사족과 대천세계의 힘의 장점을 한 몸에 익힌 종족답게 그 공격의 위력은 36가지 절세의 신통 못지않았다.

더구나 녀석의 공격은 종잡을 수 없어 방어하기도 무척 어려웠다.

목진이 공격을 개시해 현광의 일부를 부순다고 해도 더 많은 양의 현광이 틈새 공격을 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목진의 육신이 성급에 이르렀다고 해도 절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빈틈이 없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다가 자리를 잡고 앉자 뒤쪽에 서 있던 만고불후신도 덩달아 앉았다.

“불후고경(不朽古經)!”

자리를 잡고 앉은 만고불후신과 목진의 입에서 동시에 경서를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대천세계가 형성되었을 때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소리가 음파를 형성해 목진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허무한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그 속에 숨어 있던 현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강애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목진이 자신의 본명 필살기를 막아낼 수 있을 줄 몰랐다. 이는 역외사족의 32개 종족 족장 중 성천마제, 암천마제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쉽게 막아낼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선급 밖에 안 되는 목진이 이를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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