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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75화 (974/1,000)

975화. 한주먹

“공격하라!”

강애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살기가 잔뜩 깃든 현광이 목진의 요해 부위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휘익!

음파는 빈틈없이 퍼져나갔고 현광이 아무리 꼼수를 부리려 해도 결국 음파에 못 이겨 사라져갔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살기로 가득했던 공간은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치익!

잔여 음파가 멀리 떨어진 강애도 감쌌는데 녀석이 온몸을 파르르 떨자 두꺼운 각칠층에 검은색 균열이 일더니 그 사이로 피가 스며져 나왔다. 잠시 후, 가면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 그의 창백해진 얼굴이 드러났다.

그때 목진이 비스듬히 감았던 눈을 떴는데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호수 같았다.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역시 엄청나군. 선급 밖에 안 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강하다니…….”

강애가 자신을 노려보며 한 말에 목진은 무덤덤하게 녀석을 쳐다봤다.

“당장 북황의 땅에서 물러나게. 대천세계는 역외사족을 최대의 적으로 여기긴 하지만 당신들까지 죽이고 싶지 않네.”

“당신들은 절대 저들을 이기지 못할 것이네.”

강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자넨 아주 강하네. 그러니 난 자네를 쓰러뜨리기 위해 목숨을 걸 것이네.”

말을 마친 그가 한껏 차가워진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보며 괴이한 인법을 그리더니 나지막하게 외쳤다.

“사령변(邪靈變)!”

말을 마친 강애가 숨을 한껏 들이켜자 몸에 생겼던 흑자색 각질층이 사르르 녹아내리더니 액체가 되어 체내에 스며들었다.

퍼퍼퍽!

강애의 체내에서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두 갈래 힘이 충돌하며 무서운 힘을 형성하려는 것 같았다.

“녀석이 역외사기와 영력의 충돌을 이끌고 있다…….”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두 가지 완전히 다른 힘이 충돌하면 지극히 무서운 힘을 낼 수 있긴 하지만 강애도 엄청난 타격을 입어 죽을 가능성도 있었다.

퍼퍽!

강애의 육신은 빠르게 작아지더니 계속해서 폭발해 혈무를 내뿜었다.

잠시 후, 폭발이 그치자 허공에 몇 장 정도 되는 괴물이 나타났다. 육신은 메마른 땅처럼 쩍 갈라졌고 두 눈은 흑자색이었으며 피부 표면에 난 괴이한 무늬에서 영력의 빛이 아른거리면서 동시에 역외사기가 스며져 나왔다.

또한, 녀석은 파멸에 가까운 파동을 내뿜어 마하천, 청연정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마저 녀석의 힘의 파동에 위협감을 느꼈다.

목진은 순간 그의 몸에서 사망의 기운을 느꼈다. 성급 후기라도 이런 상태의 강애를 상대하려면 꽤 힘들 것이다.

“오늘 자넨 필경 죽을 것이네!”

강애가 변한 괴물은 흑자색 눈을 부릅뜬 채 목진을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울부짖었다.

후우.

목진도 입술을 꽉 깨문 채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자네도 목숨을 거는데 나라고 못 할 거 같은가?”

목진이 무덤덤하게 뱉은 말에 무한의 살기가 깃들었다.

“사령족이 가여운 건 사실이지만 내 친구들과 가족까지 그런 꼴을 당하게 할 거라면 나 역시 오늘, 자네를 반드시 없애고야 말 것이네!”

말을 마친 목진이 바로 결인하자 뒤쪽에 있던 만고불후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목진의 몸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청연정 등 천지존들은 화들짝 놀랐다.

“이건 육신과 법신의 융합이 아니냐? 목진아, 당장 멈추거라. 이는 성급 후기에 이르러야 감당할 수 있단다!”

두 눈을 비스듬히 감은 목진은 청연정의 말을 무시한 채 나지막하게 외쳤다.

“인법합일!”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에 만고불후신은 목진의 체내로 걸어 들어갔다. 그 순간 지극히 무서운 힘이 깃든 억만 갈래의 투명한 빛이 폭발했다.

쿠쿵!

목진 주위에서 영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영력 위압감을 형성하자 주위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는데 그 강대한 영력에 성급 중기 강자들도 흠칫 놀랐다.

대천화마진 밖에 있던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도 고개를 숙여 북황의 언덕에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더니 멈칫했다.

“인법합일을 시도하다니…… 참 담대한 녀석이군. 만고불후신은 오랜 세월 단련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불후 본원의 힘이 깃들어 성급 후기라고 해도 감히 그 과정을 시도하지 못하는데 말이네.”

진천 등은 목진이 자못 걱정되었다. 그들은 만고불후신이 얼마나 강대한지 잘 알고 있었는데 목진의 육신이 아무리 성급에 이르렀다고 해도 견디기 어려울 거라 여겼다.

쿠쿵!

목진 체내의 영력이 미친 듯이 폭등했고 몸이 부풀어 오른 것이 무서워 보일 정도였다.

퍽!

그때 몸 곳곳이 폭발해 피가 흘러내렸는데, 목진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어 꼴이 아주 처참해 보였다.

이와 동시에, 피부 표면에 균열이 일어 곧 부서질 도자기 같았다.

이는 육신이 체내의 폭등한 영력을 견디지 못해 생긴 현상이었다.

“목진아!”

그 광경에 청연정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영력 파동이 무질서해졌다.

“청연정 대장로, 마음을 가라앉히게. 부디 진정하게!”

태명노조가 황급히 말을 건넸다. 대천화마진으로 천사신의 생명 흔적을 지우고 있는 상황에서 청연정이 뛰쳐나가면 분명 변고가 생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고가 생기면 그들한테는 치명적이었다.

청연정도 이를 잘 알아 이를 악물고는 목진의 처량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퍼퍽!

목진의 몸은 여전히 폭발을 거듭했다. 보아하니 체내의 폭등한 영력은 육신이 완전히 부서지기 전까지 그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목진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체내의 영력이 너무 미친 듯이 날뛰어 자신의 영력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 이를 악물고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

슉!

목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강애는 씨익 웃더니 괴물 같은 몸을 이끌고 신속하게 나아갔다.

“여러분, 저 녀석을 잠시만이라도 막아주게.”

그런데 그때, 갑자기 천지존 십수 명이 달려왔는데 그 우두머리는 목진의 상황을 유심히 살피고 있던 낙리였다.

“좋네. 대신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서두르게.”

천지존들은 바로 나섰다. 지금 상황에서 사령족 족장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목진 뿐이었다.

이에 낙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바로 목진한테 다가가 오래된 족자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태령고족의 진족 성물인 태령고도였다.

낙리는 목진의 체내의 영력이 무질서해진 것을 발견했는데 태령고도가 마침 영력을 길들이는 효과가 있어 아무리 난폭한 영력도 태령고도만 있으면 온순해졌다.

만고불후신의 영력에는 불후 본원이 있어 아무리 태령고도라도 완벽히 다스리기는 어렵지만, 목진의 짐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는 있었다.

낙리가 이내 결인하자 태령고도가 목진의 머리 위에 서서히 펼쳐져 오래된 영력의 빛을 내리쬐었다.

다행히 목진의 미친 듯이 날뛰던 영력은 온순해지기 시작했고 체내에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어 무서운 영력이 가져다준 충격을 완화시켜 주었다.

목진도 바로 마음을 움직여 영력으로 신통을 소환했다.

일기화삼청!

영광이 번쩍이더니 흑백 목진이 동시에 옆에 나타나 그 어깨에 손을 얹자 곧 폭발할 것 같았던 난폭한 영력이 두 화신한테 전달되었다.

두 화신은 목진과 한 몸이라 불후 본원이 깃든 영력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성급 후기의 강자가 나서도 감히 그의 영력을 흡입하지 못할 것이다.

쿠쿵!

두 화신 덕분에 목진의 체내에서 폭주하던 영력이 점차 잠잠해졌다. 비록 육신은 여전히 아프지만 더는 전처럼 폭발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후, 목진의 몸은 투명한 빛으로 반짝거렸고 머리카락마저 투명하게 변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은 유리 조각상이 된 채 조용히 서 있었는데 오래된 불상처럼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그의 육신에서 오래된 기운을 내뿜었는데 이는 만고의 세월을 거듭해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청연정, 마하천, 태명노조 등 천지존들은 멀리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지켜봤다. 그 누구도 목진이 정말 인법합일을 성공할 줄 몰랐다.

“그런 거였군. 일기화삼청으로 만고불후신의 힘의 일부를 부담할 생각을 하다니…… 얼마 유지하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해냈군.”

“목진은 지금 성급 후기마저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네.”

태명노조 등은 이내 감탄했다. 목진한테는 역시 다 계획이 있었다. 다들 그의 기발한 생각에 적잖게 놀랐다.

한편, 비스듬히 눈을 감은 채 서 있던 목진이 서서히 눈을 뜨자 눈동자마저 투명한 빛을 발했는데 상당히 그윽해 별이 빛나는 밤하늘 같았다.

목진은 고개를 돌려 양측에 서 있는 흑백 목진을 쳐다봤는데 두 화신도 오래된 투명한 빛을 발했지만 체내의 힘이 너무 난폭해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자칫 잘못하면 두 화신은 바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화신을 살피던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순간 오묘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건 일기화삼청의 세 번째 경지인 말로만 듣던 삼신경이었다.

이는 천제마저 이루지 못한 경지였다.

목진도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일전에 만고불후신의 힘을 두 화신에 주입할 때, 오묘한 무언가를 발견했었다.

그러나 목진은 일단 생각을 접고 고개를 들어 투명한 눈동자를 굴리며 저 멀리 서 있는 강애를 쳐다봤다. 녀석은 십수 명의 천지존을 손쉽게 물리쳤는데, 다들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이에 곧바로 강애는 목진을 죽이려 했는데 흉수의 먹이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바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가 조금만 더 움직이면 파멸의 공격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여 그는 천천히 흑자색 눈동자를 굴리며 육신이 투명해진 목진을 바라봤다. 순간 엄청난 위협감이 느껴져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현재, 목진의 모습은 너무도 놀라웠다.

목진은 강애를 노려보더니 씨익 웃으며 갑자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슉!

강애는 사정없이 뒤로 물러나며 흑자색 영력으로 방어벽을 여러 층 형성했다. 그러나 목진은 귀신처럼 그 위쪽에 나타나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퍽!

투명한 빛이 모이자 하늘마저 와르르 무너졌고 천지의 영력은 목진의 주먹을 향해 몰려왔다.

그의 주먹은 커다란 태양처럼 천천히 내려앉았다.

퍼퍼퍽!

권광이 닿자 강애가 형성한 방어벽들은 전부 와장창 깨졌고 그는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그도 이내 힘을 끌어올렸는데 팔에 사악한 무늬가 잔뜩 생겨났다.

쿵!

커다란 태양처럼 내려앉은 권광은 결국 강애의 마의 팔과 힘껏 부딪쳤다.

사람들의 눈길이 자연스레 모였고 북황의 언덕 밖에서 싸우던 진천 등과 성천마제마저 고개를 돌렸다.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투명한 태양은 서서히 사라졌고, 흑자색 마광은 완전히 무너졌으며 강애의 한쪽 팔이 산산이 부서졌다.

으악!

강애는 처량한 비명과 함께 맥없이 추락했는데 주위의 거대한 산맥은 와르르 무너졌다. 그는 결국 피를 철철 흘리며 한 산맥에 박혔고 육신 중 절반이 부서졌다.

그 광경에 다들 소름이 쫙 끼쳤다. 특히, 마하천은 입이 떡 벌어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목진이 날린 공격의 위력에 적잖게 놀랐다.

그도 마하음양병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아마 목진의 공격에 즉사할 것이다.

“저 녀석…….”

마하천은 허공에 떠 있는 투명한 허상을 바라보며 입가를 파르르 떨더니 한숨을 쉬었다. 갈수록 강해지는 목진을 보니 만고불후신은 이제 영원히 마하고족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걸 실감했다.

목진은 신화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신화는 다름 아닌 한때, 대천세계의 제일 강자였던 불후대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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