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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76화 (975/1,000)

976화. 정혈을 바치다

투명한 빛을 발하는 목진은 산에 박힌 강애를 묵묵히 쳐다봤다. 상대방은 오른쪽 팔이 완전히 부서져 아주 처참해 보였다.

그런데 강애의 생명력은 지극히 강해 죽지 않았고 애처롭게 울부짖기만 했다. 그 광경에 천지존들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경외의 마음을 담아 목진을 쳐다봤다.

일전에 목진이 휘두른 주먹의 위력은 성급 후기에 근접했다.

현재 진천,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을 제외하면 아무리 5대 고족의 족장이나 대장로들도 진족 성물의 힘을 빌려야 그 정도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령족을 상대했던 천지존들도 숫자의 우세로 녀석들이 더는 북황의 언덕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제압했다.

이에 진천,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은 안색이 훨씬 밝아졌다.

“무능한 놈.”

성천마제는 금세 안색이 어두워졌다.

“저런 미천한 종족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하지 않았나?”

흑시천마제가 음산한 눈빛으로 사령족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사령족은 시마족에게 넘기게. 우리가 저들의 시체를 제련해야겠네.”

“저들이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면 사령족도 진정한 역외사족으로 취급해주려 했는데 역시 아닌 것 같군.”

성천마제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저들더러 역외사족의 미래를 위해 최후의 공헌을 하라고 하는 수밖에 없겠군.”

말을 마친 성천마제는 씨익 웃으며 한 손으로 결인했다.

그러자 산에 박힌 강애의 미간에 검은색 마문이 생겼는데 마문은 꿈틀거리며 머릿속으로 스며 들어갔다.

강애는 엄청난 고통으로 눈이 충혈되었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는데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깨달아 두려운 기색이 드러났다.

“강애, 네 종족 사람들과 함께 역외사족을 위해 마지막으로 공을 세우거라. 이번에 우리가 성공하면 사령족은 더는 미천한 종족이 아닐 것이다.”

성천마제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려 퍼지자 강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절망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 성천마제가 몸에 마인을 심었을 때부터 그는 이미 반항할 권리를 잃었다.

그런데 그한테 또 다른 기회가 있긴 한가? 역외사족이 사령족 따위를 없애는 건 일도 아니라 종족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는 굴복해야만 했다.

“성마 나리, 부디 약속을 지켜주세요.”

강애는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당연하다.”

성천마제가 말을 마치자 강애의 미간에 생긴 마인이 꿈틀거리더니 수많은 벌레처럼 눈을 따라 체내로 기어들어 갔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의 눈동자는 온통 까만색으로 변했고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이와 동시에, 사령족 강자들도 순간 제자리에 멈춰 섰고, 그들의 미간에도 괴이한 마인이 나타났다.

목진은 의식을 잃은 채 서서히 떠오르는 강애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왠지 불안해져 손에 웅장한 영력을 모아 녀석을 완전히 없애려 했다.

그런데 그때, 뒤쪽에서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와 목진이 뒤쪽을 힐끗 쳐다보자 사령족 강자들이 황급히 달려가 강애를 중심으로 서로 손을 잡고 원을 그렸다.

“나와 함께 저들을 없앱시다!”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황을 살피고는 먼저 나서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투명한 권광이 사령족 강자들을 향해 날아갔는데, 사령족 강자들의 육신에 마문이 스며들더니 몸이 미친 듯이 팽창했고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난폭한 파동이 휘몰아쳤다.

“저들이 자폭하려고 하네!”

사령족에게 향하던 천지존들은 순간 혼비백산이 되었다. 사령족 강자들은 전부 천지존이고 강애는 무려 성급 중기였다.

이런 녀석들이 자폭하면 그 위력이 얼마나 무섭겠는가?

성급 후기라도 그 위력을 감당하긴 버거웠다!

목진도 눈가를 파르르 떨며 사령족 강자들을 바라봤다. 그는 사령족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쿵!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녀석들의 체내에서 무서운 마광이 솟구치더니 육신이 전부 폭발했고 거대한 먹구름이 피어올라 십수만 장 범위를 감쌌다.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쳐 목진 등은 황급히 물러나려 했지만 결국 그 힘에 못 이겨 튕겨 나갔다.

슉!

그때 한 갈래 마광이 내려앉아 대지를 공격하자 무서운 홍류가 퍼져 산맥들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젠장!”

마광 홍류가 대지를 감싼 영진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마광 때문에 영진이 제때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목진은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

쿠쿵!

북황의 언덕은 다시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 사악하기 그지없는 포효가 들려왔으며 칠흑 같은 마의 기운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얼른 영진의 힘으로 녀석을 제압하게. 천사신이 도망가려 하네!”

마하천, 태명노조 등의 안색이 확 어두워져 외치자 수많은 영력이 솟구쳐 부단히 영진에 스며들었고 허공에 얼룩진 장창이 다시 형성되어 땅속에 갇힌 천사신을 향해 날아갔다.

크으으으!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 마의 포효가 전해지더니 안개가 피어올라 거대한 해골을 이뤄 얼룩진 장창과 부딪쳤다.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천지마저 부서질 것 같았고 해골은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얼룩진 장창도 훨씬 흐릿해졌다. 하지만 약해진 힘을 실은 채 대지의 깊숙한 곳에 스며들었다.

“음? 저건 뭐란 말인가?”

목진은 선홍색 물결이 대지에 난 균열을 통해 깊숙한 곳으로 흘러드는 것을 바라봤다.

선홍색 물결에서 도천의 마의 기운이 느껴졌다.

“역외사족의 정혈이네! 젠장, 사령족 사람들의 몸에 대량의 역외사족 정혈이 깃들어 있었네!”

마하천 등도 바로 눈치를 채고 안색이 확 어두워져 외쳤다.

“저들은 자신들의 정혈로 천사신의 힘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도록 도우려는 것이네!”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달려가 보라색 화염을 내뿜었다. 이는 화해가 되어 균열의 주위에 이른 정혈들을 불태웠다.

그런데 그때, 대지의 깊숙한 곳에 갇힌 사악하기 그지없는 눈이 목진을 쏘아보며 외쳤다.

“벌레만도 못한 놈, 역겨우니 당장 꺼지거라!”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 마의 포효가 들리더니 무서운 마의 기운이 휘몰아쳐 목진을 공격했다.

퍽!

목진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멀리 튕겨 나갔고 입가에 피가 맺혔다. 그는 상대방의 마의 기운을 전혀 막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후우.

음산한 마풍이 불어 자염을 빠르게 끈 뒤, 정혈 홍류를 싣고 대지의 깊숙한 곳에 스며들자 커다란 검은색 입이 이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잇따라 북황의 언덕의 대지는 곧 무너질 듯 점차 격렬하게 진동했다.

“더 많은 양의 영력이 필요하네. 천사신이 봉인을 뚫고 나오게 해서는 절대 안 되네!”

마하천 등은 계속 소리를 지르며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대지에 난 균열에서 거대하기 그지없는 마의 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엄청난 마의 기운을 내뿜으며 상당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퍼퍼퍽!

광장에 놓인 동관은 바로 폭발했고 그 위에 앉아있던 천지존들은 마의 기운에 닿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정혈이 빨려 잿더미가 되었다.

“하하하하!”

마의 기둥에 마의 기운이 모이더니 커다란 마영이 아른거렸다. 허공에 서 있는 그는 흐릿한 허상일 뿐이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위압감을 내뿜었는데 멀리서 보면 꼭 멸세의 악마의 신 같았다.

“불후대제, 자네가 4만 9천 년 동안의 노력은 결국 수포가 되었네. 이번 대결은 내가 이겼네!”

마영이 껄껄 웃으며 거대한 대천화마진을 바라봤는데 심지어 그의 목소리는 북황의 언덕을 넘어 주위의 여러 대륙에까지 전해졌다.

엄청난 마의 포효에 하늘마저 순간 어두워졌다.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고개를 들고 눈가를 파르르 떨며 허공에 떠 있는 악마를 쳐다봤다. 다들 그한테서 엄청난 위협감을 느꼈다.

마하천, 청연정 등 실력자들도 두려운 듯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사신은 너무나 강대한 존재였다. 상고 시기, 그의 지휘하에 역외사족은 대천세계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적이 거의 없었다. 불후대제가 아니었으면 대천세계 전체가 녀석들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불후대제께서는 목숨을 바쳐가며 겨우 천사신을 봉인했는데 4만 9천 년 후, 그가 마지막 기회를 잡고 다시 이 세상에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장창을 세 개만 더 만들어내면 되는데!”

태명노조는 안타까운 듯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장창을 세 개만 더 만들어내면 천사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텐데 그들은 마지막까지 승리를 이끌어가지 못했다.

“정녕 대천세계가 멸망할 날이 도래했단 말인가?”

대천세계의 천지존들은 사색이 된 채 아우성쳤다.

북황의 언덕 밖에 서 있던 진천,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도 무서운 마의 기운에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4만 9천 년이 어디 짧은 세월이던가! 우리 종족이 4만 9천 년 동안 한 노력이 결국 수포가 되었네!”

불사의 주인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몇 시진만 더 버텨 99개의 장창이 전부 공격을 마치면 대천세계의 최대 우환이 철저히 사라질 텐데 이제 천사신이 봉인을 뚫고 나왔으니 대천세계는 또 누구의 목숨을 대가로 이를 봉인한단 말인가?

진천과 청삼검성도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들은 전력을 다했지만 역외사족이 오늘을 위해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왔을 줄 몰랐다.

그러나 진천은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지막하게 외쳤다.

“다들 내 명을 따르게. 대천화마진으로 악마를 죽여야 하네. 녀석은 막 봉인을 뚫고 나와 가장 약할 때이니 지금을 노려야 하네!”

천사신의 등장에 시무룩해졌던 천지존들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이를 악물고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동관에 주입했다.

수많은 고적을 통해 천사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 이들은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떠나보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천사신이 실력을 회복하면 대천세계에 파멸의 재앙이 닥칠 것이다.

쿠쿵!

대천화마진이 움직이자 허공에 오래된 광선들이 얽히고설키며 지극히 오래된 부적을 이룬 뒤, 서서히 회전하며 신비롭기 그지없는 위력을 내뿜었다.

천지를 휘몰아치던 안개 속 거대한 마영도 고개를 들더니 이 세상에 대한 한을 담은 눈으로 대천화마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불후대제는 먼 옛날에 죽었는데 그가 친 영진으로 다시 나를 봉인할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것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을 마친 마영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마의 기운은 그 주위를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무서운 힘을 방출했다. 천지존이라도 일단 휘말리면 즉사할 것이다.

“천사신을 막게!”

마하천 등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오래된 부적들이 바로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북황의 언덕을 벗어나려는 마영을 감쌌다.

“썩 물러나라!”

마영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마의 기운이 휘몰아쳐 천지존마저 바로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실은 채 오래된 부적으로 향했다.

위잉!

오래된 부적에서 눈부신 빛이 발하더니, 이는 구형 광막을 이뤄 천사신의 마영을 완벽히 감쌌다.

치익!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며 광막에 닿자 용암을 만난 눈처럼 빠르게 녹아 없어졌다.

마하천, 청연정 등은 오래된 부적의 위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천화마진은 역시 천사신한테 힘을 발휘했다.

“내가 지금 힘을 많이 잃긴 했지만 이따위 부적만으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것이냐?”

거대한 마영은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대천세계의 강자들을 노려보며 외쳤다.

“멸세현마광(滅世玄魔光)!”

마영이 커다란 입을 쩍 벌리자 웅장한 마광이 휘몰아쳤다. 이는 백 장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천지마저 쩍하고 갈라졌고 영력은 무서운 존재를 만난 듯 도망가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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