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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77화 (976/1,000)

977화. 그들이, 왔다

이렇게 백 장 정도의 마광이 위쪽의 광막을 미친 듯이 공격하자 엄청난 파동이 퍼져 주위의 공간은 와르르 무너졌고 시간마저 마광 때문에 천천히 흘렀다.

오래된 부적은 부단히 영광을 발하며 깨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마광에 깃든 파멸의 힘은 너무 강력해 1각도 안 되는 사이, 광막은 어두워졌고 부적에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불후대제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절대 내 앞길을 막지 못할 것이다!”

천사신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마의 위압감이 형성되었고, 마광이 번쩍이며 거대한 광막을 뚫고 나왔다. 그 뒤로 천사신의 만 장 정도의 마영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북황의 언덕 밖으로 향했다.

이에 북황의 언덕 밖, 대천화마진이 이룬 광막이 그를 막아섰다. 이는 마지막 방어벽으로 진천,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은 사색이 된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만 장의 마영을 바라봤다. 만약 이것마저 뚫고 지나가면 천사신은 힘을 회복한 후 다시 대천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반드시 천사신을 막아내야 하네. 그가 봉인을 완전히 뚫고 나가면 더는 그 누구도 상대가 안 될 것이네.”

세 사람이 결연하게 말했다. 이에 성천마제가 씨익 웃으며 직접 족장 몇 명과 함께 나섰다.

순간, 도천의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자 진천 등은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

쿠쿵!

이와 동시에, 천사신의 마영이 광막 앞에 도착했는데 마광이 먼저 광막을 공격하자 난폭한 파문이 일긴 했지만 부서지지는 않고 오히려 마광이 점차 소모되어 사라졌다.

“내가 전성기 때였으면 단번에 부쉈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마원을 소모해야겠군.”

천사신은 무덤덤한 얼굴로 대천화마진의 최후의 방어막을 쳐다보며 말했다.

잇따라 만 장의 마영에서 검은색 기운이 피어올라 앞쪽에 모이더니 주먹만 한 검은색 결정체를 이뤘다.

평범해 보이는 검은색 결정에서 지극히 무서운 파멸의 파동이 느껴졌다.

이 결정을 이루느라 천사신의 만 장 정도나 되었던 마영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엄청난 양의 힘을 소모한 모양이었다.

“공격하라.”

마영이 손가락을 튕기자 파멸의 힘이 깃든 결정체가 서서히 날아가 광막과 부딪쳤다.

양자가 닿자 검은색 결정을 중심으로 광막에 사악하기 그지없는 물결이 일었다.

신비로운 힘에 성천마제 등이 아무리 공격해도 끄떡없던 광막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진동이 격렬해지더니 광막이 점차 얇아졌다.

검은색 결정도 빠르게 작아졌는데 쌀알 정도가 되자 그 구역의 광막은 완전히 사라져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 광경에 북황의 언덕에 모인 사람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반면, 천사신은 돌아서서 눈가를 파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불후대제, 4만 9천 년 전, 당신은 목숨을 대가로 나를 봉인했지만 이번에는 또 누가 이 대천세계를 구한단 말인가? 그때도 말했지만 대천세계는 내 것이네…….”

말을 마친 천사신은 도천의 마의 기운을 방출하며 날아올랐다. 대천화마진은 그의 마운을 억제하지 못했고 마운은 주위로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이에 대천세계의 모든 생명체가 치명적인 위협감을 느꼈다.

사신이 마침내 대천세계에 강림했다.

웅장한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자 대천세계의 생명체들은 고개를 들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북황의 언덕 쪽을 바라봤다. 다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무서운 압박감이 대천세계에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에 다들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

한편,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은 사색이 된 채 이글거리는 마의 기운을 살폈다. 심지어 마하천, 청연정 등 성급 강자들도 불안한 듯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천사신이 봉인에서 완전히 풀려났으니 다시 제압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이는 대천세계에 파멸의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성천마제 등도 천사신이 봉인에서 풀려나자마자 진천 등을 무시한 채 신속하게 철수하더니 천사신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천사신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역외사족의 32개 종족 족장들도 겸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그들은 천사신한테만큼은 절대적인 복종의 뜻을 드러냈다.

잇따라 그 뒤쪽에서 서 있던 수많은 마영들이 무릎을 꿇고는 이내 환호했다.

“환영합니다, 천사신!”

악마들의 고함에 진천, 청삼검성과 불사의 주인은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상대방이 형성한 강력한 마의 위압감에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

슉!

그때 진룡제, 봉왕과 황왕 등 엄청난 신수들이 날아왔다.

“진천, 어떻게 된 일인가? 천사신이 어쩌다 봉인을 뚫고 나왔단 말인가?”

진룡제는 화가 난 듯 두 눈을 부릅뜬 채 진천 등을 쏘아보며 외쳤다.

“이건 다 내 탓이네. 내 몸에 심마의 씨가 깃들지만 않았어도 역외사족에서 영진을 뚫고 들어와 봉인을 파괴하지 못했을 것이네.”

진천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진룡제, 그런 말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지금은 천사신을 어찌 상대할지부터 고민해보도록 하세.”

청삼검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진룡제는 고개를 들고 악마들의 절을 받는 천사신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뭘 더 고민하나? 저 녀석이 얼마나 강대한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불후대제마저도 목숨을 바쳐서야 겨우 봉인했는데 과연 누가 저런 존재를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다들 말문이 막혔다.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들도 천사신 앞에서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럼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군.”

불사의 주인이 창로한 얼굴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그 말에 다들 서로 마주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어느새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역외사족이 얼마나 사악한 종족인지 알고 있는 이들은 일단 최선을 다해 싸우기로 했다.

북황의 언덕에 서 있던 목진도 고개를 들고 악마들이 절을 올리는 꼴을 보고는 숙연해졌다.

목진의 옆에 서 있던 낙리도 이내 정색했다. 그녀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두려움을 느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살아있는 한, 너만은 내가 반드시 지켜낼 거야.”

낙리의 불안함을 느낀 목진은 그녀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

“너와 함께라면 난 죽음도 두렵지 않아.”

낙리도 목진의 손을 꼭 잡더니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낙리의 눈빛에 깃든 애정을 느낀 목진도 어느새 미소를 지었다.

천사신이 무서운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목진은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더구나 목진은 지금까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두려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외, 북황의 언덕에 서 있던 천지존들도 이내 결연해졌다.

천사신은 자신한테 큰절을 올리는 악마들을 쓰윽 살피더니 도천의 마의 기운을 내뿜으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

“성마, 잘했구나.”

“저는 당신의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

성천마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천사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비록 봉인에서 풀려나긴 했지만 큰 타격을 입었구나. 내 먹이는 준비되었느냐?”

천사신은 가볍게 웃으며 음산한 눈빛으로 뒤쪽에 서 있는 역외사족의 마영들을 쓰윽 훑었다.

“당연하죠.”

성천마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 뒤, 손을 가볍게 흔들자 뒤쪽 공간이 갑자기 찢어지더니 그 속에서 대천세계의 생명체로 가득 찬 하위면들이 나타났다.

이를 지켜보던 천사신이 사악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도천의 마의 기운이 하위면에 스며들더니 그 위면의 생명들이 처량하게 울부짖으며 폭발해 혈무가 되었다.

후우.

천사신이 힘껏 숨을 들이켜자 정혈 홍류가 깃든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며 그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잇따라 천사신의 방대한 육신이 요동치더니 무서운 마의 기운이 빠르게 압축되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 속에서 사람의 형태를 한 존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별을 가득 수놓은 하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훤칠한 외모에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으며 검은 두 눈은 세상 만물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중, 가장 괴이한 것은 녀석에게 눈이 세 개나 더 있다는 것이었다. 미간에 난 눈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눈은 꼭 감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녀석한테 눈이 무려 다섯 개나 존재했다!

진천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천사신을 바라봤다. 여러 위면에서 대천세계의 생명체들을 수도 없이 집어삼킨 천사신은 실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모양이었다.

“내 힘은 아직 절반밖에 회복이 안 됐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천사신은 고개를 숙여 진천, 청삼검성 등 대천세계의 정예급 강자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는데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쫙 끼쳤다.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 진룡제 등 성급 후기 강자들이 한데 모이면 전투력이 막강한데도 천사신 앞에서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꼈다.

“북황의 언덕은 나를 4만 9천 년이나 봉인했지만, 이 땅에 불후대제의 피도 가득 묻어 있지. 오늘, 내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을 완전히 부술 것이다.”

천사신이 말을 마치자 미간에 난 눈이 끔뻑이며 어두운 광선을 내뿜었다.

“사멸목(死滅目)!”

어두운 빛이 폭등해 암흑 운석이 되었는데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운석에 적중하면 대륙 전체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천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암흑 운석을 바라봤다. 그들은 이 운석에서 상당히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그 힘에 성급 후기의 강자가 맞는다면 즉사할 것이다!

“함께 나섭시다!”

진천이 소리를 지르자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 진룡제 등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더니 경천의 공격을 개시했다.

수많은 성급 후기 강자가 동시에 공격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쿠쿵!

성급 후기 강자들이 전력을 다한 공격이 암흑 운석과 한데 부딪쳤다.

퍽!

순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 수십만 리를 휩쓸었고 허무한 공간이 와장창 깨졌다.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양자의 공격이 부딪친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느새 충격파가 가시자 한 갈래 흑광이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다.

이는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운석으로 여전히 그대로였다. 성급 후기 여러 명이 동시에 나섰는데도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스읍!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고 진천 등마저 넋이 나갔다. 그들은 운석에 깃든 무서운 힘이 성급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천세계가 정녕 멸망한단 말인가?”

불사의 주인이 절망스러운 듯 외쳤다.

“주제도 모르는 녀석들.”

천사신은 상황을 살피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불후대제, 자네 유골은 북황의 언덕과 함께 보내주겠네. 걱정은 하지 말게. 자네가 나를 4만 9천 년 동안 봉인한 대가는 대천세계의 사람들한테 받아낼 테니 말이야.”

슉!

사망의 운석이 공간을 가르며 북황의 언덕 위쪽으로 날아갔는데, 그 파멸의 힘에 진천 등은 속수무책이었다.

“여러분, 목숨을 걸고 이곳을 지킵시다.”

진천이 서서히 눈을 감고 두 손으로 결인하자 체내의 영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육신을 폭발시켜 천사신의 파멸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이에 불사의 주인과 청삼검성은 씁쓸하게 웃더니 덩달아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런데 그때, 허공이 부서지더니 무궁무진한 힘이 날아와 그들의 몸을 감싸 난폭해졌던 영력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화들짝 놀라 눈을 뜬 진천 등은 앞쪽 부서진 공간에서 익숙한 파동을 읽었다.

“이 파동은…….”

부서진 공간에서 두 사람이 서서히 걸어 나왔다.

“제염!”

“팔부수!”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이 나지막하게 외치자 현란한 화염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화염의 도망을 이뤘는데 이 세상을 불태워 없앨 것만 같았다. 또한, 여덟 갈래 특이한 힘이 깃든 거대한 손이 무한의 힘을 방출하며 화염의 도망과 함께 암흑 운석으로 향했다.

쿵!

세 갈래 무서운 힘이 한데 부딪치자 주위의 공간이 미친 듯이 무너졌는데 종횡무진하던 암흑 운석은 격렬하게 떨리더니 와장창 깨졌다.

깜짝 놀란 성천마제 등이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고개를 돌려보니 허공에 두 사람이 경천의 기둥처럼 듬직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저건…… 염제와 무조가 아닌가!”

진천 등도 눈가를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고 허공에 나타난 두 사람을 보더니 흥분한 듯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드디어 저들이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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