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화. 염제, 무조와 천사신의 대결 (1)
쿠쿵!
제염으로 이뤄진 필이 가까워지자 창궁방에서 신비로운 안개를 내뿜었다. 안개는 희박해 보였지만 세상 만물을 막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신비로운 힘이 있었다.
퍽!
무조도 바로 나섰다. 체내에서 내뿜은 여덟 가지 색상을 띤 만 장의 영광이 일그러지다가 순간 거대한 손가락으로 변하더니 무한의 힘이 깃든 거대한 손가락이 공간을 부수며 창궁방으로 향했다.
한편, 무조가 내뿜은 여덟 가지 색상을 띤 영광은 각각 속성이 다른 영력을 의미하는데 서로 완벽하게 아우러져 강력한 위력을 방출했다.
“열리거라!”
염제와 무조가 고함을 지르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창궁방을 감싼 신비로운 안개가 외부의 침입을 막으려는 듯 파르르 떨렸지만 두 사람의 영력이 강력해지자 어느새 흩어졌다.
잇따라 제염필과 거대한 팔색 손가락이 창궁방에 닿자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압박감이 폭발했다.
진천 등 성급 후기에 이른 천지존들마저 그 엄청난 압력에 손가락마저 움직일 수 없었다.
오직 염제와 무조만 허공에 태연하게 서 있었다.
사람들은 창궁방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창궁방은 파르르 떨며 뇌명 같은 소리를 냈다.
그때 대천세계의 모든 생명들은 범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고 고개를 들어 북황의 언덕을 바라봤다.
잠시 후, 제염필과 거대한 팔색 손가락은 드디어 창궁방에 첫 획을 그었다.
순간, 천지의 영력이 들썩이더니 창궁방에 영광이 번쩍였다. 두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아주 쉽게 써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았다.
성급 후기에 이르렀다고 해도 창궁방의 압력을 견디며 이름을 남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염제와 무조는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고 두 팔은 파르르 떨렸으며 체내의 모든 힘을 끌어모으며 창궁방에 글을 써 내려갔다.
창궁방에서 발하는 영광이 점차 그윽해지더니 오래된 글자가 서서히 형태를 이뤄갔다.
소!
임!
자신의 성씨를 적은 염제와 무조는 몸이 확 굳었고 이마에 땀이 가득 맺혔다.
그들은 창궁방에 아른거리는 자신의 성씨를 보더니 후련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안색이 훨씬 어두워졌다.
성씨를 적은 두 사람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압력이 느껴져 상당히 괴로웠다.
그들은 드디어 불후대제가 왜 창궁방에 이름을 전부 적지 않으셨는지 깨달았다.
이름을 전부 적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만약 염제와 무조가 이름을 계속 쓰려 한다면 제염필과 거대한 팔색 손가락은 무서운 세계의 힘 때문에 부서질 것이다.
두 사람은 허공에 한참 서 있다가 아쉬운 듯 가볍게 한숨을 쉬며 옷깃을 휘날렸는데, 제염필과 거대한 팔색 손가락이 금세 사라졌다.
그 광경에 다들 아쉬워했다. 조금만 더 애쓰면 염제와 무조는 대천세계에서 처음으로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남긴 사람이 될 텐데 말이다.
이는 불후대제마저 초월한 엄청난 일이었다.
그러나 성씨만 남기는 것도 엄청 대단한 일이었다. 적어도 현재의 무조와 염제는 그날의 불후대제 못지않은 성과를 이뤘으니 말이다!
쿵!
잇따라 신비로운 창궁방에서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신비로운 기운이 휘몰아쳐 두 사람이 적은 성씨를 감쌌다.
바로 그때, 진천 등 성급 강자들은 무언가 눈치채고 염제와 무조한테 눈길을 돌렸는데 신비롭기 그지없는 힘이 강림해 두 사람의 몸을 감쌌다.
진천 등 성급 천지존들은 순간 염제와 무조한테 큰절을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신비로운 힘은 염제의 미간에 화염 광문을, 무조의 미간에는 오래된 부적 광문을 이뤘다.
세계의 흔적처럼 새겨진 두 갈래 광문 때문에 염제와 무조는 더없이 존귀한 존재로 거듭난 듯 보였다.
이러한 두 사람이 주위를 쓰윽 훑자 웅장하기 그지없는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그들은 대천세계의 주인이 된 듯 무한의 위력을 내뿜었다. 염제와 무조의 실력은 어느새 성급을 훨씬 초월했다.
진천, 불사의 주인, 청삼검성, 진룡제 등 성급 후기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현재의 상태가 한계라고 여겼는데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이것이 창궁방이란 말인가…….”
목진 역시 고개를 들고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창궁방을 보고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체내의 피가 끓어 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창궁방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 되었군.”
목진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염제와 무조가 동작을 멈추자 높은 하늘에 있던 창궁방이 서서히 사라져 1각도 안 된 사이에 완벽히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천지의 무서운 위압감은 그대로 남아 일전의 광경이 꿈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 주었다.
북황의 언덕에 서 있는 천지존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허공에 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무조와 염제가 형성한 무서운 파동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염제와 무조는 성씨밖에 남기지 못했지만 절반 정도는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네. 실력으로 따지면 저들은 불후대제 못지않네!”
“역시 대천세계는 아직 멸망할 때가 아닌 것 같네. 상고 시기, 불후대제께서는 위급한 상황에 나서 대천세계를 구하셨고 지금은 염제와 무조가 나서지 않았는가?”
“염제와 무조만 있으면 대천세계는 천사신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네!”
* * *
북황의 언덕에 모인 천지존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들은 천사신이 봉인에서 풀려나 절망스러웠다. 그는 대천세계의 모든 성급 후기를 손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막강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성씨일 뿐이지만 염제와 무조가 창궁방에 이름의 절반을 남겨 신비로운 세계의 힘을 장악하게 되었고 이로써 대천세계는 천사신을 상대할 힘이 생겼다. 절망스러운 상황에 어쩔 바를 몰랐던 사람들은 드디어 희망의 빛을 보았다.
반면, 멀리 떨어져 있던 천사신과 성천마제 등 역외사족의 강자들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특히, 천사신은 음산한 눈빛으로 염제를 노려봤다. 그는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는 불후대제가 사망해 대천세계에 더는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있을 존재가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강한 녀석이 두 명이나 나타나다니.
“젠장!”
성천마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는 역외사족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천사신이 봉인에서 풀려나면 대천세계가 멸망할 것이고 이곳의 생명체들은 전부 노예가 되어 마음껏 부려 먹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염제와 무조가 창궁방에 성씨를 남긴 일로 대천세계의 최강 전력이 상고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상고 시기, 대천세계에서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수 있던 사람은 불후대제 한 명뿐이었지만 지금은 두 명이나 되었다.
“역외사족이 대천세계를 점령하려는 목표는 오늘, 이뤄지지 않을 것 같군.”
염제와 무조도 고개를 들고 천사신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희들도 겨우 성씨를 적은 것뿐인데 뭘 믿고 나한테 그리 말하는 것이냐?”
천사신은 위험한 빛을 발하는 눈을 굴리며 물었다.
“그럼…… 어디 싸워봅시다.”
염제와 무조는 가볍게 웃더니 이내 정색했다. 천사신은 역외사족의 정신적 지주라 그만 제압하면 녀석들은 자연스레 무너질 것이다.
또한, 천사신은 봉인을 뚫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력이 가장 약할 때였으니 지금보다 좋은 기회는 또 없을 것이다.
염제와 무조가 함께 나서자 무한의 영력이 그들을 중심으로 몰려들었다.
잇따라 염제가 주먹을 쥐자 묵직한 검은색 자가 수중에 나타났는데 그가 자를 힘껏 휘두르자 활활 타오르는 제염이 만 장의 척망을 이룬 채 상대방에게 향했다.
척망이 지나가자 천지가 반으로 갈렸다.
연이어 무조가 주먹을 꽉 쥐고 휘두르자 경천의 용음과 함께 청룡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다 청룡이 포효하자 입에서 난폭하기 그지없는 팔색의 영광이 번쩍였고, 그 속에서 파멸의 기운이 느껴졌다.
염제와 무조의 공격은 전보다 훨씬 강력했고 그들이 형성한 위압감에 천사신마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흥, 너희가 무슨 수로 창궁방에 성씨를 남겼는지 보자꾸나!”
천사신의 미간에 있는 사악한 눈이 미친 듯이 번쩍이며 무한의 마의 기운을 흡수했다가 한꺼번에 방출했다.
“탄계사수(吞界邪獸)!”
그의 미간에 있는 사악한 눈이 방출한 마광은 순식간에 폭등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거대한 검은색 흉수로 변했다.
사악한 빛을 발하는 녀석의 눈은 살기로 가득 찼고 세상 만물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슉!
바로 그때, 척망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자 검은색 흉수는 손을 힘껏 휘둘렀는데, 녀석의 공격은 성급 후기도 바로 가루로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치익!
그런데 척망이 지나자 검은색 흉수는 멈칫하더니 발이 잘려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크으으으!
잇따라 청룡이 날아가 입을 쩍 벌려 팔색 용식을 내뿜자 ‘쿠쿵!’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은 미친 듯이 포효하며 멀리 튕겨 나갔고 온몸에서 발하던 사악한 빛도 한결 어두워졌다. 녀석은 크게 다친 듯했다.
천사신은 대결에서 열세에 처했다. 아무리 그라도 창궁방에 성씨를 남긴 두 사람을 상대로 종횡무진할 수는 없었다.
북황의 언덕에 서 있던 천지존들은 하늘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역외사족 쪽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성천마제 등 천마제들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다.
“내 몸이 허약하다고 무시하는 것이냐?”
천사신은 맥없이 물러나는 검은색 흉수를 보더니 이내 정색하며 돌아서서 옷깃을 휘날렸다. 그러자 들끓는 마의 기운이 뒤쪽에 서 있던 마영들을 향해 날아갔다.
마의 기운에 닿은 마영들은 육신이 폭발했고 그 속에 깃든 정혈은 전부 마의 기운이 차지해 신속하게 몸집을 키웠다.
으악!
갑작스러운 변고에 역외사족 강자들은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는데 제아무리 애써 발버둥 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천사신은 빠르게 실력을 회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성천마제 등 천마제들은 말리지 않고 방관하기만 했다. 천사신의 실력이 회복돼야 대천세계의 염제와 무조를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듣거라. 매개 종족에서 먹이로 마제 한 명을 바치거라!”
성천마제의 차가운 말투에 역외사족 강자들은 흠칫 놀랐다.
32개 종족이 아닌 다른 종족한테 마제 한 명을 잃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었다.
그런데 32개 종족 족장들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시무룩해진 채 마제를 내보냈다.
천사신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옷깃을 휘날려 무서운 마의 기운으로 마제를 감쌌다. 녀석의 육신은 바로 폭발해 정혈로 변했다.
“걱정 말거라. 내가 대천세계를 차지하면 너희 종족에게 큰 보상을 내릴 것이다.”
말을 마친 천사신이 힘껏 숨을 들이켜자 허공에 떠 있던 대량의 정혈은 한꺼번에 그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쿠쿵!
대량의 정혈을 삼킨 천사신의 눈에서 발하는 사악한 빛은 훨씬 강력해졌고 머리 뒤에 마기 광환이 나타났으며, 내뿜는 마의 기운도 놀라울 정도로 폭등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의 마의 기운에서 비롯된 마의 위압감에 북황의 언덕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그 광경에 북황의 언덕에 서 있던 천지존들은 표정이 확 굳었고 염제와 무조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웅장한 마의 기운은 염제와 무조가 형성한 영력 위압감과 비슷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목진 등은 천사신의 이마에 박힌 다른 두 사악한 눈도 파르르 떨리더니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사악한 눈 다섯 개가 동시에 떠지자 무한의 마의 기운이 요동쳤고 천사신은 멸세의 악마처럼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사악한 눈 다섯 개가 한꺼번에 열리다니…….”
불사의 주인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상고 시기, 천사신이 불후대제를 상대했을 때도 사악한 눈을 네 개밖에 열지 않았었는데…….”
이에 다들 깜짝 놀랐다. 상고 때보다 더 강해졌단 말이 아닌가?
천사신은 두 손을 서서히 벌리며 체내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는 파멸의 힘을 느끼더니 만족하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사악한 눈 다섯 개를 끔벅이며 멀리 떨어져 있는 염제와 무조를 쳐다봤다.
“눈을 다섯 개나 떴으니 너희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나!”
파멸의 기운이 깃든 천사신의 난폭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