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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82화 (981/1,000)

982화. 제삼자

2각도 안 되는 사이, 대량의 마영들이 완벽히 사라졌고 도천의 마의 기운도 덩달아 사라졌다.

이를 확인한 성천마제 등도 공간 균열 속으로 뛰어들었고 천사신은 뒷짐을 쥔 채 염제와 무조를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거라. 그건 내가 대천세계에 베푸는 최후의 자비란다.”

그는 히쭉거리며 말한 뒤, 공간 균열로 뛰어들었는데 균열은 금세 사라졌다.

이렇게 이 세상을 반으로 가른 것 같았던 마광도 서서히 사라졌고 유리발과 제염승은 각자 주인한테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다.

텅 빈 하늘을 바라보던 염제와 무조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천사신은 너무 위험한 존재였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늘, 그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천사신을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그들은 천사신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

잠시 후,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두 사람은 북황의 언덕에 다가가자 진천, 불사의 주인, 진룡제 등 성급들이 다가왔다.

“염제, 무조, 우리 이제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천지존을 전부 모아 의견을 모읍시다. 어떻게 하면 멸세의 눈을 없앨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봅시다.”

염제와 무조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대천세계의 유명한 강자들은 모두 대천궁 대전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다들 아무 말이 없어 숨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강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품은 채 대전 중심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여러분, 지금은 대천세계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라네.”

염제가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천지존경에 이른 그들도 어쩔 바를 몰랐다.

“염제, 무조…… 당신들마저 천사신을 제압할 수 없단 말인가?”

진천이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묻자 염제와 무조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천사신이 5목만 사용하면 전혀 두렵지 않지만, 정말 9목을 사용하면 아무리 우리 두 사람이라도 그 상대가 안 될 것이네.”

무조가 예리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 우리 두 사람이 창궁방에 완전한 이름을 남길 수 있으면 세계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 천사신도 죽일 수 있을 것이네.”

“대천세계의 모든 자원을 끌어모으면 창궁방에 이름을 완전히 적을 수 있겠나?”

청삼검성은 희망찬 눈빛으로 무조와 염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건 글자 수가 많거나 획이 많아 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성과 이름으로 나뉘는 것뿐이네. 창궁방에 이름을 남기는 데는 지극히 방대한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은 오랜 세월 쌓여야 비로소 가질 수 있네. 우리 두 사람은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자신이 있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릴 것이네.”

염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말에 대전은 다시 조용해졌다. 평소 같으면 수십 년은 물론이고 수백 년이라고 해도 괜찮겠지만 천사신은 5년이 지나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대천세계는 지금 멸망의 위기에 처했고 그들한테 시간보다 부족한 건 없었다.

“다른 방법은 정녕 없단 말인가?”

말을 마친 불사의 주인의 창로한 얼굴은 훨씬 쭈글쭈글해졌고 어느새 잿빛이 되었다.

이에 염제와 무조도 말문이 막혀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잠시 후, 상황을 살피던 목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염제와 무조 선배님께서 창궁방에 이름을 남기시지 못할 것을 대비해 자원을 모아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세 번째 강자를 배양해내는 것은 어떤가요? 그러면 천사신을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목진의 말에 다들 멈칫하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염제와 무조도 흠칫하더니 이내 화색이 된 채 목진을 쳐다봤다.

“괜찮은 방법이구나. 성만 남겼을지라도 창궁방에 이름을 남긴 강자가 한 명이라도 더 나오면 천사신을 상대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면 대천세계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겠지.”

대전에 모인 천지존들도 최후의 희망을 본 듯 적극적으로 의논하기 시작했고 일전의 숨 막히는 분위기도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도대체 누굴 선택해야 한단 말인가?”

염제가 주위를 쓰윽 훑으며 묻자 다들 다시 조용해졌다. 천지존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만 할 뿐,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곳에 온 사람들은 대천세계의 정예급 역량이지만 그들은 창궁방에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진천, 청삼검성, 불사의 주인, 진룡제 등 성급 후기들한테 눈길을 돌렸다. 현재, 염제와 무조를 제외하면 그들의 실력이 제일이라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러나 진천 등은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그들은 비록 성급 후기지만 5년 이란 짧은 시간에 염제나 무조 같은 강자로 거듭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창궁방을 소환한 능력조차 없었다.

진천 등의 표정을 확인한 천지존들도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색이 되었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염제와 무조도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진천 등을 나무랄 일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들이 오른 경지에 이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을 쓰윽 훑던 두 사람은 머뭇거리는 목진을 발견하고 바로 말을 건넸다.

“목진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거라. 대천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으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게 뭐든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염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천궁에 모인 사람들도 전부 눈길을 돌리자 목진은 머쓱하게 웃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염제와 무조를 바라봤다.

“제가 세 번째로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이 제법 유명해지긴 했지만 겨우 선급이었다. 진천 등 성급 후기마저 자신 없어 하는 일을 무슨 수로 해낸단 말인가?

“선급 밖에 안 되는 녀석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마하천이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 그는 목진을 싫어해 기회만 되면 깎아내리려 했다.

다른 천지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들 같은 생각이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었고 다들 선급 밖에 안 되는 목진한테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기지 않았다.

“무슨 근거로 그리 말하는 것이냐?”

염제와 무조는 잠시 고민하다가 목진한테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목진을 좋게 바라보긴 하지만 이건 대천세계의 생사가 걸린 일이라 신중하게 판단해야만 했다.

“제가 성급은 아니지만 일기화삼청을 세 번째 단계인 삼신경까지 수련해낼 자신이 있어요.”

정작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염제와 무조한테 말을 건넸다.

일전에 그는 강애와 싸우면서 말로만 듣던 삼신경에 대한 깨달음을 조금 얻었다.

“일기화삼청? 삼신경?”

천지존들은 삼신경에 대해 처음 들어보았다. 천제도 이를 수련해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일기화삼청이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한 가지이긴 하지만 창궁방에 이름을 남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마하천이 다시 피식 웃으며 묻자 목진은 그를 힐끗 쳐다봤다.

“일기화삼청만으로는 확실히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거예요.”

목진은 잠시 머뭇거렸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삼신경이란 화신이 독립적인 개체를 이루는 것으로 오래도록 존재할 수 있어요. 저의 두 화신이 각자 다른 원시 법신을 수련해낸다면 우리 셋의 힘에 원시 법신의 힘까지 더해지면 성급 후기도 두렵지 않을 거예요.”

“그때 가서 그 힘을 본체에 모을 수만 있다면 5년 이내에 성급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창궁방에 성씨 정도는 남길 수 있을 거예요.”

목진의 말에 대전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다들 입을 쩍 벌린 채 목진을 쳐다봤다.

다들 그의 허무맹랑한 말에 깜짝 놀랐다.

“자…… 자네 화신도 지존법신을 수련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 버벅거리며 물었다.

“더구나 다른 원시 법신을 수련할 수 있단 말인가?”

목진이 지금까지 일기화삼청으로 선보인 두 화신은 본체와 똑같은 지존법신을 사용했고 별도로 지존법신을 수련해내지는 못했다.

“삼신경이면 확실히 가능하네.”

목진이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다들 말문이 막혔다. 여태껏 삼신경을 수련해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진아, 그 말이 사실이냐?”

염제와 무조도 머뭇거리다가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대천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는데 제가 왜 되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겠습니까? 그게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목진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염제와 무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람들한테 고개를 돌렸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한테 다른 선택지가 있긴 한가?”

진천의 질문에 표정이 복잡미묘해진 사람들은 씁쓸하게 웃었다. 진천 등 성급 후기마저 자신이 없다면 목진이 제시한 방법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럼…… 어디 한 번 해봅시다.”

진천이 이를 악물며 말했고 불사의 주인, 진룡제 등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제대로 미쳤군.”

마하천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중얼거렸다.

“그럼 대천세계는 너한테 달렸구나.”

천지존 대부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염제, 무조도 깊게 숨을 들이켜며 목진을 바라봤다.

“다른 두 원시 법신이 필요해요.”

“그리고 자원을 모아 제가 5년내에 성급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목진도 숙연해진 채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다른 두 원시 법신이라…….”

목진의 말에 다들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이런 조건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현재 대천세계에 원시 법신은 다섯 개밖에 없었는데 전부 희귀하고도 강대했다. 이는 목진이 만고불후신을 가져가려 하자 마하천이 미쳐 날뛰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만고불후신을 수련해낸 목진이 다른 두 원시 법신을 탐내고 있으니 다들 받아들이기 힘들 법도 했다.

염제와 무조도 서로 마주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마하천을 제외한 나머지 4대 고족의 족장과 대장로를 쓰윽 살폈다. 다른 네 채의 원시 법신은 그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청연정을 제외한 3대 종족의 족장과 대장로들은 눈빛이 흔들렸다. 원시 법신은 그들한테 너무 중요한 존재라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부도신족에서 무한광명체를 내놓겠네.”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청연정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비록 부도신족의 대장로지만 무한광명체와 연관된 일은 장로원의 인정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 일은 대천세계의 생사가 걸린 일이라 별다른 수가 없었다.

만약 대천세계가 5년 뒤에 천사신을 상대할 힘이 없으면 부도신족도 멸망하게 될 텐데 원시 법신을 손에 들고 있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더구나 목진은 그녀의 아들이었으니 믿고 지지하지 않을 리 없었다.

청연정의 말에 다른 세 종족은 씁쓸하게 웃었다. 목진은 청연정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부도신족의 차기 족장이니 무한광명체의 수련법을 그한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염제와 무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원시 법신을 한 채만 더 구하면 될 텐데 태명노조, 흑천 족장과 황규 족장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다들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열길 바랐다.

“태명 장로님.”

그때 낙리가 맑은 눈동자를 굴리며 미소를 짓자 태명노조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어 어색하게 웃었다.

“난 태령고족의 성녀이니 일부 결정권이 있겠죠?”

낙리의 질문에 태명노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령고족에서 성녀는 족장이나 다름없으니 결정권이 있단다.”

“태령성체는 태령고족의 가장 중요한 보물이라 머뭇거릴 법도 한데…… 한 가지만 묻고 싶네요. 태령고족이 멸망하면 태령성체가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낙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태명노조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5년 뒤, 대천세계가 멸망하면 태령고족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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