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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84화 (983/1,000)

984화. 소탕과 고된 수련

목진은 불후대제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쿵!

순간, 목진은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무한한 바닷물처럼 사정없이 체내에 스며드는 것을 발견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치익!

목진의 두 팔은 쩍 갈라져 피가 철철 흘러내렸고, 체내의 피와 살도 파르르 진동하며 미친 듯이 스며드는 영력을 흡수했다.

해당 영력은 수만 년이 지나 주인의 의지가 전부 사라져 지극히 순수해졌지만 불후의 기운이 깃들어 있어 일반 천지존이 이를 흡수했다면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다행히 목진은 만고불후신을 수련해 영력 속성이 불후대제와 똑같았다.

이에 그는 체내의 스며든 웅장한 영력을 바로 흡수할 수 있었다.

쿠쿵!

목진의 체내에서 뇌명 같은 소리가 부단히 울려 퍼졌고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는 피범벅이 되어 상당히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그의 육신은 웅장한 영력 때문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다행히 목진의 육신은 성급에 이르러 회복 능력이 강대했다. 육신은 스스로 찢어진 곳을 치유하기 시작했지만 밀물처럼 몰려오는 엄청난 고통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목진은 의지가 굳건한 사람이었다. 그는 웅장한 영력 충격에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한편, 불사의 주인은 목진의 체내에서 전해진 영력 충격에 부단히 뒤로 물러나더니 결국 제단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제단에 형성된 거대한 영력 돌풍 속 목진과 불후대제의 육신을 살폈다.

성급 후기인 그라도 영력 돌풍에서 느껴진 영력의 막강함에 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불사의 주인은 목진이 웅장한 영력의 충격에 얼마나 괴로운 과정을 겪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시간이 흐르자 목진의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도 조금씩 강대해졌다.

목진이 끝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성급에 이르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목왕, 부디 성공하거라. 대천세계의 생사는 너한테 달렸단다.”

* * *

회흑색 하늘의 마역은 공기에 음산한 기운이 깃들었고 대지 곳곳은 부식되어 얼룩진 것처럼 보였다.

한편, 염제와 무조는 뒷짐을 쥐고, 한 산봉우리에 서서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주위를 살폈다. 대천세계의 강자들이 시야가 닿는 곳 저 멀리까지 흩어져 역외사족의 강자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느새 대천세계가 반격을 시작한 지도 반년이 지났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엄청난 대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천세계의 강자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는데 마역에 마영이 몇 없었다.

소탕하면서 남아있는 역외사족을 발견하긴 했지만 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부 소각되었다.

“염제, 무조…… 역외사족의 남아있는 강자들한테서 얻은 소식에 따르면 녀석들은 대부분 하위면으로 피신하였다고 하네.”

진천이 뒤쪽에 나타나 말을 건넸다.

“역시 숨어들었군.”

염제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천사신은 실력을 회복하느라 쉽게 나설 수가 없어, 일단은 대천세계가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여 역외사족은 아예 마역을 포기하고 하위면에 숨어들었다.

“녀석들이 숨으면 우리가 가서 끄집어내야지!”

무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역외사족은 실력이 막강해 하위면에 숨어들었다고 해도 이상한 파동이 스며져 나올 것이 분명했다. 자세히 관찰하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역외사족한테 숨 돌릴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고 천사신의 마음도 들쑤셔야만 했다.

“좋네!”

진천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살기를 품은 채 떠났다.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죽을 각오로 마역까지 왔고 생사를 오가는 치열한 싸움을 벌일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다른 상황에 더없이 답답했다.

잇따라 염제와 무조는 서로 마주 보더니 이내 정색했다. 천사신이 작정하고 숨으면 그들이라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목진은 지금 어느 경지까지 이르렀을까?”

그들은 저 멀리 대천세계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군. 안 그럼 5년 뒤, 대천세계는 정말 멸망할지도 모르네.”

* * *

쏴아아!

거대한 영력 돌풍이 휘몰아치자 북황의 언덕의 지면은 사정없이 갈라졌다.

그러나 영력 돌풍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은 손바닥을 맞닿은 채 마주 보며 끄떡없이 앉아있었다.

불후대제의 육신에서 웅장한 영력이 부단히 흘러나와 포효하듯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자 치유되고 있던 그의 육신을 다시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몸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렸지만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반년 사이, 그는 고통에 익숙해진 듯했다.

“선급 후기가 되었군.”

제단과 멀리 떨어진 돌기둥에 앉아있던 불후의 주인은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목진의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을 살피고는 선급 후기에 이른 것을 발견했다.

“조금 느리군.”

반년 동안 선급 중기에서 후기가 된 건 상당히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후대제가 남긴 엄청난 유적을 전수받는 과정이라 성장 속도가 그보다 훨씬 빨라야 정상이었다.

게다가 목진이 선급 후기에 이른 뒤, 체내의 영력이 늘어나는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이는 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목진이 일부러 흡수 속도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청년이군. 어린 나이에 이 정도 성과를 이루다니. 만고불후신의 인정을 받을 만하군.”

불사의 주인은 목진의 계획을 파악하고 이내 감탄했다.

목진은 일부러 영력이 강대해지는 것을 억제하고 있었다. 불후대제의 육신에 깃든 영력이 의지를 잃어 흡수하기 쉬워졌다고 해도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면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었다.

그 양을 절제하지 않고 흡수하면 분명 목진의 수련 기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여 목진은 최대한 영력 흡수 속도를 줄여 폭등한 힘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있었다. 이리되면 목진은 훨씬 더 오래 괴로울 것이다.

쉽게 얻은 강대한 힘 앞에서도 차분하게 자신한테 가장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는 목진을 보자 불사의 주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염제와 무조가 왜 그토록 목진을 좋게 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목진의 영력은 강해졌지만 아직 일기화삼청의 삼신경을 수련해내지는 못했다.

이에 불사의 주인은 자연스레 걱정되었다. 삼신경이야말로 목진이 창궁방에 도전할 수 있는 근간이기 때문에 이를 수련해내지 못하면 아무리 목진이라도 백 년은 더 수련해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삼신경을 수련해내야 비로소 그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목진이 한 노력은 전부 수포가 될 것이다. 그가 성급에 이르렀다고 해도 말이다.

* * *

또 1년 반이 흘렀다.

북황의 언덕에서 일어났던 대전도 어느덧 끝난 지 2년이나 되었다.

쿠쿵!

하위면에서 파멸의 충격이 부단히 휘몰아쳐 위면 전체가 와르르 무너졌고 수많은 령영이 날아가 마영들을 공격했다.

염제와 무조는 허공에서 위면의 질서를 유지했다. 하위면의 한계를 훨씬 초월하는 강자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어 자칫 잘못하면 하위면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해당 하위면은 역외사족의 32개 종족 중 도마족이 차지했다. 그들은 몰래 이곳에 숨어 있으려 했는데 염제와 무조가 우연히 발견해 대천세계 연맹 대군을 거느리고 찾아왔다.

쿵!

멀리서 천지를 가를 정도로 예리한 도망이 솟구쳤다. 엄청난 살기가 깃든 공격은 성급 후기라도 감히 정면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위잉!

이와 동시에, 수십만 장 정도 되는 검광 한 갈래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도망과 부딪쳤다.

치익!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고 한 갈래 청광이 날아가 마영의 뒤쪽에 나타나자 녀석은 흠칫 놀랐다.

청광이 모여 청삼검성의 모습을 이루자 그는 수중의 청봉 장검을 서서히 거둬들였다.

치익!

그러자 튼실한 마영의 육신은 서서히 부서졌다. 녀석은 도마족의 족장인 참천마제로 한껏 일그러진 표정을 한 채 대천세계의 연맹 대군을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천사신이 귀환하는 날, 대천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퍽!

녀석은 갑자기 폭발했는데 마의 기운이 미친 듯이 대천세계의 강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활활!

그런데 그때, 화염이 내려앉아 파멸의 마의 기운을 깔끔하게 없앴다.

그것은 다름아닌 염제의 제염이었다.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패배한 도마족을 쳐다봤다. 이제 역외사족의 32개 종족은 26개 종족이 되었다.

그들은 1년 반 동안, 역외사족의 6대 종족을 없앴지만 여전히 천사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천사신,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단 말인가?”

염제와 무조는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 *

그곳은 암흑의 공간으로 천지가 어둑어둑했다.

허공에 떠 있는 한 마전에 있던 성천마제가 눈을 번쩍 뜨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대전 중심을 바라봤는데 참천마제의 명비(命碑)가 부서졌다.

명비가 부서졌다는 건 참천마제가 죽었다는 걸 의미했다.

“염제, 무조! 참으로 독하군.”

그러나 성천마제는 전혀 아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최후의 공격을 위해 숨어 있는 것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암흑의 세상의 가장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 무한의 마의 기운이 이글거렸는데 꼭 무서운 존재가 곧 나타날 것만 같았다.

“염제, 무조, 급할 필요 없네. 기다리게. 그때가 되면 당신들이 보는 앞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처참하게 죽여버릴 것이네…….”

성천마제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대전 중심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 *

쿠쿵!

북황의 언덕에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휘몰아치자 돌기둥에 앉아있던 불사의 주인은 눈을 번쩍 뜨고 제단 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목진의 체내에서 내뿜은 영력 파동이 드디어 성급에 이르렀다!

2년 동안 눈을 꼭 감고 있던 목진도 드디어 눈을 서서히 뜨고 체내의 웅장한 힘을 느끼며 눈으로 눈부신 빛을 발사했다.

바로 그때,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지금이야말로 삼신경을 수련할 최적의 시기군!”

쿠쿵!

난폭한 영력이 뇌룡처럼 포효하며 천지를 휩쓸었고 강력한 영력 파동에 북황의 언덕 전체가 격렬하게 떨렸다.

영력 돌풍의 중심에 앉아있는 목진의 피부에서 실체 같은 영광이 발했고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스며져 나왔다.

이는 성급의 위엄이었다!

목진은 체내에서 요동치는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살피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지만 금세 마음을 가라앉혔다. 성급에 이르는 것은 첫 번째 단계일 뿐, 삼신경을 수련해내야 다음 목표를 실현할 수 있었다.

“일기화삼청!”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두 손으로 결인하자 체내에서 두 갈래 빛이 솟구쳐 양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불후대제의 육신을 중심으로 삼각형을 이루더니 자리를 잡고 손을 뻗어 그의 육신을 잡았다.

세 명의 목진이 강력한 흡인력을 발하자 뇌명과 함께 두 화신에 웅장한 영력이 스며들어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세 명이 동시에 흡수하니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두 화신의 체내에 영력이 빠르게 채워지는 것을 보았다. 화신이 실력이 강해질수록 조종하기 어려워지겠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흡수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는 흑백 목진을 힐끗 보더니 일정의 한계를 기다리는 듯 서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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