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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86화 (985/1,000)

986화. 결전의 날

“이제 어떡한단 말인가? 천사신의 행방을 계속 찾아야 하나?”

진룡제의 물음에 염제와 무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이제 그만 철수합시다. 다들 3년 동안 역외사족을 상대하느라 많이 지쳤고 천사신의 회복세는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으니 쉬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네.”

또한, 그들이 천사신을 찾아낸다고 해도 이제 더는 녀석을 제압할 수 없었다. 그러다 녀석한테 잡히기라도 하면 대천세계의 연맹 대군은 오히려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에 다들 시무룩해졌다. 그들은 3년 동안의 반격을 통해 역외사족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약화시켰지만 끝까지 최종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천사신은 9목 상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속수무책이라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네. 불사의 주인이 전한 말로는 목진은 이미 삼신경을 수련해냈고 지금은 무한광명체와 태령고체를 수련하고 있다고 하더군. 목진이 성공하면 창궁방에 이름을 남기는 세 번째 강자가 될 테니 우리 셋이 함께 힘을 합치면 9목 상태인 천사신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네.”

다들 불안해하자 염제가 가볍게 웃으며 사람들을 달랬다.

다행히 그 말에 진룡제 등은 안색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철수할 준비를 합시다.”

그 말에 다들 염제, 무조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사방으로 흩어졌다. 대륙은 바로 떠들썩해지더니 수많은 영광이 번쩍였는데 연맹 대군은 마역을 떠날 채비를 했다.

산봉우리에 서 있던 염제와 무조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수많은 령영을 보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다가 금세 숙연해졌다. 그들은 대천세계의 생사를 가릴 때가 곧 닥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대천세계의 모두가 죽게 될 것이다.

“목진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군.”

* * *

4년 뒤, 대천세계의 연맹 대군은 대천세계로 돌아왔고 이룬 성과를 숨기지 않고 전부 알렸다.

대군은 역외사족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약화시켰지만 천사신이 실력을 회복하는 것만은 막아내지 못했다. 하여 머지않은 미래에 천사신이 실력을 완전히 회복하면 역외사족은 다시 대천세계에 찾아올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다들 불안해하며 어쩔 바를 몰랐다. 다들 천사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염제와 무조는 연맹 대군을 대천세계와 마역 사이에 두고 역외사족의 미친 반격을 막느라 애썼다.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반년이 지나갔다.

대천세계의 분위기는 염제, 무조 등 덕분에 괜찮아졌고 대천세계의 대부분 세력은 점차 화가 치밀어 올라 독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어차피 죽는다면 우리 삶을 파괴하는 역외사족과 싸우다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여 대천세계 강자들의 실력 향상 속도가 배로 늘어났다. 특히,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들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떨쳐내고 천지존에 이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중, 실패한 사람도 있었지만 성공한 사람도 제법 많아 대천세계의 전체적인 실력이 부쩍 올라갔다.

이제는 다들 더는 불안해하지 않고 오히려 기다리는 것이 답답해 역외사족이 최대한 빨리 나타났으면 하고 바랐다. 파멸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야 통쾌하게 싸우고 죽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또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 * *

대천세계의 변경인 서북 방어선에 놓인 수많은 산맥 중 한 산맥의 정상에 서서 매의 눈으로 주위를 훑고 있는 사람 다섯 명이 있었다. 그들은 탐험 소조로 네 명의 하위 지지존과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한 명으로 이뤄졌다. 그들의 임무는 이 구역을 정찰하는 것이었다.

“대장, 우리가 이곳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이나 되었어요.”

하위 지지존 한 명이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더니 주위를 대충 훑으며 말했다. 그는 쥐 죽은 듯 조용한 숲속에만 있는 것이 너무 적적했다.

“지금은 편안하겠지만 머지않아 오늘이 한없이 그리울 날이 올 거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대장은 녀석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역외사족이 나타나면 대천세계에 피바람이 불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나머지 지지존들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천세계의 한 구역을 장악하고 있던 이들이 지금은 소조를 이뤄 대천세계의 최전방을 지키고 있었다.

이건 그들이 져야 할 책임이었다. 다들 도망갈 생각만 한다면 대천세계는 분명 멸망할 것이고 그들의 가족도 도살당할 것이다.

“대장, 우리가 역외사족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요? 천사신이 다시 나타나면 실력을 완전히 회복해 상당히 무서울 거라 하더군요.”

조원 한 명의 말에 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들은 바로는 천사신이 실력을 완전히 회복하면 염제와 무조가 함께 나서도 그 상대가 안 될 거라 하더구나.”

이에 다들 흠칫 놀랐다. 염제와 무조는 대천세계의 수장이라고 할 정도로 강대했고 그들 덕분에 대천세계는 역외사족을 상대할 자신이 조금이나마 생겼는데 그들도 천사신의 상대가 안 된다니?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북황의 언덕에서 누군가 기적을 창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가 성공하면 대천세계에는 성급을 뛰어넘은 존재가 세 명이 될 것이고 천사신과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이 갑자기 웃으며 한 말에 다들 정신을 벌떡 차렸다.

“그게 누구란 말인가요? 진천 나리, 청삼검성 아니면 엄청난 신수인가요?”

“목부 사람이라더구나.”

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목부요? 설마 목부의 주인인 목진 부주인가요?”

네 명의 조원은 대장의 말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목진은 몇 년 사이, 종적을 감춘 채 아무도 그의 소식을 몰랐다. 그에 관한 소식은 마하대륙에서 마하천을 상대할 때까지가 전부였다.

그때의 목진은 겨우 선급 천지존이라 성급 강자를 상대할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진천 등처럼 성급 후기에 이른 지 오래된 강자들과 비교하면 꽤 많은 차이가 났다.

하여 그들은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세 번째 강자가 목진일 거란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일은 염제와 무조께서 승인한 일이니 함부로 억측하지는 말거라. 너희가 두 분보다 안목이 뛰어난 건 아니지 않느냐?”

대장이 웃으며 말했고 조원들은 껄껄 웃어넘겼다. 염제와 무조는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라 그들이 아니었으면 역외사족이 찾아오기도 전에 대천세계는 스스로 무너졌을 것이다.

“뭐지?”

말을 마친 대장이 순찰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다 무언가를 느끼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하늘에서 갑자기 파멸의 빛이 발하는 검은색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잠시 후, 도천의 마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쿵!

수많은 운석이 추락하며 형성한 여파로 그 주위의 산맥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당장 철수하라!”

대장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역외사족이 나타났다!”

다들 깜짝 놀라 신속하게 철수했다. 그들은 이 소식을 최대한 빨리 대천세계에 전해야만 했다.

“네 이놈들, 어딜 가는 것이냐?”

그런데 그때, 음산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공간이 일그러지다가 암흑의 마장이 나타나 네 명의 조원을 낚아챘다.

퍽!

녀석들은 반항할 시간조차 없었다. 마장이 힘을 주자 공간이 폭발해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광경에 대장은 눈물을 왈칵 쏟았다. 보아하니 상대방은 마제인 것 같았는데 살아남으려면 당장 도망가야만 했다.

그런데 그의 앞쪽에 마영 하나가 나타나더니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웅장한 마의 위압감을 형성했다.

“내게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마영이 낄낄거리며 웃자 대장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천지존이나 다름없는 마제를 상대로 그는 도망갈 길이 없는 걸 바로 알아채고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대천세계여, 영원하라!”

대장은 나지막하게 외치더니 마제를 향해 돌진했다.

“겁도 없는 녀석.”

마제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손을 뻗어 상대방을 으깨 죽이려고 했다.

쿵!

그런데 대장의 몸에 갑자기 영력 광문이 잔뜩 나타나더니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휘몰아쳤다.

이에 마제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쿠쿵!

대장의 육신은 완전히 폭발해 태양처럼 피어올랐고 난폭한 영력 파동이 주위에 퍼져나갔다.

폭발은 한참 지나서야 서서히 가라앉았고 마영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초라해진 모습을 보니 그도 대천세계 탐험조 대장이 갑자기 자폭할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흥, 아쉽군.”

마제는 콧방귀를 뀌더니 옷깃을 휘날리며 떠났다.

이와 동시에, 주위의 대지에 수많은 마광이 번쩍이더니 마영들이 나타나 어딘가를 향해 전진했다.

* * *

대천세계의 변경 지대에 있는 도시의 위쪽 하늘에 억만 갈래의 영광이 번쩍이며 주위 백만 리를 밝혔다. 이로 인해 대천세계의 생명체들은 안심이 되었다.

이곳 중심에 눈을 비스듬히 감은 채 서 있던 염제와 무조는 이상한 영력 파동을 느끼고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것은 자폭으로 인한 파동이었다.

순찰 소조 중 한 군데가 변고를 당한 모양이었다.

“드디어 왔단 말인가?”

염제와 무조가 서로 마주 보며 옷깃을 휘날리자 허공에서 오래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웅장한 종소리는 순식간에 대천세계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다.

종이 아홉 번 울렸다는 건 대천세계에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음을 의미했다.

하여 종소리를 들은 대천세계의 모든 이들은 고개를 들고 대천세계의 변방 쪽을 바라봤다.

드디어 역외사족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역외사족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 대천세계의 기나긴 방어전이 시작되었다.

피와 전쟁의 불씨는 대천세계의 4만 9천 년 동안의 평화를 깨뜨렸고 역외사족은 그간 대천세계의 억압 때문에 잔뜩 화가 나 미친 듯한 공격을 개시했다. 마영들은 도천의 마의 기운을 내뿜은 채 벌떼처럼 몰려들어 대천세계를 갈아엎으려 했다.

그 광경에 여러 해 동안 준비해왔던 대천세계도 정비를 마치자마자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대천세계와 마역의 변경 지대 곳곳에서는 잔혹한 대전이 펼쳐졌고 마영과 영광이 번쩍이며 하늘에 성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그 현란한 불꽃은 선혈로 이뤄진 것이었다.

* * *

전장 뒤편에 커다란 도성들이 떠 있었는데 영광을 발하며 대천세계 강자들의 영력 회복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 도성들은 대천세계 연맹의 본부로 염제와 무조가 직접 관리, 감독하며 천사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도성의 주위에서 영광이 번쩍였는데 그것은 요령주천진(耀靈周天陣)으로 청연정과 영진 종사들이 함께 친 대종사급 영진이었다. 영진 범위만 벗어나지 않으면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영력 회복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실력도 어느 정도 강해져 그야말로 전쟁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이로 인해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역외사족의 미친 듯한 공격을 끝까지 막아낼 수 있었다.

도성의 정상에 놓인 거대한 대전에 사람들이 제법 모였는데 다들 체내에서 강대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염제와 무조는 수석에 나란히 놓인 두 왕좌에 앉아있었다. 지금의 대천세계는 그들을 수령으로 모시고 있었는데 대천궁 궁주인 진천도 전혀 이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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