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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89화 (988/1,000)

989화. 령원의 난

크으으으!

바로 그때, 경천의 용음과 함께 한 갈래 흑광이 날아와 위쪽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머리카락이 벗겨진 노인으로 강대한 압박감을 형성하며 서 있었는데 주위에서 계속해서 뇌명이 들렸다.

“용곤 대인이야!”

노인의 출현에 북창령원 사람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북창령원에서 북명룡곤은 유명인사라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정작 북명룡곤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는 들끓는 마의 기운을 살펴보더니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북창령원을 찾아온 역외사족의 강자 중에 강대한 존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슉! 슉!

그때, 북창령원에서 빛줄기들이 솟구치더니 북명룡곤 뒤쪽에 내려앉았다. 그들은 5대원의 강자들이었다.

태창 원장도 북명룡곤 옆에 나타나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상대방을 바라봤다.

“태창, 최악의 상황에 대비합시다.”

태창 원장의 시선을 느낀 북명룡곤은 한숨을 쉬며 말을 건넸다.

이에 태창 원장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는 자신이 북창령원을 지켜내지 못할 줄 몰랐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학생들에게 도망갈 시간을 마련해줄 것이네.”

태창 원장은 주먹을 꽉 쥔 채 결연하게 말했다.

북창령원의 원장인 그는 학생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 모두 지금껏 북창령원을 지켜오지 않았는가? 그러니 령원이 사라진다면 나도 자네와 함께하겠네.”

북명룡곤이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태창 원장도 뭐라 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의 괜찮다는 손짓에 그저 묵묵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슉!

심창생, 이현통, 온청성, 엽경령 등도 어느새 달려와 태창 원장 등의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원장님, 우리도 령원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너흰 령원의 미래이니 북창령원과 끝까지 함께 할 필요는 없단다. 너희는 학생들의 도주를 책임지거라. 그래야 북창령원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태창 원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심창생 등은 말문이 막혔다. 그들은 선배님들의 진심이 담긴 말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걱정 마세요, 원장님. 우린 최선을 다할 겁니다.”

태창 원장은 그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북창령원 밖, 들끓는 마의 기운은 어느새 주위 만 장 범위에 들어섰다.

그는 마의 기운에 사악한 마영들이 한가득 깃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력을 다하여 영진을 치거라!”

북명룡곤의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영진을 책임진 강자들은 부단히 자신의 영력을 영진에 주입했고, 북창령원을 감싼 거대한 광막은 훨씬 견고해졌다.

“천지존들의 합동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호위 영진은 우리의 최후의 방패군.”

북명룡곤은 영광이 번쩍이는 광막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호위 영진이 부서지면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영진이 우리 령원을 잘 지켜냈으면 좋겠군.”

다들 속으로 기도했다.

잠시 후, 부단히 요동치던 마의 기운이 드디어 움직임을 멈추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바람마저 어디론가 사라진 듯했다.

떠들썩했던 북창령원도 조용해졌는데 다들 겁에 질린 듯 온몸을 파르르 떨며 북창령원 밖에 모인 무한의 마의 기운을 쳐다봤다.

잠시 후, 마의 기운은 갑자기 검은색 해골들로 변해 서서히 피어올랐는데 해골마다 마영 한 명이 무서운 마의 기운을 내뿜은 채 서 있었다.

마제가 일곱 명이나 왔다!

이를 발견한 북창령원 사람들은 절망스러워졌고 북명룡곤도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그는 마제가 나타날 줄은 알았지만 무려 일곱 명이나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상대방의 실력은 전부 그보다 강했다.

“북창령원이 정녕 이대로 멸망한단 말인가?”

쿠쿵!

일곱 명의 마제는 북창령원에서 절망에 빠진 인간들을 쳐다보더니 바로 거대한 광막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쿠쿵!

일곱 명의 마제가 나서자 영진 광막은 격렬하게 떨렸고 그 속에 깃든 영력도 빠르게 소모되었다.

“전송 영진이 준비되었으면 당장 학생들을 보내거라!”

태창 원장이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하명하자 누군가 바로 사람들을 거느리고 떠났다.

영진이 부서지면 역외사족을 막아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제 일곱 명이 나섰으니 아무리 북명룡곤이라도 녀석들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영진이 부서지면 내가 나서서 마제들을 막아볼 테니 나머지는 너희가 알아서 하거라.”

북명룡곤은 격렬하게 떨리는 영진을 살피더니 갑자기 안정을 되찾았다.

“령원에 있던 그 녀석이 생각하는군. 녀석이 내 뇌신체를 배워가지 않았는가?”

북명룡곤의 말에 태창 원장은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목진을 말하는 건가? 허허, 녀석이 아주 유명해졌더군. 일전에 들은 소문으로는 성급 천지존도 그한테 꼼짝 못 한다고…….”

“그런데 최근 갑자기 종적을 감춰 아무도 그에 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들었네…… 사람들은 녀석이 역외사족이 무서워 숨어들었다고들 하지만 난 그 녀석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닐 거라 믿네.”

“뇌신체를 수련해내기 위해 흑신뢰를 끝까지 감당해내는 녀석이 어찌 역외사족을 두려워할까? 이건 다 세상 사람들이 우매해서 그런 것이네.”

북명룡곤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쿠쿵!

점차 얇아지던 광막이 드디어 폭발했다.

영진이 부서지자 북창령원은 완전히 역외사족에게 드러났다.

“공격하라!”

일곱 명의 마제는 음산한 눈빛으로 북명룡곤을 노려봤다. 여기서 그들이 조금이나마 위협감을 느낄만한 존재는 북명룡곤 뿐이었다. 마제들은 동시에 북명룡곤한테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북명룡곤의 몸에서 갑자기 눈부신 검은색 뇌광이 번쩍였는데 멀리서 보면 꼭 벼락의 신 같았다.

그는 앞으로 한 발 나서며 합장했다가 상대방을 향해 손을 힘껏 휘둘렀다.

“흑뢰신장(黑雷神掌)!”

검은색 뇌광은 미친 듯이 번쩍이며 날아가 일곱 마제의 공격과 부딪쳤다.

퍼퍽!

천지가 들썩였고 두 갈래 무서운 힘이 얽혔다. 북명룡곤 혼자서 마제 일곱 명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검은색 뇌광이 결국 사정없이 부서졌고 상대방의 남은 힘이 북명룡곤의 육신을 힘껏 때렸다.

퍽!

북명룡곤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피를 토했고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는 단번에 중상을 입었다.

“북명 대인!”

북창령원의 학생들은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북명룡곤을 쳐다봤다. 그들이 무적같이 여겼던 존재가 바로 무너질 줄 몰랐다.

“당장 학생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거라!”

안색이 창백해진 북명룡곤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북창령원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일부 선생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전송 영진으로 향했다.

북명룡곤은 죽을 각오를 하고 포효하며 일곱 명의 마제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녀석들을 상대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럴 바에는 자폭해 학생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어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북명룡곤의 체내에서 난폭한 영력이 요동치자 무서운 파동이 형성되었다.

“녀석을 당장 죽입시다!”

일곱 명의 마제도 북명룡곤이 뭘 하려는지 바로 알아채고 흠칫 놀라 외쳤다.

그들은 말을 마치자마자 일곱 개의 마검으로 변해 북명룡곤에게 향했다.

“북명 대인!”

그 광경에 심창생, 이현통, 엽경령 등은 소름이 쫙 끼쳤다. 상대방의 공격에 맞으면 북명룡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당장 학생들을 데리고 떠나거라.”

태연한 척 상황을 살피던 태창 원장은 손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틈새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에 심창생 등은 서로 마주 보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슉!

일곱 개의 마검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북명룡곤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이에 주위의 공간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위잉! 위잉!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눈부시고도 웅장한 영력 빛기둥이 나타나 마검들을 공격했는데 마검들이 바로 부서졌다.

그리고 다른 한 갈래 영광이 세 명의 마제를 감쌌는데 웅장한 영광의 충격에 녀석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완전히 사망했다.

심창생, 이현통, 온청선, 당천아 등은 제자리에 멈춰서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그때 북명룡곤의 뒤쪽 공간이 요동치더니 한 여인이 나타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그러자 북명룡곤의 체내에서 곧 폭발할 정도로 난폭해졌던 영력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깜짝 놀란 북명룡곤은 간신히 고개를 돌렸는데 뒤쪽에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피곤해 보이는 절세의 미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북명룡곤의 넋 나간 표정을 본 여인은 입을 가린 채 가볍게 웃더니 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

“용곤 선배님, 여기서 자폭하시면 안 되죠. 그럼 제가 목진한테 뭐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한편, 북창령원 사람들은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여인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 태창 원장, 심창생, 이현통, 온청선 등이 입을 떡 벌린 채 외쳤다.

“저건…….”

“낙리야!”

“낙리?”

갑자기 나타난 절세의 미인에 다들 화들짝 놀라 외쳤다.

“낙리?”

북창령원에 모인 학생들은 낙리란 이름이 낯설었지만 절세의 미모에 나타나자마자 세 명의 천마제를 죽인 실력에 깜짝 놀랐다.

“참 예쁘지 않아?”

소년, 소녀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허공에 떠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그녀는 완벽한 미모에 실력까지 뛰어났다.

“낙리 선배일 줄이야…….”

순아도 이내 화색이 된 채 허공에 떠 있는 여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순아 언니, 저 사람은 누군가요?”

순아 주위에 모인 낙신회 회원들이 물었다. 순아는 그들을 데리고 전송 영진으로 향하려 했는데 낙리의 등장에 순간 넋이 나갔다. 그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에 생각에 잠겼다.

“멍청한 녀석들.”

순아는 낙신회 회원들을 흘겨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수도 없이 말하지 않았어? 우리 낙신회의 창시자는 두 명인데 각각 목진 선배와 낙리 선배라고 말이야!”

이에 낙신회 회원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낙리를 바라봤다.

“세상에, 저 사람이 낙리 선배였어요? 진짜 저 사람이 우리 낙신회의 창시자 중 한 명이란 말인가요?”

“낙리 선배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마제도 그녀의 상대가 안 되니 말이에요!”

소녀들은 낙리가 신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왜 저렇게 예쁘대요?”

소년들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낙리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녀의 기세에 눌려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반면, 북창령원의 다른 세력들은 낙신회 회원들이 부러웠다. 이로 인해 낙신회 회원들이 더욱 기세등등해졌기 때문이다.

“낙리가 이렇게까지 강대해졌을 줄이야.”

심창생, 이현통 등도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며 이내 감탄했다.

낙리의 실력은 그들과 비슷했는데 지금 그들은 천지존경에도 못 오른 반면, 낙리는 마제도 거뜬히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낙리도 제 나름대로 애를 썼고 우리도 최선을 다해 실력을 쌓았으니 스스로를 하찮게 여길 필요는 없어. 우리도 머지않아 천지존경에 이를 수 있어.”

온청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허공에 떠 있는 낙리를 바라봤다.

이에 심창생, 이현통 등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낙리가 왔으니 상황이 많이 좋아지겠군.”

낙리는 북명룡곤 체내의 영력이 점차 평온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서히 손을 거뒀다.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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