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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90화 (989/1,000)

990화. 다시 나타난 흑시

북명룡곤도 그제야 안정을 되찾고 흠칫 놀란 채 낙리를 바라봤다. 보아하니 그녀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낙리가 북창령원에 있을 때는 그저 소녀일 뿐이었고 예쁘긴 했지만 앳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낙신법신을 수련해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다.

“저 낙리도 북창령원의 학생이었고 목진이 수련한 뇌신체는 선배님이 가르쳐주셨잖아요?”

“목진이라…….”

낙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북명룡곤은 멍하니 서 있더니 그제야 낙리가 누군지 생각난 것 같았다.

“너였구나. 목진의 정인…….”

북명룡곤은 피식 웃으며 낙리를 바라봤다. 지금의 낙리는 너무 아름다워 함부로 말을 걸면 안 될 것 같았다.

정작 낙리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소를 지으며 북창령원을 살폈다. 이곳에는 그녀와 목진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겨있었다.

슉!

태창 원장도 바로 달려와 북명룡곤 옆에 내려앉더니 감탄하며 낙리를 바라봤다.

“앳된 소녀가 이렇게까지 강해졌을 줄이야…….”

“낙리야, 북창령원을 대신해 너한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구나.”

“저도 한때는 북창령원의 학생이었는데 나서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원장님, 설마 저를 이곳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낙리는 태창 원장을 황급히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 입담은 여전하구나.”

태창 원장이 무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낙리는 미소를 지은 채 돌아서서 북창령원 밖 도천의 마의 기운을 살폈다. 일전에 그녀가 일곱 명의 마제 중 세 명을 죽였으니 아직 네 명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겁도 없이 반항하는 건가!”

네 명의 마제는 낙리를 쏘아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럼 이 령원을 부수고 너희도 전부 죽여야겠구나!”

살기 가득한 마제의 말에 다들 안색이 확 어두워졌지만 낙리는 대수롭지 않게 녀석들을 쓰윽 훑었다.

“현마제 따위가 감히 어디서 우쭐대는 건가? 여기서는 천마제 정도는 되어야 말한 자격이 있네.”

낙리의 말에 네 명의 마제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사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위잉!

그때 뒤쪽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더니 영력 빛줄기가 도천의 마의 기운을 가르며 날아와 낙리의 옆에 내려앉았다.

“낙리야,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임정이 간신히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낙리는 최대한 빨리 북창령원에 이르기 위해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었다.

“다른 사람들은?”

낙리는 임정의 등을 토닥이며 소소한테 질문을 던졌다.

“다들 역외사족의 공격을 당한 다른 집결 장소로 이동 중이야.”

“그럼 일단 이곳 상황부터 마무리하자.”

낙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한 말에 소소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네 명의 마제를 노려봤고 임정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해.”

두 여인의 실력을 잘 아는 낙리는 그들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그들이라면 현마제 네 명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냐!”

네 명의 현마제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마의 기운을 내뿜으며 소소와 임정에게 향했다.

쿠쿵!

쌍방이 싸우기 시작하자 천지가 파르르 떨렸고 난폭한 충격파가 부단히 휘몰아쳐 상당히 치열했다.

북창령원에 모인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살폈다.

낙리도 그쪽을 힐끗 보더니 눈길을 거두고 뒤쪽에 요동치는 무한의 마의 기운으로 고개를 돌렸다.

“탄천영(吞天影)!”

소소가 다채로운 영광을 발하며 웅장한 영력으로 두 갈래 마광을 물리치고는 두 손으로 결인했다. 그러자 다채로운 영광이 거대한 7색 이무기를 형성했다. 녀석은 입을 쩍 벌린 채 차마 도망가지 못한 현마제 한 명을 집어삼켰고 처량한 비명을 지르던 마제는 그대로 사망했다.

“현천옥편(玄天玉鞭)!”

임정도 전력을 다해 공격을 개시하였으니, 손을 파르르 떨자 손에 옥광이 모여 옥으로 만들어진 길쭉한 채찍이 형성되었다. 그녀가 이를 힘껏 휘둘러 마제의 머리를 때리자 녀석은 육신이 폭발해 바로 사망했다.

그들은 염제와 무조의 딸이라 실력이 상당했는데 같은 등급의 강자들 중 최강자나 다름없었다.

“대단하군!”

북창령원에 모인 사람들은 여인들의 매서운 수단에 깜짝 놀랐다.

“어딜 가려고?”

나머지 두 마제도 겁에 질려 사색이 된 채 도망가려 했는데 소소와 임정이 피식 웃자 거대한 이무기와 옥편은 허공을 가르며 녀석들에게 향했다.

“주인님, 부디 구해주세요!”

상대방의 치명적인 공격에 두 명의 현마제는 사색이 된 채 소리를 질렀다.

그때 도천의 마의 기운의 깊숙한 곳에서 누군가 음산한 눈을 서서히 뜨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능한 녀석들.”

잇따라 마의 기운에서 누군가 창백한 손을 뻗어 가볍게 휘두르자 거대한 이무기는 바로 사라졌고 옥편도 빛을 잃은 채 튕겨 나갔다.

그런데 소소와 임정의 공격을 무산시켜 이내 화색이 된 두 명의 마제는 결국 사망했다. 창백한 거수가 날아가 그들을 수중에 넣고 손에 힘을 주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들이 바로 폭발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잔인한 장면에 북창령원 사람들은 순간 소름이 쫙 끼쳤고 소소와 임정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무한의 마의 기운 속을 살폈다. 그 속에서 지극히 무서운 마의 기운이 느껴졌다.

낙리도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려는 건가?”

낙리는 처음부터 마의 기운 속에서 난해하고도 강대한 마의 기운이 느꼈다. 보아하니 이곳에 실력이 막강한 마제가 숨어 있는 모양이었다.

순간, 현장에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마의 파동이 사라지자 그 깊숙한 곳에 백골 왕좌가 나타났고 아래에는 시체로 쌓인 산과 혈해가 펼쳐졌다.

한편, 왕좌에 앉아있던 안색이 창백한 마영은 사망의 신처럼 무한의 사망의 기운을 내뿜었다. 낙리, 소소, 임정 등은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채고 깜짝 놀랐다.

“저건…… 흑시천마제잖아?”

“젠장, 저 녀석까지 몰래 대천세계에 들어왔다니!”

무한의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는 해골 왕좌에 앉아있던 악마 같은 존재는 회흑색 눈동자를 굴리며 주위를 훑었는데 그가 형성한 무서운 마의 위압감에 하늘마저 어두워졌다.

북창령원에 모인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흑시천마제를 바라봤다. 그들은 비록 상대방의 신분을 모르지만 그가 형성한 무서운 마의 위압감만으로도 일전의 마제보다 훨씬 강한 존재란 걸 알아챘다.

그는 그야말로 진정한 악마였다!

“천마제라…….”

북명룡곤도 안색이 창백해진 채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해골 왕좌에 앉아있는 마영이 천마제란 걸 바로 알아챘다. 또한, 상대방은 최정예급 천마제였다.

이는 성급 천지존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역외사족에서든 대천세계에서든 최정예급 실력자였다.

그는 이토록 무서운 존재가 북창대륙에 강림할 줄 몰랐다.

허공에 떠 있던 낙리, 소소와 임정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흑시천마제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진천, 청삼검성 등 정예급 성급 못지않은 실력자였다.

“너희가 내 휘하의 마제 일곱 명을 죽였으니 난 이 대륙의 생명체를 전부 죽일 것이다.”

해골 왕좌에 앉아있는 흑시천마제가 음산한 눈빛으로 낙리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북창령원에 모인 학생들은 두려워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들은 흑시천마제가 내뿜은 웅장한 살기에 까무러치기 직전이었다. 정예급 천마제가 방출한 살기는 실로 엄청났다.

“흑시천마제 씩이나 돼서 대천세계의 정예급 강자들과 싸우지 않고 비겁하게 약자들을 상대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낙리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쟁터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걸 봤느냐? 여기서 형평성을 따지다니, 정말 우습구나.”

낙리는 그와 말을 더 섞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을 걸 알고는 이내 정색하며 태령고도를 소환했고, 이는 서서히 나타나 무한의 영력 파동을 방출했다.

“그럼 내가 나서서 당신을 막는 수밖에 없겠네요.”

낙리는 상대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너 따위가 말이냐?”

흑시천마제는 회흑색 눈동자를 굴리며 낙리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물었다.

“여기 소식이 이미 외부에 전해졌으니 내가 조금만 버티면 곧 구원병이 올것이다.”

낙리가 태연하게 서서 한 말에 흑시천마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피식 웃었다.

“네가 나를 잠시라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쿵!

말을 마친 흑시천마제의 주위에 무한의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이는 창백한 거수를 이뤄 낙리를 향해 사정없이 날아갔다.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거수에 맞으면 모든 영력은 부식될 것이고 생기가 뚝 끊길 것이다.

흑시천마제의 공격에 소소와 임정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마저도 흑시의 상대가 아니었다.

낙리 또한 반드시 태령고족의 진족 성물인 태령고도가 있어야 녀석을 상대할 수 있었다.

낙리가 앞으로 나서며 수중의 고도를 서서히 열자 한 갈래 영광이 솟구쳐 거대한 우산을 이뤘다.

우산은 활짝 펼쳐지며 표면에 잔뜩 새겨진 오래된 무늬에서 웅장한 영력이 느껴졌다. 그건 성급 천지존이라도 놀랄 정도로 강했다.

쿵!

거대한 손이 우산을 때리자 경천의 뇌명과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힘의 파문이 일어 주위 만 리까지 퍼졌다.

강력한 공격에 우산이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영광이 부서졌고 우산은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하지만 다행히 상대방의 무서운 공격을 무사히 막아냈다.

북창령원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현재, 흑시천마제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낙리 뿐이었는데 그녀마저 패배하면 오늘, 이곳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낙리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안색이 훨씬 어두워졌다. 그녀는 흑시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태령고도의 힘을 빌려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제법이구나.”

흑시천마제는 흠칫 놀랐다가 가볍게 웃으며 살기를 품었다.

“네가 저들을 지키려 한다면 네가 보는 앞에서 저들을 전부 죽여주겠다.”

흑시천마제는 괴이하고도 잔인하게 웃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는데 웅장한 마의 기운을 코로 흡입했다가 입으로 방출했다.

쏴아아!

진득한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도천의 검은색 폭우를 내렸는데 검은색 물방울에 사망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치익!

흑우가 내려앉자 대지는 순식간에 모든 생기를 잃고 까맣게 그을렸고 산맥들은 빠르게 무너졌다.

낙리도 흑우가 위력을 바로 알아채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흑우가 전부 쏟아지면 북창령원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사망할 것이다.

흑시천마제의 수단은 역시나 소름 끼칠 정도로 독했다.

하여 낙리가 신속하게 결인하자 태령고도가 서서히 피어오르며 영광을 내뿜어 북창령원의 위쪽 하늘에 령운을 형성했다.

두꺼운 령운에는 웅장한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치익!

잠시 후, 흑우가 내려앉자 령운에서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났고 미친 듯이 요동치며 부식되었다.

경천의 대결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훨씬 치열하고 위험한 싸움이 펼쳐졌다. 북창령원에 모인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살폈다. 령운이 사라지면 북창령원은 자연스레 이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령운은 흑우와 부단히 부딪치며 싸웠는데 낙리는 태령고도에 깃든 영력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결코 물러날 수 없어 끝까지 영력으로 고도의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태령고도가 방출한 영력은 빠르게 소모되었다.

하여 두꺼운 령운은 점차 얇아졌다.

그 광경에 흑시천마제의 표정이 한껏 상기되었다.

흑우로 인해 점차 얇아지는 령운을 살피던 낙리도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텼다.

한편, 북창령원에 모인 학생들은 너무 두려운 나머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일부 겁 많은 녀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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