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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94화 (993/1,000)

994화. 내 이름을 남길 것이다

영마대륙의 동쪽, 영력이 요동치는 곳의 정상에 염제와 무조가 뒷짐을 쥔 채 서 있었고 그 뒤에 대천세계의 강자들의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염제와 무조 덕분에 역외사족은 대천세계에 전혀 발을 들이지 못하였으니, 그들은 대천세계의 수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염제와 무조의 아내 네 명과 진천, 청삼검성, 5대 고족의 족장과 대장로 등 대천세계의 정예급 강자들도 염제와 무조의 뒤쪽에 서 있었다.

그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숙연하게 마역 쪽을 바라봤다. 그들은 천사신이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상당히 불안했다.

반면, 염제와 무조는 훨씬 침착해 보였는데 그윽한 눈은 허무한 공간을 뚫고 천사신이 있는 곳을 보는 것만 같았다.

“참으로 아쉽군. 30년만 더 있으면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때가 되면 천사신이 아무리 대단해봤자 녀석을 없애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네.”

무조는 허공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염제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무조처럼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남기는 데 30년이 필요했다. 그럼 천사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천사신도 이를 잘 알고 있으니 절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에 염제와 무조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절대 상대방이 두려워서가 아니었고 대원만급과 한 보 차이일 뿐이란 사실이 애석할 뿐이었다.

“뭐지?”

그런데 그때, 염제와 무조가 흠칫 놀라 고개를 번쩍 들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서쪽을 바라보자 뒤에 서 있던 진천, 청삼검성, 진룡제 등 대천세계의 정예급 강자들도 숨 막히는 마의 위압감이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것을 발견했다.

그 엄청난 마의 위압감에 진천 등 성급 후기들마저 두려움을 느꼈고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겁에 질린 듯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환영합니다, 천사신!”

역외사족의 강자들은 이내 환호하더니 무릎을 꿇고 질서 정연하게 인사를 올렸다. 성천마제 등 역외사족의 정예급 강자들도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린 뒤,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대천세계 쪽을 힐끗 쳐다봤다.

천사신이 강림하면 쌍방의 실력은 현저하게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요동치던 마운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하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산책하듯 느긋하게 역외사족 대군의 최전방으로 향했다.

훤칠하게 생긴 사내는 상냥하게 웃고 있었고 몸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이 전혀 역외사족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괴상할 정도로 인자해 보였다.

다만, 미간에 난 세 개의 눈 때문에 생김새가 상당히 괴이해 보였다.

그는 바로 천사신이었다.

“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구나.”

천사신이 옷깃을 가볍게 휘날리자 역외사족 사람들은 금세 조용해졌고, 그는 미소를 지은 채 염제와 무조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영마대륙 전체가 파르르 떨렸고 그 앞쪽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에 염제와 무조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쏘아봤다.

“너희는 진정한 절세의 강자란다. 내가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더라면 너희를 상대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몸에 마신인(魔神印)을 심기만 하면 대천세계를 살려두겠다.”

천사신이 자신을 바라보며 한 말에 염제는 가볍게 웃었다.

“적의 자비를 무슨 수로 믿을까?”

“그리고 누가 대결에서 이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않나?”

“너희가 그동안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내가 9목 상태로 돌아가면 대천세계에 더는 나를 상대할 사람이 없을 거라 말하지 않았던가?”

천사신이 웃으며 앞으로 나서자 무서운 마의 위압감이 폭발했고, 백만 장 정도의 거대한 빛기둥이 솟구쳐 천지의 빛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무서운 마의 위압감은 멸세의 이무기처럼 어둠 속에서 빠르게 퍼져 다들 순간 겁에 질렸다.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천지존이라도 이런 상황에는 겁을 먹기 마련이었다. 이대로라면 다들 정신줄을 놓을 것이 분명했다.

활활!

바로 그때, 갑자기 거대한 화염이 피어오르더니 화련 한 송이가 되어 서서히 회전하며 어둠을 쫓았고 그 위에 염제가 장발을 드리운 채 서 있었다.

쿵!

이와 동시에, 오래된 부적 여덟 개가 회전하며 광환을 이루자 거대한 광권이 형성되어 어둠을 물리쳤다.

화련과 부적 광환은 빛을 발하며 어둠을 물리치느라 애를 썼다.

그런데 어둠은 여전히 대부분 지역을 점령했고 부단히 빛을 집어삼키며 대천세계를 완전히 어둠의 세계로 만들려 했다. 천지는 어두워졌다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다들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황을 살피고는 진심을 담아 기도했다. 화련과 부적 광환이 대천세계의 최후의 희망이란 걸 다들 잘 알았다.

“너희 둘이서는 나를 막아낼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천사신이 태연하게 서서 상황을 살피다가 옷깃을 휘날리자 무한의 어둠이 요동치며 빛을 집어삼켰다.

암흑은 점차 화련과 부적 광환이 이룬 광명 지대마저 침식했다.

그 광경에 다들 사색이 되었다. 염제와 무조가 협력해도 역시 천사신을 물리칠 수 없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명쾌한 웃음소리가 대천세계에 울려 퍼졌다.

“두 사람으로 부족하면 한 명을 더 추가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에 다들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무한의 영력이 모인 곳에 신비로운 세계의 힘이 강림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고 신비로운 광막이 형성된 것을 발견하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창궁방이군!”

진천, 청연정, 청삼검성 등 최정예급 강자들은 신비로운 광막의 출현에 이내 흥분했다.

“목진이네!”

“목진이 드디어 왔군! 그가 창궁방을 소환했네!”

“목진이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것이네!”

그들은 잔뜩 흥분한 채 신비로운 광막을 바라봤는데 늘씬한 청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한편, 목진은 주위를 쓰윽 훑더니 고개를 들고 앞쪽에 나타난 창궁방을 바라보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와 동시에, 우렁찬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오늘, 나 목진은 반드시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겁니다.”

우렁찬 목소리에는 신기한 힘이 깃든 듯 대천세계의 곳곳에 울려 퍼졌다.

대천세계의 사람들은 고개를 번쩍 들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영력 광막에 나타난 창궁방을 쳐다봤다.

신비롭고도 오래된 광막은 세계의 위압감을 선사했다.

영마대륙에 모인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이를 보노라니 저절로 소름이 쫙 돋았다. 그들은 창궁방의 출현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대천세계에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염제와 무조도 흐뭇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폈다. 목진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타났고 이로 인해 대천세계의 축 처졌던 분위기는 다시 좋아졌다.

“창궁방?”

창궁방의 출현에 무한의 어둠이 가시자 천사신도 그 아래쪽에 서 있는 늘씬한 청년을 쏘아봤다.

“대천세계가 그동안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또 다른 강자를 배양했구나!”

천사신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목진을 쓰윽 훑더니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녀석은 실력이 제법 뛰어나지만 창궁방에 이름을 남기려면 아직 먼 것 같구나.”

천사신은 목진의 실력이 성급 후기를 훨씬 초월했지만 창궁방에 이름을 남길 정도까지는 아니란 걸 한눈에 알아챘다.

그런데 목진은 상대방의 말에 무덤덤하게 고개를 들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오래된 창궁방을 지그시 쳐다봤다.

그는 드디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목진이 두 손으로 결인하자 뒤쪽에 투명한 빛이 번쩍이더니 웅장한 불후의 기운을 내뿜는 오래된 허상이 나타났다.

이는 만고불후신이었다!

목진이 마음을 움직이자 만고불후신은 앞으로 나아가 목진과 아우러졌다. 목진의 체내에서 투명한 빛이 발하더니 육신이 전부 투명해졌고 영광이 번쩍였으며 엄청난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다.

진천 등 성급 후기의 정예급 강자들마저 현재의 목진한테서 상당한 위협감을 느꼈다.

그때 목진은 손가락을 내밀더니 아주 느리게 창궁방을 향해 뻗었다.

위잉!

대천세계가 파르르 떨리더니 창궁방에 신비로운 저항의 힘이 생겨 목진의 손가락을 닿지 못하게 했다.

“조금만 더…….”

염제와 무조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목진의 힘만으로는 창궁방을 소환할 수는 있어도 이름을 남기기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았다.

목진은 비록 불후대제의 유적을 전수받았지만 아직 너무 어렸고 경험도 턱없이 부족했다.

“너희 희망이 부서진 모양이구나.”

천사신은 히쭉거리며 상황을 살폈고 역외사족의 강자들은 피식 웃으며 대천세계의 사기를 흔들었다.

다행히 염제, 무조 등 정예급 강자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 더구나 목진은 아직 최후의 수단도 내세우지 않았으니 말이다.

목진도 여전히 태연하게 서 있었다. 창궁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저항에 그는 잠시 멈춰 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목진의 뒤쪽 공간이 갑자기 부서지더니 검은색 도포와 하얀색 도포를 입은 누군가가 나타났다.

훤칠하게 생긴 두 사내는 늘씬한 몸매를 가진 목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금 늦어서 미안해.”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도 가볍게 웃었다.

“마침 잘 왔어. 이제 제대로 힘 좀 써볼까?”

이에 흑백 목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으로 결인하자 뒤쪽에 웅장한 영광이 요동치며 영력 세계를 이뤘고 그 속에서 오래된 허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하나는 수정처럼 투명한 데다가 무한의 빛을 발했는데 그 빛이 닿으면 무엇이든 견고한 존재로 변했다.

그리고 다른 한 허상은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지 않은 것 같지만 웅장한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해당 영력의 막강함에 진천 등 성급 후기들마저 화들짝 놀랐다.

무한광명체!

태령성체!

천지존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오래된 두 허상을 바라봤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5대 원시 법신인데 목진이 정말 수련에 성공했을 줄이야…….

목진은 혼자서 원시 법신을 세 채나 수련해낸 거나 다름없었다.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정말 성공했군.”

염제와 무조도 이내 감탄했다. 일기화삼청은 역시 오묘하기 그지없는 신통이었다. 그런데 이 또한 목진의 운이었고 일기화삼청이 그한테 맞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염제와 무조라도 목진보다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반면, 천사신은 표정이 조금 굳어진 채 목진을 지그시 쳐다봤다.

“원시 법신 세 개를 한 사람이 수련해냈을 줄은 몰랐구나.”

그는 세 명의 목진이 한 사람인 걸 바로 알아챘다. 이는 지극히 심오한 분신술이지만 각자 독립적인 존재이기에 서로 다른 원시 법신을 수련할 수 있었다.

창궁방에 이름을 남기는 일은 온전히 자신의 실력을 기초로 해야하는데 세 명의 목진은 한 몸이었으니 함께 나서는 것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럼 목진이 창궁방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이에 천사신은 나서려 했다가 포기했다. 창궁방이 나타났을 때가 세계의 힘이 가장 강한 시기라 그가 강제로 나서려 했다가는 오히려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언젠가 창궁방을 수중에 넣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여 천사신은 마의 기운을 점차 가라앉히며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위잉!

잠시 후, 무한광명체와 태령성체가 흑백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자 양자 체내의 영력도 지극히 무서울 정도로 폭등했다.

“우리가 너를 도와줄게!”

흑백 목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함께 나서자 손바닥에서 두 갈래 실체 같은 영력 홍류가 솟구쳤는데 그 속에 깃든 영력은 반짝이는 별처럼 눈부시고도 웅장했다.

쿵!

두 갈래 영력 홍류가 목진의 손끝에 모이자 점차 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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