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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98화 (997/1,000)

998화. 대주재

목진이 삼신경을 수련해내자 흑백 목진도 탈바꿈했을 뿐만 아니라 체내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깃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들을 잘라냈더니 아니나 다를까, 또 다른 화신이 두 개나 생겼다.

이렇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자연스레 자유로워졌고, 함께 신수대륙의 혈해 공간에 들어가 수련을 시작했다.

사실 목진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몸에서 베어낸 순간, 일기화삼청에 변화가 생겼다. 이 신술을 만들어낸 사람도 일기화삼청으로 화신을 네 명이나 만들어낼 수 있을 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전부 목진의 상황이 특수하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자신의 정혈로 다년간 배양한 뒤에야 자신의 의지가 깃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화신이 두 명 더 생겼다고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염제와 무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수고했어.”

목진은 용봉 금포를 입은 두 명의 목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어?”

흑백 목진도 이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다행히 바로 전에 성공했어.”

용봉 금포를 입은 두 명의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결인했는데 뒤쪽에 오래된 파동을 내뿜는 무한의 영광이 모여 오래된 허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원시 법신의 파동과 똑같았다!

“이건…….”

염제와 무조는 흠칫 놀랐고 영마대륙에 있는 진천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외쳤다.

“저건 대천세계의 마지막 두 가지 원시 법신인 야신고체(夜神古體)와 황조체(荒祖體)네!”

마하천도 화들짝 놀라 옆에 서 있는 흑천 족장과 황규 족장을 바라봤다.

“언제 자네 종족의 원시 법신을 녀석한테 넘긴 건가?”

이에 흑천 족장과 황규 족장은 서로 마주 보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여러 해 전, 목진이 몰래 우리를 찾아와 원시 법신을 빌려 갔네. 그때, 그는 성공할 확신이 서지 않는지 우리더러 잠시 이 일을 대천세계에 알리지 말라고 했네.”

두 사람의 말에 사람들은 멈칫하더니 이내 흥분되었다. 목진이 몰래 준비해둔 한 수 덕분에 그들한테 다시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다섯 채의 원시 법신의 힘이라면 목진은 창궁방에 이름을 전부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대단하군.”

염제와 무조도 이내 감탄했다.

누군들 목진의 화신이 두 명이 아니라 네 명일 줄 알았을까? 더구나 그는 대천세계의 5대 원시 법신을 전부 수련해냈으니, 여태껏 이를 해낸 사람은 목진 뿐이었다.

5명의 목진은 고개를 들고 신비롭고 웅장한 창궁방을 쳐다봤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남겨 대천세계의 최강자가 될 수 있을지 봅시다.”

신비롭고도 오래된 광막은 하늘과 땅을 이었고 창궁방 아래의 다섯 사람은 다섯 개의 태양처럼 세상을 밝혔다.

이 세상의 모든 시선이 창궁방 주위에 서 있는 다섯 사람한테 모였다.

한편,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체내의 영력을 전부 손끝에 모으자 손끝은 눈부시게 빛났고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쿵!

이와 동시에, 나머지 네 명의 목진도 결인해 체내의 영력을 전부 끌어올리자 은하수 같은 홍류가 체내에서 솟구쳐 목진의 손끝에 모였다.

엄청난 양의 힘이 한데 모이자 목진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지금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기만 해도 이 하위면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엄청난 힘에 오히려 결연해졌으니, 손을 번쩍 들어 창궁방으로 뻗었다.

순간 창궁방에 있는 신비롭고도 무궁무진한 힘이 깃든 방어막에 닿았는데, 방어막 때문에 목진의 무서운 힘이 깃든 손가락이 창궁방에 닿지 못했다.

이에 목진은 미친 듯이 영력을 끌어올렸고 손가락이 찢어져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방어막은 끄떡도 없었다. 이래서는 이름을 쓸 수가 없었다.

“허허,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적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네가 아무리 화신을 네 명이나 두고 각자 다른 원시 법신을 수련하게 했어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란다!”

천사신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의 지극히 강력하긴 하지만 이름을 전부 남기기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챘다.

염제와 무조도 이내 한숨을 쉬었다. 창궁방에 이름을 온전히 남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대천세계에 이들 못지않은 천재는 많았지만 여태껏 자기 이름을 온전히 남긴 사람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점차 시무룩해졌다.

북창령원 학생들도 손에 땀을 쥔 채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영력 광경을 쳐다봤다. 그들은 피가 줄줄 흐르고 파르르 떨면서도 목진이 손을 움직이지 조차 못하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너무 어렵군.”

심창생이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들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녀야 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지만 목진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목진아…… 힘내.”

온청선도 주먹을 꽉 쥐고 중얼거렸다.

“목진 오라버니, 힘내요.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순아도 이를 꽉 깨문 채 허공에 떠 있는 영력 광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녀석아.”

묵봉은 늘씬한 청년을 보며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때, 북령경에서 자신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했던 소년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가 되었다. 그는 목진이 가족, 친구와 대천세계의 모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오늘 네가 실패한다고 해도 넌 영원히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란다.”

영마대륙에 있는 낙리도 억만의 생명체를 등에 짊어진 채 하위면에 서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목진아, 네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난 끝까지 너와 함께할 거야.”

하위면에 있는 목진도 피가 흘러내리고 파르르 떨리는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대천세계의 모든 생명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대천세계의 최후의 희망이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염제, 무조와 함께 목숨을 바쳐 싸워야 천사신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돌아서서 다른 네 명의 목진한테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 제발 나를 도와줘.”

“우리는 한 몸인데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흑백 목진, 용봉 금포의 목진이 가볍게 웃자 목진도 미소를 짓다가 이내 정색하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일기화삼청…… 귀일경(歸壹境)!”

이에 네 명의 목진의 육신이 활활 타올랐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네 명의 목진의 육신은 완전히 타버렸고 그들은 네 갈래 빛줄기가 되어 눈을 감고 서 있는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목진이 삼신경을 수련해낸 순간, 이것이 일기화삼청의 최종 단계가 아니란 것을 바로 깨달았다. 아직 아무도 수련해내지 못한 다음 단계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귀일경으로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귀일을 완성하면 일기화삼청은 사라지고 목진도 이 신통을 완전히 잃을 것이다.

“하나로부터 시작하여 하나로 끝내다.”

목진은 이리 중얼거리며 비스듬히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쿵!

순간, 염제와 무조마저 흠칫 놀랄 만큼 강력한 영력 돌풍이 휘몰아쳤고 먼 곳에서 상황을 살피던 천사신도 적잖게 놀랐다.

이제 목진은 더는 손가락을 떨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고 신비로운 창궁방을 바라보며 무한의 힘이 깃든 손을 다시 휘둘렀다.

휘잉!

엄청난 진동 소리가 대천세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창궁방이 번쩍이며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방어막은 금세 뚫렸고 무언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창궁방에 영광이 모이기 시작했다.

목진이 천천히 이름을 적어나가자 창궁방에 적힌 ‘목’자 뒤쪽에 영광이 모여 글자를 이뤘다.

“진!”

목진이 마침내 이름을 전부 적어내자 대천세계는 순간 조용해졌고 창궁방에서 발하는 영광은 대천세계 전체를 비췄다.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창궁방을 바라봤다. ‘목진’ 두 글자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엄이 깃든 듯 다들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한편, 무한의 영광이 쏟아져 내려 목진을 감싸자 그는 대천세계 전체가 뇌리에 그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북창령원에서 영력 광막을 쳐다보는 학생들, 심창생, 이현통, 온청선, 당천아 등도 보였고 목부에 한껏 흥분한 채 서 있는 묵봉, 구유, 만다라, 영계 등도 보였다.

목진은 대천세계 전체를 장악한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는 꼭 이 세상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부터 성급 다음 단계를 주재경(主宰境)이라 부를 것이다.”

목진은 서서히 주먹을 쥐더니 자연스레 떠오른 이름으로 현재, 자신이 이른 경지에 대한 이름을 붙였다.

잇따라 그는 고개를 들고 창궁방에 적힌 금광을 발하는 글을 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마침내 대천세계의 대주재가 되었구나.”

눈부시게 번쩍이는 영광은 대천세계 전체를 밝혔고 창궁방 앞쪽에 서 있는 목진은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세계의 엄청난 힘이 들썩이는 것 같았다.

“주재경에 이른 것을 축하드립니다, 목주!”

영마대륙에 모인 강자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대천세계는 천사신의 10목 상태 때문에 절망스러웠는데 그 절망스러운 상황에 역사상 처음으로 창궁방에 이름을 남긴 주재급 강자가 나타나게 될 줄 몰랐다.

생사의 고비를 견뎌낸 사람들은 미친 듯이 목진의 이름을 부르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한편, 창궁방이 서서히 사라지자 목진이 발하던 빛도 사라졌는데 그는 평범한 사람처럼 체내에서 영력 파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제가 조금 먼저 앞서간 것을 부디 용서해 주세요.”

목진이 다가와 미안한 듯 건넨 말에 염제와 무조는 허탈하게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대천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처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천사신을 막아내는 것이다. 네가 선뜻 나서줘서 오히려 고맙구나.”

“대천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기에 저도 이 엄청난 것들을 수련할 기회가 생겼고 모두의 응원 덕분에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원시 법신의 도움 없이 정석대로 수련해온 선배님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사실, 그의 말도 사실이긴 했다. 아무리 목진이라도 현재의 경지에 이르려면 백 년 가까이 수련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대천세계에 변고가 생겨 강제로라도 염제와 무조보다 먼저 주재경에 이르러야 했다.

하여 대천세계에 오늘의 재앙이 없었다면 창궁방에 처음으로 온전한 이름을 남기는 사람은 분명 염제와 무조이지 절대 목진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에 염제와 무조는 서로 마주 보며 상냥하게 웃었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단 말도 있지 않느냐? 우리도 시대의 흐름 덕분에 한때의 영웅이 되었던 거란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잘 타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이 또한 너의 능력이란다.”

“대신 지금부터 천사신은 주로 네가 상대해야 한단다. 우리는 옆에서 최선을 다하여 도울 것이다.”

“고맙습니다.”

말을 마친 목진은 고개를 들어 예리한 눈빛으로 천사신 쪽을 바라봤는데 상대방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열 번째 사악한 눈에서 무한의 흑광이 번쩍였다.

“생각지도 못했구나.”

천사신은 사악한 눈으로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 대결에서 내 최대의 적은 염제와 무조일 거라 여겼는데 네가 될 줄이야…….”

“대천세계 사람들은 당신들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 내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들고일어났을 겁니다.”

목진이 무덤덤하게 한 말에 천사신은 이를 악물고 그를 바라봤다.

“대천세계는 참 운이 좋구나. 이런 상황에서도 너 같은 존재가 나타나다니 말이야!”

천사신은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는 열 번째 사악한 눈이 나타나면 분명 이번 싸움에서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목진이 덩달아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남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창궁방에 이름을 온전히 남긴 목진은 세계의 힘을 다스릴 수 있게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대천세계를 수중에 넣은 목진과 대천세계에서 싸운다는 것은 천사신한테 결코 유리한 일은 아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피 튀기는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십목유마모(十目幽魔矛)!”

안색이 어두워진 천사신이 깊게 숨을 들이켜자 미간에 난 사악한 눈에서 어둠의 빛이 솟구쳐 손바닥에 검은색 장창을 이뤘다.

온통 까만 장창에는 괴이하고도 사악한 눈이 열 개나 달려 있었는데 천천히 끔벅이며 무한의 사악한 기운과 함께 무서운 파동을 내뿜어 하위면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탕!

천사신이 수중의 마창을 힘껏 내리찍자 주위 공간이 와장창 깨졌고 커다란 균열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을 건넸다.

“네가 창궁방에 온전한 이름을 남겼다고 한들 나를 상대할 수 있을까?”

목진은 천사신 수중의 마창을 지그시 쳐다봤다. 보아하니 상대방은 전력을 다해 목진을 상대하려는 것 같았다. 그가 사악한 눈이 열 개나 달린 마창을 꺼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무기라…….”

이리 중얼거리던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천지에 무한의 영력이 몰려들어 영력 화해를 이뤘고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한 갈래 흑광이 화해로 향했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색 기둥으로 오래전, 목진이 사용했던 무기인 대서미마주였다.

다만,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추자 대서미마주의 사용 횟수가 점차 줄어들었는데 지금은 대주재경에 이르렀으니 직접 절세 성물의 경지를 훨씬 뛰어넘는 무기를 제련할 수 있게 되었다.

하여 목진은 대서미마주를 원자재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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