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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05화 (4/1,000)

905화. 다급해진 옥창 (1)

사여래가 궁임책을 한번 보더니 다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분명했다.

능소각의 장문인 관극태가 입을 열었다.

“궁 장문인, 우유도의 경우는 조금 예외라 할 수 있습니다. 축기기의 수행자이긴 하지만 정예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요. 듣기에는 우유도의 수단이 보통이 아니라고 하던데, 제가 보기에 천도비경에 들어가기 적당한 자 같습니다.”

궁임책도 주위를 훑어보았다. 말할 것도 없이 확신할 수 있었다. 우유도를 추천한 사람 중에 관극태는 분명히 포함될 것이다. 궁임책이 즉시 반문했다.

“수단이 좋은 것과 싸우고 죽이는 경지와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천도비경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실력입니다. 적어도 천도비경 안에서만큼은 경지의 고하가 바로 정예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그 말을 하면서 연신 용휴와 맹선에게 눈빛을 보냈다.

용휴와 맹선도 궁임책의 뜻을 알아들었다. 조국과의 전쟁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배제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전쟁이 중지된다 하더라도, 천도비경이 끝난 후에는 계속해서 싸워야 했다. 이에 이들도 궁임책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계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용휴와 맹선이 입을 열기도 전에, 다른 장문인들이 앞다퉈 말하기 시작했다.

“궁 장문인, 경지란 싸우고 죽이는 실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듣기로 우유도가 조국에서 연국 사신의 수급을 취할 때, 일단의 호위 사이에 있는 사신을 마치 주머니에 있는 물건 꺼내듯이 손쉽게 죽였다고 하더군요. 이게 실력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심지어 같은 경지에서 매우 뛰어나다 여겨졌던 천화교의 제자조차도 그의 적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만 보아도 얼마나 뛰어난 자인지 알 수 있지요. 확실히 산수 중에서 정예라 할 만합니다.”

“같은 경지 내에서 우유도는 정말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봐도, 이 우유도라는 자가 출도한 이래, 지금까지 패배하는 일이 없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자신의 실력에 믿음이 있으니, 지금처럼 이리저리 소란을 피우고 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우유도는 확실히 산수 중에 정예라 할 만하지요.”

다른 장문인들의 말에 용휴와 맹선이 입을 열어 반박했다.

그러나 용휴와 맹선의 반박에, 또 다른 장문인들이 나서 다시 두 사람의 말을 반박했다. 그러니 아무리 도와줘도 소용이 없었다. 우유도에 관해 한번 이야기가 나오니, 장문인들의 말이 끊이지가 않았다.

심지어 더 늘어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우유도에게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장문인들이 있었던 것 같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만약 다시 추천한다면, 우유도를 추천할 장문인이 열두 명을 훌쩍 넘을 것 같았다. 그러니 세 사람이 아무리 반대한다고 한들, 열 몇 명이 넘는 장문인들의 말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근청궁 내부,

이치를 따지는 상황에서, 소수는 다수에 따라야 했다. 일부는 자신과 상관없으니 아무래도 괜찮았고, 이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우유도를 추천한 사람만 열두 명이 되었다. 그에 비해 우유도를 돕는 사람은 세 사람뿐이었다. 너무나 명확한 결과였다.

사여래는 사람들의 토론을 지켜보고는 입을 열었다.

“좋소. 아직 이백 명이 부족하니, 이미 이곳에 이름이 적힌 산수를 제외하고 다들 나머지 산수들을 추천해서 천 명을 맞춥시다.”

그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궁임책은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유도는 이번 재난을 피할 수 없었다.

궁임책은 우유도가 이미 자금동의 제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여래를 한번 보고, 용휴와 맹선을 한번 보고는 참기로 했다.

몇몇 장문인들이 다른 산수의 이름을 물어보기 위해 아래 있는 제자들에게 잠시 갔다 와도 되겠냐고 물었다. 사여래가 고개를 끄덕였고, 적지 않은 장문인들이 아래 제자를 찾아 근천궁 밖으로 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장문인들이 다시 돌아온 후, 목판에 새로운 이름이 적히기 시작했다.

천 명의 산수가 모두 정해진 후, 사여래는 아랫사람들에게 지금 즉시 적성성과 같은 장소에 이 명단을 공표하라 했다. 이후, 명단에 있는 산수들은 천도비경이 열리는 날까지 이곳에 도착해야 한다고, 이것 또한 널리 전파하라 일렀다. 만약 이를 어기는 자는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각국 각 문파에서 올리는 명단은 다들 돌아가서 다시 한번 추려보도록 하시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오 일 이내에 확실한 명단을 확인하고 싶군!”

사여래가 그 말을 남기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근천궁을 떠났다.

시간이 매우 급했다. 각 문파의 장문인들은 그곳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분분히 떠나갔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날짐승들이 표묘각에서 날아올랐다.

* * *

송국 승상부 내부.

승상 자평휴가 빠른 걸음으로 한 고아한 전각으로 들어섰다.

가무군은 창백하고 어디가 아픈 듯한 창백한 얼굴로 나무 아래 있는 침상에 누운 채, 떨어지는 나뭇잎을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정전(停戰)했습니다. 정전입니다. 표묘각이 천하에 전쟁을 중지한다고….”

자평휴는 허리를 숙여 누워있는 가무군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가무군이 정신을 차리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평휴가 옆에서 거들었다.

가무군은 옆에 있는 붓을 들어 먹을 묻힌 다음, 글을 써 내려갔다.

‘제가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송국도 드디어 한숨 돌릴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평휴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무군의 모습을 보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 멀쩡한 사람이 폐인이 되어 돌아왔으니.

가무군은 이제 다시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표묘각에서 혀가 잘린 것이다. 죄목은 감히 표묘각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자가 표묘각으로 올라와 설득을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가무군은 표묘각에 갈 때 당연히 무작정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전에 송국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고민할 때. 송국 삼대 문파에서 천도비경의 명단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마 다른 나라의 문파들도 보고한 명단에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추측했다. 그렇게 표묘각으로 향해 이를 근거로 설득을 시작했다.

표묘각이 그 말을 진지하게 들었든 말든, 가무군의 계산에 심각한 오차가 있었다. 겨우 일개 범부가 표묘각의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한다는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표묘각이 이용하고 싶다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이란 말인가? 그렇게 표묘각은 가무군의 혀를 잘라 교훈으로 삼았다.

가무군을 죽이지 않은 것은 그 신분 배경과 연관이 있었다. 가무군은 각국 분쟁과 깊게 연관되어있으니, 표묘각은 너무 깊게 개입하고 싶지 않아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가무군은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가무군의 혀만을 잘랐다. 뿌리까지 뽑아, 표묘각에서 기르는 가축에게 던져주었다.

그 당시, 혀가 잘린 가무군은 입에서 피가 줄줄 흘렀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가무군은 그대로 표묘각 밖으로 던져졌고, 다행히도 수호 법사가 응급조치를 한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가무군이 깨어났을 때, 그는 이미 승상부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이 다시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입안의 상처가 가무군에게 어떠한 고통을 주었는지, 다른 사람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가무군은 음식과 물을 먹는 것조차 문제가 되었다. 조금만 입을 벌려도 쉽게 상처가 벌어져, 수행자들이 법력으로 치료해 주어야 했다.

그전에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표묘각의 진짜 책임자를 만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송국 승상이라는 자평휴의 신분을 빌려서도 겨우 아래 일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일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 표묘각이 천하를 오시하는 패도를 오늘 직접 몸으로 느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이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히도 혀를 허투루 잃어버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탄식을 내뱉었다.

송국의 일부분 사람 외에는 천하의 누구도 가무군이 표묘각에 간 것이 천하 정세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챈 사람이 없었다.

사실 표묘각은 각국에서 올려보낸 명단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각국이 감히 대충 처리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가무군이 나타나고, 가무군이 한 말이 명단에 대한 표묘각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조사를 하도록 했다. 덕분에 각 장문인들이 표묘각에 불려가게 된 것이다.

가무군이 이렇게 살짝 뒤에서 표묘각에게 언질한 덕분에, 표묘각은 각국에서 올려보낸 명단을 다시 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거기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겸사겸사 천하의 산수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자평휴가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가무군은 그의 심복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어려서부터 자부(紫府)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가족 같고, 친구 같은 관계이기도 했다. 지금 승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도, 가무군의 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처럼 고통을 받고 있었다.

자평휴는 최근 몇 달 동안, 정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우선 집안의 사위가 전사하더니, 슬픔을 못 이기고 딸이 자진하고 말았다. 지금 외손자와 외손녀는 매일매일 부모를 보겠다고 울며 보채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가족 같고, 친구 같은 사람마저 이 모양이 되었으니, 이런 불행을 연달아 겪고 어찌 가슴 아파하지 않을까?

자평휴가 소매를 내리고는 말했다.

“폐하께서도 선생님의 공로에 감사를 표했고, 직접 와서 선생님을 뵙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준비하시지요.”

이것이 자평휴가 급히 찾아온 이유 중 하나였다.

가무군이 잠시 멈칫하더니 곧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자평휴는 황제 앞에서 이것이 자신의 공로라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무군이 곧 붓을 들었다.

‘혹시 승상은 저를 죽이시려는 겁니까? 제 행동이 알려지면 수많은 수행자의 원한을 사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 일은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자평휴가 깜짝 놀라더니, 곧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 * *

“뭐라고?”

제경 부방원 내부,

표묘각에서 내린 천하의 모든 전쟁을 중지하라는 전령이 곳곳에 전파되었다. 옥창은 넋을 잃고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옥창은 이미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미 조국 전정앙과 마장안이 있는 쪽으로 급히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효월각도 이제 정식으로 천하에 나설 준비를 한 상태였고, 장원 안에는 이미 마차에 짐을 가득 실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표묘각은 이런 일을 그냥 지켜만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옥창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었다.

독고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천도비경이 곧 열리니, 각국에서 천도비경에 보낼 수행자 명단을 보냈다고 합니다. 다만 전쟁을 하고 있는 삼대 문파들에서 정예 수행자들을 천도비경으로 보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는 물론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삼대 문파가 제출한 명단에서 정예 수행자들이 대거 빠지게 되었고, 때문에 표묘각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표묘각은 전쟁을 중지시킨 이후, 천도비경의 일이 끝난 다음에 각국에게 다시 전쟁을 시작하라 말했습니다. 또한, 명단도 수정하여 다시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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