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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07화 (6/1,000)

907화. 멍하니 있다

오공령은 속으로 계속 흐뭇해했다. 표묘각이 갑자기 전쟁을 중지시킨 것은 정말로 큰 이득이었다. 게다가 표묘각은 천도비경의 일이 끝날 때까지 지금 현 상황을 유지하고 경거망동하지 말라 일렀다. 이러한 일은 지금 오공령이 하는 일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아주 딱 맞았다.

표묘각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 누구도 감히 전쟁을 일으키지 못했다. 송국도 이쪽을 치지 못하고, 연국도 감히 오공령을 건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한국은 오공령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었다. 한국은 먼저 송국이나 연국의 방해를 뚫어야만 오공령을 공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표묘각이 전쟁을 중지시켰으니, 그런 일은 생길 수 없었다. 이렇게 됐으니 오공령이 영역을 발전시키고 병력을 확장할 매우 좋은 기회가 거저 굴러들어왔다고 할 수 있었다.

천도비경이 열리고 닫히기까지는 무려 일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이 거대한 영역에서, 오공령은 수많은 사람을 속여 끌어 모았다. 만약 오공령에게 온전히 일 년을 주어 경영하게 한다면, 상황이 어찌 될지 상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오공령은 지금 차지하고 있는 영역을 더욱 확실하게 장악하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한국은 이제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오공령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오히려 오공령에게 그 땅을 경영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천녀교는 오공령 세력을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천녀교에서 보내온 소식에는 이미 친근함이 가득했다. 오공령의 웃음소리가 줄어들었을 때, 혜청평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종문은 나 혼자서 힘들 수도 있으니, 자매들 몇 명을 더 보내주겠다고 했어.”

오공령이 하하 웃었다.

“전쟁은 어차피 중지되었는데, 어려울 게 무엇인가?”

혜청평이 말을 좀 더 ‘직설적’으로 했다. 조금 오공령과 닮은 말투로,

“아마도 종문에서 눈이 벌게진 사람들이 한 숟가락 하기 위해서 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해?”

그리고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오공령의 반응을 살폈다.

오공령이 멈칫했다. 깨달은 것이다. 혜청평은 지금 불만이 가득했다. 다른 사람이 와서 자신과 밥그릇을 나누려 하는 것이 못마땅하게 여겨진 것이다. 곧 오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혜청평의 허리를 껴안았다.

“김칫국이나 마시라고 하지, 만약 그러고 싶으면 먼저 내게 시집오라고 해!”

“개 같은 손 치워!”

혜청평이 오공령을 밀어내고는 이어 말했다.

“좋아, 죽음이 두렵지 않으면, 내가 대신 물어봐 주지.”

오공령이 즉시 말을 바꾸었다.

“장난이야, 장난. 우리는 부부가 아니요, 부인, 양분이 가득한 물은 다른 사람의 논으로 흐르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소. 어찌 함부로 다른 사람이 이득을 취하게 하겠소. 난 부인의 결정에 따르겠소. 부인이 된다면 되고,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지. 부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난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니! 부인, 어떻소?”

그리고 다시 혜청평의 허리로 손을 뻗었다.

오공령의 말을 듣고 속이 시원해진 혜청평은 눈살이 펴지면서 오공령이 껴안는 대로 반항하지 않고 놔두었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담담히 물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다?”

“내가 부인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소. 그렇게 하기로 한 거요. 부인의 말에 따르겠소. 됐소?”

오공령이 뻔뻔한 얼굴로 물었다.

“그렇게 하지.”

혜청평이 그대로 오공령의 손을 밀어내고는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이때, 오공령이 그런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부인, 이 얼마나 좋은 일이오. 성대하게 축하합시다.”

혜청평이 그런 그를 밀어내고 말했다.

“뭘 얼마나 성대하게 준비할지는 당신의 일이지, 나랑은 상관없어.”

“준비할 필요 없소. 바로 이렇게 축하합시다.”

오공령이 갑자기 빠르게 다가오더니 혜청평의 허리를 꽉 껴안고는 ‘흐흐’ 웃었다.

“부인이 평상시에 다른 여자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니, 답답해 미치겠소. 오늘 이렇게 좋은 일도 있었으니, 부인이 한번 잘 시중들어줘야 하지 않겠소?”

“이거 놔!”

혜청평은 발버둥 치는 한편, 얼굴이 붉어졌다. 이 미친놈이 기쁠 때도 괴롭히고, 기쁘지 않을 때도 괴롭히는 것이 정말로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한쪽에서 제자들이 보고 있는데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문밖에 있던 두 여제자는 방 안의 상황을 확인하고는 부끄러운 마음에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사실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공령은 죽어도 놓아주지 않았고, 그대로 그녀를 안아 들고 내실로 들어갔다.

한편, 혜청평 또한 겉으로는 얼굴이 붉어졌으나, 이미 이런 식의 상황을 몇 번이나 겪어본 후였다. 사실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고,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이기도 했다. 결국 혜청평은 잠시 발버둥 치더니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 * *

이제 와 어떤 일들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었다. 오공령이 천녀교의 장로 혜청평을 아내로 맞이한 일은 이미 수행계에 파다하게 퍼져 나가 있었다. 혜청평은 각국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으나, 나중에 오공령의 세력이 커진 후에는 웃음이 조금 조용해졌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우유도는 어이가 없었다. 정말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오공령은 정말 가리는 게 없었다. 또한, 혜청평에게도 크게 감탄했다.

“무슨 한숨을 그리 쉬는 거야?”

관방의가 종이 몇 장을 들고 다가오더니, 나무 아래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젓고 있는 우유도를 보고 물었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공짜 매형이 늘었군, 혼인이라는 이 큰일에 축하주를 마시러 오라고 초대도 하지 않다니. 이해할 수 없군! 하하하.”

관방의는 손에 든 물건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그 일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

“세상은 마치 바둑판의 기보 같고, 매번 새롭군. 이 오공령을 정말 얕잡아 본 것 같아. 벼랑 끝에 몰린 패배한 개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갈지 누가 알았을까? 세력이 커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어. 대단한 효웅이야!”

관방의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심정이 아니었다.

“지금은 네 걱정이나 하지그래! 각국 삼대 문파에서 천도비경에 파견하기 위해 보고한 명단을 표묘각에서 부정했어. 전쟁 때문에 비경에 파견할 정예를 줄였다는 게 들통난 거지. 표묘각이 화를 냈고, 각국에 다시 명단을 만들어 오라 명했어.”

우유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다시 선별하라지, 개가 개한테 물린다고 털 좀 빠지고 말지, 무슨 큰일 있겠어?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우리는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면 끝이야.”

우유도는 관심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각국의 정예 수행자들이 더 많이 천도비경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조종과 몽산명에게 가해지는 견제가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좀 더 마음 놓고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는가.

수많은 싸움을 거쳐 지금 자리에 왔다. 상조종과 몽산명의 용병술과 작전 능력이 이미 검증되었다. 남주의 세력이 정말 우유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미 우유도에게 매우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지금까지 심혈을 기울여 경영한 대가를 드디어 받은 것이다.

그러나 우유도의 말에 관방의가 코웃음을 두 번치고는 말했다.

“개가 개를 물어? 정말 속 편한 소리군. 네가 그 개 중에 한 마리가 되었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

그리고 손에 든 물건을 흔들었다.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의미야? 들고 있는 게 뭐지?”

보통 소식에 저리 많은 종이를 사용할 리 없었다.

“천도비경에 들어갈 명단이야. 이 위에 네 이름이 있어.”

우유도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비웃고는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하지그래. 그런 거로 날 속이려고 하지 말고 말이야. 바로 얼마 전에 금 이천만 냥을 손에 쥐었는데, 이번엔 무슨 일로 기분이 나빠진 거야?”

관방의의 맑은 두 눈이 좀 더 커지더니 물었다.

“못 믿겠어?”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뭘 말이야?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천도비경은 문파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어. 나 같은 산수는 그 북적거리는 곳에 갈 자격이 없다고.”

관방의는 어이없다는 듯이 좌우를 둘러보고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봐 도야, 거짓말 아니야. 이번에 문제가 생겼어. 정말이야. 표묘각이 각 문파에게 명단을 다시 작성하라고 했을 때, 이번에만 특별히 천 명의 산수를 적어내라고 말했어. 전쟁 때문에 각국의 정예 수행자들이 너무 큰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 차질이 있을까 봐 표묘각에서도 조금 양보를 한 거야. 사실 양보가 아닐 수도 있지. 표묘각은 이번에 산수를 줄여 조절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듯해. 아무튼, 그렇게 해서 각 나라에게천 명의 산수를 추천하라고 했는데, 그 추천 명단에 네 이름이 있어. 이 명단은 이미 공표되었어!”

우유도가 멈칫했다. 마치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잠시 후, 멍한 얼굴로 물었다.

“거짓이 아니라 정말이라고?”

우유도는 믿으려는 모습이 아니었다. 관방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을 했다. 사실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규칙이 바뀐 적이 없었다. 산수가 천도비경에 참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그 규칙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었다. 순간, 믿지 못하는 것도 너무 당연했다.

관방의가 명단을 보여주고 수많은 이름 중에 ‘우유도’ 세 글자가 적혀있는 곳을 짚어 보여주고는 명단을 건네주었다.

“이건 명단이니까 한 번 살펴봐. 너 맞지?”

우유도가 급히 명단을 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자신의 이름이 보였다. 또 위아래를 오가며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살펴보았다. 들어본 이름도 있었고, 들어본 적 없는 이름도 있었다. 아마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우유도는 잠시 멍해졌다. 너무나 의외였다.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걸 지금 내게 묻고 있는 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 아무튼, 원인은 내가 방금 말한 거야. 상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궁임책을 찾아가 보는 건 어때? 그자도 표묘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니, 명단을 추천할 때 자리에 있었을 거야. 잘 알고 있겠지. 나도 명단을 확인해 보았는데, 금단방에 이름을 올린 산수들은 대부분 거기에 이름을 올렸어.”

“금단방?”

우유도가 신속히 명단을 한번 훑어보며 빠르게 물었다.

“조웅가도 있어?”

“나도 그걸 알고 찾아봤는데, 조웅가는 없었어.”

천 명의 이름이었다. 한 번에 다 보는 것은 어려웠다. 우유도가 계속해서 물었다.

“옥창은? 그 늙은이도 명단에 없어?”

“그것도 찾아봤는데 없었어!”

우유도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 어째서 없는 거지? 금단방에 있는 사람이잖아!”

“매우 정상 아니야? 옥창의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누가 쓸데없이 옥창의 원한을 사려 하겠어? 거기서 추천하는 사람들은 옥창이 효월각 사람이라는 것도 모르는데 말이야.”

명단을 한번 훑어본 우유도는 그 안에서 옥창을 찾을 수 없었다. 우유도는 분노했고, 손에 든 명단을 흔들며 말했다.

“궁임책은 뭐 하는 놈이야? 현장에 있었으면서 저지하지 않은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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