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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08화 (7/1,000)

908화. 자금동에 가다 (1)

관방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위로가 될지 몰라, 다른 말을 꺼냈다.

“그렇다고 너만 있는 건 아니야. 명단에 귀모와 운희도 있었어.”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 두 사람을 산수라고 할 수 있을까?”

관방의가 반문했다.

“그럼 너는 산수라고 할 수 있어?”

“…….”

우유도는 할 말이 없었다. 관방의의 말대로, 지금 그의 상황이 귀모, 운희와 비슷했다. 그의 아래에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있었기에 산수라고 하기가 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문파에 속해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엄격하게 말하면 아직은 산수의 범위 안에 있었다.

우유도가 명단을 다시 확인하는 것을 보고, 관방의가 가까이 다가와 몇 장을 넘기더니 두 사람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귀모와 운희의 이름이 그 위에 있었다. 덕분에 마음속에 끓어 오르던 분노가 조금 가라앉았다. 우유도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궁임책에게 어디 있느냐고 연락해. 만나고 싶다고 말이야. 당시 명단을 추천하던 상황에 대해 알고 싶다고 전해.”

“지금 얼굴을 보여도 괜찮을까?”

“표묘각이 전쟁을 중지하라고 명령을 내렸어. 게다가 내 이름이 이미 명단 위에 올라와 있는 상태지. 이게 바로 호신부적이야. 아마 지금이 내게 가장 안전한 순간이라 할 수 있어.”

관방의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그리고 문묵아도 우리 손에 있잖아, 그래도 명색이 양녀인데, 궁임책을 보러 가는 건 안전할 거야.”

곧 관방의가 궁임책과 연락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우유도는 자리에 앉은 채, 명단에 적힌 이름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만약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면, 마주해야 했다.

“서문청공…….”

우유도가 중얼거렸다. 또 하나, 퍽 의외인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금단방 제일의 고수 서문청공!

위국 여 승상 현미 곁에 있는 수호 법사, 그런 서문청공까지 명단에 오르다니.

서문청공이 명단에 있는 것을 보자, 우유도는 궁임책에 대한 의심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궁임책과 연락이 되었다. 궁임책은 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몽산명 곁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전쟁은 이미 중지되었으니, 궁임책은 몽산명 곁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 그 대신 궁임책은 표묘각을 떠나 자금동으로 돌아갔다.

“장문인께서 당신에게 자금동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당부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셨어요.”

얼마 후, 관방의가 먼저 연락을 하기도 전에, 궁임책과의 연락을 담당한 문묵아가 먼저 우유도를 찾아와 통보했다.

우유도는 마침 깊은 사색에 잠겨있었다. 이때, 관방의도 오더니 문묵아를 돌려보내고 서신을 건넸다.

“왕야 쪽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 만나고 싶다고 하네.”

우유도는 서신을 확인하고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전쟁이 중지되었어.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테니,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 해. 어떻게 해야 남주에게 유리한지 잘 알고 있을 거라 전해. 나는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만나는 건 나중으로 미루자고 해줘. 천도비경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이해할 거야. 천도비경에 들어가기 전에 적어도 한번은 찾아갈 거라 전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겠다는 듯이 관방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때, 원강이 또 와서 우유도에게 한 통의 밀서를 건넸다.

우유도가 받아보니 옥창이 보내온 서신이었다. 우유도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적혀있었는데, 천도비경 때문이라고 정확히 명시하고 있었다.

우유도의 입가에 미약한,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

“이제 보니 이분은 날 참 신경 쓰는 것 같군.”

그전에 천도비경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걸 알게 된 이후, 우유도는 바로 옥창을 떠올렸었다. 효월각의 보호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효월각의 계획에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 되었으니 어느 정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옥창이 보내온 서신을 보니, 확실히 자신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옥창이 설사 자신과 함께 천도비경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옥창이 어째서 이처럼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우유도는 잘 알고 있었다. 이익이 없으면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옥창과 만날 시간과 장소를 네가 안배해줘. 시간을 잘 계산해서, 자금동에서 돌아오면 바로 만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

우유도가 말했다.

일단 최우선적으로 지금 우유도는 궁임책을 만나러 가야 했다. 우선 표묘각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밖에서 떠도는 소문을 다 믿을 수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 원인을 확실히 알아야, 자신이 얼마나 큰 문제를 떠안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여기저기에서 벌어질 상황들에 잘 대응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고 잘 모르는 상황에서 가게 된다면, 손쉽게 다른 사람에게 속을 수 있었다.

“알겠어요!”

도야가 천도비경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강의 마음도 매우 무거워진 상태였다.

우유도가 뒤돌아 관방의에게 지시했다.

“조경에게 연락해서, 표묘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해.”

궁임책을 찾아가서 확인하려던 거 아니었어? 관방의는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보통 사안이 아니니, 당연히 한쪽의 말만 믿을 수 없었다. 도야는 다방면으로 얻은 정보를 비교해본 후, 좀 더 정확한 사실을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만수문의 장문인 서해동 또한 표묘각에 참여하는 인원이니, 조경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관방의는 지금 우유도가 처음 명단을 받았을 때만큼 분노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냉정해진 것이다. 이미 태도를 바꿔서 조리 있게 대응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에 대한 안배가 끝난 듯하자, 우유도는 한 마리 날짐승을 불러 자금동으로 향했다.

문묵아가 같이 가고자 했지만, 관방의는 그녀를 막아섰다.

“동생은 이곳에 남아있어야 해.”

관방의는 그 말을 하면서 진 아저씨 일행에게 눈짓했다.

그들은 관방의의 의도를 바로 깨달았다. 관방의는 일전에 만약 궁임책이 쓸데없는 짓을 한다면, 문묵아를 붙잡아 인질로 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 문묵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우유도의 안전은 이들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문묵아의 기분이 어떤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필요 없었다. 정말 그녀에게 독수를 써야 할 때, 이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우유도는 이들의 이익을 대표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말 그대로 이 커다란 배의 키를 잡은 사람이었다. 만약 우유도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 배를 어디로 몰아야 할지, 또 이 배에 탄 사람들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다들 알지 못했다. 다들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더는 남주의 정세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배는 잠잠한 해안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었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고, 풍랑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데다가, 어두워 가야 할 방향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선장이 없다면, 배는 쉽게 암초에 부딪혀 침몰할 수 있었다.

관방의는 문묵아를 철저히 감시하라는 명을 내리고는, 오노이와 함께 날짐승에 올라탔다. 세 사람이 대형 날짐승 위에 올라타자, 날짐승은 순식간에 날아올라 하늘 멀리 사라져갔다.

* * *

자금동,

이 문파의 이름은 지세와 무관했다. 또 수련공법과도 무관했다. 전설에 의하면 자금동을 세운 계파 조사의 거주지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다만 문파가 커질수록 문파는 수차례 이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문파가 처음에 자리 잡는 곳은 대부분 작은 곳이었다. 이는 인원이 적기 때문에 당연히 큰 자리를 차지할 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문파가 커질수록, 갈수록 몰려드는 많은 인원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무척 많았기에 자리를 여러 차례 옮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금동 또한 진즉에 계파조사가 문파를 만든 곳을 벗어나게 되었다.

다만, 예외적인 곳이 있다면 상청종이 있었다. 과거 상청종은 연국 제일의 대문파였는데, 계파 조사가 무척 강한 자였기에 처음부터 풍수가 좋은 지역을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문파가 커진 후에는 조금 그 자리에 계속 머물기엔 벅차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곳을 잃어버리면 선조에게 죄를 짓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자금동은 날이 갈수록 번창했다. 이주하는 곳은 당연히 갈수록 좋은 곳이었고, 그전에 있던 곳을 떠나는 것이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오늘날 자금동이 차지하고 있는 곳은 연국에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영험한 곳이었다.

관방의와 오노이는 자금동이 위치한 풍수지리를 보며 조금 감탄했다. 이곳은 확실히 풍수가 아름답고, 산과 건축물이 어우러져 남다른 기품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유도는 이것들을 감상하고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날짐승을 탄 우유도는 이미 사전에 허락을 받았기에, 산문에 내려서지 않고 그대로 자금동의 대전이 있는 중지로 향했다. 공중에서 순찰을 돌던 제자들은 앞을 막아서 신분을 확인한 후에, 우유도인 것을 알고 그대로 보내주었다.

날짐승이 땅에 내려서고, 오노이는 남아서 날짐승을 관리했다. 그리고 동시에 외부와의 연락을 담당했다.

우유도와 관방의는 그대로 자금동의 대전으로 향했고, 곧 한 제자가 앞으로 나와 둘을 안내했다. 하지만 그대로 대전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대전 밖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잠시 후, 궁임책이 일단의 자금동 고위층을 대동하고 대전 밖에서 우유도와 만났다.

사람들은 우유도를 본 적이 있었다. 궁임책도 만나보았다. 만수문에 있을 때, 우유도가 관방의와 같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자네 얼굴 보는 게 참으로 힘들군,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어.”

궁임책이 미소지었다. 어찌 보면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우유도는 포권을 하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도 예를 갖춘 후에 마찬가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궁 장문인께서 저를 부르시지 않으니, 어찌 제가 감히 궁 장문인을 직접 찾아오겠습니까.”

궁임책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우유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찾는 건 찾는 거고, 직접 오라고 명령을 내린 적은 정말로 없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 피하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니 궁임책이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는 없었다. 만약 명령을 내렸는데 오지 않으면 그 얼마나 체면을 구기는 일인가?

“그렇게 이야기하니, 오히려 내가 잘못한 게 되는군. 참으로 날카로운 입이야.”

궁임책이 웃었다. 밖은 대화하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누가 엿듣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궁임책이 우유도에게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손을 뻗었다.

우유도는 옆에서 걸으며 입을 열었다.

“저도 곧 여러분들 중에 일원이 될 것이니, 과거의 일은 다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장로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장로들은 자금동의 핵심 인물들이니 이 말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 궁임책이 이미 자신의 의도를 이들에게 모두 통보한 상황이었다.

물론, 적지 않은 자들이 불만을 품긴 했었다. 궁임책이 문묵아를 희생해 남주를 취하는 수단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그중에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저 문묵아의 미모를 탐내고 있던 나이 찬 늙은이도 있었다.

하지만 고작 여색 때문에 궁임책의 결정에 대해 반항하거나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주의 이익을 끌어들이는 것은 너무 중요했다. 종문의 수많은 이익이 얽혀 있었다. 그러니 모든 불만도 참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종문의 이익에 대항하는 것이며, 궁임책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를 두고 보지만은 않을 터였다.

그러니 불만이 있어도 반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겉으로는 궁임책의 방법이 좋다며 다들 찬성하고 나섰다.

참 어찌 보면 상황이 정반대가 된 듯했다. 어쨌든지 간에 궁임책이 문묵아를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인 것은, 용휴가 이서를 이용하려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이서는 용휴의 막내 제자였고, 궁임책은 문묵아를 양녀로 들였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두 사람의 방법에는 작아 보여도,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용휴가 최대한 줄 것을 주지 않으려 하며, 궁색한 태도를 보인 것에 비해, 궁임책은 처음부터 장로의 지위와 함께 문묵아를 약속하며, 매우 통 크게 행동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우유도의 마음에 누구의 전략이 더 좋게 보일지는 뻔한 일이었다. 용휴는 조금 궁색했던 것에 비해, 궁임책은 좀 더 대담하고 통 크게 행동했다 할 수 있었다.

비록 두 사람 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유도를 얻으려고 했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가 돼버렸고, 사람들의 반응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문묵아와 우유도의 일은 자금동 내에 모두 퍼졌지만, 이서를 이용하려 했던 용휴는 이서와 우유도에 관한 일을 철저히 비밀로 묻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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