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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10화 (9/1,000)

910화. 고분고분 운명을 받아들이다

궁임책이 계속 이야기했다.

“단지 위국 삼대 문파조차도 서문청공이 전원에게 추천받으리라고 생각지는 못했을 것이네. 일이 이렇게 되자 다소 상황이 민망해졌지. 몇 명 사람이 모자랐다면 자신들은 추천하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면 되는 것이었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의 치부를 가릴 수 없게 됐으니 말이야.

현미에게 변명은 고사하고 온 국가에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지. 뭐, 그렇다고 해서 서문청공을 걱정할 필요는 없네. 그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 말일세. 추천은 추천이고 감히 그자를 건드릴 자는 별로 없을 것이네. 그자가 설사 천도비경에 들어간다 해도, 자신을 지킬 능력은 충분하지.”

사건의 전말이 대충 이러했다. 대충 궁금한 것은 모두 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궁임책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자금동을 대표해서 여전히 최대한 우유도를 보호하고자 했다. 그의 말대로 소요궁과 영검산의 힘을 빌리고, 천도비경에 들어가 우유도가 아는 다른 사람들의 힘까지도 빌려야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듯했다.

아무튼 전제 조건은 같았다. 우유도가 자금동에 가입한 일을 절대 폭로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소요궁과 영검산은 자금동의 계략이 성공하도록 절대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우유도가 살아서 천도비경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 할 것이다.

알아볼 것은 다 알아보았으며, 의논할 것도 모두 의논했다. 우유도는 그곳에 더 머무르지 않고 작별인사를 했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우유도가 당부의 말을 했다.

“이번에 가면 일 년입니다. 제가 돌아오기 전, 저는 남주에 누군가 손을 뻗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떠나 있어야 했다. 우유도는 자신이 없으니 누군가 참지 못하고 침을 흘리며 남주에 게걸스럽게 달려들까 우려스러웠다. 이 또한 우유도가 자금동에 온 이유였다.

궁임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자금동은 다른 사람이 쉽게 손을 뻗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것이네. 지금은 그것보다 자기 일에 좀 더 신경 쓰게. 천도비경의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

“돼지고기는 못 먹어 봤어도, 돼지가 뛰는 것은 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대충 들어보기는 했습니다. 돌아간 후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예정입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충분한 준비를 하고 마주하게. 자네의 능력이라면 천도비경에 들어간 이후에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 만약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자금동의 제자를 보내 천도비경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겠네. 물론, 우리 쪽에서도 자네를 위해 제자들을 잘 안배해 놓을 테고, 모든 제자들이 자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우유도는 사람들에게 포권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궁임책도 우유도를 만류하지 않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유도가 자금동에 오래 머물러 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배웅을 하지도 않았고, 우유도는 온 방법 그대로 떠나갔다…….

* * *

바람과 구름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높은 하늘을 비행하면서 우유도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이번 일은 결국 표묘각에서 갑자기 천 명의 산수를 명단에 추가한다고 해서 생긴 재난이었다. 표묘각은 우유도를 어쩌려고 하지 않았다. 우유도를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렇게나 인원수를 맞추려고 한 것인데, 우유도가 재수 없게도 그냥 던져진 돌멩이에 하필 정통으로 머리통을 얻어맞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반격의 여지도 없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저 고분고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강대한 세력들이 결정을 내리니, 우유도는 그저 그것을 마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사소한 결정을 내렸는데, 그게 우유도의 운명을 크게 바꿔놓았다. 우유도는 마치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그걸 경험하는 무력한 백성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쟁은 백성들을 목표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전화에는 어쩔 수 없이 휩쓸리는 백성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야말로 가장 재수가 없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관방의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유도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놀리듯이 말했다.

“홍랑, 이상한걸. 산수 중에 홍랑이 꽤 유명하고, 내 영향력도 있는데, 어째서 나와 같이 다니는 홍랑은 명단에 없는 거지?”

“내가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지?”

관방의가 눈을 치켜뜨더니, 곧 자조하며 말했다.

“네 곁에 있는 게 뭐 어때서, 저들 눈에 나는 네 곁에 있는 꽃병일 뿐이야. 아직도 내가 과거에 다른 사람의 질투를 불러일으켰던, 그 유명한 제경 홍랑인 줄 아는 거야? 늙어가는 거야. 만약 예전이었다면, 정말로 네가 원하는 대로 됐을 수도 있지.”

“다시 말해서, 과거에 나를 질투했던 남자들이나 여자들 중에, 지금 표묘각에서 나를 추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그들도 나이를 먹고 하나둘 세월의 힘 때문에 떨어져 나간 거지. 물론 그들 중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표묘각에 이름을 올릴 정도는 아니었던 거겠지.

거기에 올라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이지. 아무튼, 내 명성과 평판이 어떤지 내가 제일 잘 알아. 다른 사람이 알려줄 필요 없지.”

“공연히 나를 추천했다가 더 욕을 먹을 수도 있어. 자신이 추천한 이름이 폭로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다들 고고한 장문 대인들인데, 굳이 내 이름을 꺼내 진흙탕에 뒹굴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 깃털이 얼마나 고귀하겠어.

그러니 흙을 묻히고 싶지 않은 거겠지. 이런 건 나를 여자로 좀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야. 여 장문인들은 나를 무시할 거야. 즉, 나는 네가 아니야. 나는 옆에 붙어 있는 꽃병에 불과하지. 나와 드잡이질 할 사람은 없어.”

“훤히 꿰뚫고 있었군.”

우유도는 크게 웃고는 또다시 비꼬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홍랑이 추천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보장하는데 최소한 두운상은 절대 홍랑을 추천하지 않을 거야.”

두운상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관방의는 한 방 먹은 얼굴로 안색이 굳어졌다.

“우유도, 밥 먹고 할 짓 없어서 지금 시비 거는 거지?”

평소였다면 진즉에 우유도에게 달려들었을 관방의였지만, 지금은 그런 심정이 아니었다.

“산수의 명단을 보았는가?”

진국 황국 내부의 누각 위,

소평파가 태숙웅의 뒤에 도착해 인사를 올릴 때 태숙웅이 가볍게 물었다.

“소신, 이미 보았습니다.”

갑자기 산수 명단이라는 것이 튀어나왔기에 소평파도 다소 의외였다. 특히 우유도의 이름을 봤을 때, 더욱 그랬다.

예전에 우유도의 손에 패배했을 때, 소평파는 자신이 수행자가 아니고, 산수가 아니기 때문에 패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하늘도 공평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우유도가 명단 위에 있네, 그놈은 적지 않은 사람의 노여움을 샀지, 표묘각에서 추천을 할 때, 무려 열두 명의 사람이 그를 추천했다고 하네.”

소평파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폐하께서 그를 포섭하고 싶으시다면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소평파가 말하는 기회라는 것은, 천도비경 내부에서 진국 수행자들이 우유도를 보호한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하면 우유도 또한 진국에 대해 어느 정도 빚을 진다고 할 수 있었고, 결국 이렇게 하면 진국의 위엄을 극대화하는 효과 또한 있을 터였다.

물론 사실, 소평파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진정으로 우유도를 돕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는 오히려 우유도를 심연으로 몰아가기 위해 한 제안이었다.

소평파는 우유도가 이런 제안을 승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우유도가 만들어낸 상황을 보면, 절대 승낙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만들어낸 남주의 세력인데, 그걸 포기하고 진국으로 온다고? 아마 우유도의 목에 칼을 대고 위협해도 승낙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통해 오히려 태숙웅으로 하여금 우유도에게 철저하게 실망하게 할 수 있었다. 우유도의 능력은 너무 뛰어났고, 가끔은 뛰어난 것도 죄가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사람이 되지 않으면 능력 자체가 곧 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태숙웅이 명령을 내리면, 천도비경 내부에서 진국 수행자들은 손을 독하게 쓸 것이다.

태숙웅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평파는 표정 변화 없이 곧 다른 말로 화제를 옮겼다.

“산수 명단에서 소신이 주목한 것은 우유도가 아니라 서문청공이었습니다.”

“호오?”

태숙웅이 뒤돌아 소평파를 바라보았다. 소평파가 포권을 하고 말했다.

“서문청공은 현미 곁에 있는 수호 법사입니다. 그 때문에 감히 악인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서문청공의 힘이 없었다면, 아마 현미는 수많은 일을 자유자재로 운용하지 못했을 겁니다. 서문청공이 이번에 현미 곁을 떠나게 된 데다가, 그 기간도 몹시 깁니다. 자그마치 일 년입니다. 그러니 위국 삼대 문파도 이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현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기회를 틈타 소신이 위국에 심어둔 밀정이 계획을 앞당길 것입니다.”

“음!”

태숙웅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할 말 있어?”

서탁에 앉아 있는 현미가 마지막 문서를 확인한 후, 수하에게 건넸다.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당희는 계속해서 뭘 말하려는 듯,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결국 현미가 참지 못하고 당희를 살짝 보며 말했다.

당희는 현미의 말을 듣고도, 계속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기둥 아래 서서 팔짱을 끼고, 등에는 고졸활검(古拙闊劍)을 매고 있는 서문청공은 차가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동생,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도록 해.”

결국, 당희는 눈 딱 감고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우유도가 천도비경에 들어가는 산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동생이 그에 대해 무슨 다른 생각이 있는 거야?”

“상공은 우유도를 포섭하고 싶어 하지 않으셨나요? 이번이 바로 기회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서문청공을 바라보았다. 현미의 두 눈이 교활하게 빛났다. 그리고 웃었다.

“동생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어. 그가 천도비경에 들어가서 위험이 있을 때, 위국에서 참여한 인원을 통해 그자를 좀 도와달라는 거지? 또 겸사겸사 서문이 그를 도와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라 말하고 싶은 거지? 지금 보니 동생은 아직 우유도에게 감정이 남아있나 보군.”

당희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상공이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그도 결국은 상청종을 도왔으니, 상청종은 그에게 빚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가 정말 상공을 도울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자라면, 상공께서 시도하시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에 확실히 그자를 포섭하기 좋은 기회입니다.”

현미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알겠어. 그 일은 내가 안배할게. 동생 쪽도 천도비경에 들어갈 일을 준비해야 할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해.”

당희가 허리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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