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화. 다시 만나지 않기를
당희는 위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말했다.
“사형, 지금 우유도가 도대체 얼마나 큰 분쟁에 휘말렸는지 아시나요? 우유도와 대적하는 고수가 구름같이 많으니, 사형이 가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도울 수 없어요.”
위충이 고개를 들었다.
“최, 최소한 대…대신 마, 맞아 주거나, 최, 최악의 경우…. 주, 죽어줄 수도 있습니다!”
당희는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물었다.
“정말 가야겠어요?”
위충이 힘있게 끄덕이며 말했다.
“예! 자, 장문인께서는 허, 허락해, 주십시오!”
당희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요!”
이때, 소석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장문인, 그래도 좀 더 고민해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당희가 손을 내저었다.
“이미 마음을 굳혔으니, 가게 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위충이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고는 물러갔다. 위충이 떠난 후, 소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가.”
당소소가 냉소 짓고는 말했다.
“우리가 무정한 것이 아니에요. 알아서 나서겠다고 하니, 게다가 얼마나 고집을 피웠습니까.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다른 사람을 원망할 수 없지요.”
당희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마음이 여기 있지 않으니, 남겨봐야 사형에게는 고통일 뿐이지요. 보내주는 게 좋겠습니다.”
대전의 사람들이 떠나간 후, 소석은 자신의 정원에 돌아가 독안(獨眼)에 절름발이인 도한을 불렀다. 그리고 위충을 천도비경에 보내기로 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아!”
도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그처럼 충의를 아는 사람은 참으로 드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참담한 처지에 놓일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지 말고 그분께 제가 연락을 드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분이 입을 열면, 우유도 또한 어느 정도는 돌봐줄 것입니다.”
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지 말게, 지금 우유도는 자신의 몸 하나 지키기 힘든 상황이야. 그러니 어찌 위충까지 돌보겠는가? 정말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지. 그냥 위국 수행자들과 같이 있는 것이 더 안전하네.”
“위충이 위국 수행자들과 같이 있는 것을 원하겠습니까?”
“…….”
소석은 말이 없었다. 일단 천도비경에 들어가면, 분명 우유도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천도비경에 가려고 이리 난리를 피우지도 않았겠지.
* * *
요마령, 마궁(魔宮)의 뒷산.
“어흥!”
절벽 위에 있는 금모후가 하늘을 보고 울부짖었다. 절벽에 걸터앉아 술 호리병을 껴안고 있던 조웅가가 뒤돌아보았다.
하늘, 괴이하게 변화하는 먹구름 아래 한 사람이 마치 신선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내려서더니, 커다란 양 소매를 휘둘렀다. 마치 거대한 새가 날개를 접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남자는 창창한 흑백 장발을 휘날리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바로 마교 좌사 남천무방이었다.
“무슨 일인가?”
남천무방이 천천히 걸어 조웅가 옆에 섰다.
한 사람은 앉아있었고 한 사람을 선 채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먹구름 때문에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는 빛줄기가 있었다.
“천도비경.”
짧게 말하고는 조웅가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남천무방은 고개를 내려 아래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
“사여래가 자네 이름을 지워버렸지 않나?”
“왜 내 이름을 지웠는지 아주 잘 알고 있지.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얻기 전에 내가 죽지 않게 하려는 것뿐이야.”
“설마 들어가려는 건가?”
“그렇게 무료하지 않아. 우유도가 소식을 보내왔어. 나를 위협하더군.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자네를 위협하더군.”
남천무방이 다소 의아해하며 말했다.
“나를? 그게 무슨 말인가?”
남천무방은 우유도가 자신을 위협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있다면…. 머릿속에 순간 한 여자의 용모가 스쳐 지나갔다. 다소 긴장이 되었다.
호리병을 내려놓은 조웅가가 고개를 들어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았다. 남천무방이 뭔가를 깨달은 듯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떻게 나와 관방의의 관계를 알게 된 건가?”
조웅가는 앞뒤로 허리를 튕기며 자지러질 것처럼 정말로 유쾌하게 웃었다. 한참이 지나 고개를 저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군. 내가 언제 그 여자 일이라고 했나? 뭘 그리 긴장하나?”
“넘겨짚지 말게.”
조웅가의 웃음기 섞인 말투에 남자는 약간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이에 조웅가가 한 바탕 더 크게 웃더니, 다리를 당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웅가는 남천무방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몸을 기대며 말했다.
“항상 신기했어. 어째서 그녀가 제경에서 다른 남자와 지내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있는 거지? 그리고 그 우유도, 그 여자가 정말 우유도의 여자가 되었는데, 자네는 정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어. 정말 신기해. 자, 이리 와서, 어디 한번 자세히 말해봐.”
남천무방은 조웅가의 팔을 쳐내며 말했다.
“이놈의 술고래야, 그래서 우유도가 날 어떻게 위협했다는 건가?”
조웅가가 ‘하하’ 웃더니 물었다.
“그 금단방 육 위에 있는 무조행이 마교의 사람이 맞아?”
“마교의 사람인지 아닌지 그게 우유도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무조행도 천도비경에 들어가는 산수명단에 들어있어. 그러니 이게 우유도와 연관이 있겠어, 없겠어? 우유도는 다른 말 하지 않았어. 한마디만 했지. 만약 자신이 천도비경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무조행이 마교에 속해 있는 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질 거라고 말이야!”
남천무방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처음에는 마음이 좀 복잡했어. 이놈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그런데 곧 깨달았지. 이건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마교에 하는 말이라는 걸 말이야.”
남천무방이 중얼거렸다.
“우유도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이건 인정한 것이다. 조웅가는 기분이 좋아졌다.
‘우유도 그놈 좀 하는걸?’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마교의 비밀을 알아내다니.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놀리며 말했다.
“무조행이 정말 마교 사람이야?”
“무조행은 아주 깊이 숨어있는 자네, 지금까지 한 번도 신분이 폭로된 적이 없지. 그런데 어찌 무조행의 배경을 알았을까? 설마 저번에 무조행이 만수문에서 상청종을 위해 나섰던 일 때문에 꼬리를 밟혔나?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으니, 그럴 리 없을 텐데!”
“나한테 물어본다고 내가 알 거 같아? 아무튼, 아주 교활한 놈이야. 말은 전했으니, 알아서 해. 나랑은 이제 상관없는 일이야.”
남천무방은 무조행의 신분이 폭로되면 자신이 죽을 거라는 것을 잘 알았다. 마교의 목을 쥐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항시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무조행 같이 실력 있는 자가 계속해서 무림 내에서 비밀리에 행동할 수 있길 바랐다. 무조행은 지금껏 무림의 중요한 소식을 알아내거나 마교가 원하는 방향대로 무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러니 무조행의 정체가 밝혀지면, 마교는 아주 중요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된일은 남천무방이 책임지고 있었기에, 남천무방은 이를 자신의 목으로 갚을 수밖에 없었다.
남천무방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한편으로 이는 마교의 전임 교주가 갖고 있는 문제와도 연관돼 있었다. 마교의 전임 교주에게는 의부가 있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인해 그 의부는 죽고 말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임 교주가 의부를 죽인 것이라는 의혹이 생겨났다. 게다가 하필 남천무방과 무조행이 그 일과 관련이 있었다.
이후, 마교의 전임 교주는 자신이 의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사실 그의 실력은 극강했기에, 혼자서도 마교를 쓸어 버릴 수 있었다. 실제로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마교를 쓸어 버릴 생각도 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교를 쓸어 버렸다가, 소문이 기정사실로 될까 봐, 마교를 죽인 이유가 증거를 없애기 위함이라는 소문이 발생할까 봐, 그것을 저어했기에 그는 마교를 살려두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자 했다.
* * *
초려산장, 우유도가 돌아왔다.
전쟁이 중지되고, 우유도의 이름이 천도비경에 들어가는 명단에 오르자, 지금은 우유도를 건드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 우유도를 건드린다는 것은 표묘각의 일을 방해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지금 우유도는 초려산장으로 돌아와도 안전했다.
“남주는 걱정하지 말게, 만약 누군가 남주에 손을 뻗는다면, 내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네.”
옥창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독고정과 같이 날짐승 위에 올라탔다. 옥창은 하늘로 날아오른 후, 고개를 아래로 내려 산장의 입구에서 배웅하는 우유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한숨만 내쉬고 있을 순 없었기에, 옥창은 날짐승 옆에 앉은 독고정에게 말을 건넸다.
“지금 즉시 나와 인연이 있는 각 문파의 장문인들에게 연락해라. 최대한 빨리 만나봐야겠다.”
“알겠습니다!”
독고정이 대답했다.
우유도는 숲속에서 검은 짚은 채, 옥창과 독고정이 탄 날짐승이 날아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옥창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각 문파에 연락해 우유도를 대하는 손속에 사정을 봐 달라고 부탁해보겠다고 했다. 옥창이 데리고 있는 장홍 사모의 아들 하영패가 우유도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 그러니 옥창에게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옥창이 자신을 보호해 주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옥창이 성공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일에는 옥창의 체면이 소용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의 이익과 국가 간의 분쟁과 연관이 된 일은, 동문을 상대할 때도 봐주지 않을 정도였으니, 심지어 황제라 해도 그 부탁이 먹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 옥창의 체면이라 해도 아마 소용없을 것이다.
하지만 옥창이 시도해 보겠다고 하니, 우유도 또한 막지 않았다. 시도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우유도가 손해 볼 것도 없었다.
“도야.”
오량산 쪽에서 돌아온 원강이 다가와 우유도를 불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고 조용하게 물었다.
“공손포로 소설을 써볼까요? 어쩌면 표묘각에서 도야의 이름을 빼줄 수도 있어요.”
우유도가 즉시 경고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확신이 없다면, 그 말법 집을 건드리지 마. 지금 위기를 버티려 수작을 부렸다가 나중에 도저히 수습할 수 없을 만큼 일이 커질 수도 있어. 그곳은 천도비경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이야. 만약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면, 우리는 변명할 여지는커녕,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죽을 거야.”
원강이 천천히 끄덕였다. 두 눈에 걱정이 어렸다.
“조웅가 쪽에서 소식이 오면 즉시 알려줘.”
사실 무조행에 대해서 우유도는 확증을 갖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저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었다. 하지만 단호하게 마교로 몰아갔다. 마교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산장으로 돌아가니 누각 위에서 우울한 얼굴로 먼 곳을 보고 있는 ‘소조’가 있었다. 우유도는 또 원강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원강은 큰 압박감을 받았다.
안에 들어가 관방의와 만난 우유도가 말했다.
“다시 조경에게 연락해, 만수문으로 찾아갈 테니 만나자고 말이야.”
관방의가 의아해했다.
“그렇게 멀리 찾아갈 필요 있어?”
“떠나면 일 년이야. 시간이 길어지면, 은아는 큰 문제가 될 거야.”
관방의가 가슴이 철렁했다. 그 요괴왕이 발작을 일으키면 통제할 수 없었다. 아마 천하가 혼란해질 것이다. 구대지존조차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 초려산장은 끝장이었다. 이에 관방의가 말했다.
“군주님을 데려오는 건 어때, 은아가 그래도 군주님 말은 듣잖아.”
“소용없어, 내가 떠나면, 이곳에서 그 누구도 그녀를 통제하지 못해. 군주도 소용없어.”
우유도는 은아의 체내에 있는 이종 요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천도비경에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야. 그곳에서 폭주하게 돼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할 테니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데려갈 텐데…. 이제 정말 다른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접몽환계로 돌려보내야 해.”
관방의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지금 접몽환계가 장기간 열려 있다고 하지만, 만수문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니 몰래 들어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경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였다. 고개를 끄덕인 관방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돌려보내고, 나중에 다시 데려오는 거야?”
같이 오래 지내다 보니, 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을 골라 은아를 죽였을 것이다. 다만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우유도조차 지금은 잘 알 수 없었다. 우유도는 그저 다소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문제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지. 다시 만나지 않길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