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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16화 (15/1,000)

916화. 천곡에서 검을 뽑다 (2)

일행의 신분이 모두 확인된 후, 이들은 같이 협곡에 들어섰다.

협곡 내부에는 일단의 사람들이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만동천부의 장로 여무화가 빠르게 다가와 사도요에게 말했다.

“장문인, 조국 쪽에서 우리를 받아 주지 않아 연국 쪽과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가 말한 것은 협곡 내부에 머무르는 곳을 말했다.

천곡은 적지 않은 천도비경의 개문을 거치면서, 각국은 수차례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고, 각자 영역을 확실히 구분 짓게 되었다. 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동굴을 뚫어 머물렀다. 지금 여무화의 말은 조국 쪽에서 만동천부를 받아 주지 않고 쫓아냈다는 말이었다.

사도요가 알았다는 듯이 끄덕였다. 동시에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강요에 의한 것이니 달리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조국 쪽 인사들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귀모는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운희와 같이 제국과의 관계가 경직되어 있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으니, 제국 수행자들 옆에서 제국 수행자의 신분으로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대부분 산수는 평소와 달리, 기본적으로 각국 세력에 참여하고 있었다.

일부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는 절정 산수 외에는 각 세력의 참여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대부분의 산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천도비경에 들어간 이후, 같은 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 분명했다!

다만 이번의 선택은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천도비경을 떠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어느 한 편에 속했다는 건, 결국 다른쪽에는 반대편이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이미 세력에 소속되어 행동한 이상, 반대 세력과 원한이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천도비경에 참여하게 된 산수 대부분은 이제 문파 내의 세력 다툼에 반강제로 끼어들게 된 것이라 볼 수도 있었다.

원래 귀모는 다가와 우유도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했다. 하지만 귀모는 벌써부터 우유도 주위에서 그를 호시탐탐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 일행은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은 조국의 수행자들과 대치할 수밖에 없었다.

조국 삼대 문파에서 지금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장로들인 낙하산장(落霞山莊)의 만동복(萬同福), 귀원종(歸元宗)의 왕불공(王不空), 취선교(聚仙敎) 명정(明靜)이 선두에 서서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우유도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숙이고는 옆에서 세 사람에 관해 설명해 주는 것을 들은 후 웃으며 물었다.

“여러분, 이게 무슨 뜻입니까?”

낙하산장의 장로 만동복이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노부는 곧 죽을 사람과 쓸데없는 말을 섞고 싶지 않군.”

곧 죽을 사람?

“호오, 그렇다면 어째서 앞을 막아서고 계신 겁니까?”

확실히 우유도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때, 만동복이 사도요를 노려보며 말했다.

“사도요. 마지막 기회를 주겠소. 어떻게 할 것이오. 길을 잘못 고르면 후회해도 늦을 것이오.”

사도요가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길? 고를 길이라도 있습니까? 살길을 주지도 않았잖습니다! 만 장로님이 어디 한번 말씀해 보시지요. 살길이 어디 있습니까?”

“어떤 일들은 대세를 따르기 위해 만동천부가 일부 희생을 하는 건 어쩔 수 없소. 내가 이곳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당연히 만동천부에 기회를 한 번 더 주려는 것이오. 물론, 만동천부도 죄를 뉘우치는 성의를 보여준다는 전제하에 기회를 준다는 것이오. 성의만 보여준다면 장담하는데, 금주는 여전히 만동천부의 금주일 것이오!”

“어떤 성의를 원하십니까?”

“간단하지, 만동천부가 천도비경에 들어간 후에 어찌 행동하는지, 만동천부의 움직임을 지켜보겠소. 만동천부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만동천부를 도울 건지, 돕지 않을 건지 선택할 것이오.”

말을 하면서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우유도 쪽 사람들은 서로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만동천부에게 우유도 일행을 공격하라고 한 것인가?

우유도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만동천부가 조국의 삼대 문파에 대항해 큰 피를 흘렸다. 지금의 정세는 만동천부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사도요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유도는 사도요의 팔을 툭 치고는 말했다.

“사도 장문인, 천천히 의논해 보십시오. 저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앞을 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착한 개는 앞을 막지 않는다고 했으니, 길을 좀 비켜주시지요!”

우유도는 말하면서 그들을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우유도의 말을 따를 리 없었다. 다들 그곳에 서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챙!

검명이 울렸다. 바닥에 짚고 있던 보검이 뽑혀 나왔다.

한줄기 한광이 번개와 같은 속도로 휘둘러져, 두 가닥 핏줄기를 만들어 냈다!

난하산장의 장로 만동복과 취선교 장로 명정이 동시에 봉변을 당했다. 이같이 가까운 거리에서 갑자기 살수를 펼치니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더욱이 지금 이곳에서 감히 손을 쓸 것이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떠한 방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에 비해 보검이 휘둘러지는 속도는 너무나 빨랐고, 우유도의 공격을 방어할 수 없었다.

“악!”

두 장로는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가로지르는 참격으로 인해 둘로 갈라졌다.

무슨 상황이지? 어떻게 된 일이지?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양쪽 모두 반응하지 못했다.

우유도 뒤에 있는 사람들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조국 편에서 길을 막고 선 사람들도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손을 썼고, 갑작스럽게 살수를 펼쳤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핏물이 솟아올랐다.

양쪽은 모두 정신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크게 경악하기 시작했다!

연국 쪽에서 다가오던 사람들도 넋을 놓았다. 무슨 상황인 거지?

조국 수행자들이 우유도 일행을 막아서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히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에 즉시 사람들을 불러모아 달려오고 있었다.

연국 수행자들이 빨리 와서 우유도의 기세를 올려주려고 준비하고 있기까지 했다. 이 또한 당연히 연국 쪽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막 도착하자마자 이런 광경을 볼 줄 생각지도 못했다.

소요궁의 장로 산해(山海), 자금동의 장로 엄입(嚴立), 영검산의 장로 저풍평(褚风平), 세 사람을 선두로 하는 연국 수행자들은 다들 멍청한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이곳에서 살수를 쓰는 사람이 있다니, 약을 잘못 먹은 것인가, 아니면 미친 건가?

하지만 조국이 수행자들이 길을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누가 조국 수행자들을 공격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조국 수행자들이 길을 막는 것을 보고, 협곡 내부의 수많은 동굴 입구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좋은 구경이라는 생각으로 보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들 아연실색했다.

주위에서 천곡을 지키고 있는 표묘각의 수행자들도 넋을 잃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때, 조국 귀원종의 장로 왕불공이 대경실색하며, 바로 빠르게 검을 뽑아 들고는 본능적으로 반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검을 막 뽑아 들었을 때, 왕불공은 안색이 급변했다. 심지어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뽑은 검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피해야 했다.

우유도가 일검으로 두 사람을 베어 버리고, 검을 뒤로 빼더니 그대로 납검을 하고는 검집 채로 바닥을 탕 찍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납검함과 동시에 다른 손으로 부적 한 장을 꺼내 들더니 넘치는 기운을 주입해 부적을 발동시킨 것이었다.

마침 검을 뽑아 들어 공격하려던 왕불공은 하마터면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천검부!

우유도는 천검부를 놀라게 하려고 꺼낸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대로 법력을 시전해 상대방을 공격해 들어갔다. 게다가 한 장만 꺼낸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두 장을 동시에 꺼내 사용하고 있었다. 한 장이면 어찌어찌 간신히 막아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두 장은 당연히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었고, 우유도의 눈이 무척이나 차가웠다. 한번 손을 쓰니, 손이 너무나 매서웠고, 전혀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곤두선 왕불공은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콰르릉!

천검부 두 장에서 뇌성이 울려 퍼지더니 곧 두 갈래의 번개가 쏘아져 나가 왕불공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강대한 기운을 끌어내고는 검을 다시 뽑아 검날에 검지와 중지를 대고는 기를 주입했다. 그리고 검을 앞으로 뻗자, 우유도의 기운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더니 천검부에서 흘러나온 번개의 기운과 합쳐졌다.

천검부에서 뻗어 나간 두 갈래 번개의 기운은 우유도의 기와 합쳐져 번개 형태의 거대한 검강이 되었다. 천지를 쪼개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거대한 검강이 왕불공에게 휘둘러졌다.

만동복과 명정을 죽였으니, 우유도는 돌이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즉시 왕불공을 찍었다. 우유도와 원한이 없어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이왕 손을 썼으니, 기회가 있을 때, 조국 삼대 문파를 이끌고 온 사람들을 한 사람도 살려 보내지 않을 작정이었다!

왕불공은 허공에서 몸을 틀어 검을 휘둘렀다.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지만, 그 두 눈에는 공포가 어려있었다. 천검부의 힘을 자신이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고, 그의 얼굴에는 형용하기 어려운 비통함이 가득했다. 거의 절망에 가까웠다.

쾅!

두 줄기 거대한 번개 검강이 천둥소리를 내며 왕불공의 검과 맞부딪혔다. 그 순간,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고, 번개가 왕불공의 몸을 빠르게 훑더니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번개가 한 번 강하게 훑고 간, 중심에 있던 인영은 번개의 힘을 견디지 못했다. 허공에서 온몸이 터져나가 사지가 잘려버렸고, 힘없이 허공을 날아가다 땅바닥에 통, 하고 몸뚱이만 내려앉고 말았다.

협곡 동굴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다들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 왕불공이 바로 눈앞에서 천검부에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우유도는 망설임 없이 즉시 몸을 돌리더니, 품속에서 천검부 몇 장을 더 꺼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중에 몇몇 고수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고, 몇몇 사람들이 즉시 허공으로 날아 우유도 곁에서 멀어졌다.

우유도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세 장로를 죽인 것도 모자라다는 듯, 즉시 다른 천검부에 내력을 주입해 부적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콰르릉!!

곧 연달아 거대한 천둥소리가 허공으로 터져나가며 번개를 품은 검강이 여기저기 쏘아져 나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있던 조국 수행자들은 검강이 연달아 허공에 나타나자,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둥 같은 검강은 도망치는 수행자 사이를 휘저으며 이리저리 옮겨 다녔고, 허공에 피와 살을 흩뿌렸다. 장로조차 당하지 못한 천검부의 힘을 조국 수행자들이 당해낼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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