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7화. 당장 멈춰라!
상황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보자, 연국 수행자들은 조국 쪽에서 손을 쓴 줄 알았다. 깜짝 놀란 이들은 급히 뛰어와 우유도 일행을 구하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눈에 비친 광경을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우유도가 천검부 몇 장을 들고 조국 수행자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하기는 개뿔, 누굴 구한단 말인가! 연국 수행자들은 일단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날아오던 연국 수행자들은 깜짝 놀라, 허공에서 몸을 틀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유도 저 개자식이 천검부를 들고 호박을 썰듯이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미친 것 같았다.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번개 검강이 우유도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휘젓고 있었다.
딱! 쩌저적!
연달아 울리는 천둥 같은 공세에 달궈진 돌들이 허공으로 딱! 하며 튀어 오르는가 하면, 거대한 바위 몇 개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반으로 갈라지기까지 했다.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 누가 감히 앞으로 나서서 죽음을 자초하겠는가? 당연히 누구라도 먼저 도망칠 것이다!
대략 여덟 개 정도의 천검부가 모두 쏘아지자, 마치 하늘과 땅이 뒤집힌 듯했다. 땅과 바위가 터져나갔고, 혈육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협곡을 울리는 굉음 사이에 비명이 끼어있었다.
여덟 줄기 굉음이 지나간 후, 피어오른 먼지 속에서, 검지와 중지를 검에 대고 있던 우유도가 검을 내렸다. 다만 검을 납검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검을 손으로 잡고 살기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우유도는 이런 모습을 가급적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행동한 것은 아주 드물게 그가 보여주는 흉악하고 난폭한 그의 일면이었다!
“사부님!”
“사형!”
주위로 도망쳤던 조국 수행자들이 드디어 비명을 토해냈다. 눈앞에 천검부의 검강이 다 지나갔으니, 이들이 어찌 이 참상을 좌시할까, 다들 뒤돌아 반격을 가해 복수하려 했다!
우유도는 차가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검을 잡지 않은 다른 손을 품에 넣어 또 다른 천검부 몇 장을 꺼냈다. 우유도가 또다시 손에 들린 천검부에 내력을 주입했다. 다만 내력을 강하게 주입한 게 아니었기에, 천검부의 기운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저 천검부가 빛을 발했고, 부적에서 아주 작고 미세한 번개가 찌릿하며 허공으로 얕게 퍼져 나올 뿐이었다.
우유도의 몸과, 눈빛, 태도가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감히 또 달려든다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기운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또 다른 천검부! 그것도 여러 장! 저 자식은 대체 몇 장을 갖고 있단 말인가!
막 쏘아져 오던 조국 수행자들이 급히 멈춰 서더니 경각심을 높이며 우유도가 손에 든 부적을 빤히 노려보았다.
강적들이 노려보는 가운데 우유도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에는 검을, 한 손에는 부적을 들고 있었다.
그전의 천검부가 진지하게 살생을 위해 망설임 없이 사용한 것이었다면, 지금 들고 있는 천검부는 협박용이었다. 상대방을 놀라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단호하게 손을 썼기 때문에, 지금 이게 그저 겁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비통한 조국 수행자 중 그 누구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천검부로 다른 사람을 겁주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이목을 끄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 손에 천검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운 것은 다른 사람이 그에게 천검부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유도는 모든 사람이 그에게 천검부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 했다.
우유도에게 몇 장의 천검부가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와서 알아볼 수 있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말이다!
우유도와 같이 온 일행도 놀라 뒤로 후퇴했다. 비록 우유도가 그들을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그 무차별 공격의 위협에 깜짝 놀라 멀리 도망간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들 멍한 얼굴로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고, 운희 모자는 절벽 아래 있는 귀모에게로 움직였다. 사도요 등 만동천부의 제자와 유선종 등 세 문파의 사람들은 정말 다들 넋을 놓고 있었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비록 우유도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우유도가 직접 싸우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이들 눈에 평상시의 우유도는 참 온화한 사람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검은 지팡이와 다름이 없었으니, 평소에는 검을 지팡이 삼아 여유롭게 움직이며, 입은 열어도 손을 움직인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늘 이치로 사람들을 탄복시켰지, 지금과 같이 힘으로 찍어누르는 우유도를 본 적이 없었다. 조금 의견 차이가 있다고 바로 죽여버리다니, 변명은커녕, 상대방에게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저 사람이 정말 예전에 알던 그 우유도가 맞나?
지팡이로 쓰던 검이 조금의 징조도 없이 뽑혀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피를 보았고, 사람을 죽였다!
심지어 보검이 빛을 본 것으로도 부족했는지, 두말하지 않고, 천검부를 꺼내 들었다.
손을 쓰지 않는다면 모를까, 일단 손을 쓰니 아주 매서웠다. 매섭고 침착했으며, 정확했다.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처럼 광폭하게 손을 쓰니, 상대방은 미처 대비하지 못했고, 피와 살이 터져나갔다!
사도요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만동복, 왕불공, 명정, 천도비경에 들어가는 조국 삼대 문파의 책임자들이 사라졌다? 방금까지 이쪽을 위협하며 앞을 막아서던 사람들이 그냥 이렇게 사라졌단 말인가?
바닥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팔과 다리를 보고, 또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신선한 혈흔을 보니, 사도요는 한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유도의 손에 목숨을 잃었는지 계산할 수도 없었다.
아무튼, 일단의 사람들이 아무런 방비도 없이 앞을 가로막았다가, 우유도에게 갑작스럽게 습격을 받았다. 아마 적지 않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최소한 수십 명이었다.
어쩌면 선두 쪽에 서 있던 제자들은 조국에서 파견한 제자 중에 정예였을 가능성이 컸다.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정예 제자들을 잃었고, 세 장로까지 목숨을 잃었다. 사도요는 조국 사람들이 천도비경에 들어가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사도요는 적어도 한 가지는 추측할 수 있었다. 천도비경이 늦어도 하루면 열릴 것이니, 이쪽에서 조국으로 소식을 보내고, 조국 삼대 문파가 인원을 보충해서 사람을 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사도요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운희 등 다른 사람들은 혼자 외롭게 서 있는 우유도를 보며, 한 가지만 묻고 싶었다. 이곳에서 살수를 쓰다니, 죽고 싶냐고 말이다. 미쳤냐고 말이다.
소요궁의 장로 산해, 자금동의 장로 엄입, 영검산의 장로 저풍평, 세 사람을 선두로 하는 연국 수행자들은 다들 멍청한 얼굴로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놈은 무슨 약을 잘못 먹었단 말인가?”
영검산의 장로 저풍평이 무감각하게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놀란 닭처럼 넋을 잃고 있는 한 여제자를 바라보았다.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자금동의 장로 엄입이 안면을 씰룩거렸다. 그는 우유도가 자금동의 이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 여기 오기 전에 궁임책이 반복해서 최대한 우유도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대체 어찌 보호한단 말인가!
천도비경이 아직 열리기도 전에, 아직 천곡에 들어가기도 전에, 먼저 미친 짓을 하고 있으니, 죽으려고 환장한 사람을 어찌 보호한단 말인가?
물론,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기 전에 궁임책, 용휴, 맹선이 이미 만남을 가졌었다. 이들은 이번 천도비경의 일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우유도를 지키는 것도 상황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천도비경 내부에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면, 일단 각국 세력이 포위한 후에 우유도를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삼대 문파는 대항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황이 정말로 너무 어려워지면, 우유도를 지키려고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때가 되면 이들은 우유도를 포기할 것이다.
궁임책은 그 일을 우유도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알려줄 리도 없었다.
물론 궁임책은 소요궁과 영검산의 세력을 끌어들여 우유도를 끝까지 보호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끈질기게 두 문파를 붙잡는다면, 두 문파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일단 두 문파가 포기한다면, 자금동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연스레 우유도를 놓아주는 게 상책이었다. 그때가 되면 우유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연국 삼대 문파는 너무 걱정한 것 같았다. 아직 천곡에 들어오기도 전에 그들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저 미친놈은 누구인가?”
우유도를 모르는 다른 나라의 수행자들이 물었다.
“우유도, 들어 보았는가?”
한 사람이 대답했다.
“호오, 저자가 바로 연국 남주의 우유도이군. 하, 성깔 있군!”
한 동굴 입구, 금단방 육 위의 고수 무조행이 협곡에서 일어난 상황을 보고 서서히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동굴 입구, 아름다운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금단방 이 위의 고수 안보여였다. 그녀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른 동굴 입구, 금단방 일 위의 서문청공 또한 무표정한 얼굴로 두 눈을 빛내며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이 거대한 소란에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협곡 밖에서 일을 처리하던 백옥루도 소란에 급히 달려왔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았다.
특히 손을 쓴 사람이 우유도인 것을 보고 잠시 넋을 잃더니 곧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미친 건가? 감히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다니!
결국, 그는 이미 때늦은 분노를 토해냈다.
“다들 멈추시오!”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멈추라고? 이미 멈춘 상태였다.
너무 빨리 지나갔다. 우유도가 검을 뽑아 두 명을 베어 버리고, 다시 천검부를 꺼내 들어 시전한 것도 순식간이었다. 모든 일이 찰나 간에 끝나버렸다. 백옥루가 나타났을 때 현장은 이미 대치 상태였다.
이미 멈췄고, 한 손에 검을 들고, 한 손에 천검부를 든 우유도는 사방을 오시하고 있었다. 조국 수행자들이 반월 형태로 그런 우유도를 포위하고 있었고, 양측은 대치하고 있었다.
이후, 신속히 일단의 표묘각 수행자들이 날아와 현장을 포위하고 상황을 통제했다.
비록 비통하더라도, 조국 수행자들은 표묘각의 사람들이 나서는 것을 보고 긴장하고 두려워했다. 천곡에서, 이곳 천도비경의 입구에서, 표묘각의 눈 아래에서 손을 쓰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이었다. 특히 조국의 정예들은 이미 모두 죽어버렸고, 남아 있는 사람들로는 조금의 자신감도 없었다.
백옥루가 멈추라고 소리친 이후, 표묘각의 사람들이 나타나자, 조국 수행자들은 손에 든 무기를 분분히 내려놓았다. 감히 그 누구도 반항하지 못했다.
우유도는 차가운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손에 든 천검부를 천천히 다시 품에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