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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19화 (18/1,000)

919화. 논쟁의 초점

얼마 지나지 않아 백옥루가 빠르게 날아와 그대로 누각 위로 올라오더니 포권을 하고 보고했다.

“선생님, 천곡에서 두 집단 사이에 다툼이 있었습니다.”

옥창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대체 어떤 자가 그리 간이 부었단 말인가?

옥창은 우유도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우유도와 연관되어 있는 자들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혹시 그 일 때문에 우유도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사여래가 냉소 지었다. 두 눈은 냉혹해 보였다.

“재미있군! 누구더냐?”

“연국 남주의 우유도와 조국의 수행자입니다. 우유도가 천검부를 이용해…….”

백옥루는 대략적인 상황에 대해서 보고했다.

무슨 상황이지? 조국 삼대 문파의 장로를 죽이고, 삼대 문파의 수많은 정예를 쓸어 버렸다고? 옥창은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우유도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조국의 사람들은 모두 장식이란 말인가?

하지만 백옥루가 사건을 아주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천검부까지 썼다고 말하니, 아마 틀림이 없어 보였다!

정신을 차린 옥창은 넋을 잃었다. 정말로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우유도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감히 이곳에서 살인하다니?

사여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서늘한 눈으로 옥창을 바라보았다. 마치, 네가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옥창은 그 눈빛을 보고 슬프고 처량해졌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말이다. 사여래가 다시 돌아서 백옥루에게 물었다.

“우유도는 조국 수행자가 먼저 손을 썼다고 말했느냐?”

“그렇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사여래가 냉소 지었다.

“조국 수행자들이 언제 그리 간이 커졌단 말이냐?”

옥창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우유도도 어찌 그리 간 큰 행동을 했겠습니까. 분명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사여래가 돌연 뒤돌더니 옥창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옥창은 깜짝 놀라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당신에게 물어보지 않았소. 표묘각의 일에 당신이 뭐라고 끼어드는 것이오? 당신에게 그런 자격이 있다고 보시오?”

이게 무슨 친구란 말인가? 사여래의 한마디로 소위 ‘친구’라는 허상이 깨끗하게 깨져 나갔다. 이처럼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고, 이처럼 오만한 사람이었다. 옥창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누가 그리 간덩이가 부었는지 확인해 봐야겠군!”

사여래가 다시 뒤돌아 물었다.

“사건의 경과를 조사해 보았느냐?”

“방금 일어난 일입니다. 아직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련 인원은 모두 잡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바깥에 끌려가는 중인 사람들을 가리켰다. 사여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노려보았다…….

* * *

우유도는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왕 표묘각 근처에 왔으니 기회가 있다면 표묘각에 들어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둘러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 마침 그런 기회를 얻어, 표묘각을 둘러볼 수 있었다. 단지 그 방식이 다소 민망했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이곳에 처음 와보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다들 주위를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표묘각은 그 위세에 걸맞게 전각과 누각이 끊임없이 늘어서 있었고, 건물들의 기세가 매우 드높았다.

일단의 사람들은 기화이초로 둘러싸인 한 공터로 끌려왔다. 다만 주위를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다들 깜짝 놀란 메추라기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일단의 사람들이 저 높은 회랑을 따라 걸어 내려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 한 사람을 보고 우유도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옥창? 옥창이 어찌 여기 있는 거지?

우유도는 옥창의 안색을 살펴보았는데,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옥창의 시선에 원망이 어려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옥창은 확실히 우유도가 원망스러웠다. 심지어는 비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자신은 우유도가 천도비경 안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간청하고 있었고, 심지어 여기까지 찾아와 사여래와 만나고 있었다. 효월각의 대업을 위해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반면 우유도는 이게 뭔가. 이곳에서 감히 살인을 하다니!

옥창이 힘들게 우유도를 위해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우유도의 행동에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그러니 어찌 원망하지 않겠는가?

우유도는 그런 옥창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선을 옥창에게서 돌린 채,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다. 우유도는 옥창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따르고 있는 한 사람을 주목해서 바라보았다. 그 사람의 기세는 주위 모든 사람을 압도하고 있었으니, 누가 보아도 이곳의 책임자였다.

사여래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바라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누가 우유도인가?”

백옥루가 손을 들어 우유도를 가리키자, 우유도가 포권을 하고 예를 표했다.

사여래는 우유도를 잠깐 살펴보았다.

“이곳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감히 살인까지 하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제가 행패를 부린 것이 아닙니다. 조국 수행자들이 저를 핍박한 것입니다. 저들이 먼저 저를 기습했고, 저도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반격한 것입니다. 표묘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주관하셔서 소인의 억울함을 풀어 주십시오!”

적반하장이었다!

운희 등 다른 사람들이 눈을 빛냈다. 다들 속으로, 이런 억지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무슨 상황이지? 거짓말을 이처럼 뻔뻔하게 하는 예도 있던가? 조국 수행자들은 정신이 멍해졌다.

하지만 혹여라도, 정말로 사여래가 우유도의 말을 귀담아들을까 하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을까 하여, 조국 수행자들은 금세 꼬리가 밟힌 고양이처럼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들 분분히 놀라 소리쳤다.

“아닙니다. 저자가, 우유도가 먼저….”

현장이 즉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백옥루가 호통쳤다.

“닥쳐라!”

백옥루가 지닌 위세도 적지 않았으니, 현장은 다시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백옥루가 몸을 돌려 사여래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사여래는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이 턱짓을 했다.

백옥루는 그 뜻을 알아듣고는 허리를 숙여 명을 받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조국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먼저 공격한 것이냐?”

“아닙니다. 저자가 먼저 공격….”

또다시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아주 시끄러웠다! 백옥루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명씩 이야기해라. 너!”

그리고 한 사람을 가리켰다. 그 사람이 우유도를 가리키며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입니다! 저자가 먼저 공격했습니다. 다들 똑똑히 보았으니, 감히 거짓을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우유도가 반문했다.

“누가 고의로 내 앞을 막아섰지? 내가 수차례 길을 비켜달라 간구했지만, 내가 천곡에 들어가는 것을 누가 방해했지? 설마 다들 장님인 건가? 어디 한번 계속 헛소리 지껄여 보시지. 어디 계속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워 보시지!”

우유도가 입을 열자 백옥루에게 지목받은 남자가 즉시 얼굴이 붉어지더니 우유도에게 뭐라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입을 열었으나,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갑자기 우물쭈물하며 말을 하지 못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소리 지르며 반박하던 조국 수행자들이 이제는 단체로 벙어리가 되었는지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원래라면, 상대방의 앞을 막아서고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다투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결국은 우유도와 자신들은 적이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 우유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니, 아주 미묘하게 의미가 살짝 다르게 들렸다. 천곡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다니?

중요한 것은 우유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이었다. 당연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 일을 수많은 사람이 보았으니, 왜곡할 수도 없었다. 확실히 우유도의 말대로 조국 수행자들은 우유도의 앞을 가로막았었다.

그러니 우유도에게 반박하기 위해선 ‘우리가 앞을 가로막은 건 사실이지만, 먼저 공격한 건 너이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말해야 했다. 조국 수행자들은 우유도처럼 뻔뻔하게 거짓말로 모든 걸 지어낼 수 있을 만한 담량이 없을뿐더러, 그럴 만한 지혜도 없었다.

게다가 사전에 입을 맞추지도 않았으니, 거짓말했다가 조국 수행자들이 따로따로 불려 나가 추궁당하면 서로 말하는 내용이 달라 더욱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의 앞을 가로막았다는 이야기를 하자니, 표묘각에게 추궁을 당할까 하여 염려되었다. 결국 이들은 모두 극도의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래 사여래의 안색과 반응을 몰래 살피기 시작했다.

다만 사도요 일행은 우유도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사여래의 안색을 몰래 살폈다. 다들 사여래가 이곳의 책임자임을 알아본 것이다.

사여래의 얼굴이 서늘해졌다.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눈빛으로 조국 수행자들을 바라보았다.

천곡이 어떤 곳인가? 표묘각이 공표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며, 천도비경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조국 수행자들이 감히 그곳에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서고 방해했단 말인가? 무슨 의도지?

사여래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자, 조국 수행자들은 이대로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 수행자가 강변하며 말했다.

“그게 어떻게 천곡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한 것이란 말이오. 그냥 질문할 것이 있었을 뿐이오. 그래서 그냥 당신 앞에 서 있었을 뿐이지. 누가 감히 천곡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선단 말이오. 하지만 당신은 갑자기 살수를….”

우유도가 그자의 변명을 가로채며 말했다.

“정말 마음대로 지껄이는군. 좋아. 질문하기 위해서 기다렸다고 하지. 그럼 그 질문은 누구에게 하는 거였지?”

그 사람은 사도요를 가리켰다.

“만동천부의 장문인 사도요요. 많은 사람이 보았소!”

“그럼 나를 막아선 이유는? 사도요 장문인에게 물을 것이 있다면, 사도요 장문인을 막아서면 되는 것인데, 어째서 내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선 거지?”

“그건….”

“내가 예의를 차리며 비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내 앞을 계속 막아섰을 뿐만 아니라, 내가 지나가려고 할 때. 만동복과 명정 두 사람이 암중에 법력을 이용해 나를 공격했다. 그처럼 악독하게 살수를 펼친 것은 무슨 이유이지? 당신들이 사도요를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내가 당시에 천천히 대화 나누라고 이야기했는데도 나를 막아선 이유가 무엇이지? 또 어째서 내게 암수를 펼친 것이지?”

그 말을 듣고, 조국 수행자들은 대경실색했다.

“허튼소리, 누가 암중에 당신을 공격했다는 말이오?”

“내가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가려 할 때, 그 두 사람이 독수를 펼쳤다! 아마도 암중에 손을 쓴다면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겠지. 내가 참아야 했단 말이냐?”

논쟁의 초점이 이로써 하나로 통일됐다. 한쪽은 암수를 쓴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었고, 한쪽은 상대방이 암수를 썼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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