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2화. 비법을 팔다
오늘에서야 옥창은 우유도의 말재간을 확실히 체험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의심하기도 했다. 조국 수행자들과 서로 자신을 변호할 때, 그 배후에 다른 진실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의심한 것이다. 그리고 우유도는 조국 수행자들에게 입이 백 개라도 해명할 방법이 없게끔 논리적으로 몰아붙였다.
옥창은 지금 그런 우유도의 수작이 자신에게까지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눈을 크게 뜨고는 조금 언성을 높였다.
“너무 멀리 갔네, 지금 나보고 자네를 배웅하라고 하는 게 다른 뜻이 있겠는가? 바로 나보고 비법을 가져오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옥창은 그냥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우유도도 노골적으로 조용히 대답했다.
“저자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지금 나보고 비법을 내놓으라고 하는 겁니까? 지금 내가 멍청이로 보입니까? 어차피 죽는데 그런 걸 왜 신경 씁니까?”
옥창은 급해졌다.
“자네는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그럼 나는 어찌하는가?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면 뭐라 설명해야 하는가?”
“그것까지 알려드려야 합니까? 제가 내놓으려 하지 않아, 알 수 없었다고 그냥 그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젠장! 옥창은 미칠 것 같았다. 주지 않으니 못 받아 왔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는가? 사여래가 비법을 가져오라고 직접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돌아가서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마치 사여래가 비법을 매우 탐냈다는 모양새가 돼버린다. 옥창은 우유도가 혼자 죽지 않고 자신과 같이 죽으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옥창은 정말이지 우유도의 수작질에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동생, 정신 차리게. 상황이 이리되었는데 그 비법을 지켜서 개뿔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걱정하지 말게. 이 비법은 내가 절대 사적으로 숨기지 않을 것이네. 정말로 사여래에게 건네주기만 할 것이야. 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자네를 데려가겠네. 자네가 비법을 직접 써서, 상대방에게 건네주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걱정할 필요 없는 것이, 설사 사여래가 비법을 얻는다고 해도 술 파는 일에 자네와 경쟁하지 않을 것이네. 저 사람에게 그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네.”
아무리 그런 말을 늘어놓아도, 우유도는 한마디로 반박했다.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옥창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보게, 천도비경에 들어간 후에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우리 효월각 사람들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라는 걸 잊지 말게!”
우유도가 반문했다.
“위협할 필요 없습니다. 효월각 사람들은 이미 저 안에 갇혀있습니다. 방금도 말했다시피, 선생님은 천곡에 들어갈 수조차 없으니, 이제 와서 생각을 바꾸기는 너무 늦은 것 같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어떻게 연락하려고 그러십니까? 만약 처음부터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방법이 없을 겁니다!”
여기서 우유도를 건드릴 수 있었다면! 옥창은 우유도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옥창은 이렇게 고집이 센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곧 손사래를 치며 물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건가? 만약 자네가 비법을 준다면, 혹시라도 기분이 좋아진 사여래가 살 수 있는 길을 내어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가.”
“쓸데없는 생각입니다. 저렇게 자기가 잘난 줄 아는 사람, 저런 높은 곳에만 있었던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이 대등한 관계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만약 뭔가를 저 사람에게 준다 해도, 그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할 것입니다. 설사 심장을 꺼내 준다 해도, 저런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뭔가를 해줄 거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나를 몰아붙이지 말게, 저자는 우리 효월각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단 말일세, 원한을 살 수 없어. 준다고 이미 약속을 했네, 만약 지금 와서 약속을 어기면, 오히려 사여래를 조롱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네. 만약 저자가 암중에 조금만 수작을 부리면, 우리 효월각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네. 그러니 그때가 되면 거사(擧事)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이야.”
“결국 효월각을 위해서라고 인정하시는 겁니까?”
“이보게, 우유도. 이건 효월각뿐만 아니라 자네를 위한 일이기도….”
“인정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아닙니까?”
“…맞네. 효월각을 위한 일이네! 그러니 내어주겠는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옥창이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혀 바라보았다.
“그래 뭘 원하는가?”
우유도가 손가락 세 개를 펼치고 말했다.
“금 삼천만 냥을 주십시오!”
그 전에 효월각의 손에서 금 이천만 냥을 받아 관방의에게 주었었다. 결국, 관방의는 큰 출혈을 감수하고 비싼 천검부를 스무 장이나 사서 우유도에게 주었다. 그러니 이 기회에 이자까지 쳐서 돈을 돌려받아야 했다.
옥창이 분노했다.
“이거 너무하는 것 아닌가!”
“너무하다고 했습니까? 보십시오. 옥창 선생님. 그 비법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모른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선생님이 보기에 금 삼천만 냥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전 이미 충분히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친구들이 손해 보도록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게 손해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비법을 얻는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그러니 알아서 처리하십시오. 제게서 비법을 얻은 이후,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어도 되고, 아니면 직접 효월각에서 술을 만들어 팔아도 상관없습니다. 곧 죽을 사람인 저하고 상관없는 일이지요. 이 비법을 효월각에서 관리하여 몇 년만 이득을 취하면, 삼천만 냥은 곧 싼 값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제 말이 틀렸는지 맞았는지는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나, 지금 제게는 시간이 없군요. 아무튼 전 정말로 싼 가격에 팔아넘기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호의가 아니란 말입니까?”
“…….”
옥창은 말문이 막혔다. 금 삼천만 냥으로 팔아넘기겠다고?
아주 간단한 계산법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유도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도 할 수 없었다. 초려산장의 술은 이윤이 분명 아주 높을 게 틀림없었다. 단지 생산량이 좀 적은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효월각의 세력으로 재료를 모아 생산량을 높인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만약 정말 저 비법을 손에 넣어 판매한다면, 분명 수지맞는 장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설사 우유도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해, 효월각이 순조롭게 거사를 치르지 못한다 해도, 손에 새로운 돈줄이 생기면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큰돈이 생기면 그렇게 해서 다른 방면으로 실력을 기를 수도 있으니 나쁜 일이 아니었다.
잠시 고민한 후, 옥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삼천만 냥을 주면, 정말로 비법을 적어줄 것인가?”
우유도가 손을 들어 옥창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만약 비법을 드린다면, 비법을 손에 쥐고 있으니, 알아서 처리하면 그만이지, 뭘 또 의심한단 말입니까?”
옥창이 손을 들어 수염을 쓰다듬었다. 만약 우유도의 말이 진심이라면, 정말로 손해가 아닌 게 되었다. 곧 침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지금 그리 많은 돈은 없네, 자네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천도비경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고 말이야. 그 시간 안에 돈을 마련하기 어렵네.”
“곧 죽을 사람인데 돈을 가져가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줄 필요 없습니다. 저는 옥창 선생님을 믿습니다.”
우유도의 말은 우선 물건을 줄 테니, 나중에 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옥창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우유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동생, 그리 힘 빠지는 소리 하지 말게, 살아서 이곳을 떠날 기회가 있을 수도 있어. 이렇게 하지, 일단 비법을 내게 주게, 그리고 그 비법을 저쪽에 건네면서, 혹시 목숨을 살려 달라 사정할 수 있는지 기회를 한번 보겠네.”
“비법은 지금 드릴 수 없습니다.”
옥창이 두 눈을 치켜뜨고는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제가 비법을 항상 가지고 다닐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비법은 아주 복잡합니다. 다 기억할 수 없으니, 아주 긴 종이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초려산장에 가서 원강을 찾으십시오. 제가 원강에게 보내는 서신을 써 드릴 테니, 서신과 돈을 원강에게 주면, 비법을 드릴 겁니다.”
옥창은 하마터면 우유도의 말에 숨이 막힐 뻔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유도가 참으로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 믿을 뻔했다. 조금 감동하기까지 했는데, 인제 보니 돈을 건네야 물건을 준다는 말이 아닌가.
옥창은 우유도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만하게, 지금 당장 전해 주어야 한단 말이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지금 드릴 수가 없는데,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때려죽여도 불가능합니다. 저쪽과 잘 말해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비법이 있는 위치를 알려드렸고, 그곳에 가서 가져와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비법이라는 것을 받는다 해도 즉시 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술은 만들기가 까다로워서,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무척 많지요. 그러니 며칠 늦어진다고 해서, 그리 신경 쓸 필요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비법을 달라고? 꿈 깨라지!
우유도는 돈을 받기 전에 비법을 줄 생각이 없었다. 물론, 사여래가 정말 비법을 원한다면, 지켜낼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았다.
일단 비법이 사여래 손에 들어간다면, 사여래가 그걸 가지고 장사를 할지 안 할지 누가 안단 말인가? 저 사람의 세력과 지위로 정말 장사를 하려 한다면, 어디 가서 따질 데도 없었다.
만약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면, 원방 일행도 비법을 지키지 못하고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만약 자신이 살아서 돌아간다 해도, 이미 자금동에 들어갈 준비를 끝냈기 때문에 비법을 계속 갖고 있는 것도 썩 좋은 방법이 아니라 할 수 있었다. 이는 문파의 사람으로서, 손에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쥐고 놓지 않는 것이 화를 자초하는 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유도는 술 제조 비법을 진즉에 처리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하지만 갑자기 상황이 예측할 수 없게끔 급변했고, 결국 비법을 공개해야 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렇게 됐으니, 우유도는 이익을 극대화해야 했다. 정말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는다면, 초려산장의 사람들에게 재물을 좀 남겨주는 것도 그들과 같이 지낸 시간에 조금은 보상이 될 것이다.
싸울 수도 없고, 욕을 해도 소용이 없으니, 옥창은 정말 우유도를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유도는 원강만이 알아볼 수 있는 서신을 적어 옥창에게 건네주었다. 당연히 옥창조차 서신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일단은 우유도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는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서신에 쓰인 말은 진짜였기에, 서신을 확인한 원강은 알아서 안배할 터였다.
옥창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끝까지 참았다. 결국, 대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신을 받은 옥창은 천도비경에 들어간 후 조심하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두 사람을 그렇게 헤어졌다.
* * *
조국 수행자들과 사도요 일행은 이미 천곡 내부로 들어가 있었다.
이들이 돌아오자,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많은 사람이 조급한 마음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중에 한사람이 자금동의 책임 장로 엄입이었다.
협곡 안 동굴에서, 모든 사람이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돌아온 사람들을 훑어보았는데, 곧 한 사람이 모자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어떤 결과를 맞이했을지 제일 궁금한 한 사람이었다.
우유도가 없었다. 우유도가 돌아오지 않았다.
협곡 내부에 의견이 분분해졌고, 다들 우유도가 어떻게 되었는지 예상하려는 듯 떠들기 시작했다.
동굴 입구에 서 있는 금단방 이 위의 고수 안보여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로 중얼거렸다.
“번거로운 일이 줄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