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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27화 (26/1,000)

927화. 연달아 찾아오다

우유도의 얼굴에도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지 않는 틈에 자금동의 장로 엄입에게 다가가 조용히 귓속말을 속삭였다.

엄입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그를 한번 돌아보았고, 우유도는 또 조용히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안보여와 무조행이 연달아 접근한 것이 너무 공교롭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엄입이 나서서 산해와 저풍평을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무조행을 일행으로 받아들였다.

엄입은 무조행이 자신의 친구이며, 자신이 불러왔으니 문제없을 것이라 장담했다.

누군가 나서서 무조행을 보장해 주었으니, 뭐라 하겠는가? 사람들 앞에서 엄입이 무조행에게 말했다.

“의식주 쪽은 무 형께서 걱정할 것 없으시오. 무 형은 우유도의 안전을 보호해 주기만 하면 충분하오.”

무조행은 우유도를 힐끗 보았고, 우유도의 두 눈과 마주쳤다. 우유도는 미소짓고 있었다.

“좋소!”

무조행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우유도에게 다가갔다.

우유도가 안보여에 대해 신중하라고 당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조행이 튀어나왔다. 남주의 사람들은 두 사람이 연달아 나타난 것이 확실히 의심스럽다고 생각했고, 운희 등 다른 일행은 우유도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우유도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야 무조행이 우유도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주었다.

무조행이 우유도 옆을 지키고 있자, 안보여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적지 않은 연국 수행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내심 탄식을 내뱉었다. 신분과 지위가 있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심지어 이런 지경에 와서도 고수가 옆에서 지켜주고 있으니, 그저 목숨 걸고 명령을 따르는 그들과는 달랐다.

일행은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행의 분위기는 이전과 조금 달라져 있었다. 안보여와 무조행이 연달아서 같은 이유로 나타난 게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다 해도 두 고수가 자신들과 함께하게 된 것이 크게 기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두 고수가 자신들을 공격하려 한다면 오히려 걱정됐겠지만, 이곳에서 저들이 그럴 이유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두 고수가 일행에게 힘을 합쳐줄 확률이 높았다. 이 때문에 일행의 사기는 조금 올라가 있었다.

다만 숲이 아주 넓었기에, 일행은 조금 지루함을 느낄 정도였다. 한나절 정도는 움직여야 숲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일행은 급히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숲에서 벗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이 숲에 있는 나무들은 정말로 너무 높고 거대했다. 얼마나 거대한지, 도저히 이 숲에서 다른 나무가 자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영수는 이런 곳에서 자랄 수 없었다. 이는 이 거대한 나무가 햇빛과 땅의 양분을 모조리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수는 햇빛이 없는 곳에서 자랄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숲을 나서야 영수를 찾을 수 있었다.

즉, 서로 간에 벌어질 쟁탈전과 살육전도 이 숲을 나선 후에 시작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후, 살육은 이 숲에서 끝나게 되어있었다.

지금 상황을 보자면, 천도비경 행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했다. 다들 영종을 얻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기였다.

대부분의 세력은 모두 숲을 벗어나기 전, 숲의 끝 언저리에서 휴식을 취한 후에 숲을 나서 천도비경의 모험을 정식으로 시작했다. 연국 수행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행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선 후, 법력을 이용해 거대한 나무 기둥의 중심에 동굴을 팠다. 겨우 한 그루 나무에 불과했지만, 나무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나무 기둥 곳곳에 구멍을 판 것임에도 불구하고 천여 명이 넘는 연국 수행자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공간이 생겨날 수 있었다.

이곳의 시간은 외부 세계의 시간과 달랐다. 낮과 밤이 한 바퀴 돌면, 외부 세계에서는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해가 진 후, 영검산의 장로 저풍평이 우유도와 의논할 일이 있다며, 그가 있는 나무 동굴로 찾아왔다.

동굴 내부, 저풍평은 다른 사람을 물릴 것을 요구했고,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우유도가 물었다.

“저 장로님께서는 어쩐 일이십니까?”

저풍평은 마치 우유도의 반응을 더 자세히 살피려고 하는 것처럼 동굴 안에 월접을 풀어 놓았다.

사실 천도비경 안에서 월접은 오래 살지 못했다. 만약 자신의 월접을 오래 살리고 싶다면, 마찬가지로 영종을 소비해야 했다. 영종을 가루로 만들어 월접의 사료에 섞어 주면 되었다.

월접이 뿌리는 빛 아래, 우유도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저풍평이 천천히 말했다.

“내게 여제자가 한 명 있네, 생긴 것이 나쁘지 않지. 자네를 위해 데려왔네.”

우유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략 추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연달아 찾아오면서, 마치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는 듯이 말하다니, 우유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비록 경국지색의 절세가인은 아니지만, 자네와 참 잘 어울리네, 아내로 맞이하게. 자네는 똑똑한 사람이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네.”

“알 것도 같습니다. 단지, 그 제자도 기꺼이 받아들인 일입니까? 저는 제게 시집오려고 하지 않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날까지 오면서, 이제 되돌아서기에는 너무 늦었네. 지금 위치에 오르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지. 그건 자신에게도, 그리고 자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도 못 할 짓이네. 사람은 어느 위치에 오르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되지. 마찬가지로, 그 아이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겠는가?”

“살아 있는 한 사람입니다. 사부로서 정말 조금도 그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까?”

“젊은 사람들의 생각은 너무 천진난만하지, 현실적이지 못해. 물론, 그렇다 해도 강제적으로 한 것은 아니네. 내 제자는 동의했네. 게다가 비록 내심 내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둘이 오랫동안 같이 지낸다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지 않겠는가. 자네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게, 나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후안무치한 사람이 아니네. 바로 내가 그 아이의 사부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녀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생각해보게. 솔직히 말해서, 그 아이가 자네를 따른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과연 적겠는가? 어쩌면 종문에서 평생을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자네 품에서 얻을 수 있겠지. 게다가 어떤 부모가 자신의 딸이 좋은 곳으로 시집가는 걸 바라지 않겠는가? 제자를 향한 내 마음은 부모와 마찬가지네. 그 아이도 자신이 무엇을 얻을지 잘 알고 있네. 그렇지 않으면 승낙하지 않았겠지.”

“정말 그녀를 위해서입니까? 저 장로님 자신을 위한 마음이 정말 조금도 없는 것입니까?”

“그 아이가 좋다면, 사부인 나도 당연히 좋겠지. 내가 좋다면, 제자인 그 아이도 당연히 좋은 것이네. 나는 원래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네. 하지만 종문에서 이 일을 진행할 때, 내 제자가 거기에 걸맞은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때문에 이 일의 책임자가 본의 아니게 내가 되고 말았네. 물론 그렇다 해도 걱정하지 말게. 잡스러운 사람을 골라 자네에게 시집보내는 것이 아니니 말이야. 참 괜찮은 아이야. 게다가 이걸로 자네를옥죄려는 것도 아니네. 그러니 너무 이익과 연관 지어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네.”

“제가 승낙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렇게 되면, 남주의 통제권 또한 얻지 못하게 되니, 굳이 영검산을 희생하면서까지 자네를 지킬 필요가 있겠는가? 자네를 보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자네 상황은 더욱 위험해지겠지. 당부하는데 너무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게.”

일찍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천도비경에 들어와서 이를 이야기했다. 즉, 어느 때 이야기해야 이 이야기를 통해 우유도를 압박할 수 있을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미 진즉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우유도는 헛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제가 지금 그 결혼을 승낙한다 해도, 지금 제 상황을 장로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사여래의 요구가 너무 각박하니, 살아나갈 희망이 거의 없습니다. 장로님은 자신의 제자를 곧 죽을 사람에게 시집보내시겠습니까?”

“처음에 자네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이 계획을 취소하려 했었네.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하지만 나중에 자네를 관찰하니, 마치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가? 자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영검산도 조금은 알고 있네. 확실히 보통이 아니지, 거기에 무조행과 안보여까지 출현했으니, 나는 도박을 해보기로 했네!”

우유도는 조롱하는 어투로 말했다.

“어차피 여제자 한 명 희생하는 것뿐이니까요. 아니, 어쩌면 희생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요. 그저 저와 같이 몇 번 자주면 그만이니, 손해 볼 것도 없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일등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들어온 모든 연국의 수행자들이 합심해서 영종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네, 영검산의 사람이 없이는 불가능하지. 자네는 선택의 여지가 없네.”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장로는 참으로 솔직하신 분 같습니다. 제게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주십시오.”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네, 얼마나 고민할 생각인가?”

우유도가 손을 펼치며 말했다.

“오 일! 이곳의 시간으로 오 일을 주십시오. 오 일 안에 저 장로님께 확실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좋네, 오 일!”

저풍평이 대답하고는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동굴을 나갔다.

잠시 후, 우유도는 밖으로 나가 저풍평이 자신의 동굴로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후, 우유도는 동굴을 나가 자금동, 엄입의 동굴로 가서는 저풍평이 자신에게 한 말을 그대로 일러바쳤다.

엄입은 저풍평이 암중에 한 행동을 듣고는 냉소 지으며 말했다.

“얼마나 후안무치한 놈인가, 아주 파렴치하군.”

“엄 장로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만약 안 된다고 하면 즉시 거절하겠습니다.”

“물론….”

엄입은 즉시 거절하라고 말하려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엄입은 조금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동생이 이처럼 솔직하게 나오니 동생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네, 아주 흡족해. 그러니 일단은 거절하지 말게. 만약 그 늙은 놈이 우리 발목을 잡는다면 그건 큰 문제이지 않은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내가 한번 고민해 보겠네.”

“좋습니다. 그 일은 엄 장로님의 안배에 따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니, 엄 장로님께서 협조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동굴로 돌아온 우유도는 혼자서 무조행을 찾아갔다.

무조행은 의외라는 얼굴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우유도는 자신이 혼자 자리를 비울 것인데,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일에 협조해달라고 무조행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무조행은 우유도의 부탁을 듣고는 단박에 거절했다.

“안 돼. 자네 혼자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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