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화. 괴이한 행적 (2)
저풍평은 이미 산해의 팔을 잡아끌며 강제로 끌어 내려 엄입 앞으로 데려오더니 물었다.
“무조행은 엄 형이 데려온 사람이오. 엄 형은 친구의 말도 못 믿으시오?”
저풍평이 이처럼 우유도를 두둔하다니! 엄입은 속으로 연신 냉소 지으며 파렴치한 사람이라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저풍평의 말에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행이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거짓 같아 보이지는 않소. 산 형, 그만합시다. 저 형의 말도 일리가 있소. 겨우 오 일에 불과하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같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의논을 합시다.”
두 문파의 설득 하에, 산해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두 곳이 남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혼자 떠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일은 산해의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우유도는 연국의 거대한 이익과 얽혀 있었다. 자금동과 영검산이 하는 짓을, 소요궁은 더 일찍 하고 싶었다. 단지 상조종이 소요궁의 장로 이승을 죽이면서 양측이 틀어졌고, 시간이 지체되었다.
두 문파의 태도를 보고, 산해는 이미 두 문파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조행은 고개를 숙인 채, 아래 있는 일단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우유도는 무조행에게 자신의 말대로만 하면, 영검산과 자금동이 나서서 무조행을 지지할 거라고 했다. 처음에 그는 우유도의 말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기라도 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정말 상황이 진행되고 보니, 우유도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안보여는 줄곧 서늘한 눈으로 무조행이 지키고 있는 동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조행의 행동이 참으로 수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무조행이 지키고 있으니, 누구도 쉽게 그 안에 들어가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 * *
숲속에 인영이 스쳐 지나갔다. 우유도가 돌아온 것이다.
지정한 위치에서 우유도와 만나기로 한 운희는 우유도와 만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서 어딜 그리 몰래 다니는 건가. 도대체 뭐하러 간 것인가?”
우유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주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움직인 것입니다.”
운희는 당연히 우유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삼대 문파의 사람이 이처럼 많은데, 보호받아 마땅한 대상이 직접 움직여 주위 상황을 살필 필요가 있겠는가?
떠날 때도 말하지 않더니, 돌아온 다음에도 여전히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물론, 더는 물어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더는 묻지 않았다.
“빨리 돌아가지. 일행 모두가 한 사람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으니 소요궁의 반응이 아주 격렬했어.”
우유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지요. 어두워지면 그때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일단은 먼저 돌아가서 엄입과 제가 돌아갈 방향을 확인해 주십시오. 제가 나간 적이 있는 걸 다른 사람이 몰라야 합니다.”
이미 돌아왔는데, 이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는가? 운희의 의문이 깊어만 갔다. 우유도가 도대체 나가서 무슨 짓을 하고 왔길래, 행적에 대해서 이처럼 보안을 유지한단 말인가!
의문이 생겼지만 일단은 눌러두고, 우유도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다시 날이 어두워지고, 엄입이 한쪽 방어선에 적절한 안배를 했다. 그제야 운희가 다시 돌아가 우유도와 같이 방어선의 허점을 통해 돌아왔다.
역용한 후의 우유도는 여전히 자금동 제자의 신분으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 들어가자 우유도는 즉시 가면을 벗고, 동굴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자금동의 제자와 옷을 갈아입었다.
그 제자는 자신이 입고 있던 우유도의 외투를 벗어서 주었다. 우유도가 그 제자에게 월접을 불러들이라고 하고는 어둠 속에서 외투를 벗어 그 제자에게 건넸다.
그 제자는 우유도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인지 모르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외투를 갈아입자, 우유도는 그 제자를 돌려보냈다. 그 후에 우유도가 다시 월접을 꺼냈다.
높은 가지 위에서 안보여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거대한 나뭇잎을 살짝 밀어내며 법안을 열어 우유도가 있는 동굴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결국, 한 자금동의 제자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또다시 나오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사실 나무 위에서 몰래 훔쳐보는 사람은 안보여 한 사람이 아니었다. 소요궁의 제자와 장로 산해까지 모두 암중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많은 사람이 각기 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
동굴 안, 우유도가 정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입이 들어왔다.
이건 우유도 또한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자금동의 제자가 돌아간 후, 엄입은 우유도가 돌아온 것을 알게 될 것이니, 찾으러 올 것이 분명했다.
엄입이 신속하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얼굴을 보자마자 물었다.
“그리 몰래 어디를 다녀온 건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왔는가?”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사실 별거 아닙니다. 저를 돕는 사람과 연락을 하고 왔습니다. 다만 비밀로 해야 할 뿐이지요.”
엄입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돕는 사람이라니? 이곳에 그를 돕는 사람이 여기 있는 자들 말고 또 있단 말인가? 엄입이 이어 물었다.
“누구 말인가?”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으로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제가 잠시 떠난 것을 발견한 사람이 있습니까? 그쪽 사람들은 믿을 만합니까?”
“자네가 오간 길에 있던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네, 자금동 쪽에서도 그 일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알고 있는 사람은 함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네.”
“다행입니다.”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다.
“저풍평 쪽은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 일을 이야기하자, 엄입은 골치가 아팠다. 우유도 앞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말했다.
“그 뻔뻔한 늙은이가 그 일을 위해서 자신의 제자까지 데리고 들어왔네, 아마도 천도비경 안에서 일을 치르려는 모양이야. 그러니 자네는 벗어날 길이 없네! 게다가 하필 그 늙은이의 일을 그르치기도 어려운 상황이야. 자네를 지키기 위해서 연국이 모든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지. 만약 자꾸 핑계를 대면서 지금 저풍평의 제안을 거절하면, 일이 몹시 어려워질 수도 있네.
그 늙은이가 자네를 보호하는 것을 거절하면, 일이 골치 아파진다네. 게다가 사여래는 자네에게 일등을 하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 쪽 사람들이 얻은 영종을 모두 자네에게 주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지.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마땅한 방법이 없네.”
그 말이 끝나자, 동굴 입구에서 소요궁의 장로 산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조행, 당장 비키시오! 엄입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소. 그러니 방해하면 안 된다는 말로 날 속일 생각 하지 마시오!”
엄입과 눈빛을 교환한 우유도가 입을 열었다.
“무 선배님, 들여 보내십시오.”
곧, 산해가 안으로 빠르게 들어와 두 사람 앞에 섰다. 그리고 우유도를 잠깐 살펴보더니, 다시 두 사람 사이를 훑어보았다.
“두 사람은 지금 이 안에서 무슨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오?”
엄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해요.”
“오해? 만약 당신이 들어오는 것을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당신이 데려온 무조행이 나를 계속 막아섰을 것 아니오?”
“엄 장로님, 이제 와서 더는 산해 장로님께 숨길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엄입이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지금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보니, 확실히 뭔가를 숨기고 있나 보군.”
산해가 하하 냉소 지었다.
우유도는 손을 뻗어 자리에 앉기를 청했다. 산해는 사양하지 않고, 장포를 한번 털고는 그 자리에 앉았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 참으로 난처한 지경에 처했습니다. 영검산의 저 장로님이 저를 찾아오셔서…….”
그렇게 우유도는 저풍평이 자신을 압박해 그의 제자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강요한 일을 사실대로 토로했다. 지금 숨어서 나가지 않는 것은, 저풍평을 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저풍평의 의도가 무엇인지, 산해는 우유도의 말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산해는 그 자리에서 저풍평을 욕했다.
“아주 뻔뻔하고, 파렴치한 놈이로군!”
욕은 욕이지만, 사실 이건 정말 까다로운 문제였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알게 되었으니 같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산해라 해도 지금 우유도가 직면한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세 사람이 아무리 의논을 해보아도, 해결할 확실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은 산해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그 일에 대해서는 우리 두 문파가 일단 모른 척하겠네. 자네는 그냥 그 제자와 혼인하게.”
우유도는 멍청한 얼굴을 했다.
“장난하시는 겁니까? 일생이 걸린 일을 어찌 그리 처리합니까?”
엄입은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그 말은, 일단 영검산을 진정시키자는 것이오?”
산해가 끄덕였다.
“저풍평이 여기에 와서 자네에게 강요한 것은, 지금 자네의 약점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네. 때문에 자네는 따르지 않을 수 없지. 저쪽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워둔 것 같으니, 이제 와 피할 방법이 없네. 지금은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네! 일단은 혼인해서 영검산을 진정시키게. 자네가 그 여자와 같이 있기만 하면 기회가 없겠는가….”
그리고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엄입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산해의 뜻을 알아들은 것이다. 나중에 여자를 죽이라는 뜻이다. 우유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남의 일이라고 아무 말이나 하시는 겁니까?”
엄입이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깨끗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좋은 방법, 아니,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네.”
산해도 설득에 나섰다.
“확실히 곤란한 일이기는 하지. 하지만 이건 모두 자네를 위한 일이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더욱이, 자네는 마침 혈기왕성할 나이가 아닌가. 지금 비경에서 공짜로 자네 품에 여자를 안겨주겠다는데 꼭 나쁜 일은 아니지 않겠나?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도 볼 수 있지!
물론, 마음을 주라는 이야기는 아니네. 그냥 데리고 놀게나. 진지해지지 말고, 이익을 위해 자네에게 들러붙은 여자를 진지하게 대할 필요 없네. 보내야 할 때는 단호하게 보내야 하네. 동생은 큰일을 할 사람이니, 그런 여자를 위해서 출셋길을 망칠 필요가 없네.”
우유도는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정말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저풍평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와 저와 이어주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바로 저를 벼랑 끝으로 몰기 위해서입니다. 나머지 두 문파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이곳에서 공개적으로 혼인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혼인을 승낙하고 난 이후에,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둔한 자라도 알 수 있습니다. 맨입으로 하는 약속은 언제든지 후회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도 믿지 않겠지요. 그러니 분명 제게 성의를 보이라고 할 것이고. 자신의 제자와 일을 치르게 해서 후회하지 못하게 하려 할 겁니다. 일 년의 시간이면 임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니, 제게 제자를 임신시키라고 강요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대체 어찌 손을 쓰란 말입니까? 그때 가서는 제가 어찌 그녀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처와 자식을 죽이란 말입니까? 지금 그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계획입니까?”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럴 것 같았다! 엄입과 산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작 곤란한 사람은 자신들이 아니었다. 산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행자는 생사에 관한 결정을 마주할 때가 있는 것이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자네의 결정이니, 강요하지 않겠네.”
말을 마치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