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2화. 그 사람보고 데려가라고 하시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수풀에서 작은 동물들이 튀어나왔다. 물론 작다고는 해도 대략 사람 키만 할 정도로 거대한 놈들이었다. 이놈들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가진 흉포한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허공으로 뛰어 사람을 공격하곤 했다.
이놈들은 한 번 뛰어오를 때마다 일장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고, 머리 또한 똑똑한 듯했다. 자신들이 뛰는 높이보다 사람들이 뛰어오르는 높이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게 되자, 수행자들이 땅에 내려올 때를 노려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수행자들의 반응 속도를 따라 올 수는 없었기에, 이들은 수행자들의 발에 무력하게 치이거나, 수행자들이 다시 뛰어오르기 위한 발판이 되었다.
이들 말고도, 집단으로 뭉쳐 다니는 작은 동물들 또한 사람들을 공격해 오기도 했다. 이 작은 놈들은 대략 백여 마리 정도 돼 보였는데, 사람 무릎까지 오는 크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이빨이 날카로워 이들 사이에 실수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금방 물어뜯겨 뼈만 남을 것 같았다.
물론 수행자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이들의 공격을 피했다. 이놈들은 수풀 속을 질주하며 집단 공격을 감행했다. 그 모습이 마치 파도를 가로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행자들의 비행 속도를 따를 수는 없었다. 결국은 꼬리를 흔들며 멀어지는 수행자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략 한 시진쯤 날아간 후, 수행자들은 초원을 벗어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과 숲에 들어설 수 있었다.
숲에 들어서자, 이곳에 있는 나무들이 전보다 훨씬 정상적인 크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매우 컸지만, 처음 천도비경에 도착했을 때 보았던 오래된 숲의 거목처럼 말도 안 되게 크지는 않았다.
다만 이 숲에 있는 나무들은, 처음 천도비경의 입구에 있던 오래된 숲에 있던 나무와는 달랐다. 그 거대한 나무들은 제각기 멀리 떨어진 채 독립적으로 한 그루씩 자라고 있었지만, 이곳의 나무들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마치 군집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숲에 들어선 삼대 문파는 제자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우유도는 저들이 왜 조심하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래된 숲은 거대한 나무가 그 위를 뒤덮고 있었기에,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없었다. 거대한 나무가 모든 영양분을 다 독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먹이 사슬이 파괴되어, 각종 동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위험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생태계가 아주 다양한 데다가 불규칙하며 복잡했다. 언제든지 각종 맹수가 공격할 수 있었다. 이들 맹수는 야생의 맹수들이었고, 수행자들의 초월적인 파괴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회만 있다면 공격하려 했다.
수행자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여야 했다. 끝도 없이 달려드는 동물들을 상대하면 수행자들만 지칠 뿐이었다.
산맥을 따라 날아오른 일행은 가장 높은 주 봉우리를 향해 움직였다.
이들은 봉우리를 향해 움직이던 도중, 한 수행자가 한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곳을 보니, 한그루의 검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기둥은 검었고, 풀잎은 적었다. 이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영수(靈樹)였다.
먼저 기회를 잡은 사람은 자금동의 사람이었다. 그들이 가장 선두에서 달리고 있었으니, 눈에 영수가 보이자마자 즉시 영수로 날아가 열린 열매를 모두 채집했다.
비록 영수가 크다고 하지만, 나무에는 오직 일곱 개의 열매만 있었다. 하늘을 향해 자란 일곱 개의 열매는 일곱 가지의 가장 끝에 달려 있었다. 마치 일월정화(日月精華)를 흡수하는 모양이었다.
영수에 자라난 열매도 마찬가지로 검었다. 우유도가 보기에 야자열매 같았다.
열매를 따자, 불가사의한 장면이 나타났다. 마치 나무의 모든 정기신(精氣神)을 따 버린 것처럼, 큰 나무가 갑자기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뭇잎이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졌고, 나뭇가지들 또한 우수수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나무 기둥은 빠르게 썩어갔다. 결국, 그 자리에 나무가 쓰러졌다.
이것이 바로 영수의 신비한 부분 중의 하나였다. 나무는 원래 자라나기 위해 씨앗이 땅에 심겨야 했다. 하지만 영수는 그런 것이 없었다. 천지에서 잉태했으며, 천지 정화를 모아 태어난다. 그렇게 작은 풀잎으로 자라난 영수는 이십 년 동안 천천히 나무로 자라났고, 십 년 후에 꽃이 피고, 다시 십 년 후에 열매를 맺게 되었다. 그다음 십 년 후에 열매가 익게 되는데, 그 주기가 마침 오십 년이었다.
열매 안에는 영종이 있는데, 이곳에서 영종은 최대 오 년 동안만 존재할 수 있었다. 오 년이 지나면 태어난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영수가 어떤 땅에서 자라는지, 또 어디로 사라지는지는 규칙을 찾을 수 없었다. 최소한 수행계에서는 아직 그 규칙을 찾지 못했다. 마치 자기가 자라고 싶은 곳에서 제 맘대로 자라는 것 같았다.
비록 만난 첫 번째 영수를 자금동의 사람들이 전부 차지하긴 했지만, 그걸 가지고 다투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겨우 그 정도로 서로 내분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몇 문파들은 제자들을 불러 모아 영종을 어떻게 채집하는지 보게 했다.
열매의 껍질은 매우 딱딱했다. 법력을 이용해야 껍질을 가를 수 있었다. 열매를 반으로 가르자, 그 안에서 사람의 심신을 뒤흔드는 은은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열매 안의 색은 반짝반짝 빛나는 자색이었다.
하나의 열매 안에 들어있는 영종은 그 숫자가 같았다. 적지도 많지도 않고 정확히 칠백 알이었다. 그건 한 그루의 나무에서 거의 오천 알의 영종을 채집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적지 않은 수량 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두 주먹 정도에 불과했다. 옆에서 방관하던 우유도 또한 이를 보며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그 후, 삼대 문파는 상의하고, 이곳 주봉을 중심으로 인원을 분산시켜 큰 범위의 수색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방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움직여 다시 집합한 후, 인원을 재배치하기로 합의했다. 개별적으로 채집한 영종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서였다.
약속을 마친 후, 중앙, 좌익, 우익으로 나누어 삼대 문파의 사람들이 각 한쪽을 책임지며, 각자의 자리에 배치를 시작했다.
우유도는 자신이 어느 쪽에 붙어 움직여야 할지 몰랐다. 그때 영검산의 장로 저풍평이 먼저 다가오더니, 기회를 보고 조용히 물었다.
“잘 생각해 보았는가? 반드시 오 일을 기다려야 하겠는가? 자네의 머리라면, 그리 오래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루 이틀 시간을 끄는 것은 아무 의미 없네.”
자금동의 엄입과 소요궁의 산해가 다소 안절부절못하며 이쪽을 힐끗거렸다. 저풍평이 우유도를 왜 찾아갔는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멍청한 척, 알아도 모른 척하고 있었다.
우유도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저 장로님의 말씀은….”
우유도는 무거운 마음으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혼인을 어찌 그리 경솔하게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우 모는 그 말에 따르기 어렵습니다!”
저풍평의 얼굴이 굳어졌다.
“동생, 이곳에서의 일은 감정적으로 처리할 만한 게 아니네. 만약 아직 고민 중이라면, 오 일이 되는 날까지 다시 고민해 보게. 절대 감정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말게.”
“저 장로님, 어찌 이리 강요하십니까. 정말 다른 방법은 없겠습니까?”
“다른 방법? 좋네, 다른 방법이 있으면 어디 알려주게, 내가 확실히 마음을 놓을 방법을 어디 알려주게. 그런 방법이 있다면 자네 말을 듣겠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유도가 갖고 있는 비밀 중에 중대한 비밀을 그들에게 알려준다면, 우유도는 그 비밀 때문에 그들에게 발목이 잡힐 수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한다면, 굳이 혼인하지 않고도 비밀을 폭로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안심할 수 있을 터였다. 저풍평에게 비밀 하나만 알려줘도, 우유도는 평생 저풍평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었다. 저풍평을 죽이지 않고선 말이다.
하지만 저풍평이나 영검산이 그 비밀을 감당하기 어려워할 수 있었다. 결국, 아마 높은 확률로 우유도를 바로 표묘각에 팔아넘길 것이니, 득보다 실이 많았다!
사실, 그 방법 말고는 우유도에게도 딱히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침묵했다.
저풍평이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동생, 어찌 자신을 그리 괴롭히는가. 그럴 필요 없네. 다시 하루의 시간을 줄 터이니 잘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
“같이 협력해서 서로 이익이 되면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이리 저를 핍박하십니까!”
“나도 서로 이익이 되고 싶지, 하지만 자네는 분수를 모르는군! 난 강요한 적 없네, 자네를 데리고 있는 것은 짐이네! 큰 문제를 불러오겠지. 영검산에 이익이 없다면, 만약 자네가 우리와 같은 편이 아니라면, 왜 내가 우리 영검산의 제자를 희생하며 자네를 지켜야 하는가? 동생, 난 이미 자네에게 할 만큼 했네, 내 제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사람은 널렸네. 이 좋은 일을 공짜로 자네에게 주겠다는데, 어찌 그리 자신을 괴롭히는가?얼마나 좋은 일인가. 뭘 그리 망설이는가?”
우유도가 결국 고민하는 표정을 보이다가, 지쳤다는 듯 말했다.
“그냥 혼인만 하면 됩니까?”
“그건 최소한의 조건이지! 하지만 이곳은 혼인하기 적합한 곳이 아니고, 나도 내 제자를 섭섭하게 하고 싶지는 않네. 너무 대충 넘기는 것도 좋지 않으니, 비경에서 나간 후에 다시 자네들의 혼사를 대대적으로 치르기로 하세. 물론, 그건 모두 형식적인 일이지. 자네가 안심할 수 있도록 사람을 먼저 데려가게 할 수 있네. 아이가 있다면 우리 모두 안심할 수 있겠지….”
역시나 였다. 전날 밤에 했던 예측이 정확히 맞았다. 우유도 또한 이미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손을 들어 말을 끊고 대답했다.
“저 장로, 호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지금 보니 우리는 같은 길을 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풍평의 안색이 매우 보기 안 좋아졌다.
“우유도,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는 건가. 잘 생각하고 말해야 할 것이네!”
우유도는 고집을 부리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렇게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사람보고 데려가라고 하시지요. 영검산의 여제자 중에 이 몸의 눈에 차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군요!”
우유도가 그 말을 내뱉은 것은, 공개적으로 반목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우유도는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 어찌 상대 협박에 굴복해 아직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자식을 만들 수 있겠는가? 만약 우유도가 정말 영검산의 협박 때문에 그런 짓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다음에는 분명 소요궁과 자금동에게 굴복해 그 여자를 죽이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일은 우유도에게 협상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승낙할 리 없었다!
우유도는 이 난세에서 성공하여 크게 한몫 잡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제왕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권세와 지위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이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당장은 이런 짓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필경 이 길은 사망의 길이라는 것을 눈감고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상대방은 우유도를 너무 몰아붙이며 놓아 주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우유도가 자신의 아랫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시키고자 했고, 그렇게 우유도의 말을 전부 무시하고 억눌러 버렸다.
그러니 아무리 자세를 낮추고, 예의를 갖춰 대답해도, 결국 반목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또 그의 말을 들어준다고 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무리한 요구를 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제 와 우유도가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겠는가? 이제 더는 자신을 욕보일 필요 없었다!
우유도의 말을 들은 저풍평이 안색을 씰룩거렸다. 온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마치 당장 손을 쓰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