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3화.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우유도는 즉시 뒤로 물러나, 손에서 천검부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이쪽을 주시하던 무조행이 빠르게 쏘아져 나오더니 우유도의 앞을 막아서며 저풍평과 대치했다.
운희도 예외가 아니었다. 바로 빠르게 날아와 우유도를 곁에서 보호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지금까지 암중에 우유도를 주시하고 있던 안보여 또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무슨 상황이지? 어째 서로 반목하는 분위기였다. 그녀의 두 눈에 흥미로움이 가득 차올랐다.
영검산의 사람들이 그 상황을 보고 빠르게 다가왔다. 비록 상황은 잘 몰랐지만, 그 모습이 저풍평을 돕기 위함이 분명해 보였다.
당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관찰하고 있었던 소요궁의 장로 산해와 자금동의 장로 엄입도 빠르게 다가와 두 사람 사이에 섰고, 양측의 대치를 막아섰다. 엄입이 양측을 화해시키려고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일이오? 왜들 이러시오? 다들 같은 편이니, 이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 필요 없지 않겠소.”
“그렇소!”
신해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손뼉을 치며 양측을 설득했다.
“저 형, 우유도, 말로 합시다. 같은 편끼리 내분이 일어나서야 되겠소. 다들 일단 화를 가라앉히시오.”
“저 주제도 모르는 개 같은 놈과 같이 잘 지낼 방법이 없을 것 같소!”
저풍평이 손을 들어 우유도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당장 비키시오. 오늘 저놈의 가죽을 벗겨서, 자신의 주제를 알게 해야겠소.”
그 말을 할 때, 저풍평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맞았다. 저풍평은 지금 아주 수치스러웠다. 자기 딴에는 큰 희생을 한 것이었다. 자기 제자를 희생하기까지 해서 그를 자기 편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신의 호의를 대놓고 거절한 것이다.
산해와 엄입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우유도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저풍평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두 사람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일단 엄입은 우선 저풍평을 설득하고자 했다.
“저 형, 젊은이가 뭘 알겠소. 뭔가 저 형을 화나게 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시오.”
그러더니 우유도를 돌아보며 호통쳤다.
“우유도, 빨리 저 장로께 사과하지 않고 뭐 하는가?”
엄입은 이들 세 사람 중에 이런 모습을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덕분에 그 마음이 가장 조급한 사람이기도 했다.
우유도는 천검부를 들고 담담히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엄입이 다시 강하게 말했다.
“누가 잘했든, 잘못했든, 지금 그걸 따질 상황이 아니네. 일단 자네가 지금 당장 저 장로께 사과하게!”
우유도가 차가운 눈빛으로 쓸어보며 말했다.
“말했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말입니다!”
엄입은 말문이 막혔다. 화가 났지만 지금 당장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우유도가 진지하고 강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유도의 눈빛과 어투가 심상치 않았으니, 마치 더 압박하면 자금동과의 비밀을 폭로해 버릴 것 같았다. 확실히 우유도의 눈에서 그런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오직 소요궁의 장로 산해만이 눈살을 찌푸리며 별말 하지 않고 있었다.
사도요는 남몰래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 어제저녁 우유도가 자신을 찾아와 대화했을 때, 우유도가 말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되면, 자신의 처지가 참으로 난처해지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 좋게 동행하는 것을 보고, 안도하고 있었다. 그러니 누가 상황이 이렇게 급변할 줄 알았겠는가.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정도로 난처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운환도 남몰래 끙끙 앓았다. 하지만 지금 운환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천천히 움직여 모친 옆에 섰을 뿐이다. 자신의 모친과 대항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었다.
“개자식, 죽고 싶은 것이냐. 다들 비키시오!”
저풍평이 크게 분노했다.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오늘 내가 영검산에서 몇 명이나 데리고 갈 수 있는지 한번 봅시다!”
우유도가 강하게 반격했다. 성질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사실 우유도는 저풍평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다. 만약 정말 우유도를 벼랑 끝으로 몬다면, 영검산 또한 큰 손해를 봐야 했다.
지금 영검산은 우유도가 천검부를 대체 몇 장이나 가지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다. 천도비경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천검부에 의해 많은 제자를 잃게 된다면, 영검산 또한 크게 곤혹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영검산의 장로가 물러서지 않으니, 영검산의 사람들 또한 즉시 반응해서 검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멈춰!”
결국 엄입이 소리쳤다. 빠르게 저풍평의 팔을 잡고 강제로 한쪽으로 끌고 가더니 조용히 말했다.
“저 형, 진정하시오. 지금 여긴 보는 눈이 많소. 지금 우유도를 죽이면, 나중에 그 소식을 어떻게 통제할 것이오? 그리고 그 소식이 전해진 결과를 생각해 보았소? 지금 전쟁은 잠시 동결되었을 뿐이오. 만약 저놈이 우리 손에 죽었다는 것을, 남주의 세력이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오…!”
엄입의 말에 저풍평은 눈이 번쩍 뜨이는 듯했다. 확실히 남주는 골치 아픈 상대였다. 남주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게 되면 우유도를 끌어들인다 해도 소용이 없었고, 우유도를 죽이는 것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니 저풍평은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저풍평을 어느 정도 설득한 엄입은 즉시 우유도에게 가서는 그를 한쪽으로 끌고가 철이 없음을 한탄하며 말했다.
“우유도,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사전에 잘 설명했지 않은가?”
“엄 장로님, 나는 도저히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우유도는 이어지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엄입은 어느 정도 그 뒤에 이어질 말을 예측한 상황이었다.
지금 우유도의 말은 마찬가지로 소요궁과 자금동의 요구도 승낙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처와 자식을 죽이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일은 우유도가 강호를 거닐면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어찌 이리 중요한 순간에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가? 사내대장부가 굽힐 때는 굽힐 수 있어야지, 겨우 그런 작은 일에 이리 흔들려서야 되겠는가. 시기를 아는 사람이 인물이라고 했네, 당연히 빠져나가야 할 때는 지략을 사용해 빠져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나중에 이 일이 퍼져나가 명성이 나빠진다면, 나중에 자네가 자금동에 들어온 후에 우리 자금동이 자네를 위해 나서주겠네. 심지어 자금동이 시켜서 한 짓이라고 말하면 되네, 어떤가?”
우유도는 그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믿지 않았다. 만약 정말 자금동에 가입하게 된다면, 자금동에 똥물을 끼얹는 일을 어찌 자금동의 장로가 허락하겠는가? 정말 그렇게 하면 자금동의 입지가 연국에서 어찌 되겠는가? 자금동의 제자들이 뱉은 침에 익사할 것이다!
지금 이건 그저 우유도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일 뿐이었다. 정말 그때가 되면 더러운 명성은 오직 우유도가 혼자 감당해야 했다. 자금동이 대신 짊어질 리 없었다.
우유도는 당연히 단번에 거절했다.
“이 우 모가 강호를 거닐면서, 그 어떤 비바람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선 영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알고 있습니다! 엄 장로님, 호의는 잘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일은 사내대장부가 할 짓이 아닙니다. 저는 정말 그 일을 승낙할 수 없습니다!”
엄입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정말 잘 생각해 보아야 하네, 이곳은 밖이 아니네. 다시 되돌릴 여지가 없다는 말이야. 만약 여기서 영검산과 사이가 나빠지면, 자네가 천도비경에서 일등을 차지하는 일은 불가능해지네. 그렇게 되면, 자네를 자금동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헛된 일이 돼버리는 것이니, 자네를 보호하기 위해 자금동의 제자들을 덧없이 희생시킬 수 없네. 내가 자금동을 이끌고 왔기 때문에 나 또한 그것에 책임이 있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안다! 우유도는 당연히 그 말을 알았다. 승낙하지 않아, 영검산의 분노를 산다면, 자금동 또한 자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게 살길을 찾을 기회를 주십시오. 전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영검산에서 저를 쉽게 추격하지 못하도록 조금의 시간만 벌어주시면, 제가 살길을 찾아보겠습니다.”
우유도는 사소한 요구를 했다. 이건 상대방에게 별로 큰일도 아니었다. 그저 사소한 도움이었다.
다만 엄입은 이미 기분이 매우 나빴다. 이미 우유도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했고,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참으로 답답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종문에서도 거듭 당부했건만! 지금 눈앞의 결과는 엄입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결과였다. 곧 우유도에게 압박을 가했다.
“만약 내가 시간을 끌지 않는다면?”
“그럼 후회할 겁니다! 저자와 반목한 것은 당연히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지요. 내가 떠나고자 한다면, 그 누구도 저를 막지 못할 겁니다!”
엄입이 냉소 지었다.
“자네 손에 든 천검부를 믿는 것인가? 아니면 무조행을 믿는 것인가? 좋아! 간섭하지 않겠네. 어디 영검산의 손에서 어떻게 도망치는지, 영검산이 자네를 막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아야겠어!”
엄입은 우유도를 비웃듯이 말했다. 큰소리는 누구나 칠 수 있지만,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는 자는 드물다고, 우유도에게 속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무책임한 말에 불과하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그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기도 했다.
결국 엄입은 우유도가 어떻게 모욕당하는지 강 건너 불구경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우유도의 두 눈에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참을 때는 참아야 했다. 한순간의 분풀이를 통해 이곳에서 벗어난다 해도, 수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어떤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우유도는 마음속의 분노를 내리누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 장로, 지금 제가 죽는 건 자금동에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만약 지금 제가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기회를 주신다면, 다음 길은 제가 알아서 찾을 것입니다. 며칠 전에 전 여기서 혼자서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 저를 도울 사람을 찾으러 간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제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면 따로 준비된 살길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반드시 살아서 천도비경을 벗어날 것입니다.”
“남주가 이미 큰 세력이 되었습니다. 어떤 일들은 반드시 마주해야겠지요. 남주에 대한 삼대 문파의 경쟁을 더는 피할 수 없습니다. 전 절대 세 다리를 걸칠 수가 없습니다. 오직 한 문파만을 따를 수 있습니다.”
“…….”
“엄 장로, 제게 기회를 준다면, 그건 자금동에 하나의 가능성을 더하는 겁니다. 만약 제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지금 저를 도와주신다면, 나갔을 때 저와 자금동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할 것입니다. 지금 저를 도운다면, 우리는 여전히 같은 편입니다! 지금 제가 떠나는 것을 도운다면, 자금동에 남주를 장악할 기회를 남기는 것입니다. 나중에 제가 죽든 말든, 기회가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지 않습니까? 큰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그것도 아주 쉽게 말입니다!”
엄입이 침묵했다. 지금 우유도의 말이 참으로 설득력 있었다. 엄입은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