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4화. 사건의 단서
곧 엄입이 나서서 우유도를 방출하자고 두 문파를 설득했다!
자금동이 중간에서 막고 있으니, 나머지 두 문파도 지금 내분을 일으킬 수 없었다. 저풍평 또한 이미 우유도를 데리고 있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에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소요궁의 장로 산해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유도를 지키는 것에는 어차피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우유도를 지켰을 때의 장점은 남주 세력을 안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유도가 죽으면 남주의 세력은 혼란스러워질 테고, 상조종과 몽산명이 있으니 삼대 문파가 다스리기도 매우 까다로울 게 분명했다.
단점은 우유도를 지키면 남주는 여전히 우유도의 손에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비록 남주의 세력은 계속 안정돼 있을 게 분명했지만, 남주를 차지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울 터였다. 게다가 남주와 소요궁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소요궁은 남주가 소요궁에 의탁하는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니 소요궁은 우유도를 지키든 말든 상관없었다. 종문 내부에서 진즉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그러니 산해는 수수방관했다.
“꺼져라!”
저풍평은 우유도에게 막말을 했다. 냉정하고 무정했다. 체면을 봐주지도 않았다.
연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우유도는 저평풍에게 이미 죽은 사람으로 보이고 있었다. 천도비경의 겁을 어찌어찌 이겨낸다 해도, 사여래가 준 임무를 감당하지 못할 터였다.
좀 전까지만 해도 같은 편인 것 같았다. 모두 우유도를 중요 보호 대상으로 보았었다. 하지만 일단 이익경쟁과 연관이 되고 나니, 즉시 안면을 바꿨고, 생판 남보다 더 안 좋은 사이가 되고 말았다.
다만 이제 와 우유도 또한, 더는 다툼을 격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후, 남주에서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제 와서도 그를 따라줄지 몰랐다.
그렇다 해도 우유도는 시도해보고 싶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사람이 많을수록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니 우유도는 저풍평의 무정한 모욕을 무시하며 엄입에게 미소지었다.
“엄 장로님, 무조행 선배님은 장로님의 친우입니다. 혹시 제가 무 선배님을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우선은 무조행을 지목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고수가 자신과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어, 믿음을 주고자 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다른 시점에서 보자면, 우유도가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에 대해 별 믿음이 없다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사람들을 불러서 떠나면 그만이지 이렇게 에둘러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분명 자기가 불러온 사람이면서!
엄입은 우유도의 말을 듣고 눈을 치켜뜰 뻔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전히 우유도의 연극에 어울려 주어야 했다. 자신이 직접 대놓고 비밀을 누설할 필요가 없었다.
저풍평은 이미 차가운 눈으로 엄입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이 체면을 세워주었는데, 설마 자신의 체면을 깎을 것이냐고 묻는 듯했다.
엄입은 저풍평의 뜻을 헤아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친구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난 강요하지 않을 것이네. 그가 자네와 같이 갈지 말지 그건 내가 결정할 것이 아니니, 직접 물어보게.”
우유도는 몸을 돌려 무조행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선배님, 저는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도와주십시오.”
약속? 무조행은 도대체 무슨 헛소리냐고 묻고 싶었다. 언제 약속을 했단 말인가?
저풍평은 무조행을 노려보았다. 마치 소리 없는 경고를 날리고 있는듯했다. 하지만 무조행은 보이지 않는 척 무시하며 담담히 끄덕였다.
“좋네! 같이 가지.”
저풍평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조행을 바라보는 눈빛에 불손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무조행은 여전히 못 본 척 무시했다.
우유도는 또다시 사도요를 바라보았다.
“사도 장문인, 같이 움직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비록 일찍이 명확히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노력해 보아야 했다.
이번에 만동천부에서 온 사람들은 다들 만동천부의 절정 고수였다. 더욱이 정확히 오십 명으로 그 수도 적지 않았다. 만약 만동천부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때, 저풍평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소리 내 간섭했다.
“사도요, 한 문파의 장문인으로 대국을 생각해야 할 것이오.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할지, 알아야 할 것이니, 문제를 만들지 마시오. 어떤 일들은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게 좋지 않지. 그 결과를 온전히 감내해야 할 것이오!”
뜨거운 불에 구워지는 느낌이었다. 곤란한 얼굴을 한 채, 사도요는 정확히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한쪽은 오랫동안 협력한 동맹이었다. 금주에게 신뢰를 주었고, 수차례 만동천부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금주가 조정에서 보낸 대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우유도는 조국의 대군이 국경을 압박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금주의 병력이 남주로 피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 우유도가 남주의 세력으로 도움을 주고, 큰 대가를 치러서 금주와 힘을 합쳐 같이 조국의 대군과 싸웠다.
이성적으로 보나, 감정적으로 보나 만동천부는 이럴 때 우유도를 배신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천도비경 내부의 수많은 세력이 우유도를 죽이려 한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었다. 우유도와 같이 가게 되면, 그건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거기에 영검산의 노여움을 샀다.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천도비경의 외부에서 연국과 금주는 연합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연국의 삼대 문파인 영검산이 여기에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설사 돌아가도, 영검산이 연국 수행자들을 어쩌지는 못한다 해도, 만동천부라는 외부인을 어렵게 하지 못하겠는가?
생사존망의 일이다 보니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금주를 수복한 후, 금주를 만동천부에게 돌려줄지 말지에 대해, 영검산에게 큰 발언권이 있었다. 만약 영검산이 훼방을 놓는다면, 만동천부의 처지가 몹시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제자의 목숨이 걸려 있겠는가?
만약 우유도가 살아 돌아갈 수 있다면, 우유도의 영향력으로 당연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유도가 살아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가능성이 아주 적었다. 이번에 또 연국 세력에게 버림받았으니, 연국의 비호가 없는 우유도는 이미 살아 돌아갈 가능성이 철저하게 사라졌다는 것과 같았다.
사도요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동생,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다들 같은 편이….”
저풍평이 한마디 쏘아붙였다.
“우리가 같은 편이오? 그건 만동천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렸지!”
엄입과 산해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 다 지금 저풍평이 부끄러운 나머지 크게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저풍평의 부끄러움이 어디서 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여 제자를 이렇게 주는 것은 그리 당당한 일이 아니었다. 아주 뻔뻔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우유도가 분수도 모르고 거절하니, 누구라도 부끄러운 나머지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막는 사람이 없었다면, 아마도 우유도의 입을 막기 위해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사도요는 난처한 얼굴로, 우유도 대신 간청했다.
“저 장로님, 무슨 일이 있었다면 말로 풀면 될 것 같습니다. 다툼이 있었다고는 하나, 터놓고 이야기하면 풀지 못할 문제가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 같이 잘 이야기해 보면….”
저풍평이 고집불통스러운 태도로 한마디 하고는 말을 끊었다.
“누굴 따라갈 거냐고 물었지, 여기서 중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오. 남을지 갈지 결정하시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동생!”
사도요는 어쩔 수 없었다. 참으로 난처한 얼굴로 우유도를 보며 포권을 했다.
“이건 내 개인의 일이 아니네, 나를 이해해 주게, 정말 미안하네!”
그 말로 태도를 명확히 했다. 만동천부의 고위층은 난처한 얼굴을 했고, 다들 부끄러운 마음에 우유도의 시선을 피했다.
우유도가 만동천부를 그렇게 많이 도와줬던 데다가, 또 둘은 동맹 사이였다. 그런데 이럴 때 도와주지 않는 것은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과 다른 바가 없었다.
특히 장로 여무화는 더욱더 부끄러운 얼굴이었다. 우유도는 그의 아들을 구해주었다!
저풍평의 심정은 퍽 유쾌해졌다. 득의양양한 얼굴로 우유도를 비웃으며 바라보았다. 마치, 이게 바로 자신의 원한을 산 결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유도는 웃었다.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지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것 없습니다. 이해합니다.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담담히 마주하지 않는다고 또 어떻게 하겠는가?
우유도는 대선산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은 우유도가 바라보는 것을 보고, 다들 고개를 돌려 풍경을 보거나, 하늘을 보거나, 개미를 찾듯이 고개를 숙였다.
태도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우유도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자신과 이처럼 두터운 관계를 맺은 만동천부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는 대선산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으니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말해 보았자 무안할 뿐이다. 우유도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안보여를 보고는 웃으며 물었다.
“안 미인, 혹시 저와 같이 가겠습니까?”
“…….”
안보여는 흠칫했다. 우유도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지목할 줄을 몰랐다. 의외였고 다소 멍했다. 자신들 사이에 교분이 있었나? 어떤 접촉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해보지 않았다.
순식간에 모든 사람이 안보여를 바라보았다. 우유도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운희 모자는 다소 의외였다. 또 사도요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에 우유도는 자신들에게 안보여가 다가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당부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 안보여를 데려가려는 것은 무슨 뜻이란 말인가. 설마 막다른 길에 몰리자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뜻인가?
저풍평이 또 입을 열었다.
“안보여, 화려하게 차려입고도 두 눈이 멀었다면 별로 보기 안 좋을 것이오.”
“저 장로, 나를 협박할 생각하지 마세요. 안 통해요!”
안보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사실 그녀는 우유도를 따라가고 싶었다. 단지 우유도가 부르자마자 따라간다면 너무 가벼워 보일 수 있었다.
“우유도, 당신을 따라갈 이유가 있나요?”
우유도가 한 손으로 검을 짚고, 한 손으로 자신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그대는 여인이고, 저는 남자입니다. 거기에 이거 보십시오. 아주 잘생기고, 신체 건강한 사람입니다. 이런 이유가 혹시 만족스럽지 않으십니까?”
참으로 어이없는 이유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 농담할 여유가 있는 우유도의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하하하…….”
요염한 안보여는 아주 유쾌하게 웃었다. 그렇게 한참 웃던 안보여가 우유도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좋아요! 그 이유가 마음에 드네요. 같이 갈게요.”
“됐습니다!”
우유도가 빙그레 웃으며 거절했다. 그리고 저풍평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장로님의 얼굴이 아주 보기 안 좋으니, 폐를 끼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방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취소하겠습니다!”
“…….”
안보여는 멈칫했다. 우유도의 두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그 순간 안보여는 뭔가를 깨달았고, 이를 갈았다.
방금까지 그녀는 우유도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줄 알았다. 우유도가 갑자기 후회하며 거절하고 나서야, 우유도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는 이번 기회에 그녀를 시험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민감하게 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우유도는 순간적으로 그녀가 누구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지 알아낸 것이다!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안보여가 같이 가겠다고 말하자, 우유도가 그걸 거절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