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5화. 도야의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우유도는 유성종 등 문파에서 보내온 세 여제자를 향해 손짓했다.
“가자!”
그리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았을 때, 운환이 가볍게 불렀다.
“우 형.”
우유도가 고개를 돌리자, 그 세 여 제자가 우유도를 따르지 않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풍평은 그 모습을 힐끗 보고는 얼굴에 또다시 비웃음이 걸렸다. 우유도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물었다.
“너희 셋도 남고 싶은 것이냐?”
세 여자의 이름은 각각 황금환(黃金環), 안묘아(安妙兒), 임비연(林飛燕)이었다. 이 여자들은 우유도의 질문을 받고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또 안절부절못했다.
그랬다. 세 사람이 여기에 들어온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우유도의 여자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은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그녀들 마음속에 저 높은 곳에 있던 우유도가 순식간에 비 맞은 개꼴이 된 것이다. 높은 곳에 있던 가지가 썩은 가지가 된 것이다. 비바람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지금 우유도를 따르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 사람은 죽고 싶지 않았다.
세 사람은 이유를 찾아 자신을 위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유도에게 어떤 이득도 받은 것이 없었다. 우유도는 자신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이었으니,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우유도를 따라 죽으러 갈 필요 있겠는가?
다만 그래도 아직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것은, 그래도 오랫동안 초려산장에 머물면서 우유도의 위엄을 보고 느낀 게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우유도의 물음에 세 사람은 불안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재미있군.”
저풍평이 하하 웃었다. 그리고 세 사람의 용기를 북돋아 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다들 연국 수행자이니, 내가 있는 한 저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들 할 말을 해라.”
뒷배가 생긴 것을 깨달은 황금환이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야, 저희 세 사람은 능력이 미약해 도야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도야의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나머지 두 사람도 따라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찰나의 순간, 사람들은 다들 연민의 눈빛으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하!”
사도요도 고개를 숙이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도는 참 의외였다. 저들 세 사람은 우유도의 수하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세 사람의 사문에서도 반복적으로 저들 세 사람에게 우유도를 따르라고 당부했었다. 우유도는 저들 세 사람이 자신을 배반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이 순간, 세상의 각박함과 인심의 냉정함이 우유도에게 준 충격은 적지 않았다!
우유도의 두 눈이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명랑해졌다. 그리고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 곳으로 가지. 너희들이 남겠다면 남도록 해라. 원망하지 않으마!”
그리고 몸을 돌려, 어떠한 미련도 없이 단호하게 멀어져 갔다.
우유도가 시무룩하게 꼬리를 말고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저풍평의 얼굴이 시원해졌다. 마치 분을 풀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수치스러운 마음은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번에 비경에 들어온 가장 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기뻐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우유도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기에 우유도에게 손을 쓰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열에 아홉은 성공하리라 생각했는데, 우유도가 이처럼 자신의 요구를 거절할 줄 정말 몰랐다. 그러니 지금 저풍평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마찬가지로, 그도 자신의 여 제자를 데리고 나온 일이 무슨 당당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일이 성사되었다면 좋은 인연으로 남았을 테니, 이처럼 당당하지 못한 일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지나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일이 성사되지 않았으니, 평생 이번 일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터였다. 그러니 어찌 수치스럽지 않겠는가?
그나마 우유도를 이렇게 속 시원히 쫓아냈으니, 그에게 복수한 것 같은 느낌이라도 들었기에 참을 수 있는 것이었다.
“거기 서!”
그때, 저풍평 옆에서 한 사람이 소리치며 나섰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저풍평은 뒤돌아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바로 자신의 제자 소여앵(蕭如櫻)이었다. 이 여제자가 바로 우유도와 혼인하기로 되어있던 바로 그 제자였다. 지금 이때 튀어나온 것을 보니, 그녀도 화를 참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즉시 자신의 제자에게 경고성을 발했다.
“여앵아!”
그런데 놀랍게도 소여앵은 이번에 자신의 사부조차도 무시했다.
우유도가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니, 확실히 나름대로 이쁘장한 여자가 서 있었다. 단지 그 이쁜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을 보니, 그 의도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우유도는 확실히 모르는 여자였다. 하지만 본 적은 있었다. 이번에 비경에 들어온 연국 수행자 중 한 명이었다. 입고 있는 복식을 보면 영검산의 제자 같았다.
우유도가 천천히 뒤돌아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낭자?”
소여앵이 천천히 걸어와 우유도 앞에 서더니 두 눈에서 뼈에 사무치는 듯한 차가운 한기를 내뿜으며 우유도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우유도, 내 이름을 기억해야 할 거야. 나 소여앵을!”
엄입과 산해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한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고, 한 사람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우유도는 저풍평의 반응을 보고 대략 이 여자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곧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어째서 당신의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까?”
“꼭 살아 있어야 할 거야!”
우유도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소 낭자가 그리 걱정하거나 당부하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습니다. 개미조차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데, 당연히 저도 최대한 살아남아야지요.”
소여앵의 말투는 서늘했다.
“오늘 내게 준 치욕을 나중에 반드시 몇 배로 갚아줄 것이다!”
다른 사람은 그녀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설사 영검산이라 할지라도, 이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저풍평과 그녀뿐이었다.
말했다시피, 이 일은 그리 당당한 일이라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삼대 문파 간의 경쟁이 연관되어 있으므로 널리 알릴 필요도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그녀는 영검산에서 나름 고고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접근해왔지만, 그녀의 눈에 그 남자들은 눈에 차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니 처음에 당연히, 그녀는 이번 일을 승낙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끈질기게 저풍평에게 설득당했고, 결국 그녀 또한 우유도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서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우유도라는 사람에 대해서 들어보기만 했지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다 보니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수행계에서 드문 준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름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우유도에게 시집가서 초려산장의 여주인이 되는 것도 자신을 모욕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문파의 이익과 사부님의 설득을 고려해서, 그녀는 승낙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부님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결국 천도비경에 들어오기는 했다.
사실 이건 이미 반쯤은 승낙한 것이라는 걸 저풍평은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제자에게도 자존심이 있다는 걸 알았기에, 그저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제는 우유도의 허락을 받아낸 후, 계획에 따라 일을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소여앵은 당연히 우유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천곡에서 처음 봤을 때, 우유도가 표묘각을 무시하고 살계를 열었다. 그걸 보고 그녀는 경악했다!
첫 만남에서 우유도의 대담한 행동에 넋을 잃은 것이다. 그녀는 정말로 매우 놀랐다. 영검산에 있던 그 어떤 사람이 감히 저럴 수 있을까?
소여앵은 강한 여자였고, 그녀는 그것을 보고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장면을 보고 그녀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유도야말로 소여앵 그녀가 찾던 남자 같았다!
그 후부터 소여앵은 계속해서 조용히 우유도를 관찰했다.
우유도가 잘생겼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절대 못생긴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그에게는 남다른 기품이 있었다. 마치 보통 사람에게서는 맡을 수 없는 특이한 냄새가 나는 듯했다.
그런 마음이 있으니, 그녀는 이미 우유도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영검산의 동 배분 제자 중에서 감히 우유도에 필적할 사람이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저풍평이 우유도를 찾아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꺼냈고, 우유도는 고민해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저풍평도 우유도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저풍평은 이미 결론이 지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유도 같은 사람이 절대 자신의 분수를 모를 리 없으니, 당연히 승낙하리라 여겼다. 아무튼, 우유도가 거절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우유도에게 일을 언급하고 바로 소여앵을 찾아갔다. 소여앵에 확실한 대답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대로 얼렁뚱땅 있다가, 나중에 우유도가 동의했는데, 소여앵이 싫다고 소란을 피우면 참으로 곤란했다.
다시금 질문을 받은 소여앵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우유도가 동의했는지를 물었다. 거기에 대고 저풍평이 뭐라 대답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소여앵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과 우유도는 부부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우유도와 지내야 할지, 배 속에 아이가 들어서면 영검산으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우유도를 따라 초려산장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초려산장의 여주인이 되면 나중에 제경 홍랑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도 고민했다. 우유도를 조사했을 때, 옆에 홍랑이라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튼, 수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늘 보니 이건 그녀의 짝사랑에 불과했다. 결국, 그녀의 호의와 애정은 보답 받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그녀는 문파의 이익을 위해서 최대한 빨리 우유도와 결합해 아이를 가지기로 사부에게 약속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몰랐다. 그러니 지금 그녀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녀는 고고한 여자였다. 그런 약속을 하기까지 참으로 쉽지 않았다. 그러니 그녀에게 이건 큰 치욕이었다. 덕분에 눈앞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우유도는 어이가 없었다.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으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치욕이 된단 말인가?
잠시 멍해 있던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소 낭자.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무튼 믿든 안 믿든, 이건 낭자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엄입과 산해의 계략을 지금 당장 밝히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니 지금 눈앞에 있는 이런 여자와 더는 할 말도 없었다. 우유도는 그렇게 그 말을 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사도요가 뒤에서 소리쳤다.
“동생, 몸조심하시게!”
우유도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무조행과 운희 모자를 데리고 떠나갔다.
사도요의 심정은 참으로 복잡했다. 만동천부의 사람들은 모두 복잡한 심경이었다. 다들 이번 일이 정말 우유도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지 잘 알았다. 만약 천도비경 안이 아니었다면, 우유도가 쥐고 있는 남주의 세력으로 만동천부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만동천부는 감히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이 또한 이 천도비경 안에서, 우유도가 가진 세력이 극히 약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대선산의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 중이었다. 심지어 대선산은 만약 우유도가 이 안에서 죽으면, 남주에서 세력을 크게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도 하고 있었다.
안보여의 두 눈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