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1화. 나쁜 심보를 버리지 못하고
우유도는 아무렇게나 이유를 지어냈다. 심지어 그 이유도 참 그럴싸했다.
“찾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시기를 보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그들을 찾으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모르시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연국 쪽에서 사해 수행자들을 찾아 복수하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사해 수행자들과 합류한다면, 죽을 곳에 기어들어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방금 연국 쪽에서 쫓겨난 사람입니다.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한 짓이라는 오해는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보면, 연국은 단지 저를 쫓아냈을 뿐입니다. 아직 저를 죽이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러니 문제를 일으킬 필요 없습니다.”
우유도의 말을 듣고 다들 침묵에 잠겼다. 그 말이 이치에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일행은 계속해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천행종의 뒤를 쫓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발견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거기에 전방에서 천행종이 길을 열고, 또 허복화가 표식과 당부의 말을 남겼으니, 오히려 안전했다.
한편, 움직이면서 우유도는 ‘나쁜 심보를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탈 수 있는 탈것을 찾기 시작했다.
초원에서 타조와 비슷하게 생긴 초식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생긴 것만 비슷할 뿐이었다. 그 크기는 타조의 몇 배에 달했다. 하지만 아주 겁이 많아 보였다. 사람들이 나타난 것을 보고, 즉시 집단을 이루어 도망쳤다. 거기에 뛰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우유도는 그 모습을 보고 즉시 눈을 반짝였다.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뛰쳐나갔고, 운희가 뒤에서 불러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우유도가 타조 무리에 뛰어들어 연달아 몇 마리를 쓰러뜨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드디어 성공했다.
그 타조 같은 생물이 자리에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을 때 타조 같은 생물의 입에는 이미 넝굴로 된 재갈이 물려 있었다. 넝굴은 등에 타고 있는 사람의 손에 들려 있었다.
우유도는 손에 든 넝굴을 이리저리 당기며 달리는 방향을 정해주었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렸다. 결과적으로 그 ‘타조’를 고분고분 길들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며칠이 지나자, 우유도는 넝굴을 잡고 자유자재로 타조 같은 생물이 가는 방향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된다고? 운희 등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우유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사람은 모두 ‘타조’의 부드러운 날개 사이에 앉아서 움직일 수 있었다.
‘타조’의 날개는 그냥 장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날개를 활짝 펴고 아주 부드럽게 구덩이 같은 곳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밖에 있는 세계의 말보다 훨씬 빨랐다.
움직이는 도중에 육식동물의 추격을 받았지만, ‘타조’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었기에 쉽게 따돌릴 수 있었다. 그것만 보아도 이 타조가 도주에 특화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성격이 온순한 초식동물이 이처럼 흉험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그러니 분명 특출난 부분이 있어야 했다.
석양이 내려설 때, 부드러운 날개 사이에 앉아 있는 네 사람은 흔들리는 타조를 타고 평원을 질풍과 같이 질주했다. 아주 시원스러운 질주였다.
“어떻습니까? 속도가 말보다 빠르고 지구력이 대단합니다. 높이 뛰어오르는 것도 어렵지 않으니, 이 얼마나 좋은 탈것입니까. 각 문파의 수행자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생물이 있는데 이용할 줄 모르다니.”
한참을 달렸지만, ‘타조’는 체력이 떨어질 줄을 몰랐고, 참으로 편리했다. 우유도는 참지 못하고 자화자찬을 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반대했었기 때문이었다.
운희 등 일행은 사실 크게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쓸모있는 탈것을 발견하다니, 이런 생물을 타는 것은 너무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질주하면서 이 세계의 시원한 바람을 쐬는 느낌이 참으로 나쁘지 않았다.
무조행이 대답했다.
“저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험준한 산악지형을 만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네.”
우유도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름 높이 뛸 수 있으니, 그때 가서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푸르고 푸른 하늘, 맑고 맑은 호수, 녹색에 물든 초원….”
우유도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만, 곡조가 다소 이상했다. 세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풍취가 남다르기는 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길지 않았다. 갑자기 일행은 연달아 멈춰 섰고, 거대한 푸른 호수가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우유도가 뭘 보고 저리 노래를 부르나 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초원은 있지만, 맑은 호수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게 우유도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노래를 불렀는데, 그게 사실이 되어 버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를 보면서, 우유도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탈것을 바라보았고, 안색이 굳어졌다.
천행종을 쫓아 온 것이니, 천행종은 분명히 이 호수를 건너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호수는 정말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만약 돌아서 가려 한다면, 얼마나 돌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놈들을 데리고 넘어가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되면 누가 누굴 타는 걸까?
결국, 자유를 되찾은 네 마리 ‘타조’는 미친 듯이 뛰어 멀어져 갔다. 고개를 돌린 우유도는 한숨을 내쉬며 호수를 향해 날아올랐다.
바람이 불고, 햇빛이 비치고, 비가 내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십여 일이 지나갔고, 천도비경도 더는 신선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좋은 소식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허복화가 길에 새로운 소식을 남겨 놓은 것이다. 천행종의 사람들이 드디어 위국 대악산(大樂山)의 사람들과 만난 것이다.
칠국의 세력은 안전을 위해, 각 문파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같이 연합해서 움직였다. 일단은 연합해서 순위에 들고, 각자의 공헌에 따라 표묘각의 상금을 나누는 것이다. 다만 천행종 같은 중립 문파만이 움직이는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천행종이 대악산의 수행자를 만났다는 것은, 지금 이곳이 위국 세력 연맹의 중추와 멀지 않다는 말이었다.
“이제 어찌할 거야?”
운환이 물었다.
이미 우유도에게 어찌할 것인지 묻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었다. 우유도의 말을 듣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지금까지 사실 우유도가 모든 사건의 방향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본인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가장 잘 알 것이다.
만약 보통 젊은이라면,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슨 이치를 이야기해도 상대방의 나이를 보고 의문을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와 보통 젊은이는 달랐다. 우유도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으며, 자신에 대해서 증명했다.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세 사람도 책략 면에서는 우유도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건 나이, 경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러니까, 천행종의 사람들이 방금 집결한 후에 흩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이군.”
우유도는 손에 글자가 적힌 나뭇잎을 확인하고는 바로 가루로 만들었다.
“속도를 높여야겠습니다. 우선 허복화를 찾아야 합니다.”
허복화? 세 사람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왜 허복화를 찾는지 알지 못했다. 거리를 벌리고 쫓아야 하는 게 아니었던가?
우유도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허복화는 확실히 천행종이 집결했을 때 동문의 입에서 그 소식을 듣고, 표식을 남길 때 소식을 같이 남겼다. 천행종은 다시 분산해서 수색하고 있었다.
표식이 가리키는 곳에 가서 허복화를 찾아갔을 때, 허복화의 곁에는 또다시 세 명의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 그 조는 끝장이 나고, 혼자 남은 허복화가 다른 조에 속하게 된 것이었다.
양측이 한 숲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다시 우유도를 보게 된 허복화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곁에 있는 세 사람을 살펴보았다. 만약 자신에게 동시에 이들 셋을 처리하라고 한다면 정말 자신이 없었다.
무조행은 세 사람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심 이번에도 허복화에게 동문들을 처리하게 하려는 건가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말 우유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사람의 논리 사고에는 차이가 있었다. 만약 소평파였다면 이미 우유도의 의도를 추리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셋은 그런 능력이 없었다.
천행종의 제자는 우유도를 보고 다시 의외라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천곡에서 큰 소란을 피운 우유도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물론, 천행종 장문 부인과 제경 홍랑 사이의 은원은 천행종 제자들에게 더는 비밀도 아니었다.
비록 우유도와 아무런 원한이 없지만, 장문 부인의 체면을 봐서, 그 누구도 우유도와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는 외부인을 더욱 경계해야 했으니 더욱 친해지기 어려웠다.
우유도는 마치 허복화를 모른다는 듯이, 마치 이곳에서 우연히 천행종의 제자들을 만났다는 듯이 예의를 차려 인사하며, 가식적으로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이 우 모가 어쩌다가 연국 쪽과 떨어져 방황하게 됐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연국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잠시 떨어졌단 말입니까?”
한 천행종 제자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연국 쪽에서 하는 말을 들으면 당신을 쫓아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당신의 생사는 더는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제기랄!
우유도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아마 연국 쪽이 천행종과 만났을 때 이 일을 언급한 것은 열에 아홉 저풍평일 것이다. 이건 소식을 퍼트려서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려는 것이다. 우유도를 상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얼마든지 마음 놓고 상대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우유도 또한 할 말이 있었다.
“확실히 저를 쫓아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는 여전히 그들을 뒤쫓고 있습니다. 그들을 따르는 게 좀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상대방이 하하 웃었다.
“얼마 전에 연국 쪽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헤어진 지 시일이 조금 되었으니, 지금 어디 있는지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호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흰 이만.”
우유도가 포권을 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허복화는 떠나가는 우유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도가 나름 의리를 지킨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저 우유도가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지금 연국조차 우유도를 포기했으니, 살아서 천도비경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군!”
“들어올 때는 잘 지내더니 어째 바로 이렇게 반목했을까?”
“하! 저 사람들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단 말일세. 오늘의 동맹이 내일의 적이 되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중에 여기서 우유도를 만난 사실을 보고하도록 하지. 그리고 상부의 지침을 따르도록 하자고.”
세 천행종 제자가 서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반면 허복화는 침묵하고 그저 듣고만 있었는데, 그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유도의 불행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상부에서 자신의 신분을 우유도에게 알려준 것에 대해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조직의 규칙은 알고 있다. 물어선 안 되는 것은 물어보면 안 된다. 물어도 소용이 없었다. 어쩌면 영원히 그 답을 모를 수도 있었다.
허복화는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는 지금 몰랐지만, 지금 효월각의 고위층에게, 혹은 옥창에게, 우유도는 너무나 중요한 존재였다. 그러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유도가 살아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랐다.
게다가 신분이 알려진 것은 허복화뿐만이 아니었다. 천도비경에 들어가는 효월각 구성원의 명단을 우유도에게 알려준 그 순간부터, 이들 모두의 신분이 폭로된 것이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우유도를 보호할 가능성이 있다면, 효월각은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있었다. 막말로 천도비경 안에 있는 이들을 모두 희생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