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2화. 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
우유도를 따르는 무조행 등 삼 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우유도가 뭘 하려고 하는지 갈수록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우유도와 같이 빠르게 움직여, 허복화를 만났을 뿐이다. 처음에는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그냥 허복화를 만났을 뿐이다.
세 사람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처럼 이상한 일을 어찌 그냥 참고 넘길까. 아무리 그래도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데리고 다니기만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천행종 제자들과 멀어지자 무조행이 즉시 물었다.
“우유도, 이게 무슨 뜻인가? 특별히 이곳에 와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담소 한번만 나누다니, 그렇다면 우리를 데리고 다닐 필요 없지 않은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 보십니까? 제가 이곳에 와서 특별히 허복화에게 행동을 멈추고 더는 표식을 남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방금 그에게 암시를 남겼습니다.”
세 사람은 믿을 수 없었다. 운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겨우 그것 때문에 이리 움직였단 말인가?”
“이것 때문이 아니면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이제는 더는 표식을 남길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표식을 남기는 기간이 길어지면 꼬리가 밟힐 수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들키면 일이 아주 곤란해집니다.”
“…….”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이곳까지 빠르게 달려온 것이 겨우 이런 이유 때문이라니, 다소 의외였다. 우유도가 이처럼 의리 있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아무튼 우유도가 지금 전략적인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세 사람은 우유도가 자신들을 이끌고 뛰어다니는 것에 대해서 뭐라 지적하기 어려워졌다.
사실 우유도가 급히 허복화를 찾은 것은 그가 폭로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일단 천행종에서 허복화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천행종은 허복화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심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보면 허복화가 두 동문을 살해한 일이 폭로될 수도 있었다. 그럼 지금 우유도가 비밀리에 준비하는 일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니 우유도는 빠르게 허복화의 행동을 중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천행종을 따라가지 않으면 이젠 어디로 가는가?”
운환이 다시 물었다.
“허복화가 가리켰던 방향으로 위국 수행자를 찾으러 갑니다.”
우유도의 말투는 단호했고, 목표가 아주 명확했다.
사건의 추진방식에 이미 결단이 내려져 있었다. 저풍평이 우유도를 처음 찾아온 그 순간부터, 우유도는 자신의 선택이 자신을 어떠한 곤경에 빠뜨릴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앉아서 죽을 수는 없었다. 반드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 능력을 발휘해야 했다.
저풍평에게 고민할 시간을 요청한 것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부터, 우유도는 이미 남몰래 지금 같은 절망적인 곳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앞으로의 길이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우유도는 절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반드시 이 절망 중에서 한줄기 활로를 뚫어낼 것이다.
희망이 아무리 작아도, 그는 최선을 다해 쟁취할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을 서서히 크게 만들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천천히 상황을 호전시키고, 결국에는 이 판을 통제할 것이다!
후사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안배가 되어있었고,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경우에 대한 준비도 모두 끝나 있었다. 그러니 더는 두려울 것도 없었다. 그저 온 정력을 다해 눈앞의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 해야 하는 것은, 스스로 세운 계획을 잘 집행해 나가는 것이다. 세워놓은 계획이 비틀리는 것을 방지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무조행 일행은 우유도를 따라 왔다 갔다 하고 있었기에, 머릿속에 궁금증만이 늘어갔다.
비록 우유도가 그전에 사해 수행자들과 힘을 합친다고 했지만, 지금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세 사람은 도대체 우유도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물어도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비록 우유도의 언행이 상식에 맞지는 않지만, 그 목적성만은 아주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그건 우유도가 지금 함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님을 뜻했으며, 아주 명확한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과연 허복화가 가리킨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틀 후에 일행은 위국 수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주친 사람들은 대악산의 수행자가 아니라, 수정각(守正閣)의 제자들이었다!
그들도 우유도를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우유도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죽은 자를 보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다들 우유도가 사여래 덕분에 벼랑 끝에 몰린 것을 알고 있었다.
사여래가 표묘각을 대표해서 입을 연 것은 권위가 있는 행동이었다. 그 말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우유도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집결한 각 국가의 정예 수행자가 지닌 힘으로도 일등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그러니 우유도가 어찌 일등을 하겠는가.
비록 그렇더라도 이들은 우유도를 경계했다. 우유도가 일등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었고, 심지어 우유도 옆에는 무조행 같은 고수도 있었다. 덕분에 수정각의 제자들은 큰 압박을 받고 있었다.
반면 우유도는 예를 갖추어 포권을 했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수정각의 요선정(姚先定), 요 장로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요선정은 이번 수정각을 이끌고 천도비경에 들어온 책임 장로였다. 하지만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모릅니다!”
우유도는 두 손을 내리고 말했다.
“친구,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을 겁니다. 수정각은 많은 사람이 있고, 요 장로님 곁에는 고수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습니다. 겨우 우리 실력으로 요 장로님을 어찌할 수 있단 말입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지요. 사실 저는 요 장로님과 사적으로 나쁘지 않은 관계에 있습니다.
위국 여 승상 현미가 상청종을 받아들인 것도, 모두 요 장로님이 암중에 도움을 주고 중재를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여기서 당신들을 만났으니, 이러나저러나, 요 장로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마 당신이 요 장로님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 말을 듣고 수정각의 제자들은 망설였다. 하지만 확실히 우유도의 말대로, 우유도 일행이 수정각의 장로를 해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아 보였다. 그러니 결국에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우유도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헤어졌고, 일행을 데리고는 그 제자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움직이면서 운희가 물었다.
“요선정과 교분이 있었어?”
“그런 거 없습니다. 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모른다고? 우유도의 말에 세 사람은 어이가 없었다. 모른다면서 그리 진짜처럼 이야기한단 말인가?
방금 일행들조차 우유도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 정말로 위국 여 승상이 상청종을 받아들인 것이 요선정의 도움을 받은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그냥 허튼소리였다니.
거짓을 말하면서까지 요선정을 만나려 하는 것을 보고 무조행이 의심스러워서 하며 물었다.
“설마 요선정도 자네 사람인가?”
운희 모자는 자신도 모르게 무조행을 돌아보았다. 우유도가 이미 요선정을 모른다고 했는데 이런 질문을 하다니? 금단방 육 위의 고수인 무조행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이건 무조행이 억울할 만한 일이었다. 단지 자신의 입장에서 요선정을 생각해 본 것에 불과했다.
무조행 자신도 그전에는 우유도를 몰랐었다. 그렇게 나름 평화로운(?) 시절을 지냈었다. 그러나 갑자기 협박을 받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우유도의 요구를 들어주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 혹여나, 수정각의 책임자인 요선정 장로도 자신처럼 우연찮은 계기로 우유도와 간접적으로 연관을 가졌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가 우유도의 사람이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우유도는 계속 날아가면서 담담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대답을 듣고, 운희 모자는 ‘역시’라는 눈빛으로 무조행을 돌아보았다. 무조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럼 만나서 뭐 하려는 것인가?"
“그를 만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걸 빌미로 만나야 할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방금 저들이 제게 지목한 곳이 아마도 위국 세력이 다음에 집결하는 곳일 겁니다. 그러니 요선정을 찾으면 제가 찾으려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각국 세력이 현재 비경에서 영종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모두 같았다. 다들 인원을 분산시켜 큰 범위로 영종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위국을 이끄는 중추 또한 계속 인원을 분산시켜 넓은 범위를 움직이고 있었다. 수행자들은 넓은 범위를 움직이다가, 영수와 관련된 정보를 접하면 소수의 인원만 다시 본부 쪽으로 돌아가 소식을 전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대규모의 인원이 다시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요선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요선정 또한 몇몇 제자를 데리고 본부 쪽하고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색하고 있었다. 그러니 수정각의 제자라 한들, 지금 요선정이 어디 있는지 대략적인 장소만 알 뿐,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다만 계속해서 만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분산된 제자들은 정해진 시일에 정해진 위치에서 주기적으로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기로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니 그 제자가 지목한 곳은 반드시 흩어진 위국 세력이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한 곳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이해한 세 사람은 우유도의 판단능력이 여전히 뛰어난 것을 깨달았다. 상관없어 보이는 곁가지로 중요한 핵심문제를 파악한 것이다. 요선정을 찾아간다고 말했던 것은 우유도가 자신의 의도를 숨기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운희가 물었다.
“이런 거짓을 말하는 방식으로 요선정을 만난다면, 저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우린 겨우 네 명이지만, 저들은 고수가 구름처럼 많다고!”
“현재 우리 남주의 병력이 조국의 야심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위국으로서는 좋은 일이지요. 그러니 외부 전쟁의 흐름이 명확해지기 전에 위국은 섣불리 저를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히 움직였고,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모여 정비했다. 이후, 야심한 밤에는 각자 자신을 보호했다.
해가 진 후에는 영종을 찾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고, 종일 날아다니느라 소비한 법력을 회복할 필요도 있었다.
앞에 대체 무엇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대부분의 집결지는 대략적인 범위 안에 유독 특징이 두드러지는 곳으로 정해졌다.
우유도 또한 급히 움직이지 않았다. 느긋하게 움직이며 해가 질 때쯤 도착했다. 그렇게 시간을 끈 덕분에 대부분의 위국 수행자들이 모두 모인 후에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다. 우유도는 위국 쪽에 있는 같은 편을 알지 못했다. 그저 상대방이 자신을 알아보길 바랄 뿐이었다.
해당 지역에 도착한 후, 요선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위국 수행자들은 해당 구역에 이미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는 이들이 모인 곳으로 다른 수행자들이 쉽게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우유도 일행도 근처에 도착한 이후, 그들에게 쉽게 발견이 되었다. 우유도를 알아본 수행자들은 위국의 중추로 그들을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