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943화 (42/1,000)

943화. 간곡히 부탁하다

한 협곡 내부,

우유도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영허부의 장로 목응고, 수정각의 장로 요선정, 대악산의 장로 조병(曹兵)이 같이 나섰다.

그중에서 요선정이 우유도를 가장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우유도가 먼저 움직이기는 했지만, 시간을 끄는 바람에 우유도는 수정각의 제자들보다 늦게 도착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수정각의 제자는 우유도가 요선정을 만나고자 했던 일을 보고했었고, 요선정은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우유도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해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후, 우유도를 만난 요선정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유도, 이번이 아마 자네와 처음 만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언제 그런 교분을 나눴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군. 또 내가 언제 상청종을 위해서 나섰단 말인가?”

협곡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우유도를 살펴보며,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도 있었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고, 불쌍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우유도는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거짓을 말한 것입니다. 수정각의 제자를 우연히 만나, 장로님을 만나기 위해 길을 여쭈어보았을 때, 귀 파의 제자들은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저도 어쩔 수 없이 거짓을 입에 담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거짓말은 확실히 잘못된 일이지만, 만나 뵙고자 하는 마음은 진실한 것입니다.”

“진실? 나를 만나서 뭐 하려고?”

“요 장로님을 언급한 것은 마침 수정각의 제자를 만났기 때문에, 이곳으로 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한 것일 뿐입니다. 요 장로님뿐만 아니라, 전 사실 목 장로님과 조 장로님도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연국 삼대 문파는 남주의 통제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미 저와 반목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를 연국 세력의 중추에서 쫓아냈습니다. 이제 저는 벼랑 끝에 몰렸다고 할 수 있으니, 이제 위국 진영에 들어가 위국의 보호를 받고 싶습니다.”

세 장로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으니, 우유도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남주는 연국에 너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연국 삼대 문파가 그 통제권을 빼앗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우유도를 어찌 압박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그들 입장이었어도, 마찬가지로 움직였을 게 분명했다.

반면에 우유도는 연국에서 한 문파만 콕 집어 의탁하기도 적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두 문파의 원한을 사게 되니, 매일매일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는 상황이 될 터였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 우유도가 쫓겨나게 되었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너무나 확실한 일이었다. 세 장로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중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요선정은 우유도가 거짓을 말한 것에 대해 추궁하지 않았다. 그 대신, 요선정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건 그대들 연국 내부의 집안일일 뿐이니, 우리가 끼어드는 것은 옳지 않네. 자네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하게.”

“만약 제가 죽으면, 연국 삼대 문파가 남주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이고, 그건 조국과의 전쟁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연국과 조국의 전쟁은 조국이 먼저 일으킨 것으로, 조국의 야심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설마 이대로 조국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고 보시겠다는 것입니까? 조국의 세력이 커지면, 동쪽으로는 조국이, 서쪽으로는 호랑이 같은 진국이 있으니, 위국은 앞뒤로 강적을 두게 됩니다. 여러분은 그걸 그냥 두고 보겠다는 것입니까?”

목응고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자네는 아직도 살아서 천도비경을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천곡에서 그처럼 방자하게 굴었으니,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지. 지금 누가 자네를 구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자포자기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개미조차도 자신의 목숨을 아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지금 여러분 앞에서 이처럼 간곡히 부탁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대악산의 장로 조병이 말했다.

“우리에게 부탁해도 소용없네! 직설적으로 말하겠네. 자네는 분명 죽을 것이네. 우리가 자네를 도와도 자네의 죽음을 막을 수 없어. 그 많은 사람들이 자네를 죽이려고 하는데, 우리가 그런 문제를 껴안을 필요가 있겠는가?”

요선정이 말했다.

“우유도, 거짓말을 한 것을 더는 문제 삼지 않겠네. 하지만 우리는 자네를 도울 수 없으니, 알아서 살길을 찾아가도록 하게.”

한쪽에 있는 운희는 우유도가 이곳에 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눈앞에 우유도가 이처럼 자신을 낮추며 간곡히 부탁하는 것을 보고는, 내심 탄식을 내뱉었다. 지금 우유도의 처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환난 중에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할 수 있었다.

계속 부탁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우유도는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제게 강요할 힘도 없고 말입니다. 단지 이미 밤이 깊었고, 저 밖에는 저를 쫓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오늘 밤만 저를 보호해 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날이 밝는 대로 바로 떠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건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장로들은 그대로 승낙했다. 곧 제자를 시켜 우유도 일행을 쉴 곳으로 안내하게 했다.

떠나는 우유도를 보며 요선정이 고개를 저었다.

“밖에서는 그래도 풍운을 일으키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지경까지 떨어지다니.”

조병이 말했다.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어. 결국은 너무 젊은 것이지.”

목응고가 이어 말했다.

“자업자득이지!”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외부에 숨어서 경비를 서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내부에서는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워 벌레를 쫓아냈다.

우유도 또한 모닥불을 붙이자는 듯, 일행을 모았다.

운희는 즉시 운환을 불러 부근의 숲에 가서 모닥불에 사용할 장작을 구해오라 말했다. 그런데 그때, 우유도가 그를 저지하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런 잡다한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운환이 쓴웃음을 지었다. 잡다한 일은 우유도 자신이 하겠다니, 지금까지 오면서 분명 운환이 다 했던 일이었다. 운환이 조용히 말했다.

“말은 참 듣기 좋군. 사실은 이 기회에 누굴 만나려고 그러는 것이지?”

자리에 앉아 주위를 살피던 우유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말했다.

“저들 눈에 제 경지가 가장 낮습니다. 여러분이야말로 저들 눈에 가장 고수이지요. 여러분이 여기에 남아서 저들의 감시를 당하고 있어야. 경각심이 낮아질 것이고, 제가 움직이기 편할 것입니다.”

세 사람은 눈빛을 교환했다. 그렇군.

일행은 드디어 우유도가 지금까지 움직이면서 보여 주었던 비정상적인 행동 하나하나에 현묘한 이치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무튼, 무슨 일을 만나든 대응할 방법이 있는 것 같았다.

멀어지는 우유도를 보며 무조행이 중얼거렸다.

“저놈이 오늘까지 살아 있는 게 그저 우연은 아니었군.”

운희 모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 *

부근의 숲,

이곳에선 위국 수행자들 수십 명이 장작을 모으는 중이었다. 우유도는 넉살스러운 태도를 하며 그 안에 끼어들었다. 다들 우유도가 하룻밤만 지내고 떠난다는 것을 알았기에 우유도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우유도가 끼어든 이후, 갑자기 한 사람이 장작을 줍기 위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우유도 또한 장작을 줍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의 기척이 없는 곳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성함이 어찌 되시오?”

“하심유(何心儒)입니다.”

“내일 출발한 후에, 일을 하나 처리해 주어야겠소. 당신과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시오.”

“어…. 왜 그래야 합니까?”

“이유는 알 필요 없소. 지금 당신과 쓸데없는 소릴 늘어놓을 시간도 없고 말이요. 가능하시오?”

“제가 그 말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게 너무 어렵습니다. 흩어져 영종을 수집할 때, 저희는 다섯이 한 조가 됩니다. 제 실력으로 나머지 네 사람을 죽이기 어렵습니다. 일단 손을 쓰면 반드시 신분이 폭로될 것입니다.”

“좋소, 표식을 남겨 그대가 가는 길을 알려주시오. 나머지는 우리가 당신을 돕겠소….”

이곳엔 사람들이 많았으니, 효월각 밀정이 없을 리 없었다. 이 사람도 우연히 만난 밀정이었다. 우유도가 장작을 주우며 일부러 넉살스럽게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닌 것도, 결국 사인을 보내고, 응답을 받아 밀정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우유도가 만난 사람은 하심유뿐만이 아니었다. 효월각이 위국 쪽에 심어놓은 사람은 두 명으로, 한 명이 더 있었다. 이번 기회에 우유도는 그들을 모두 만났다.

우유도가 왔을 때, 우유도는 밀정을 몰랐지만, 밀정은 우유도를 알았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장작을 주우며 우유도 근처에 다가오곤 했다. 그러니 우유도가 신호를 보냈을 때, 답신호를 보내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게 우유도는 성공적으로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산수였다. 우유도는 두 사람을 다 만나긴 했지만, 일단 우유도가 더 중시하는 사람은 문파에 속한 하심유였다. 산수의 영향력은 문파에 속한 사람보다 클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보내는 신호는 대상을 특정할 수 없었고, 신호를 확인한 두 사람은 당연히 장작을 줍는 척하며 자연스레 우유도를 찾아왔다. 우유도는 그냥 이번 기회에 얼굴을 익힌다는 느낌으로 만나보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일은 하심유에게 맡겼다.

일을 마친 우유도는 밤새 불을 피우기에 충분할 정도의 장작을 모아 돌아와서는 일행 옆에 앉았다.

모닥불을 붙이며 운희가 물었다.

“만나보았는가?”

우유도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처리했습니다!”

그리고는 위국 사람들에게 사냥한 고기를 조금 달라고 한 후, 이를 모닥불에 구워 먹었다.

일행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하룻밤을 무사히 보냈다.

* * *

다음날 이른 아침,

위국 사람들은 인원을 다시 배분하고 새로운 하루의 임무를 시작하기 위해 움직였다.

우유도 일행은 시간을 질질 끌면서, 누가 봐도 위국의 보호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국, 수정각에서 제자 하나가 찾아와 우유도에게 당부했다.

“우유도, 사부님께서 당신에게 우리의 뒤를 쫓지 말라 당부했습니다. 만약 우릴 계속 귀찮게 하면, 당신 원수들을 만났을 때 아랫사람들이 입 간수를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신의 행적이 폭로되더라도 원망하지 말라고 사부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경고이기도 했고, 위협이기도 했다. 요선정은 제자를 시켜 우유도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 것이다.

요선정의 경고는 과한 조치라 할 수 없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우유도와 대화하는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대우해 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우유도의 위엄과도 연관이 있었다. 우유도가 천곡에서 살계를 열면서 천검부를 보여 준 적이 있었기에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거기에 무조행이라는 고수가 곁에 있으니, 만약 너무 과한 대우로 서로 싸우게 되면 위국도 어느 정도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것이 바로 위국이 힘을 쓰기보다는 우유도와 대화를 통해 일을 처리하려 하는 이유였다.

아무튼, 위국 삼대 문파는 겨우 우유도 하나 때문에 너무 많은 세력이 자신들을 주목하는 걸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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