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4화. 돌아가서 해야 할 말이 있다
우유도 일행은 그렇게 위국 수행자들이 떠나가는 것을 아련한 모습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수많은 위국 수행자들의 비웃음을 샀다.
무조행 등 일행은 저들이 우유도를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유도를 마치 한 마리 불쌍한 개를 보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운희가 우유도에게 물었다.
“남주에서 호풍환우의 능력을 보여 주다가, 여기 와서 이런 위치까지 떨어지니 내심 괴롭지 않아?”
우유도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습니까?”
“정말 조금도 대수롭지 않아?”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연작안지(燕雀安知), 홍곡지지(鴻鵠之志)라, 참새가 어찌 기러기의 깊은 뜻을 알겠습니까!”
우유도는 말을 하면서 하심유가 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서 저들의 비웃음을 받으면서까지 그들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로 하심유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여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위국의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 우유도는 바로 뒤따라 가지 않았다. 일행 세 사람과 같이 위국 삼대 문파가 자리했던 협곡으로 들어갔다.
우유도는 협곡에 남겨진 흔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가치가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쓸모있는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상관없었다. 우유도는 처음부터 기다릴 생각이었었다. 지금 당장 뒤를 따라가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다.
대략 두 시진이 지난 후,
우유도는 일행을 이끌고 협곡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하심유가 사라진 방향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무조행 등의 일행은 위국 쪽에도 우유도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또다시 허복화가 남긴 그것과 비슷한 표식을 보게 된 것이었다. 일행은 그 표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정오가 되었을 때, 일행은 하심유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심유가 말한 바와 같이 하심유 일행은 오인 일조로 움직이고 있었다.
양측이 만났을 때, 하심유의 동문이 서슴없이 입을 열었다.
“우유도, 왜 자꾸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오? 충고하는데, 우리 위국의 경고를 그냥 지나가는 말로 흘려듣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오!”
하심유는 위국 삼대 문파의 제자가 아니었다. 위국 삼대 문파에서 들어온 제자 중에 효월각의 사람은 없었다.
이들이 우유도 앞에서 이처럼 방자한 말투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전에 보고를 들은 것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미 우유도를 깔보고 있었다.
우유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하심유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하심유는 내심 약간 망설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안전하다는 신호를 받았다. 부근에 다른 위국 수행자들이 없다는 뜻이다. 양손으로 검을 짚고 선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빨리빨리 손을 씁시다!”
그 말을 듣고, 맞은편 위국 수행자들이 즉시 크게 경계하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우유도 일행에게 무조행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안에서 일어났다. 하심유의 손에서 한광이 번쩍이더니, 곧 주위에 혈화가 피어올랐고, 두 줄기 참담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하심유는 일검에 두 명을 베어 버렸다. 그리고 신속하게 몸을 뒤로 뺐다. 깜짝 놀란 다른 동문이 급히 몸을 돌려 하심유에게 대응했다.
같은 편이 누구인지 확인한 무조행, 운희 모자 세 사람이 신속하게 뛰쳐나가 동시에 손을 썼다.
세 사람 모두 치명적인 살수였다. 손속에 조금의 사정도 두지 않았다. 게다가 모두 경지가 높은 고수들이었다. 덕분에 위국 수행자들은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우유도의 말대로 세 사람은 최대한 빨리 움직였고, 자신이 가할 수 있는 최고로 치명적인 공격을 일격에 가하고자 했다. 혹시라도 싸우는 소리가 커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싸우면서 생긴 경풍이 주위를 휩쓸었다. 우유도의 장삼이 그 바람에 펄럭였다. 다만 우유도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짚고 서서 차가운 얼굴로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싸우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주위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마치 평소에 우유도가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은 싸우고 죽이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
우유도는 정말로 그를 대신해줄 사람이 있을 때, 쉽게 손을 쓰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남이 해줄 수 있을 땐, 입을 열지 않으려 했다. 입 여는 것도 다른 사람을 시키려 했다. 이는 최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우유도는 항상 싸우고 죽이는 일, 자신이 앞장서야 하는 일은 너무 위험하다고 여겼다. 아무리 잘 싸워도 소용이 없다! 강호를 수십 년간 거닐었던 경험에 따르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돼지인 척 행세하지만, 사실은 호랑이를 잡아먹는 사람을 만나기라도 하면 어쩌란 말인가.
사실, 우유도가 그랬다. 우유도 또한 항상 자신을 숨기고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이 강호에 자신 같은 사람이 또 없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미풍이 살짝 불었고, 땅이 가볍게 진동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싸움은, 빠르게 끝났다. 우유도 일행에게 무조행이 있었으니, 그 결과가 어떠한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속전속결이었다. 하심유의 동문이 모두 핏물 안에 쓰러졌다. 위국 수행자 중에는 안색이 별로 좋지 못한 하심유 혼자만이 서 있었다.
“주위를 경계해 주십시오.”
우유도는 검병 위에 올린 손을 들어 이야기했다. 그 말투가 아주 차분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냉막한 우유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마치 잡초를 잘라낸 것을 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싸움을 끝낸 무조행 삼 인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우유도의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자신들에게 자리를 잠시 비켜달라는 신호였다. 일행은 우유도의 말에 따라 주위로 퍼져 사주를 경계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문의 시신을 이리저리 둘러본 후,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유도를 보았다. 하심유는 상대방이 숨기고 있는 악독함을 깨닫고는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우유도에게 다가갔다.
우유도는 서늘한 눈으로 빤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심유는 우물쭈물하더니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물었다.
“어째서 저들은 죽이신 겁니까? 저들을 죽이면 제 신분은 폭로될 것이고, 돌아가서 사문에 할 말이 없습니다.”
우유도가 입을 열었다.
“바로 당신이 돌아가서 사문에 해야 할 말이 있기 때문에 저들을 죽인 것이오. 이제 돌아가서 바다 밖에 있는 사해의 사람들이 당신들을 습격하고 강도질했다고 보고하시오.”
하심유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유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쉽게 탄로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이유를, 우유도가 하심유에게 말해줄 리 없었다. 혹시라도 이쪽에서 비밀이 새나가면 허복화 쪽까지 엮일 수가 있었다. 또 우유도가 세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어떤 일들은 계속해서 확인하다 보면 꼬리가 잡히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 만난 사람이다 보니, 우유도는 하심유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만난 시간이 너무 짧으니 냉정하게 관찰해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 우유도는 상대방에게 그저 시키는 일을 잘 집행하라고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하심유에게 아무리 많은 정보를 알려주어도, 계획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에 우유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 복잡한 일도 아니니, 당신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소. 당신에게 복잡한 일을 시키지도 않을 것이오. 그저 죄를 사해의 수행자들에게 뒤집어씌우면 그만이오. 물어보면 다 모른다고 하시오. 모든 걸 저들에게 뒤집어씌우면 그만이지. 아주 간단한 일이오. 그 정도 일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줘야 하는 것이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하심유가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고 싶다 해도, 더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도는 그와 연락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너무 어색하군, 분장을 좀 해야겠소. 검을 좀 빌려주시오!”
우유도가 손을 뻗어 검을 달라고 했다.
하심유는 우유도가 뭘 하려고 하는지 대충 예상하고는 검병을 우유도에게 건넸다.
우유도가 검을 잡고 휘둘렀고, 그 모습을 본 하심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곧 머리 위가 살짝 허전해졌고, 들고 있는 검집이 살짝 흔들렸다.
어떠한 고통도 없었다. 다시 눈을 뜬 하심유는 자신의 검이 이미 검집에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하심유의 머리카락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손을 들어 머리를 살짝 매만진 하심유는 그제야 우유도가 검을 휘둘러 그의 상투를 잘라버린 것을 알았다. 고통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느낌만 살리면 충분하지.”
우유도는 차분한 어조로 그만 떠나라고 끄덕였다.
“수고했소. 인제 그만 떠나시오.”
“보고하면,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살펴볼 것입니다. 떠나기 전에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하심유는 바닥에 있는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장을 위장하고자 한 것이다.
“당신은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오. 겨우 이런 일에 당신이 직접 움직일 필요 없으니, 이곳은 다른 사람들이 정리하라고 할 것이오.”
머리를 산발한 하심유가 끄덕이고는, 포권을 했다. 그리고 신속하게 그곳을 벗어났다.
우유도가 뒤돌아 손짓하자, 무조행 일행이 돌아왔다. 현장을 수습하는 잡일은 또다시 운환의 몫이었다.
운환은 기가 찼다. 이게 무슨 의형제란 말인가? 의형제에게 이런 짓을 시킨단 말인가? 의형제를 이렇게 하인 부리듯이 부리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운환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우유도와 그의 모친이 서로 교류가 있고 나서, 운환은 그와 우유도의 의형제 이야기에 대해 입 하나 뻥끗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짜증만 나고 배분이 혼란스러워지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싸움이 있었던 곳을 정리한 우유도 일행은 즉시 그곳에서 멀리 떠나 숨었다.
무조행을 포함한 세 사람은 여전히 우유도가 뭘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전에는 허복화에게 동문을 죽이게 하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짓을 했다.
이렇게 두 번의 일을 치른 후에, 우유도는 또 일행을 이끌고 도망쳤다. 이들은 우유도가 밀정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만약 내용을 들었다면, 어쩌면 우유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판단을 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일행이 가장 의심하고 있는 일은, 우유도가 각국 세력에 내분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혼란을 일으켜 그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려나 보다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물어보지 않은 게 아니었다. 물었지만, 우유도는 진실을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더는 물어도 소용없음을 알게 된 일행은 다시 묻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나마 우유도가 알아서 일행에게 자신의 의도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일이 진행되고 일행의 마음이 안정된 후에는 또다시 쉽게 패를 보여 주지 않는 과거의 성격으로 돌아갔다. 사건의 진도를 그 혼자서 꽉 틀어쥐고, 쉽게 다른 사람들이 좌우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생각은 사람마다 달랐다. 똑같은 일도 다르게 이해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하는 게 좋아 보이고,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 게 좋아 보였다. 누가 어리석고, 누가 멍청한지 어찌 정확히 비교할 수 있을까.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더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우유도는 누구의 머리가 더 똑똑한지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행을 설득하고, 일행과 논쟁하는 데 정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논쟁이 있을수록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면 최대한 통제하려고 했다.
우유도는 계획의 흐름을 잘 통제하고 있으니, 설사 그 계획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 해도, 무조행 등의 세 사람도 우유도에게 뭐라 원망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몸을 숨기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일행이 다시 나타났을 때, 이들은 허복화를 따라다닐 때와 같이 또다시 하심유가 남긴 표식을 쫓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