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5화. 결정
이렇게 하심유의 뒤를 쫓다 보니, 우유도의 목적은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운희 등 일행은 서서히 우유도의 한 가지 의도를 깨닫고 있었다.
그건 바로 확실히 이렇게 다른 이를 쫓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편하다는 점이었다. 전방에서 큰 세력의 사람들이 길을 열고 있었으니, 그 뒤를 따라가는 우유도 일행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앞에 위험이 있을 경우, 밀정이 적시에 소식을 남겨 일행에게 위험을 경고해주었다. 그러니 예전에 쓸데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때보다는 훨씬 안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위국 세력 같은 큰 세력과 부딪히려는 곳도 별로 없었으니, 일석이조로 우유도를 공격하려는 사람들마저 최대한 피해갈 수 있었다.
연국 세력에게 쫓겨난 이후, 허복화를 만나기 전까지는 조금 고생했지만, 허복화를 만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행은 아주 안전했다. 그러니 지금 우유도의 계책을 믿고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일행은 지금 우유도가 경솔하게 움직이지 않고, 아주 냉정하게, 자신들을 데리고 모험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 알고 나자, 일행은 서서히 마음을 놓았다. 그다음부터, 우유도가 뭘 하자고 하든, 어디로 가자고 하든, 별다른 이견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가끔 우유도가 보여 주는 이상한 모습에 미칠 것 같이 답답한 마음을 갖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세계의 동물을 잡아 탈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는 점이었다. 여태까지 그 타조 같은 생물 외에는 계속 실패했건만, 아무리 실패해도 포기를 몰랐다!
아주 신중하고 노련한 모습을 보여 주다가도, 가끔 갑작스럽게 날뛰니, 일행은 대비할 수도 없었다.
운희 모자는 남주에 나름 오래 머물렀다. 우유도와 어느 정도 시간을 같이 보낸 것이다. 하지만 두 모자가 알고 있는 우유도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데 비경에 들어온 이후, 우유도는 모자에게 보여 주지 않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느 때는 남주에 있던 때처럼 냉철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곳에 들어온 이후로는 가끔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모자 두 사람도 뭔가 느꼈는데, 우유도가 남주에 있을 때만큼 여유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과거보다 훨씬 더 냉정했고, 침착했으며, 잔혹했다. 살벌한 결단력으로 손속에 조금의 사정도 두지 않았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자신을 지극히 매몰차게 몰아붙이다 보니, 가끔 우유도도 지쳐서, 그렇게 어이없는 부분에서 생떼를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하심유의 뒤를 따른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위국의 수행자 중에 일부가 조국 수행자들과 만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전에 있었던 일과 마찬가지로, 우유도는 신속하게 하심유에게 행동을 멈추라 하고는, 다시 방향을 바꿔 조국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조국 수행자들을 만난 후, 우유도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우유도가 손짓하자, 일행은 즉시 몸을 숨기고, 수색하는 조국 사람들을 멀리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숲속에 몸을 숨긴 운희가 옆에 있는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고는, 상대방을 관찰하기 위해 누르고 있던 나뭇가지에서 손을 놓았다.
우유도가 몸을 숨긴 이유를 이미 다들 알고 있었다. 다른 세력과 다르게, 우유도가 천곡에서 한 일로 인해서, 조국과 이미 큰 원한을 쌓은 상태였다. 지금 만난 조국 수행자들 중에 우유도의 사람이 있지 않은 이상, 그전에 사용한 방법은 소용이 없었다. 물론 요선정을 찾을 때 썼던 방법도 더는 사용할 수 없었다.
무조행도 역시나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우유도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저들을 이용해 자네 사람을 찾을 것인가? 그전에 사용했던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네만?”
우유도 또한 그처럼 운이 좋을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조국 사람을 만나자마자 허복화 같은 효월각의 사람을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잠시 그들을 관찰하던 우유도가 담담히 대답했다.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면 그만이지요. 안 되도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강제로? 설사 저들이 입을 연다 해도, 조국 수행자들이 이처럼 퍼져있는데, 자네가 찾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네. 설마 이전에 ‘요선정’을 이용한 거짓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인가? 설사 저들이 모이는 곳을 알아도 소용이 없네, 자네가 얼굴을 내밀기만 하면, 아마 목숨 걸고 자네를 죽이려고 하겠지!”
“여러분은 여기서 저를 기다려 주십시오. 일이 생겨 움직여야 하면 표식을 남겨 주십시오.”
우유도는 당부의 말을 하고는, 혹시라도 소리가 날까 봐 조국 수행자를 관찰하기 위해 누르고 있던 나뭇잎에서 천천히 손을 뗐다.
운희가 물었다.
“어디 가려고?”
“이번에는 제가 직접 해결하겠습니다!”
우유도는 그 말을 남기고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숨어있는 세 사람은 우유도의 신영이 숲속 깊은 곳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서로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인 걸까?”
무조행이 입을 열었다.
“나도 그걸 알고 싶군.”
운희가 말을 받았다. 운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오리무중인 느낌을 받게 합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하지만 저 녀석이 저렇게 이야기한 것을 보면, 경솔하게 나선 것은 아닐 겁니다. 저희는 그냥 안심하고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 * *
험준한 산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조국 수행자 네 명이 숲속에서 수색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침 한 산봉우리를 지났을 때, 갑작스럽게 담담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누구냐?”
네 사람은 즉시 경계심을 높이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네 사람이 바라본 산 정상, 암석 위에 있는 한 사람이 뒷짐을 지고 서서 조국 수행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복장을 보니, 표묘각의 사람이었다. 네 사람은 즉시 암석 아래로 날아가 포권하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 * *
저녁이 되었을 때, 사방으로 퍼져있던 조국 수행자들이 하나둘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중 몇 명이 조용히 집결지를 벗어났다.
“이보시오, 지금 우리가 어딜 가는 겁니까?”
네 명의 조국 수행자들에게 이끌려 가던 진자비(陳子飛)는 다소 두려운 얼굴로 물었다.
진자비는 조국에 포섭된 산수였기에, 이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을 갈수록 먼곳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이번이 이미 세 번째 같은 질문을 한 것이었다.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었다.
이때, 한 사람이 그런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진 형, 긴장하지 마시오. 좋은 일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알 수 있을 것이오. 우리가….”
말소리가 문득 끊겼다.
다섯 사람이 급히 자리에 멈춰 선 것이다. 전방에 이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우유도 일행이었다.
“우유도!”
일행은 급히 주위를 경계했다.
진자비 외에 네 명의 사람들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표묘각의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설마 여기에서 우유도를 먼저 만날 줄이야!
우유도는 마치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눈을 비비고는 진자비가 보내는 답신을 받았다. 그리고 그대로 손짓하며 말했다.
“깔끔하게 처리하세요!”
무조행 등 세 사람이 갑작스럽게 뛰쳐나가 빠르게 손을 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싸우는 소리가 멈췄고, 무조행이 먼 곳에서 다가오더니 시신 한 구를 우유도의 발아래 던져 주었다.
3대4로 싸우면서 나머지 한 명이 도망친 것이었다. 그는 이미 무조행을 알고 있었기에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후였고, 틈을 타서 도망쳤었다. 그걸 무조행이 쫓아가 격살한 후에 시신을 가져온 것이다.
우유도는 좌우를 보며 신호를 보냈고, 무조행 등 일행은 또 주위로 산개해 경계를 섰다.
“진자비?”
우유도가 물었다. 진자비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
땅에 있는 시신을 가르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물은 것이다.
우유도는 발아래 있는 시신을 한번 흘겨보았다. 이 네 사람은 문파의 사람들로, 두려운 마음에 단기간은 비밀을 지킬지 몰라도, 앞으로도 계속 비밀을 지킬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우유도는 자신이 숨기고 있는 어떤 비밀이 쉽사리 퍼져나가도록 놓아둘 수 없었다. 살인멸구가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다.
이런 일을 할 때 우유도는 어떠한 마음의 부담도 없었다. 담담히 대답했다.
“내가 저들에게 당신을 데려오게 했소.”
“…….”
진자비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만면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들이 당신 말을 따랐단 말입니까?”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저들이 우유도의 말을 따랐다면, 저들을 죽일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오. 저들은 아마 비밀리에 당신을 데려왔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에게 한 번 더 묻고 싶군. 당신이 보기에 저들이 집결지를 떠날 때,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었던 것 같소?”
진자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우리 산수들은 외부 경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중에 하나이지요. 저들이 갑작스럽게 저를 찾아왔습니다. 제가 지키는 영역에서 이탈할 때, 아마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는 않았을 겁니다. 외부 경비 영역이 워낙 넓었기에, 제가 지키고 있는 곳 또한 매우 넓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근처에 다른 산수들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들이 저를 찾아오기 전에는 어땠는지,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제가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대가 돌아간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지금 나는 조국 인원 상황에 대해서 알고 싶소.”
“어떤 것을 말입니까?”
“삼대 문파의 장로들이 죽은 것이 저들에게 영향을 끼쳤소?”
진자비가 끄덕이며 말했다.
“끼쳤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 영향을 말입니다. 당신이 천곡에서 죽인 자는 겨우 삼대 문파의 장로만이 아닙니다. 일부 정예 제자들도 당신 손에 목숨을 잃었지요. 지금 조국 삼대 문파는 나서서 일행을 이끌 만한 사람이 없다시피 합니다. 각 문파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 신분이 다들 비슷비슷하고, 장로처럼 높은 신분을 가진 자들이 없습니다. 그러니 누가 고분고분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려고 하겠습니까?
지금 저들을 통솔할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력을 모아 상의해서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중요한 일에는 그 누구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들 장로가 아니니 문파 내부에서 발언권이 별로 없습니다. 세력이 있어야 일을 감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저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자신이 지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다른 세력과 연합하려는 생각은 안 해봤소?”
진자비가 끄덕이며 말했다.
“해봤습니다! 누군가가 건의했지만, 감히 나서서 지지하는 사람이 없어,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우선은 다른 세력이 자신들을 선봉에 세워 희생양으로 삼을까 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세력에 고개를 숙였다가 나중에 문파에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저들은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공감대 말이오?”
“비록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천도비경에서 저들은 이미 순위권을 포기했습니다. 일단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어느 정도 장단만 맞추다가 보고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지금 저들에게는 죄를 뒤집어씌울 사람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는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뜻하는 바가 있는 눈빛이었다.
“나에게 뒤집어씌울 작정이군. 나 때문에 저들이 불리하게 되었다고 말이오?”
진자비가 끄덕였다.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이니,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좋은 이유도 없습니다. 그래야만 저들도 이 안에서 적게 다투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유도가 생각에 잠겼다. 일이 그가 생각한 것과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전에는 그저 확인할 수 없었을 뿐이다. 우유도는 조국 인원 중에서 강하게 조국 수행자들을 하나로 모을 사람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오늘 확인해 보니, 그런 사람은 없었다.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좋소, 그대는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으니 짧게 말하겠소. 당신은 지금 나를 도와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