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7화. 경고하는 듯한 행동
곧 우유도가 대선산에 안부를 전해왔다. 딱히 뭐라고 추궁하지도 않았다. 그저 남주가 혼란스러워지면 다들 좋을 것 없다는 말만 전해왔을 뿐이었다.
우유도가 말하는 것은 큰 도리였다. 거기에 대고 대선산이 아래 제자의 행동이 옳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대선산은 그 제자를 문규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에 대해서 대선산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 제자를 처리한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문파 내에서 결정해도 될 일에 우유도가 손을 뻗었으니, 우유도가 팔을 너무 길게 뻗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한 것이다.
사실 이것에 대해 우유도가 손을 뻗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남주라는 큰 영역을 다스리는 문파인 만큼, 대선산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문규로 제자들을 엄격히 다스려야 했다. 그걸 못했으니 자그마한 소리를 듣는다 해도 납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은, 이미 예전부터 우유도의 존재가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우유도가 대선산 일부 사람들의 특권을 억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명목상으로 대선산은 남주를 통제하고 있었고, 남주의 이익을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막말로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지는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권력이 가져오는 좋은 점들과 위풍당당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대놓고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만약 남주의 자주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우유도가 언제든지 대선산의 이익을 끊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변명할 뿐이었다.
황열도 이런 느낌이 싫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황열은 어떻게 상조종과 이 일에 대해 담판을 지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돌아온 후의 국면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외부에서는 우유도가 천곡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옥창이 감히 말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게 설사 우유도의 심복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우유도는 온 남주의 정세와 연관이 있었고, 큰 영향을 미쳤다. 일단 사람들이 우유도가 살아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남주 사람들은 분명 바뀔 것이다.
* * *
혼자서 처마 밑에 서 있는 상조종은 침묵하고 있었다.
일찍이 남주부성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전쟁이 이미 중지되었기 때문이었다. 남주의 두 중요인물이 모두 전장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곳에는 몽산명이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상조종은 최근 큰 압박을 받고 있었다. 최근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유도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아랫사람들조차 소식을 알아보려고 하는 것을 보면, 다들 남주의 미래와 정세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때, 소요궁의 장로 곽청공(廓靑空)이 그를 찾아왔다. 그러면서 상조종이 남주를 이끌고 소요궁에 의탁하기만 하면, 이승을 죽인 원한에 대해서 소요궁이 더는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일단 우유도가 돌아오지 못하면, 상조종은 반드시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소요궁뿐만이 아니었다. 영검산과 자금동에서도 몇몇 암시를 보여 주었다. 단지 소요궁처럼 노골적이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상조종이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는지 몰랐다. 만약 지금 그가 거절한다면, 삼대 문파 모두에게 원한을 사게 된다. 만약 우유도가 돌아오지 못하면, 우유도라는 억제력이 없다면, 상조종의 최후는 아주 참담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당할 것이다.
“왕야, 초려산장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남약정이 들어오더니 한 통의 서신을 건넸다. 상조종은 남약정의 얼굴이 아주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서신을 받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오?”
“소요궁의 장로 곽청공이 습격을 받아 사망했습니다!”
상조종이 매우 놀랐다. 빠르게 서신을 꺼내 상세히 살펴보니, 남약정이 말해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곽청공은 상조종과 밀담을 나눈 후에, 되돌아가는 길에 습격을 받았다. 곽청공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 중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게다가 놀라운 점은, 서신에서 곽청공 일행이 몇 명이었는지, 연국 어디에서 습격을 받았는지 아주 정확하게 적혀 있다는 점이었다. 단지 상조종과 밀담을 나눴다는 사실만이 없었다!
“그 일행은 날짐승을 타고 움직이고 있던 것이 아니오?”
“아마도 공중에서 습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상조종이 한참 침묵하더니 물었다.
“초려산장의 짓이오?”
“아주 외진 곳에서 습격을 받았습니다. 아마 지금 소요궁조차 이 일을 모를 것입니다. 또 이 서신은 초려산장에서 보내온 것입니다. 누구의 짓인지 말할 필요 있겠습니까? 이 서신은 왕야께 보여드리기 위해 보내온 것입니다.”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상조종이 물어본 것은 그저 다시 한번 재차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놀라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곽청공은 비밀리에 움직였다. 대선산의 협조를 받은 것 또한 분명했다.
현재 상조종은 대선산의 수행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니 대선산의 협조가 없이, 곽청공은 비밀리에 상조종을 찾아올 수 없었다.
대선산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영검산과 자금동의 사람들이 빤히 지켜보는 가운데 비밀리에 상조종과 곽청공이 만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건 비밀리에 나눈 밀담이 초려산장을 속이지 못했음을 뜻했다. 대체 어떻게? 상조종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 행동은 마치 이렇게 경고하는 것 같았다.
남주 자사부 내부에서 벌어지는 어떤 상황도 초려산장의 두 눈을 피할 수 없으며, 이 안에 초려산장의 사람이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 이렇게 대놓고 알려주는 것과 같았다.
사실 초려산장의 사람이 상조종 곁에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도야는 신중하고 꼼꼼했으니, 자신이 떠난 후에 상조종 곁에 밀정을 두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자 할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상조종 또한 맘먹고 밀정을 찾아내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주위 사람들을 한번 솎아내고, 언제든지 깔끔하게 숙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곤란한 일이기도 했다. 우유도는 상조종에게 지금껏 해가 되는 일을 한 적이 없었다. 또 우유도는 평상시에 남주의 군정사무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최대한 상조종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게다가 상조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준 것은 항상 우유도였다.
그러니 정상적인 상황에서, 초려산장의 사람은 우유도의 사람이었고, 상조종을 돕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어느 정도는 상조종 그 자신도 초려산장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이제 와 갑자기 초려산장의 사람을 건드린다면, 그건 상조종이 더는 초려산장의 사람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었다. 즉, 이는 상조종이 우유도와 갈라선다는 것을 의미했다!
상조종은 골치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당연히 자신은 우유도를 배신할 생각이 없었다. 단지, 우유도가 있던 동안, 도야는 단 한 번도 이렇게 직접적인 방식으로 자신에게 개입해온 적이 없었다. 아니, 심지어 이건 개입 정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경고와 같았다. 도야는 자신에게 이런 경고라든지, 위협을 보낸 적이 없었다. 지금 우유도가 자리를 비운 마당에 갑자기 이런 일이 닥쳤으니, 상조종은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상조종은 고심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누가 초려산장을 대표해서 입장을 밝힌 것 같소?”
남약정이 침음했다.
“곽청공 일행을 공중에서 습격했습니다. 이건 엄청난 일입니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요. 도야가 없는 상황에서. 초려산장의 사람들이 어찌 감히 소요궁과 맞서려고 하겠습니까? 누가 감히 소요궁의 장로를 향해 살계를 열 수 있단 말입니까?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집니까? 도야 말고, 초려산장에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조종이 놀라 물었다.
“그럼 이게, 정녕 도야의 뜻이란 말이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도야 말고는 없습니다. 아마 도야가 천도비경에 들어가기 전에 안배한 일일 것입니다. 도야는 심모원려(*深謀遠慮: 지혜가 깊고 앞일을 깊이 생각하여 도모하는 사람)하는 사람으로 아무런 안배도 없이 그냥 움직일 사람이 아닙니다. 초려산장은 그저 도야의 집행자일 뿐이지요!”
상조종이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서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초려산장이 소요궁에게 직접 손을 대다니!”
사실, 이 일에 대해서 남약정도 크게 놀란 상태였다. 우유도는 이곳에 직접 자리를 잡고 있을 때조차 연국의 삼대 문파에게 감히 이렇게 경거망동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유도가 떠나자마자, 오히려 초려산장이 우유도를 대신하여 송곳니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우유도가 없다고 해서 초려산장의 송곳니가 두껍고 단단하지 않다고 할 순 없었다. 지금까지 초려산장이 길러온 힘은 분명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초려산장의 실력이 소요궁과 싸울 정도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모르고 있는 상황이 있었다. 이는 우유도가 연국의 전체적인 정세에 대해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남주가 치른 단 한 번의 전쟁으로 인해서 남주의 영향력은 전례 없을 지경으로 커지게 되었다. 연국 삼대 문파 중에 어느 한 문파라도 남주를 신경 쓰지 않는 문파가 없었다.
그러니 삼대 문파의 입김이 남주에 닿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사실, 이와 같은 일은 이제 와 피할 수 없었다. 연국 삼대 문파를 상대하여 초려산장은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이런 사실들에 대해 상조종과 남약정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결국 천도비경에 들어가기 전, 우유도는 이런 사실들을 고려한 후, 큰 결정을 내렸다. 자금동에 가입하는 것이다!
결국, 소요궁과 대항하는 것은 우유도가 아니라, 자금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우유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자금동이 자신의 뒷배가 되어주는 한, 소요궁은 우유도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었다!
“왕야, 깊이 생각해 보면, 사실 이건 나쁜 일이 아닙니다. 초려산장이 앞에서 막아서니, 오히려 왕야께서 고민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삼대 문파의 관심이 왕야로부터 다시 우유도와 초려산장에게로 옮겨가게 되겠지요. 한동안 삼대 문파로부터 받는 압박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냥 조용히 지켜보시지요.”
남약정이 상조종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그러나 상조종이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곽청공이 나와 밀담을 나누기 위해 왔다가 갑자기 죽었소. 소요궁이 본왕을 찾아와 설명을 요구할 것이오!”
상조종의 말에 남약정이 상조종이 손에 든 서신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그게 바로 설명입니다! 이 또한 초려산장의 뜻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도야의 뜻일 수도 있습니다. 이 서신은 왕야께 도야 스스로 자신이 한 일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일에 대해 관여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초려산장이 손을 썼으니, 알아서 대응할 것입니다!”
상조종은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바로 이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왕야, 대선산의 황 장문인께서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