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1화. 수색
확실히 계옥덕이 말해준 상황은, 다른 문파들의 경우와 달랐다. 우유도는 계속해서 죄를 사해의 수행자들에게 뒤집어씌우기로 했고, 계옥덕의 요구 아래 우유도는 그에게 상처를 입혔다. 심지어 중상을 입혔다.
“갑시다. 영종을 찾는 또 다른 문파들을 찾아보도록 하지요.”
우유도는 무조행 일행을 불러 진로를 변경했다.
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전에 했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었다. 지금까지 문파에 속한 우유도의 사람들을 찾아내 만났고, 그들 세력을 이용해서 다시 각국의 다른 문파를 찾아내는 일을 거듭해 왔었다. 그런데 이제 와 갑자기 진국 사람들의 뒤를 쫓지 않고 다시 돌아가 다른 문파의 사람들을 찾는다니,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이건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 양식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진국 사람들의 뒤를 쫓으며 각국의 다른 문파를 찾아야 했다. 그게 훨씬 수월했다.
이렇게 왔다 갔다 움직이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세 사람은 당연히 이견이 있었고, 당연히 상황을 물어보았다.
“저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만, 고집불통을 만난 것 같습니다. 진국 사람들이 아마 대대적으로 달려들 것 같으니 이대로 따라가는 것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선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유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자신도 진국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안전이 제일이었다. 만약 정말로 저들의 추격을 받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진국 사람들이 달려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더는 그곳에 머무르려 하지 않고, 신속하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 * *
태숙산악(太叔山岳),
백발에 마른 노인이었는데, 기운종에서 이곳에 파견 보낸 책임 장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천도비경에 들어온 진국의 모든 사람은 사실상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 기운종의 횡포로 인해서, 그들은 진국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눈앞에 낭패한 몰골로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중상을 입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계옥덕을 바라보았다.
계옥덕의 보고를 들은 태숙산악이 음산한 얼굴로 말했다.
“사해 수행자는 네 분류로 나뉜다. 그중 어디에 속하는 자들인가?”
계옥덕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천곡에서 본 적이 있었습니다.”
태숙산악이 천천히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계옥덕의 수염을 붙잡아 턱을 들어 올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손을 쓴다고? 그놈들이 정말 사해의 수행자가 확실한가?”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만약 거짓이라면 저를 죽이십시오!”
“우리 기운종의 제자가 전사했는데, 너는 무슨 낯짝으로 기어 돌아왔느냐?”
태숙산악의 손이 흔들리며, 계옥덕의 수염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계옥덕의 턱에 핏방울이 방울방울 맺혔다. 고통에 인상을 찌푸린 그가 말했다.
“그들은 사람이 많아 중과부적이었습니다. 또 기운종의 제자가 목숨을 바쳐가며 제가 도망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자신들의 죽음이 그냥 묻히지 않도록 보고해 달라 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가 찾아가기도 전에, 오히려 그놈들이 나를 찾아오는구나. 당치도 않은 일이다!”
태숙산악이 일어나 손에 들린 수염을 던져 버리고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섯째야, 이놈을 묶어 길을 인도하게 해라. 너는 우선 일백 명의 사람을 이끌고 사건이 일어난 곳에 가서 수색하고, 사람을 찾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라. 내가 곧바로 움직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한 남자가 명령을 받고는 제자 중에 일백 명을 선별하고는 계옥덕을 잡아끌고 움직였다.
“셋째야, 너는 일부의 사람들을 이끌고 이곳에서 기다려라. 사람들이 모두 모인 후, 집결한 사람들을 이끌고 나를 쫓아 오거라.”
“구숙(九叔), 이제 곧 해가 지려 합니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도 그 개 같은 놈들을 모두 찾아내야겠구나!”
기운종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문파였는데, 수행계의 문파들은 다들 기운종이 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그중에서도 태숙 가문의 핏줄은 수행계에서 아주 유명했는데, 수련할 수 있는 자질이 아주 높은 확률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기운종 자체가 기본적으로 한 가문이라 할 수 있었고, 외성(外姓)이 많지 않았다.
이들 가문은 외부 사람들에게 독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아주 독했다. 자식을 낳아 수련에 적합하면 기운종에 들여보냈고, 수련에 적합하지 않으면 바로 진국 군대에 병사로 들여보냈다. 그렇게 보통 사병부터 시작해서, 어떠한 특별대우도 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기어오르게 했다.
수련에 적합하지 않은 여성 같은 경우는 조정의 문관이나, 군중의 무관에게 시집 보냈다.
물론, 진국에서는 이들 가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기에, 다들 태숙 가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다.
그렇게 되니, 온 진국이 바로 태숙 가문의 천하가 되었다. 다른 수행세력은 도저히 그 안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
다르게 말하면, 바로 그래서 온 진국이 단결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가문의 사나운 가풍이 나타났다. 날이 어두워 수색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었음에도, 기운종은 진국 수행자들을 이끌고 어둠을 더듬으며 계옥덕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수색해 나아갔다. 가히 죽이려면 죽이라는 태도였다.
* * *
“하아! 이번에는 정말 기운종에게 호되게 당했군.”
어떤 산의 정상,
주위를 둘러보던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행을 이끌고 이전에 있던 자리로 되돌아 왔지만, 다른 이들을 찾을 수 없었다.
비록 그 전에 영종 문파의 사람들을 통해서 진국의 사람들을 찾았지만, 안전을 위해서 진국 쪽으로 움직였을 때, 영종 문파에 있는 사람에게 표식 남기는 것을 중지하라 전했었다. 하지만 진국 쪽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영종 문파가 어디로 향했는지 알 수 없었다.
여기저기 다니며 찾아보았고, 그 전에 영종 문파의 인원들과 헤어진 곳에 가서 영종 문파가 움직인 방향으로 움직여보았지만,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어떤 이유로 영종 문파가 진행 방향을 바꾼 것 같았다. 무조행 등의 일행도 주위를 둘러보며,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다들 그 고대의 숲에서 나온 참이라, 각 세력이 비교적 크게 멀어지지 않았었다. 덕분에 그나마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천도비경에 들어온 지도 삼 개월이 지났으니, 각 세력 사이가 얼마나 벌어졌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전에 각 세력이 다른 세력을 만난 시간 간격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전에는 관련 세력의 방대한 인력으로 다음 목표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연결 고리가 끊겼으니, 확실히 큰 문제였다.
이제 이들의 힘으로는 대대적인 수색이 불가능했다. 어쩌면 다른 세력이 이들과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하더라도, 그 거리가 바로 겨우 몇 리에 불과하더라도, 쉽게 지나칠 수 있었다.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영종 문파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니,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다른 세력을 찾는 것은 더욱더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원래는 차근차근 잘 진행되던 일이었는데, 기운종을 만나서 선이 끊겨 버리고 말았다. 우유도는 기운종 때문에 큰 손해를 본 것이다.
“이대로 기운종에게 돌아가는 것은 어때?”
운환이 의견을 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혹시라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도가 즉시 반문했다.
“어째서 말입니까?”
“저들이 자기들 문파에 손을 쓴 사람을 수색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저들은 아마 지금도 그 일대에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겠지. 그러니 지금 서두른다면 아직 그들을 만날 수 있겠지.”
“그렇게 해서 만약 자네가 다시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하고, 우리가 계속해서 기운종의 뒤를 쫓을 수 있게 된다면, 예전처럼 다시 맥락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기운종이 앞에서 길을 열 것이니, 비교적 안전하겠지. 이렇게 정처 없이 떠돌다가 자네 원수 세력에 발견 당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포위당하는 게 더 나쁘지 않겠는가.”
혹시라도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그 방법은 우유도 또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적당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효월각에서 천도비경에 들여보낸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최소한 무조행 일행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지 않았다. 만약 각국 추천 명단에서 대량의 효월각 사람이 나온다면, 효월각의 세력이 대체 얼마나 방대해야 하겠는가? 개별 국가에서는 한 사람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효월각이 인원을 잘 안배했기 때문에 각국에서 두 명 내지 세 명의 보충 인원이 우유도의 눈과 귀가 되어 줄 수 있었다. 진국 쪽에는 현재 두 명의 산수가 있었다.
또다시 같은 방법으로 계옥덕을 부르는 건 불가능했다. 만약 똑같은 일이 한 번 더 계옥덕에게 일어난다면, 기운종이 계옥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다른 한 사람과 연락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매번 산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는다면,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감히 표식을 남길 수 있겠는가? 들키지 못해 안달이라도 났단 말인가?
지금은 같은 일을 벌여도 각 국가마다 소통이 되지 않으니, 그 일이 다른 나라에게 알려질 리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일은 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 안배한 일이었다. 우유도는 겨우 작은 실수 하나로 자신이 애써 해놓은 일을 다 망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우유도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됩니다!”
“왜 안 되는데?”
“그럼 운 형이 가서 한번 해보십시오.”
운환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내게 그런 능력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자네는 되지 않는가. 그 전에 매번 가능하더니, 어째서 이번은 안 된단 말인가?”
“그건 지금 당장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적당한 기회가 있다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유도가 아무렇게나 둘러대고는 좌우를 보며 말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지도라도 있다면, 판단을 내리기 좋을 것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없었다. 이곳은 너무 광대하니 지도를 만들기가 극히 어려웠다. 물론 광대하다 해도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 만들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영종을 수집할 인원을 모으는 것도 벅찬데, 각 문파에 지도 만드는 인원까지 투입할 여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정상적인 사람은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으니, 지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긴 시간 동안 각 문파의 사람이 계속 머물러 있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니 설사 인력을 투입한다 해도지도를 완전하게 그려내기 힘들었다. 매번 수행자들이 들어와서 접하게 되는 영역도 사실은 한계가 있었다.
다만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도 전도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 이곳은 상찬이 개벽한 곳이었는데, 접몽환계를 포함한 모든 비경은 상찬이 개벽한 후에 남겨 놓은 것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상찬은 모든 비경의 전도를 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도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우유도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한 사람의 경지가 허공에 다른 세계로 통하는 통로를 열 정도라니, 그것만 보아도, 상찬의 경지가 얼마나 두려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과연 그런 힘이 있었으니, 천하 수행자들을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상찬 시대에 존재했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부분도 아주 조금은 있었다. 이전, 상찬 시대에 천도비경에 들어갔던 문파 중에서 아직 멸망하지 않고 존재하는 문파가 몇몇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비경의 지형과 지세를 기록에 남겨 전승했다. 그 덕분에 그 문파의 후배들이 그럭저럭 비경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사실 천도비경에서 영종을 먹어야 생명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정보들도 그들로부터 전해진 것이었다.
우유도 또한 조금은 알고 있었다. 상청종에 있을 때 ‘상청습유록’에 묘사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전승들 또한 별다른 도움은 되지 못했다. 이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비록 자료가 풍부했을지도 모르나, 시간이 너무나 오래 지났기에, 그런 자료들은 이미 대부분 훼손되거나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니 다른 문파들 또한 비경에 대한 자료를 찾으려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미 대부분의 자료가 세월의 풍파로 인해 훼손됐기 때문이었다.
우유도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방향만 유심히 기억하는 것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