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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52화 (51/1,000)

952화. 산 정상에서 불을 피우다

한참 고민하던 우유도는 손가락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계속 전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들이 채집하는 속도가 우리보다 빠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저들 앞으로 치고 나간 후, 저들을 추월하고, 다시 좌우로 움직이다 보면, 아무리 운이 나빠도, 저들 중 한 무리와는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운희가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 주위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어느 곳에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지. 당연히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이럴 때 그렇게 급히 움직이다 보면, 쉽게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고 말 거야. 정말 우리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을 만난다면, 또 그들이 매복이라도 한다면 우리는 아주 곤란해질 거야.”

우유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사실 저도 한 곳을 골라 자유롭게 지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들어왔던 오래된 숲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까? 반드시 일등을 해야 하고, 일등을 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떡해야 하겠습니까?”

무조행이 말했다.

“이제 와 후회하는가? 천곡의 당당함은 어디 갔는가? 원래 영종은 자네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네, 원래에는 출구가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떻게든 나가기만 하면 그만이었지. 그런데 하필이면 한순간의 통쾌함을 위해서 자신을 사지로 몰아가다니, 덕분에 우리도 자네를 따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신세가 되지 않았는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조국의 사람들은 대놓고 저를 적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제가 비경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 할 때, 작정하고 저를 죽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비경에 들어온 순간 저를 죽이려고 했을 수도 있지요.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문제를 줄여야지, 어찌 손속에 사정을 두겠습니까? 단지 사여래 그 개자식이 그처럼 말이 안 통할 줄은 몰랐습니다. 기다려라. 사여래, 언젠가 본때를 보여 줄 것이니!”

무조행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본때를 보여줘? 그자가 한마디 하면 자네는 바닥에 넙죽 엎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본때를 보여 준단 말인가? 그자가 거기 서서 자네가 손쓸 기회를 준다고 해도, 자네의 배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그자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자네는 나중에 그자가 자네를 어떻게 처리할지나 고민해보게!”

“지금 이런 말싸움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튼, 다 제 잘못입니다.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조금만 더 고생해 주시지요. 이곳에서 나가면, 만약 제가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반드시 크게 보답하겠습니다.”

우유도는 세 사람을 향해 포권을 했다. 사죄이기도 하고, 부탁이기도 했다.

일행은 결국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확실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행은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 그 어떤 사람의 흔적도 없었다. 하늘은 그리도 높은 듯 고고했고, 땅은 영원히 끝이 보이지 않는 듯 광대했다. 원시 시대의 황야를 일행은 그렇게 목적 없이 가로질렀다.

갑자기 목적을 잃었다. 이런 방식의 행군은 극도로 무미건조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조차도 무감각해지니, 사람의 감정도 외부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때, 우유도는 알아서 할 일을 찾았다. 또 그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탈것을 구하려 한 것이다.

나머지 삼 인은 혹시라도 화가 미칠까 봐 멀리 떨어져서 일렬로 서있었다. 마치 세 개의 무표정한 조각 같았다. 뒷짐을 지고, 팔짱을 끼고 무감각한 얼굴로 우유도가 멍청이처럼 여러 동물을 쫓아다니며 ‘왁왁’ 겁주듯이 소리 지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유도가 충분히 놀았다 싶으면, 다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휴식을 취할 때 무조행 등 일행은 모두 자리에 앉아 법력을 회복했지만, 우유도는 나무를 한무더기 해와서는 한쪽에서 장작을 팼다.

이제 운환조차도 잡일을 하려 하지 않으니, 우유도가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던 무조행이 조금 기가 차서는 말했다.

“자네, 정말 멈출 줄을 모르는군. 아무튼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을 찾아 뭔가를 하려 하니 말이야. 좀 차분해질 수는 없는가?”

하지만 우유도는 장작을 패 모닥불을 붙이고는 빠르게 다가와 그들에게 말했다.

“여기 있지 말고, 좀 멀리 떨어지지요.”

운희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또 뭐 하려고 그러는가?”

우유도가 높이 치솟는 연기를 가리켰다. 세 사람은 연기를 보고는 뭔가를 깨달았고, 우유도가 설명했다.

“이대로 무턱대고 움직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우리가 멀리 왔으니, 이제 시력이 닿는 범위에 사람이 있다면, 연기를 보고 분명 찾아올 것입니다. 저희는 그저 요행을 바라며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세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확실히 괜찮은 방법 같았다. 곧 우유도의 말에 따라 한 곳에 숨어서 관찰했다.

목적이 생겼고, 일행에게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이 나빴던 걸까. 장작이 다 타고, 연기가 흩어지도록 주위에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연히,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일행은 계속해서 전진하며 같은 방법을 반복했다. 누군가가 빛을 보고 다가오길 희망하며 매번 휴식을 취할 때마다 연기 기둥을 피워 올렸고, 저녁이 되면 산 정상에서 모닥불을 피웠다.

* * *

일단의 유령 같은 인영들이 어둠 속에서 질주하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소리쳤다.

“삼대왕(三大王)님, 저기 보십시오.”

붉은 수염과 눈썹을 가진 홍염적미의 장정이 손을 들자, 일행이 즉시 걸음을 멈추고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주위를 살펴보았다. 곧 먼 곳의 산 정상에 있는 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밤중에 산 정상에서 불을 피우다니, 아주 수상합니다!”

쥐새끼처럼 생긴 사내가 붉은 수염의 사내에게 말했다. 붉은 수염의 남자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못 보면 안 된다는 듯이 아주 대놓고 불을 피우고 있구나. 칠 국의 그 개자식들이 악독한 마음을 품고 있으니, 아마 저건 분명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함정일 것이다. 괜히 저기에 걸리지 말고 계속 갈 길 가는 게 좋겠다. 저 개자식들에게서 좀 더 멀리 떨어져야 한다.”

쥐새끼처럼 생긴 사내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삼대왕 님의 혜안이 대단합니다!”

“가자!”

붉은 수염의 사내가 손짓하자, 일단의 사람들이 다시 어두운 밤하늘 아래 유령 같은 움직임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모닥불이 타고 있는 산 정상의 맞은편,

한 거대한 나무 꼭대기 위, 우유도 일행이 몸을 숨기고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들은 불침번을 서며 주위를 관찰하고 있었다.

무조행은 우유도와 교대한 후 주위를 관찰했다. 우유도는 무조행과 교대하자마자 뒤쪽 나뭇가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행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조행이 조금 염려된다는 말투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이게 도대체 며칠째인가. 조금의 반응도 없으니, 정말 이게 통할 거라 생각하는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송장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지금 와서, 무조행에게는 금단방 육 위라는 자부심도 더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만약 이대로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일 년이 지나게 되면, 일이 아주 우스워지네. 네 달 동안 자네를 따라 여기저기 뛰어다닌 것도 헛고생이 되는 것이지.”

“만약 정말 그렇다면, 여러분은 저를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다 안배를 해 놓을 것이니, 안심하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혹시 자네 혼자 여기서 야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인가?”

“최소한 몇 년은 더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 자신이 없다면 이대로 그 오래된 숲으로 돌아가세나.”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지금 돌아가서, 다른 세력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면, 우유도는 더는 뭔가를 해볼 여지를 잃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정말로 헛고생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유도가 일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 마지막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뭔가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찌 다른 세력의 손에서 물건을 충분히 빼앗을 수 있겠는가. 아마 연합할 대상도 잘 구워삶지 못해서,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무조행도 어쩔 수 없어서 그냥 해본 말일 뿐이었다. 그도 이대로 돌아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마지막에 정말로 사람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된다면, 그와 운희 모자만으로는 우유도를 지킬 수 없었다. 그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물었다.

“사해의 수행자들을 찾으면 쓸모가 있는 것은 확실한가?”

“넉 달이 넘었습니다. 시간으로 봤을 때, 그 사람들은 이미 대부분의 세력과 만났을 것입니다. 그러니 시기가 충분히 무르익었습니다.”

무조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다들 만나보았을 거란 말이 무슨 뜻인가?”

“그들을 찾아 협상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무조행은 아직도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 와 우유도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라고 해서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 *

“멈춰라!”

하늘을 날아가던 붉은 수염의 남자가 갑자기 손을 들고 소리쳤다. 일단의 인영이 분분히 멈춰 서더니 제각각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았다. 쥐의 얼굴상을 한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삼대왕 님, 왜 그러십니까?”

붉은 수염의 남자가 뒤돌더니 먼 곳, 은은하게 불빛이 보이는 산 정상을 보며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비경에 들어와 영종을 찾는 사람 중에 우리보다 더 빨리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느냐?”

이때, 그 곁에 있던 한 사람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마 없을 겁니다. 저희는 지금 추격을 피해 도망가고 있지 않습니까!”

“도망은 무슨 빌어먹을 도망이냐!”

붉은 수염의 남자가 쓴웃음을 지은 남자의 뺨을 후려쳤다. 얻어맞은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나무에서 떨어져 내렸다.

후드득 쾅,

나무 아래 힘없이 떨어진 사내는 연신 끙끙 소리를 냈다. 붉은 수염의 사내는 불빛이 있는 곳을 보고 말했다.

“아무튼 이상한 일이다. 각 세력은 영종을 찾고 있으니, 우리 앞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곳에 큰 세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그러니 저 산 정상의 불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쥐 얼굴상을 한 사내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혹시 자연적으로 일어난 천화(天火)는 아닐까요?”

“자연 발화한 천화가 번지지 않는 예도 있느냐? 반드시 사람의 짓이다.!”

쥐 얼굴상의 남자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삼대왕 님의 혜안이 대단합니다!”

붉은 수염의 남자가 말했다.

“가라, 네가 몇 명을 데리고 가서 무슨 상황인지 살펴보아라.”

“네? 그것이….”

쥐 얼굴상의 사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칠 국의 사람이 함정을 파 놓은 것이면 어찌합니까?”

원래부터 동글했던 붉은 수염 사내의 두 눈이 더욱 커졌다.

“너는 지금 내 판단을 의심하는 것이냐? 지금 내가 멍청하다고 욕하고 있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쥐 얼굴상의 사내는 연신 부정했다. 하지만 내심 그렇게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있다면, 왜 나만 보내고 자기는 움직이지 않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붉은 수염의 사내가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보도록 해라. 두려워할 것 없다. 내가 여기서 기다릴 것이니, 만약 위험을 만나면 즉시 알리도록 해라! 내가 즉시 가서 도와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쥐 얼굴상의 사내는 억지웃음을 만들어 내고는, 뒤돌아 몇 명을 지목했다. 그리고는 그들을 이끌고 불빛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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