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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53화 (52/1,000)

953화. 홍개천(紅盖天)

곧 목표지점에 도착할 때쯤, 일행은 모두 숲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잠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렇게 주위를 경계하며 나아갔다.

곧 눈앞에 목표로 한 산 정상이 보였다. 하지만 주위에는 어떠한 인영도 보이지 않았고, 대량의 병력이 집결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일행의 배짱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누가 왔네.”

무조행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뭇가지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우유도와 운희 모자가 급히 눈을 뜨더니 자리에서 분분히 일어났다. 그리고 무조행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무조행이 가리킨 곳에 수상쩍은 모습의 인영 몇 개가 있었다. 이들은 숲속에서 나타났고, 맞은편 산 정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닥불 주위에 도착한 이들은 주변을 돌면서 여기저기 둘러 보았다. 그러나 자신들 이외에는 여전히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이들은 뒤를 향해 손짓했다. 곧 숲속에서 세 사람이 추가로 나타났고, 일행은 주위를 둘러보며 귓속말을 나누었다.

우유도가 법안을 열어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저들이 법력을 사용할 때 요기가 따라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요수입니다.”

우유도가 중얼거렸다. 우유도의 두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바다 밖 사해에 속한 자들인 것 같습니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사해(四海) 중에 어디에 속한 자들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사해에 속한 수행자라고 판단한 이유는 저들이 모두 요수이기 때문이었다. 칠 국의 인원 중에 요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매우 적었다. 몇 명의 요수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은 더욱 적었다.

사실상 칠 국이 자리한 육지에 요수는 원래부터 많지 않았다. 칠 국 경내의 각 대문파는 자칭 명문정파라고 자만을 떨었기에, 이들은 수시로 소위 참요제마(斬妖除魔)라고 하는 일을 행하기까지 했다.

사실 요마귀괴(妖魔鬼怪)라고 해서 꼭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도 여전히 도덕이라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영지(靈智)가 열린 요수라면 선과 악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사람이 악해지면 요마귀괴보다 더욱 악독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이들 요수와 이익을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들 이류(異類)는 칠 국 경내에서 자리 잡을 수 없었고, 참요제마라는 기치 아래, 대부분의 요수는 바다 밖으로 떠나 생존을 구걸할 수밖에 없었다.

운희의 도운산이나, 귀모의 함음산 같이 대륙 내에 요수가 머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각기 법안을 열어 모닥불 주변의 일행을 살피던 세 사람이 고개를 저었고, 운환이 이어 말했다.

“대단한 사람은 아닌 것 같군, 모르겠네.”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하늘이 노력하는 자를 버리지 않는다는 게 증명된 것이니까요. 아무튼 간에 드디어 저들을 만났으니, 어디 가서 만나보도록 하지요.”

우유도는 그 말을 던지고 가장 먼저 뛰어내려 맞은편 산 정상을 향해 날아갔다.

“소야(蘇爺), 누가 오고 있습니다.”

맞은 편에 있는 요수들이 소리쳤다.

쥐 얼굴상의 남자가 돌아보니, 하나둘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남자가 즉시 소리쳤다.

“매복이다! 도망쳐라!”

휙휙휙!

요수들의 움직임은 정말로 빨랐다. 밤하늘 아래 나무 끝을 밟고 휙휙 날아갔다.

다만 우유도 일행 또한 빠르게 이들을 쫓아갔다. 오래 기다려 드디어 만났으니, 쉽게 도망가도록 놓아줄 리 없었다. 만약 이번에 놓친다면 다시 만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었기에 당연히 빠르게 뒤쫓아 갔다.

급히 도망친 요수들은 전방에 자신들을 기다리는 일단의 무리를 보고 소리쳤다.

“삼대왕 님, 매복입니다. 빨리 도망치십시오!”

“도망은 무슨 빌어먹을 도망이냐!”

붉은 수염이 즉시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지체하지 않고 뒤돌아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튀어!”

휙휙휙!

일단의 사람들이 즉시 뒤로 빠르게 날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느 쪽 친구들입니까? 지금 저희는 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뒤에서 쫓고 있던 우유도는 마음이 다급해져, 크게 소리쳤다.

상대방은 우유도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잠깐 뒤쫓던 우유도는 속이 답답해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전방에 인영들이 달빛 아래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니 수백 명은 되어 보였다. 겨우 이쪽 몇 사람을 보고 겁먹고 도망갔단 말인가?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천검부가 있어 죽을 일은 없으니, 두 분은 빨리 저들을 뒤쫓아 멈춰 세우십시오.”

우유도는 무조행과 운희에게 손짓했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즉시 속력을 높여 빠르게 우유도로부터 벗어났다. 둘은 그렇게 서로 경쟁하듯이 전방의 사람들을 따라갔다.

한참을 쫓았을까. 무조행은 약간 놀란 얼굴로 조금도 뒤처지지 않고 자신을 따라붙는 운희를 바라보았다.

“삼대왕 님, 저들이 계속 쫓아오고 있습니다. 저희 좀 기다려 주십시오.”

도망가는 사람 중에 경지가 비교적 낮았던 수행자들은 갑자기 속도를 빠르게 높여 쫓아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들은 두 사람에게 당장이라도 따라잡힐 것 같자, 크게 소리쳤다.

가장 앞에서 급히 도망치던 붉은 수염이 뒤돌아보고는 상황이 예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감지했다. 자신들을 쫓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들을 뒤쫓던 두 사람이 가장 뒤에 있는 일행이 있는 근처에 도달했을 때, 붉은 수염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급히 도망치던 일행이 하나둘 멈춰 섰다. 그리고는 다들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허공을 날아온 운희는 아래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는 그제야 땅에 내려서면서 소리쳤다.

“홍개천, 뭘 그리 도망치는 것이냐?”

내려오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붉은 수염의 남자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운희, 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 왜 우릴 뒤쫓는 것이냐?”

같이 내려선 무조행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말투를 보니 서로 아는 사이 같았다.

무조행의 추측이 맞았다. 운희는 붉은 수염의 사내와 아는 사이였다. 운희가 바로 반박했다.

“사람을 보지도 않고 그리 다급히 도망치는 것을 보니, 내 배짱이 아무리 작아도 네놈보다는 크겠다!”

붉은 남자가 즉시 욕설을 퍼부었다.

“도망은 무슨 빌어먹을 도망이냐! 소인이 어찌 군자의 뜻을 알겠느냐? 지금 우리는 급히 길을 재촉하던 참이었다!”

두 사람이 말싸움을 벌일 때, 우유도와 운환도 도착했고, 운희와 무조행 옆에 내려섰다.

아주 건장하고 다부진 붉은 수염의 남자를 보고 우유도는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자신이 찾으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얼굴에 웃음꽃이 핀 우유도가 유쾌한 얼굴로 포권을 했다.

“어느 분이 이런 한밤중에 달빛을 벗 삼아 유유자적 바람처럼 움직이나 했더니, 남해(南海)의 삼대왕이셨군요.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실례했습니다!”

서로 아는 사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천곡에 있을 때 슬쩍 본 적은 있었다. 그의 외양이 특이하여 사람들에게 물어봤었고, 우유도는 이 사람이 바로 남해의 삼대왕 홍개천인 것을 그때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번에 천도비경에 들어온 남해의 책임자였다.

이 자뿐만 아니라, 사해의 책임자들은 모두 천곡에 있을 때 얼굴을 익혀 놓았다.

“우유도?”

우유도를 보고 홍개천은 다소 의외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우유도 일행이 나타난 방향을 보았다. 더는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

“우유도, 왜 우리를 쫓은 것인가?”

“쫓다니요?”

우유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찌 감히! 저희가 마침 저 산 정상에서 불을 피우고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나타났습니다. 저희는 저희를 습격하는 사람인 줄 알고 알아보기 위해 와 보았더니, 이곳에서 귀인을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불을 피우고 담소를 나눈다고? 홍개천의 붉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이들이 나타난 곳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더는 쫓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손짓하자, 수하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경계를 섰다. 그리고 서늘한 눈빛으로 곁에 있는 쥐 얼굴상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치 네놈이 매복한 일당에게 습격을 당했으니 빨리 도망가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는 듯했다. 즉, 너 때문에 체면이 구겨졌으니 어찌할 것이냐고 묻는 것과도 같았다.

쥐 얼굴상의 남자는 그 뜻을 알아들었다. 분명 자신의 실수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을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즉시 우유도에게 반박했다.

“불을 피우고 담소를? 모닥불 근처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소!”

우유도가 자신을 가리키고는, 다시 운희 모자와 무조행을 가리켰다.

“우리는 사람이 아닙니까?”

“허튼수작 부리지 마시오. 그렇게 큰 모닥불을 켜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이 어디 있소? 게다가 불을 피우면 나 여기 있다고 알리는 꼴이니, 나 좀 습격해주시오, 하고 동네방네 소문내려는 것이 아니면, 어찌 그런 짓을 한단 말이오? 내가 보기엔 사람을 태우려고 그랬던 것 같소. 어쩌면 산을 태우려고 했을 수도 있지!”

오랫동안 우울했다가, 이들을 만나고 우유도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고, 말투도 경쾌해졌다. 이어 우유도가 포권을 하며 물었다.

“지금 말씀하시는 형제의 존성대명이 어찌 됩니까?”

쥐 얼굴상의 남자가 가슴을 쫙 펴고는 말했다.

“소공야(蘇公爺)!

공야가 붙어 있는 이름을 보니, 이름으로 이기고 들어가려는 것인가? 우유도는 그런 그를 한번 훑어보고는 유쾌하게 말했다.

“좋은 이름입니다!”

소공야가 손사래를 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 아무튼 간에 당신들은 거기서 담소를 나누고 있지 않았소!”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와 여러분이 여기서 이렇게 만났다는 것이지요.”

“어째서 중요하지 않소? 나는 당신들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되오!”

소공야는 그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홍개천에게 자신이 엉터리 보고를 해서 일행이 도망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가 나무토막도 아니고, 누군가 다가오니 당연히 알아차리고 숨어서 지켜본 것이지요. 그전에는 정말 불을 피우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다른 뜻은 없었지요.”

우유도가 가볍게 말해 넘기고는 또 밝은 미소를 지으며 홍개천을 바라보았다.

이 이유에 대해서 소공야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할 수 있었다. 서로 간에 오해가 발생한 것이었으니, 쥐 얼굴상의 남자가 거짓 보고를 한 게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홍개천의 두 눈이 잠깐 번쩍였다.

“오해라면 서로 갈 길 가는 게 좋겠소. 그럼 이만!”

즉시 일행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 하지만 어렵게 만난 사람이었다. 우유도가 쉽게 놓아줄 리 없었다.

“삼대왕 님, 이 늦은 밤에 쉬지 않고 어딜 그리 바삐 가십니까? 만약 좋은 곳에 가는 것이면, 혹시 이 우모도 같이 데려가 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도와달라는 뜻이 가득했다. 홍개천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대에게 말해줘야 할 이유가 있소?”

그리고 그대로 다시 떠나려 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우유도가 주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처럼 어두운 저녁에 영종을 찾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삼대왕 님의 모습을 보니 마치 뭔가를 두려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도망치시는 길입니까?”

홍개천이 다시 뒤돌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유도, 그대는 자신 하나 지키지 못하는 곧 죽을 사람이지 않은가? 도망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대가 아닐까? 아니, 그대는 도망칠 자격도 없지. 자기 일이나 신경 쓰시게.”

우유도가 즉시 말을 받았다.

“우린 지금 동병상련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볼까요? 아마 당신들은 살아서 천도비경을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제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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