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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54화 (53/1,000)

954화. 차라리 저들이 부탁하게 하겠다

“자네 추측이 뭔가?”

홍개천이 뒤돌더니 눈을 번득이며 날카롭게 말했다. 우유도가 말하는 것을 보니, 지금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칠 국의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살수를 펼쳤을 것입니다. 맞습니까? 지금은 시작일 뿐입니다. 출구가 열렸을 때, 칠 국 사람들이 호시탐탐 당신들을 노릴 것이니, 그 관문을 여러분은 지나칠 수 없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맞은편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 소공야가 우유도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우유도, 어느 안전이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오!”

하지만 홍개천이 손을 들어 그를 저지하고는 우유도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우유도가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원래 칠 국 쪽 사람입니다.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들에게 어떤 소문이 퍼져나갔는지, 제가 좀 많이 알고 있지요. 어쩌면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여러분은 본인을 별로 환영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쓸데없는 짓 할 필요 없겠지요.

다만 그래도 여러분이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긴 하는군요. 제가 죽을 때 함께 갈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외롭진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물론, 같이 살 수 있다면 더 좋긴 하련만…. 여러분은 제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하군요. 어쨌든 좋습니다! 그럼 이만 갈 길 가시지요. 저희는 다시 모닥불이나 쬐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우유도는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날아올라 떠나버렸다. 우유도 옆에 있던 일행은 우유도가 도대체 무슨 약을 팔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눈빛을 교환했다.

우유도는 정말로 어렵게 이들을 찾아냈다. 그런데 갖은 고생을 한 끝에 이들을 찾아냈는데, 지금 와서는 갑자기 허세를 부리기 시작하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비록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우유도를 경험해왔기에, 그가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것에도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에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우유도를 쫓아갔다.

“이봐….”

홍개천이 우유도를 향해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차마 만류하는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 * *

밤이 깊었다. 하늘의 별이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았다. 연신 수염을 쓰다듬던 홍개천이 좌우를 보며 물었다.

“저놈이 한 소리가 무슨 말 같으냐?”

좌우 사람 모두 고개를 저었고, 소공야가 대답했다.

“삼대왕 님, 가만 들어보니, 칠 국이 저희를 왜 공격하는지 저자가 뭘 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개천이 생각에 잠기더니 끄덕였다.

“저놈은 연국 쪽 사람이었다. 그 전에 연국 수행자들이 우유도를 싸고돌기도 했고 말이야. 뭔가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지. 단지 저놈이 정말 호의로 이러는 것일까? 혹시 무슨 함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좌우에 있는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 * *

산 정상에 있는 모닥불은 계속해서 장작을 추가하지 않았기에, 불길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이번에는 숨을 필요 없었다. 우유도는 일행을 이끌고 모닥불 근처에 나타났고, 묵묵히 주변에 앉았다. 우유도는 앉지 않고 검으로 땅을 짚은 채 한편에 서 있었다.

불타오르는 화염을 노려보며, 우유도의 시선이 깊어졌다. 그의 등 뒤로 불길 때문에 생겨난 그림자가 흔들거렸다. 주위는 끝없는 어둠이었고, 머리 위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밤하늘 아래 사람은 유독 작아 보였고, 그래서 더욱 고독하고 쓸쓸해 보였다. 하지만 미약한 인간이 피워올린 작은 불빛이 천지간에 퍼진 어둠을 조금이나마 물리치고 있었다.

운희 등 세 사람이 그런 우유도를 잠깐 빤히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한 무조행이 나서서 물었다.

“저들과 연합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리 거드름을 피울 필요가 있었는가?”

“너무 들이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저들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저들이 저를 찾아와 부탁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세 사람은 우유도가 도대체 이 일을 어찌 처리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우유도가 그저 입만 산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고, 운희가 물었다.

“칠 국이 정말 저들에게 살수를 펼쳤는가? 정말 뭘 알고 있는가?”

검을 짚고 조용히 서 있는 우유도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도가 확실히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을 보고,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들이 오는 것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조행이 신호를 보냈다.

“왔네.”

일행이 돌아보니 과연, 홍개천 일행이 찾아와 있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온 것은 아니었고, 나머지 일행은 사방으로 퍼져서 경계하고 있었다.

홍개천은 십여 명의 인원을 데리고 모닥불 근처에 내려서더니 뒷짐을 진 채, 불 근처를 오가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확실히 어두운 밤이라 움직이기 불편했네. 이제 불을 좀 쬐니 살겠군. 우유도, 이렇게 불을 좀 빌리는 것에 별다른 이견은 없겠지?”

우유도가 모닥불을 격하고 맞은 편에서 웃었다.

“없습니다.”

홍개천은 다른 사람들에게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는 혼자서 뒷짐을 지고 모닥불을 빙글 돌며 움직였다. 나름 자신에게 적의가 없음을 보여 준 것이다.

결국, 우유도 곁에 온 홍개천이 물었다.

“어찌 여기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적은 인원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건가. 그대들은 연국 수행자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지 않았는가? 자네를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돌아다니는 것은 아주 위험하네.”

우유도는 나름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라고 이러고 싶었겠습니까. 하지만 연국이 저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저를 내쫓았습니다.”

홍개천이 의아해했다.

“천곡에 들어왔을 때, 연국의 사람들이 자네를 보물처럼 보호하는 것을 보았네. 그런데 갑자기 자네를 내치다니?”

“한두 마디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요. 아무튼, 필부는 죄가 없지만, 그 품에 있는 옥이 문제이지요!”

“자네 몸에 무슨 보물이 있는가?”

홍개천이 의아한 얼굴로 우유도를 한번 훑어보더니 물었다.

“설마 자네가 가지고 있는 천검부 때문에?”

우유도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천검부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요!”

홍개천의 두 눈을 번뜩이며 우유도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물건인가?”

“제 손에 연국 남주의 영역이 있고, 연국의 정세를 좌우할 수 있는 병력이 있지요. 연국 삼대 문파는 비경에 들어온 이후, 다들 저를 포섭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의탁하라고 말했고, 제가 삼대 문파 중에 반드시 한 문파를 선택해야 한다며 저를 협박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한 문파를 선택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나머지 두 문파의 원한을 사게 될 텐데요. 결국 아무 문파도 선택하지 못했고, 그렇게 하여 삼대 문파의 원한을 사 이렇게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음!”

홍개천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뭔가 했더니, 이런 일이 있었군. 사해의 수행자라 해도 칠 국의 정세에 대해 까막눈이 아니었기에, 최근 연국에서 일어난 전쟁과 남주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즉시 관심이 없어졌다. 무슨 좋은 물건인 줄 알았더니, 그와는 조금도 상관이 없는 일이었고,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지금 홍개천이 관심이 있는 일은 다른 일이었다.

“다른 궁금한 점이 있네. 자네는 좀 전에 칠 국이 우리를 치려 한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건 무슨 말인가?”

“제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홍개천이 두 눈을 부릅떴다.

“나를 속인 것인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삼대왕 님. 그쪽 일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사실 처음에는 몇 마디 거들어 여러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신들이 서로 싸워서 조금이라도 더 죽는다면, 저를 향한 위협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죽을 목숨이라 하더라도 발버둥 치는 게 인간인지라, 저도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어쩌면 그 덕을 봐서 이곳을 살아서 벗어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가 그쪽을 도와줄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홍개천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유도, 내가 직접 온 것은 자네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고 하지 말게, 만약 내가 화를 내면….”

“그래서 어쨌단 말입니까?”

우유도가 손을 흔들자, 천검부 몇 개가 손가락 사이에서 나타나 상대방을 위협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저를 추격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걸핏하면 천 명이 넘어가고, 고수도 수없이 많았지요. 그런데 지금 그들이 저를 어떻게 했습니까? 삼대왕 님은 이 우모가 설마 아무 준비도 없이 여러분들을 찾아갔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조행은 어이가 없었다. 천 명이 넘는 추격이 어디 있었는가? 물론 지금 우유도가 하는 짓이, 자신에게는 위협이 통하지 않는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임을 알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홍개천은 우유도 손에 들린 천검부를 보았고, 분명히 경계하고 있는 반응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렇다고 우유도의 말이 거짓일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천도비경 안에 우유도를 죽이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누가 모르는가. 수많은 사람에게 추격을 받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두려워하는 사람 같냐고? 우유도는 정말 세상 두려운 게 없는 사람이었다. 감히 천곡에서 살계를 연 사람이었다. 그러니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그렇다고 홍개천이 만만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뒷짐을 지고 몸을 돌려 마침 뭐라 한마디 하려고 할 때, 갑자기 우유도가 입을 열었다.

“사실 알려줘도 상관없기는 합니다. 칠 국이 지금 그쪽을 치려 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그저 여러분의 운이 안 좋은 것이지요.”

뭐 하는 놈이란 말인가? 홍개천은 어이가 없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입안에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말투도 그에 따라 온화해졌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번 천도비경이 열린 시기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홍개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십 년에 한 번 열리는 것이 아주 정상인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저는 외부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번에 천도비경은 마침 각국이 전쟁이 벌어졌을 때 열렸습니다. 그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아마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우선은 참가 명단에 문제가 있었고. 그 후에 명단이 다시 재정비될 때, 우리 같은 산수들에게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그리고는 전쟁이 중지되었지요. 그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홍개천은 잠시 멈칫했다. 확실히 그렇다, 좋은 시기에 열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소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칠 국의 전쟁이 바다 밖에 있는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게 칠 국이 우리를 치려 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조행과 운희 모자조차도 지금 우유도가 무슨 수작을 부리려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다만 세 사람의 마음속에 어느 정도 뭔가 답을 찾은 듯했다. 우유도가 사전에 어떤 정보를 획득했기 때문에, 단창필마(*短槍匹馬: 창 한 개, 한 마리 말만 갖고 적군 앞에 나간다는 뜻으로, 무모한 용기를 이르는 말)로 감히 사해의 수행자들과 동맹을 맺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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