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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58화 (57/1,000)

958화. 사해 집결

일행이 한 벼랑에 도착했을 때, 이미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우유도가 집중해서 살펴보니, 동해대성(東海大聖), 서해요왕(西海妖王), 남해법왕(南海法王), 북해명주(北海冥主)를 대표하는 세력이 모두 모여 있었다.

동해 복파전(伏波殿) 전주 낭량공(浪惊空), 서해 장로 부화(芙花), 북해 장로 단무상(斷無常), 모두 우유도가 천곡에서 얼굴을 익힌 사람들이었다. 사해의 책임자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남해의 홍개천이 오히려 가장 늦게 온 것이다.

이걸 보고 우유도는 다소 의외였다. 분명, 이곳은 사해의 인원들이 모이는 장소임이 분명했다. 이들을 대체 언제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며칠 지나기도 전에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줄을 몰랐다.

홍개천은 이들을 보고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다.

“나는 내가 먼저 도착했을 줄 알았소. 그런데 지금 보니 다들 나보다 먼저 와 있었군.”

서해의 장로 부화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가 고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도 마세요. 내가 가장 먼저 도착했어요. 비경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연국 수행자들이 저희를 공격했어요. 그 후에 연달아 다른 나라의 수행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를 공격하더군요. 그렇게 이래저래 이백 명의 인원이 죽었어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즉시 그곳을 벗어나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여러분을 기다린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만난 나머지 두 곳도 저와 상황이 비슷하더군요. 덕분에 다들 일찍 온 것이지요. 지금 온 것을 보면, 혹시 그쪽도 무슨 일을 당한 건가요?”

그 말을 듣고 홍개천이 분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가 대답하며, 빠르게 뒤돌아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내가 겪은 일도 여러분과 대충 비슷하오. 그전에 있었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진국 그 미친놈들이 끝까지 쫓아오니, 수십 명의 수하들이 뒤에 남아 그들의 발목을 잡고 나서야 몸을 뺄 수 있었소.”

우유도는 그런 홍개천을 보고 살짝 미소지었다.

나머지 책임자들은 이제야 뒤에 있는 인원 중에 우유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부화 장로가 의아해했다.

“우유도? 홍개천, 어찌 저자를 여기 데려온 거지요?”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 데려왔다고 무슨 일이 있겠소.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피해 무슨 말을 하려는지 홍개천이 손을 뻗어 들어가기를 청했고, 나머지 세 사람과 같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서로 안부를 물었다. 헤어졌다가 다른 사람들과 먼저 도착한 사람끼리도 서로 안부를 물었다.

좌우로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무조행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저들 책임자들의 실력이 나보다 낮다고 볼 순 없네. 우린 지금 호랑이 굴에 들어온 것이야. 저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리는 아마 여기를 빠져나가기도 어려울 것이야.”

우유도가 조용히 대답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여기 왔다는 것은, 자신이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만약 저들이 정말 우리를 어찌하려고 한다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저들이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할 방법이 있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우유도가 이런 말을 하는 자신감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지 못한 것이다. 이미 저들 사이에 붙잡혔고, 실력으로도 상대방을 이기지 못하는데, 정말 상대방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우유도가 뭘 어찌 억제한단 말인가?

만약 이 말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들은 분명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보니, 어느 정도 긴가민가하게 되었다.

“너와 협력하는 것을 승낙할까?”

운희가 물었다. 이것에 지금 일행이 가장 걱정스러워하는 문제였다. 우유도는 좌우 상황을 한번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전에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제가 그 전에 안배해 둔 것이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별문제 없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일행은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반 시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자, 동굴 안에서 홍개천의 고함이 들려왔다.

“우유도, 들어오게!”

동굴 입구에 있는 호위가 즉시 우유도에게 손을 뻗어 들어가길 청했다.

일행은 그 즉시 안으로 들어갔고, 우유도를 수행하는 세 사람은 우유도의 좌우에 서서 그를 호위했다.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마치 지하 궁전 같은 곳이었다. 등불은 없었고, 몇 마리 월접만이 빛을 뿌리고 있었다.

무조행 일행도 같이 들어온 것을 보고, 동굴 안에 있는 홍개천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당신들까지 들어오라고 했지? 우유도만 들어오라고 했으니, 나머지는 지금 당장 밖으로 꺼져!”

무조행 등 세 사람의 얼굴에 그 즉시 분노가 떠올랐다. 그러나 오히려 우유도가 한 손으로 검을 잡아 땅을 짚고, 다른 손을 들어 일행을 진정시키고는 말했다.

“화를 삭이십시오. 중요한 순간입니다. 전 괜찮으니, 먼저 나가 계십시오.”

세 사람은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참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이를 꽉 깨물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뒤돌아선 우유도는 두 손을 검병 위에 올리고, 내부 구조가 마치 조롱박 같은 동굴을 둘러 보았다. 이곳이 반은 천연이고, 반은 인위적인 동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래된 흔적도 있고, 새로운 흔적도 있는 것을 보아, 아마도 이번에 새롭게 만든 동굴이 아닌 것 같았다. 아마 사해의 수행자들이 이곳에 모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우유도를 관찰하고 있었다. 우유도의 차분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 동해 복파전 전주 낭량공이 코웃음을 쳤다.

“우유도, 배짱이 두둑하군.”

주위를 둘러보던 시선을 수습한 우유도는 그를 바라보았다.

“배짱이랄 게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잡아먹는 사람들도 아니고 말입니다.”

부화가 조롱하며 말했다.

“네가 마음에 안 들어서 죽일까 봐 두렵지는 않고?”

“두려우냐고 물었습니까? 이미 사여래 때문에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게다가 저를 죽인다고, 여러분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네게 천검부가 있다던데, 그게 아주 비싸지.”

“여러분의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습니까?”

부화가 ‘하하’ 웃었다.

“그 말을 들으니, 마치 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처럼 말하는군. 마치 우리가 반드시 너와 협력할 거라는 것처럼 들리니 말이야. 이제 어디 한번 우리가 승낙할지 말지 맞혀보지 그래?”

우유도는 이런 도박성 있는 문제에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승낙할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상할 필요도 없지요.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화 장로님, 그렇지 않습니까?”

부화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흥미가 동한다는 듯이 우유도를 살펴보았다. 북해의 장로 단무상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사 우리가 승낙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빼앗은 영종을 네게 주어 일등을 시켜줄 것이라고 어찌 확신하는 것인가?”

“영종을 아무리 많이 빼앗아도, 결국은 표묘각에 주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얻을 수 없지요. 그러니 영종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사실 여러분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결국은 순위에 따라서 표묘각의 상금을 받아야만 영종이 가치가 있어지는 것이지요. 저는 상금 같은 건 필요 없고, 목숨을 구할 등수만이 필요합니다. 상금은 여러분이 가져가십시오. 우리 서로 필요한 것을 가져가면 그만입니다!”

부화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정말 충분한 영종을 빼앗는다면, 우리가 가져가서 상금과 교환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굳이 네게 줘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우유도는 당황하지도, 그렇다고 조급해하지도 않으며 말했다.

“여기 말고, 비경 밖을 이야기해 보시지요. 사해의 세력이 칠 국의 상대가 될 수 있습니까? 그 어떤 나라든 힘을 모으면, 여러분을 다 합친 것보다 강할 겁니다! 그러니 굳이 여러분들이 일등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일등을 한 그 순간부터, 여러분은 칠 국 세력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세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칠 국이 인정하게 될 테고, 그때부터는 더 이상 사해의 수행자들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훨씬 더 강하게 개입할 것이고, 심지어 무력을 쓰는 것도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즉, 여러분들이 일등을 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칠 국의 강한 견제를 받게 될 테니, 여러분들은 더욱 귀찮아지기만 할 뿐이지요.”

그 말을 듣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부화는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렇다면, 자네가 일등을 해도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자네 혼자 일등을 할 수 없다는 걸 천도비경에 있는 모든 세력이 잘 알고 있네. 그러니 우리가 자네를 도와줬다는 사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나게 되겠지. 그러니 결국, 어찌 됐든 간에 자네를 도와 일등을 하게 되면, 우리 사해 수행자들이 칠 국으로부터 견제를 받게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세. 그러니 굳이 우리가 자네를 도울 필요가 있을까?”

우유도는 검병 위에 손을 올리고 나머지 손으로 그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와 협력하면, 제가 있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완전히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겁니다.”

홍개천이 ‘흐흐’ 웃었다.

“아주 자신만만하군, 거울을 들어 얼굴을 한번 보는 것은 어떤가. 만약 자네가 칠 국의 사람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면, 우리에게 와서 부탁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지금과 그때는 다르지요!”

우유도는 대답했다. 그리고 검을 들고 사람들 앞을 오가며 말했다.

“저는 여기 바다 위에서 지내는 여러분들과 다릅니다. 손에 남주의 권력을 쥐고 있고, 천군만마를 장악하고 있지요. 무장은 전투에 능하고, 문관은 통치를 잘합니다. 그러나 전, 무공 쪽에서도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고, 통치하는 측면에서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내부의 반도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연국 조정과 대등한 지위를 얻어 그들과 대립하게 되었습니다. 동쪽으로는 송국을 패퇴시키고, 서쪽으로 조국을 압박했으며, 북으로는 한국을 저지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우유도가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 기세는 가히 웅대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내심 깜짝 놀라고 있었다.

어떤 일은 사실 비밀도 아니었다. 각국이 전쟁을 치르는 것에 대해서, 이들은 모두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유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망언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도 알았다.

우유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을 마주 보았다.

“지금 외부의 각국 상황에 대해서는 아마 여러분도 들어본 바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각국의 태도가 수시로 변하는 것도 알고 있을 테지요. 이들은 오늘 서로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다음날, 마치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내지요. 그럴 수 있는 것은, 각국의 세력이 서로 생사존망이 걸린 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숨이 달린 일이니, 얼마든지 오늘 원수였던 사람과 내일 친구를 맺을 수 있습니다. 목구멍에 칼이 들어왔는데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말하게.”

“천도비경에서 사해 수행자들이 저를 도와 일등을 하게 해주면, 확실히 칠 국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견제를 받지 않게 해줄 수 있습니다. 즉, 사해 여러분들이 저를 도와주시게 되면, 여러분들은 이익만 얻게 되는 것이고, 은원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익만이 있는 일인데, 설마 저와 협력하는 것을 거절하시려는 것은 아닐 테지요?”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보게. 자네는 돌려 말하는 게 습관인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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